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경찰공무원 시험을 몇 년씩 준비하다가, 과거에 받은 벌금형 하나 때문에 임용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닌지 뒤늦게 확인하러 오시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벌금이었으니 징역도 아니고 전과도 가볍다”, “몇 년 지나면 기록이 지워진다고 들었다”는 생각으로 사건을 약식명령으로 끝내신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합격 직전 신원조사 단계에서 임용이 막히고 나서야, 벌금 액수가 아니라 피해자가 미성년자였다는 사정이 결정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경찰공무원법은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벌금형이든 집행유예든 형이 확정되면 기간 제한 없이 임용을 막는 것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일반 성폭력범죄의 벌금 결격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풀리지만, 미성년자 대상 범죄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두 규정을 구분해서 보아야 합니다.
아래에서는 어떤 사건이 영구 결격이고 어떤 사건이 기간이 지나면 풀리는지, 그리고 아직 확정 전이라면 무엇을 다툴 수 있는지 조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는 벌금형이어도 기간 제한 없이 임용이 막힙니다
제9호 결격사유에는 ‘몇 년이 지나면 풀린다’는 문구 자체가 없습니다.
경찰공무원법 제8조 제2항은 경찰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는 사유를 호별로 나열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제9호가 바로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규정으로, 아래와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미성년자에 대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죄를 저질러 형 또는 치료감호가 확정된 사람(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후 그 집행유예기간이 경과한 사람을 포함한다) 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 따른 성폭력범죄 나.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경찰공무원법 제8조 제2항 제9호).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형이 확정된 사람’이라는 표현입니다. 징역이나 금고뿐 아니라 벌금도 형법이 정한 형의 한 종류이므로, 약식명령이 확정되었든 정식재판에서 벌금형이 확정되었든 제9호의 ‘형이 확정된 사람’에 해당합니다. 다른 호와 달리 “확정 후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처럼 기간을 끊어주는 문구도 없습니다.
그래서 “벌금이니까 가볍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합니다. 벌금 50만원이든 300만원이든,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성폭력범죄로 확정되었다면 액수는 결격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경찰공무원법 제27조는 임용 후에 이런 사유에 해당하게 된 경우 당연히 퇴직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임용된 뒤에 발견되더라도 문제가 해소되지 않습니다.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범죄로 벌금형이 확정되었다면, 금액과 경과 기간에 관계없이 경찰공무원 임용 결격에 해당합니다.
2. 일반 성폭력범죄 벌금은 100만원 이상이고 확정 후 3년이 지나야 풀립니다
피해자가 성인이라면 벌금 액수와 경과 기간이 결격 여부를 가릅니다.
경찰공무원법 제8조 제2항 제8호는 일반 성폭력범죄에 대한 결격 규정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조에 따른 성폭력범죄, 정보통신망법 제74조 제1항 제2호·제3호의 음란물 배포·공포심 유발 문언 도달 등의 죄,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2호의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이 결격 대상입니다.
제8호는 제9호와 구조가 다릅니다. 벌금이 100만원 미만이면 제8호에는 해당하지 않고, 100만원 이상이더라도 확정일로부터 3년이 지나면 결격 상태가 해소됩니다. 반면 제9호는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기만 하면 이 두 가지 장치가 모두 작동하지 않습니다.
결국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벌금 액수가 아니라 판결문 또는 약식명령에 적힌 공소사실의 피해자 연령입니다. 약식명령에는 피해자 이름이 가려지는 경우가 많지만 범죄사실에는 나이나 학생이라는 사정이 적혀 있는 경우가 있고, 수사기록에서는 생년월일이 확인됩니다.
일반 성폭력범죄는 ‘100만원 이상, 확정 후 3년’의 문턱이 있지만, 미성년자 대상이면 이 문턱 자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3. 벌금형이 선택될 수 있는 죄명 중 상당수가 이 결격에 걸립니다
강제추행·공중밀집장소추행·통신매체이용음란·카메라이용촬영은 벌금형이 가능한 대표 유형입니다.
성범죄 중 징역형만 규정된 죄는 벌금 전과가 생길 수 없습니다. 벌금형이 나오는 사건은 법정형에 벌금이 선택지로 들어 있는 죄명에 한정됩니다.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성폭력처벌법 제11조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제13조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제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실제 상담에서 가장 많은 유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대학생 시절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신고로 공중밀집장소추행 약식명령을 받은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SNS 메신저로 상대와 대화하다가 음란한 메시지나 사진을 보낸 경우입니다. 후자는 상대방이 자신을 성인이라고 소개했더라도 실제로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었다면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는 사실만으로 제9호의 문턱을 넘게 됩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성폭력범죄에서는 형법 제302조 미성년자 등에 대한 간음·추행이나 제305조 미성년자 의제강간처럼 처음부터 징역형만 정해진 죄도 있습니다. 이런 죄명은 벌금형으로 끝나기 어렵고,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유예기간이 지난 뒤에도 제9호의 괄호 규정에 따라 결격이 유지됩니다.
죄명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같은 행위도 제9호 대상이 되기도 하고 되지 않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성인인 일반 추행으로 인정되는지, 미성년자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등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다투어야 할 지점입니다.
벌금형이 가능한 죄명이라도 피해자가 미성년자로 특정되는 순간 제9호의 영구 결격이 걸립니다.
4. 벌금 외 처분은 결격 여부가 처분마다 다르게 정리됩니다
기소유예와 형이 확정된 벌금은 같은 ‘전과 없음’이 아닙니다.
제9호가 요구하는 것은 ‘형 또는 치료감호가 확정된 사람’입니다. 검사가 혐의는 인정하되 처벌하지 않는 기소유예 처분은 법원이 선고한 형이 아니므로 제9호의 ‘형이 확정된 사람’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기소유예 기록이 수사경력자료에 남기 때문에, 경찰공무원법 제8조 제1항이 요구하는 ‘품행이 방정한 사람’이라는 임용 요건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는 있습니다.
집행유예는 제9호의 괄호에서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후 유예기간이 경과한 사람도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집행유예 기간이 아무 문제 없이 지나갔다고 해서 결격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는 제5호와 구별됩니다. 제5호는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을 결격으로 보지만 집행유예가 실효 없이 경과하면 형의 선고 효력이 상실되므로, 제9호가 이를 별도로 보완한 구조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전과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지워진다”는 말도 구분해서 들어야 합니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벌금형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형이 실효되지만, 경찰공무원법 제8조 제2항 제9호는 기간 경과로 결격이 풀린다는 문구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반 취업에서처럼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고 기대하고 준비를 이어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같은 취지의 결격은 경찰만이 아니라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도 마련되어 있으므로, 경찰이 어렵다면 다른 직렬로 옮기면 된다는 접근 역시 쉽게 열리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진로를 바꾸기 전에 내 사건이 정확히 어느 호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5. 확정 전이라면 정식재판 청구 기한 안에 다툴 수 있습니다
결격은 확정된 형에서 비롯되므로, 확정 전 대응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입니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 또는 신고 접수 → ②피의자 조사 → ③공소청(수원 관내는 수원지방공소청) 송치 및 처분 → ④약식기소 시 벌금 약식명령, 정식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약식명령을 받았다면 형사소송법 제453조에 따라 약식명령을 고지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해야 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벌금형이 확정되어 제9호 결격이 현실화됩니다.
이 때문에 약식명령 등본을 받았다면 벌금 액수보다 먼저 7일이라는 기한을 확인해야 합니다. 정식재판에서는 피해자의 연령을 알았는지 여부, 해당 행위가 성폭력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공소사실이 다른 죄명이어야 하는지 여부를 다투어 결격에 해당하지 않는 결론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정식재판을 청구해도 약식명령보다 중한 종류의 형은 선고할 수 없으므로(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벌금이 징역형으로 바뀌지는 않지만, 벌금 액수는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미 확정된 경우라면 다음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식명령서 또는 판결문을 확보해 적용 죄명과 범죄사실에 피해자의 연령·지위가 어떻게 적혀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경찰서 민원실에서 본인의 범죄경력·수사경력 회보서를 발급받아 어떤 기록이 어떤 처분으로 남아 있는지 정리합니다.
제8호와 제9호 중 어느 규정에 해당하는지, 해당하지 않는다면 기소유예·무죄·공소기각 등 어떤 경로였는지 확인한 뒤 진로를 판단합니다.
이러한 확인 결과를 바탕으로 경찰 준비를 계속할지, 재심이나 비상구제절차의 여지가 있는지 판단해야 하며, 형사 기록을 직접 본 변호사와 함께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경찰 준비생분들은 “이미 끝난 일인데 건드리면 더 커질까 봐” 확인을 미루다가, 정작 합격한 뒤에야 결격 사실이 드러나 임용이 취소되는 상황을 맞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한이 있는 구제 수단은 확정 전에 가장 넓게 열려 있습니다.
이미 벌금이 확정된 준비생 입장에서는 막연한 희망보다 내 사건이 제8호인지 제9호인지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래야 경찰 준비를 이어갈지, 다른 진로를 잡을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직 수사나 재판 중인 입장에서는 벌금형으로 끝내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피해자 연령 인식 여부, 죄명 구성, 약식명령 대응 시점에 따라 장기적인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수사를 받는 쪽과 피해를 주장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합의나 벌금 액수보다 어떤 조문에 어떻게 걸리는지가 이후의 삶을 결정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공직의 문이 걸려 있는 사건이라면, 형이 확정되기 전이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결과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벌금 50만원이면 경찰공무원 결격이 아닌가요?
A. 일반 성폭력범죄라면 제8호가 100만원 이상 벌금을 기준으로 삼으므로 해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미성년자였다면 제9호가 금액 기준 없이 적용되므로 결격이 될 수 있습니다.
Q. 벌금형 확정 후 10년이 지나면 지원할 수 있나요?
A. 제9호에는 기간 경과로 결격이 풀린다는 규정이 없습니다. 제8호의 3년 경과 규정과 혼동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두 규정은 별개이므로 내 사건이 어느 쪽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Q. 상대가 성인이라고 속여서 만났는데도 해당되나요?
A. 결격 판단은 확정된 판결의 죄명과 범죄사실에 따릅니다. 다만 수사·재판 단계에서 미성년자임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이 인정되어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으므로, 확정 전에 다투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기소유예를 받았다면 임용에 문제가 없나요?
A. 기소유예는 법원이 선고한 형이 아니어서 제9호의 ‘형이 확정된 사람’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수사경력이 남아 품행 심사에서 불리하게 볼 여지는 있습니다.
Q. 약식명령을 받았는데 얼마 안에 대응해야 하나요?
A. 약식명령을 고지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벌금형이 확정되어 결격이 현실화되므로 금액보다 기한을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Q. 이미 임용된 뒤에 이런 전과가 드러나면 어떻게 되나요?
A. 경찰공무원법 제27조에 따라 제8조 제2항 각 호에 해당하게 된 경우 당연히 퇴직하게 됩니다. 임용 전에 정확히 확인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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