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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만 하고 돈을 빼돌린 배우자도 친족 특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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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만 하고 돈을 빼돌린 배우자도 친족 특례인가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혼인신고만 마친 상태에서 상대방이 통장의 돈을 빼 가거나, 결혼을 미끼로 목돈을 가져간 뒤 연락을 끊는 사건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고소를 준비하다 보면 “부부 사이 일은 처벌이 안 된다던데”라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반대로 의심받는 쪽에서는 “우린 법적으로 부부이니 가족 돈을 쓴 것뿐이다”, “어차피 나중에 갚으면 되는 돈이다”라는 생각으로 대응을 미루다가 갑자기 경찰 조사 통보를 받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입장이지만, 모두 오래된 친족 특례 규정을 기준으로 상황을 판단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최근 형법이 개정되어 친족 사이 재산범죄의 ‘형 면제’ 규정이 사라지고, 피해자의 고소가 있으면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전제 자체가 더 이상 맞지 않게 된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혼인신고만 한 배우자가 돈을 빼돌린 경우 현재 어떤 법리가 적용되는지, 죄명은 어떻게 갈리는지, 고소는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1. 혼인신고가 되어 있으면 일단 법률상 배우자로 취급됩니다

같이 살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배우자가 아니게 되지는 않습니다.

법률상 혼인은 혼인신고가 수리되면 성립합니다. 따로 살았는지, 혼인식을 올렸는지, 생활비를 같이 썼는지는 일단 별개의 문제입니다. 가족관계등록부에 배우자로 올라 있는 한, 형법의 친족 규정을 볼 때에도 그 사람은 원칙적으로 배우자, 즉 친족으로 취급됩니다. 민법 제777조는 친족의 범위를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그리고 배우자로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신고만 했을 뿐 처음부터 부부로 살 마음이 없었던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민법 제815조 제1호는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를 혼인무효 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체류 자격이나 대출을 위해 형식적으로만 신고했다거나, 돈을 얻어낼 목적으로 혼인신고를 해 달라고 한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는지 문제됩니다. 혼인무효 판결이 확정되면 그 사람은 처음부터 배우자가 아니었던 것으로 다뤄지므로, 친족 사이의 특례도 적용 기반을 잃습니다.

반대로 혼인신고 없이 함께 산 사실혼 배우자는 법률상 배우자가 아니므로 친족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실무의 기본 입장입니다. 따라서 “혼인신고를 했는지”와 “혼인 합의가 실제로 있었는지”, 이 두 가지가 이 유형 사건의 출발점입니다.

법률상 배우자인지, 혼인무효 사유가 있는지가 친족 규정 적용 여부의 출발점입니다.


2. 배우자라도 이제는 형이 면제되지 않고, 고소가 있으면 처벌됩니다

‘형 면제’는 폐지되었고, 친족 사이 재산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가 되었습니다.

예전 형법 제328조 제1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사이의 절도·사기·횡령 등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한다고 정하고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2024. 6. 27. 이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후 입법으로 형 면제 규정을 삭제하고 친족 범위와 관계없이 친고죄로 일원화하는 개정이 이루어졌습니다.

피해자의 친족인 경우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형사소송법」 제224조에도 불구하고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할 수 있다(형법 제328조 제1항).

횡령·배임죄는 형법 제361조가, 사기·공갈죄는 형법 제354조가 이 제328조를 준용합니다. 즉 배우자가 통장의 돈을 임의로 가져간 사건도 피해자가 고소하면 수사와 재판이 진행됩니다. 헌재 결정 이후의 범행에도 개정 취지가 적용되도록 경과 규정과 고소기간 특례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범행 시점이 2024. 6. 27. 전후 어디에 걸리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친고죄에서는 형사소송법 제230조에 따라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할 수 없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의심이 생겼는데도 “부부인데 설마” 하며 시간을 보내면 고소 자체가 막힐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고소가 제기된 뒤 합의가 이루어져 고소가 취소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되므로, 합의의 의미가 일반 재산범죄보다 훨씬 큽니다.

배우자라는 신분은 더 이상 면죄부가 아니며, 대신 고소기간과 고소 취소가 사건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3. 돈을 빼돌린 방식에 따라 횡령·사기·컴퓨터등사용사기로 갈립니다

어떤 죄가 되는지는 ‘누구 명의의 돈인지’와 ‘어떻게 가져갔는지’로 결정됩니다.

부부 사이라고 해서 모든 재산이 공동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830조 제1항은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각자의 특유재산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방 명의 예금이나 상대방이 혼인 전부터 모아 둔 돈은 배우자에게도 ‘타인의 재물’이 될 수 있습니다.

첫째, 돈을 맡아 관리하던 배우자가 임의로 쓴 경우입니다. 맡긴 통장이나 현금을 보관하던 사람이 이를 사적으로 쓰면 형법 제355조 제1항의 횡령이 문제되고, 사업 자금처럼 업무로 관리했다면 제356조의 업무상횡령이 적용됩니다. 이때 “나중에 채워 넣으려 했다”는 사정은 방어가 되지 못합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둘째, 결혼을 약속하거나 혼인신고를 해 주겠다며 돈을 받아낸 경우입니다. 처음부터 갚을 의사나 혼인 의사 없이 상대를 속여 돈을 받았다면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가 문제됩니다. 이때 핵심은 돈을 받은 시점에 속일 의사가 있었는지이며, 이는 이후 연락 두절 여부, 받은 돈의 사용처, 혼인 전후 말과 행동의 차이 같은 간접 사실로 입증합니다.

셋째, 상대방의 비밀번호나 공동인증서·OTP를 알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허락 없이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경우입니다. 이처럼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해 이체하는 행위는 형법 제347조의2의 컴퓨터등사용사기로 의율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비밀번호를 알려 준 것이 이체까지 허락한 것은 아니므로, 허락의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같은 ‘돈을 빼돌렸다’는 사실이라도 보관 여부, 기망 시점, 이체 권한에 따라 적용 죄명이 달라집니다.


4. 빼돌린 금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배우자 사이라도 형량 구간은 일반 재산범죄와 같고, 금액이 크면 특경법이 적용됩니다.

횡령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업무상횡령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사기와 컴퓨터등사용사기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친족 관계라는 이유로 법정형이 낮아지지는 않습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혼인 기간 동안 여러 차례에 나누어 이체한 금액은 하나의 범죄로 합산될 수 있으므로, 건별 금액이 작다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다만 실제 양형에서는 혼인 관계의 실태, 피해자와의 합의, 반환 여부, 범행 경위가 크게 영향을 줍니다. 친고죄이기 때문에 합의로 고소가 취소되면 처벌 자체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형량뿐 아니라 협상 시점과 방법도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장 접수 전 자료 정리와 고소기간 확인이 사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공소청(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공소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금액이 크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돈을 빼돌렸다는 의심이 든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1. 혼인관계증명서와 혼인 경위를 보여 주는 대화 기록을 확보해 법률상 배우자 여부, 혼인무효 사유 유무를 먼저 확인합니다.

  2. 피해 계좌의 전체 거래내역을 발급받아 이체 일시·금액·수취 계좌를 표로 정리하고,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의 고소기간 기산점을 확인합니다.

  3. 비밀번호 공유 경위, 이체 허락 여부, 사용처에 관한 문자·메신저 기록을 보존하고, 필요하면 혼인무효 소송과 반환 청구를 함께 검토합니다.

형사 고소와 함께 민사상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같이 진행하면 수사 기록이 입증자료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실제 회수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배우자가 연루된 돈 문제는 “그래도 부부인데”라는 마음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고소기간은 흐르고, 계좌 거래내역과 대화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확보하기 어려워집니다.

돈을 빼앗긴 쪽이라면 혼인 경위와 이체 내역을 먼저 정리해 어떤 죄명으로 고소할지, 혼인무효까지 함께 다툴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이 판단이 늦어질수록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반대로 의심받는 쪽이라면 “부부 사이니까 문제없다”는 생각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실제 허락이 있었는지, 돈의 성격이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리며, 합의 시점과 방식도 중요합니다.

저는 재산범죄 사건에서 고소하는 쪽과 고소당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 순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고소기간과 합의 시점이 결과를 좌우하는 사건인 만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혼인신고만 했고 같이 산 적이 없어도 배우자로 보나요?

A. 혼인신고가 수리되어 있으면 일단 법률상 배우자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혼인 합의가 없었다면 민법 제815조에 따라 혼인무효 사유가 될 수 있고, 무효 판결이 확정되면 처음부터 배우자가 아니었던 것으로 봅니다.

Q. 배우자 돈을 가져가면 아직도 처벌이 안 되나요?

A. 아닙니다. 친족 사이 재산범죄의 형 면제 규정은 폐지되었고, 피해자의 고소가 있으면 수사와 재판이 진행됩니다.

Q. 고소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A. 친고죄이므로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안에 해야 합니다. 헌재 결정 이후 범행에 관한 경과 규정과 특례가 있어 기산 시점은 사건별로 따져 봐야 합니다.

Q. 고소한 뒤 합의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친고죄에서는 고소가 취소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다만 취소 후에는 다시 고소할 수 없으므로 합의 조건을 서면으로 분명히 해야 합니다.

Q. 비밀번호를 알려 줬는데 이체한 것도 죄가 되나요?

A. 비밀번호를 알려 준 것이 이체까지 허락한 것은 아닙니다. 허락 범위를 넘어 이체했다면 컴퓨터등사용사기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사실혼 배우자의 경우는 어떤가요?

A. 사실혼 배우자는 법률상 배우자가 아니어서 친족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친고죄가 아니라 일반 재산범죄로 다뤄집니다.

Q. 형사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를 같이 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 사건의 수사 기록이 부당이득 반환청구의 입증자료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병행 전략이 회수에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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