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건물을 짓고 오랫동안 남의 땅 위에서 사업이나 생활을 해오던 분들이, 지상권 존속기간이 끝나면서 건물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지상권자분들 중 상당수는 “기간이 끝났어도 건물이 이렇게 버젓이 서 있는데 땅 주인이 알아서 사주겠지”, “지상권이 끝나면 건물값은 당연히 받을 수 있다던데”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조치 없이 시간을 보낸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토지 소유자로부터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하라”는 내용증명이 날아오고, 뒤늦게 건물을 사달라고 주장해 보지만 이미 그 권리가 사라진 뒤라는 답을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2023. 4. 27. 선고 2022다306642 판결에서 지상권의 존속기간이 끝난 뒤 지체 없이 갱신을 청구하지 않으면, 건물 매수청구권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판단했습니다. 건물을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분명 법에 있지만, 그 권리에 이르는 순서와 시기를 놓치면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돌려주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지상권 기간이 끝난 뒤 건물을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 어떤 경우에 이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지, 그리고 실제로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지상권 기간이 끝나도 건물이 남아 있다면 토지 소유자에게 매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건물을 사달라는 권리는 민법 제283조가 정한 ‘갱신청구 → 갱신 거절 → 매수청구’의 순서를 밟을 때 생깁니다.
지상권은 타인의 토지에 건물이나 그 밖의 공작물, 수목을 소유하기 위해 그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입니다(민법 제279조). 존속기간은 계약으로 정할 수 있지만, 민법 제280조는 최단 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석조·연와조처럼 견고한 건물이나 수목을 위한 지상권은 30년, 그 밖의 건물은 15년, 건물이 아닌 공작물은 5년보다 짧게 정할 수 없고, 이보다 짧게 정했다면 위 기간까지 늘어납니다. 기간을 아예 정하지 않았다면 이 최단 기간이 그대로 존속기간이 되고, 건물의 종류와 구조를 정하지 않았다면 15년짜리로 봅니다(민법 제281조).
이 기간이 지나 지상권이 소멸했는데도 건물이 현존하고 있다면, 지상권자는 먼저 토지 소유자에게 계약의 갱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283조 제1항). 토지 소유자가 갱신을 원하지 않을 때 비로소 지상권자는 상당한 가액으로 건물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2항). 즉 건물을 사달라는 요구는 기간 만료와 동시에 저절로 생기는 권리가 아니라, 갱신청구와 그에 대한 거절이라는 앞 단계를 거쳐야 하는 권리입니다.
이 매수청구권은 형성권으로 이해됩니다. 지상권자가 매수하라는 의사표시를 토지 소유자에게 도달시키면, 토지 소유자의 승낙이 없어도 그 건물에 관한 매매계약이 성립한 것과 같은 효과가 생깁니다. 다만 ‘건물이 현존한 때’라는 요건이 있으므로, 기간 만료 전에 건물을 이미 철거했거나 멸실된 경우에는 이 권리를 말할 수 없습니다.
지상권이 끝났다고 해서 곧바로 건물값을 받는 것이 아니라, 갱신청구와 거절이라는 순서를 거쳐야 매수청구권이 생깁니다.
2. 갱신청구를 지체 없이 하지 않으면 건물 매수청구권도 함께 사라집니다
시기를 놓친 갱신청구는 효력이 없고, 그러면 매수청구의 문도 닫힙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은 분들이 놓치는 지점이 바로 시기입니다. 대법원은 지상권갱신청구권의 행사는 지상권의 존속기간이 만료된 후 지체 없이 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고(대법원 1995. 4. 11. 선고 94다39925 판결), 이 법리를 이어받아 2023년에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지상권의 존속기간 만료 후 지체 없이 행사하지 아니하여 지상권갱신청구권이 소멸한 경우에는, 지상권자의 적법한 갱신청구권의 행사와 지상권설정자의 갱신 거절을 요건으로 하는 지상물매수청구권은 발생하지 않는다(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2다306642 판결).
이 사건에서는 지상권 존속기간이 만료된 뒤 약 4년이 지나, 소송이 진행되는 도중에 갱신청구와 건물매수청구를 했는데 법원은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토지 소유자가 철거 소송을 제기한 다음에야 “그렇다면 건물을 사달라”고 맞서는 방어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 사건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문제된 사안이지만, 법원이 따진 것은 민법 제283조의 갱신청구권과 매수청구권의 관계였습니다.
따라서 기간 만료일이 다가오면 ‘언제 끝나는지’를 먼저 확정해야 합니다. 설정계약서와 등기부의 존속기간, 위 최단 기간의 적용 여부를 확인하고, 만료 즈음에는 갱신을 청구한다는 점이 날짜와 함께 남도록 내용증명 등 증거가 남는 방식으로 의사를 전해 두어야 합니다. 구두로 “계속 쓰게 해달라”고 말해 둔 정도로는 나중에 다투기 어렵습니다.
기간이 끝났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갱신청구를 지체 없이, 증거가 남는 방식으로 하는 것입니다.
3. 지료를 2년 이상 밀려 지상권이 소멸했다면 건물을 사달라고 할 수 없습니다
기간 만료가 아니라 지료 연체로 지상권이 소멸했다면 매수청구권은 처음부터 인정되지 않습니다.
민법 제287조는 지상권자가 2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지상권설정자가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소멸청구로 지상권이 없어진 경우에는 같은 건물이 남아 있더라도 사정이 완전히 다릅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민법 제283조 제2항 소정의 지상물매수청구권은 지상권이 존속기간의 만료로 인하여 소멸하는 때에 지상권자에게 갱신청구권이 있어 그 갱신청구를 하였으나 지상권설정자가 계약갱신을 원하지 아니할 경우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이므로, 지상권자의 지료연체를 이유로 토지소유자가 그 지상권소멸청구를 하여 이에 터잡아 지상권이 소멸된 경우에는 매수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대법원 1993. 6. 29. 선고 93다10781 판결).
같은 판결은 계약으로 설정한 지상권뿐 아니라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에도 2년분 이상의 지료를 연체하면 소멸청구가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니 기간이 끝나가는 시점에 지료를 밀려 두었다면, 매수청구를 하기 전에 토지 소유자가 소멸청구를 한 것은 아닌지, 연체 기간이 2년분에 이르는지를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지료를 연체한 적이 있다면 기간 만료 전에 정산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매수청구 협상에서 토지 소유자가 가장 먼저 꺼내는 카드가 바로 지료 연체이기 때문입니다.
지료 2년분 연체로 소멸청구를 당하면 건물값을 받을 길이 막히므로, 만료 전 지료 납부 이력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4. 매수 가격은 ‘상당한 가액’이고, 토지 소유자가 먼저 건물을 사겠다고 나설 수도 있습니다
건물을 사든 철거하든, 결국 건물의 가치와 철거 부담을 놓고 값을 정산하게 됩니다.
매수청구가 성립하면 대금은 민법이 정한 ‘상당한 가액’으로 정해집니다. 협의가 되지 않으면 법원이 감정을 통해 건물 현황에 맞는 금액을 정하게 되므로, 건축 시기·구조·관리 상태·위치를 보여주는 자료를 갖춰 두는 편이 유리합니다. 건물이 노후했거나 용도가 제한적이면 금액은 크게 줄 수 있습니다.
반대 방향의 권리도 알아 두어야 합니다. 지상권이 소멸하면 지상권자는 원칙적으로 건물을 수거하고 토지를 원상에 회복해야 하는데(민법 제285조 제1항), 이때 토지 소유자가 상당한 가액을 제공하여 건물의 매수를 청구하면 지상권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절할 수 없습니다(같은 조 제2항). 철거 비용이 큰 건물이라면 토지 소유자가 제시하는 매수가가 오히려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편 설정계약서에 “기간 만료 시 지상권자는 아무 보상 없이 건물을 철거한다”는 특약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민법 제289조는 제280조부터 제287조까지의 규정에 위반하는 계약으로 지상권자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갱신청구권·매수청구권을 배제하는 특약이 있다 해도 그대로 믿고 포기할 일은 아닙니다.
건물을 파는 쪽이든 사는 쪽이든 결국 값의 문제이므로, 건물 가치를 보여주는 자료를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5. 만료 후 분쟁은 갱신청구에서 소송까지 이런 절차로 진행됩니다
만료일 확인과 갱신청구라는 첫 단추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실무에서는 대개 ①만료일과 지료 납부 내역 확인 → ②갱신청구 의사표시(내용증명) → ③토지 소유자가 거절하면 건물 매수청구 의사표시 및 대금 협의 → ④합의가 안 되면 소송(토지가 수원 관내라면 수원지방법원) 순서로 진행됩니다. 토지 소유자가 먼저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 소송을 내는 경우에도, 만료 직후부터 갱신청구와 매수청구의 흔적이 있는지에 따라 방어의 여지가 달라집니다. 매수청구가 이뤄진 뒤 건물 소유권이전등기·인도와 대금 지급은 서로 맞물려 이행되는 것이 일반적인 정산 방식입니다.
지금 상황을 정리하려면 아래 순서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상권설정계약서와 등기부등본으로 존속기간과 만료일, 지료 약정이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지료를 얼마나 납부했고 몇 년분이 밀려 있는지, 토지 소유자가 소멸청구를 한 적이 있는지 내용증명과 입금내역으로 정리합니다.
건물이 현재 그대로 있는지, 건축 시기와 구조·관리 상태를 보여주는 건축물대장·사진·수선 내역을 모아 둡니다.
이 자료를 갖추고 나면 갱신청구서의 문안과 발송 시점, 매수청구로 나아갈지, 철거를 전제로 합의할지 같은 전략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지상권 문제는 “오랜 세월 이 땅에서 살아왔는데 설마 건물까지 내놓으라고 하겠느냐”는 생각 때문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법은 시기를 놓친 권리를 보호해 주지 않습니다.
건물을 가진 지상권자 입장에서는 만료일을 확정하고 갱신청구를 증거가 남는 방식으로 먼저 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지료 납부 이력과 건물 현황 자료가 갖춰질수록 매수가격 협상에서도 힘이 생깁니다.
반대로 토지를 가진 소유자 입장에서도 갱신을 거절하면 건물을 상당한 가액으로 사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고, 지료 연체나 갱신청구 시기 도과 같은 사정이 있는지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집니다.
저는 지상권과 토지 사용을 둘러싼 분쟁에서 건물을 가진 쪽과 토지를 가진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통지를 언제 보냈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기간이 끝났거나 곧 끝난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권리가 남아 있는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상권 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건물값을 받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먼저 갱신을 청구하고, 토지 소유자가 거절했을 때 비로소 상당한 가액으로 건물 매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283조).
Q. 갱신청구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A. 존속기간이 만료된 후 지체 없이 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만료 후 약 4년이 지나 소송 중에 한 갱신청구와 매수청구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Q. 지료를 2년 넘게 못 냈는데 건물을 사달라고 할 수 있나요?
A. 토지 소유자가 지료 연체를 이유로 소멸청구를 해서 지상권이 소멸했다면 매수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연체 기간이 2년분에 이르는지와 소멸청구가 있었는지가 쟁점입니다.
Q. 계약서에 만료 시 건물을 무상으로 철거한다고 적혀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지상권자에게 불리하게 갱신청구권·매수청구권을 배제하는 특약은 민법 제289조에 따라 효력이 없을 수 있습니다. 문구와 경위를 따져 봐야 합니다.
Q. 토지 소유자가 건물을 철거하라고만 하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원칙적으로 지상권이 소멸하면 건물 수거 의무가 생기지만, 갱신청구와 매수청구 요건을 갖췄는지가 대응의 핵심입니다. 요건이 갖춰졌다면 철거 대신 대금을 받는 방향으로 협상할 수 있습니다.
Q. 변호사는 언제 선임하는 것이 좋은가요?
A. 만료일이 다가오거나 지난 직후가 가장 좋습니다. 갱신청구 시기와 방식이 이후의 모든 권리를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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