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손이 닿은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는 상담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실제로 신체에 닿은 경우도 있지만, 손을 뻗었다가 멈췄을 뿐 닿지는 않았다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은 “만지려고 했을 뿐 실제로 만지지는 않았다”, “마음을 고쳐먹고 바로 그만뒀으니 미수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가 시작되면 “닿지 않았으니 괜찮다”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반대로 어떤 사정이 있어야 처벌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첫 진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추행의 고의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면 신체에 닿지 않았더라도 강제추행미수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반면 지하철 같은 공중밀집장소의 추행을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미수범 처벌 규정이 따로 없어 어떤 죄명으로 다루어지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아래에서는 지하철에서 만지려다 그만둔 경우 어떤 법리로 처벌 여부가 정해지는지, 그리고 중지미수와 양형에서 무엇을 다툴 수 있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미수는 ‘실행에 착수했는지’가 기준이며, 마음먹은 것만으로는 처벌되지 않습니다
범행을 마음먹거나 준비한 단계와, 실행에 착수한 단계는 법적으로 전혀 다릅니다.
형법 제25조 제1항은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종료하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때를 미수범이라 하고, 같은 조 제2항은 미수범의 형을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는 형법 제300조에 따라 미수범도 처벌합니다. 따라서 “만지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처벌 대상에서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처벌되는 것은 ‘실행에 착수한’ 경우이고, 단순히 만질 생각을 품었거나 피해자 가까이 서 있었던 정도는 실행의 착수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지하철에서 상대방 곁에 서서 마음속으로 망설이다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내렸다면, 추행의 고의를 입증할 객관적 행위 자체가 없어 수사기관이 사건을 입건하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쟁점은 손을 뻗거나 몸을 밀착하는 등 구체적 동작이 있었는지, 그 동작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로 평가되는지입니다. 이 선을 어디에 긋느냐에 따라 같은 상황이 ‘무혐의’가 될 수도, ‘강제추행미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미수는 닿았는지가 아니라 실행에 착수했는지로 갈리며, 마음먹거나 준비한 단계는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2. 신체에 닿지 않았어도 갑자기 손을 뻗었다면 기습추행의 미수가 될 수 있습니다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인 ‘기습추행’은 손이 닿기 전 동작에서 실행의 착수가 인정됩니다.
강제추행죄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을 제압할 정도일 필요가 없고,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로 평가되는 경우도 포함됩니다. 흔히 말하는 기습추행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지하철에서 갑자기 엉덩이나 허벅지 쪽으로 손을 뻗는 행동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대법원은 이 법리를 미수 단계에도 그대로 적용합니다. 밤길에서 혼자 걸어가던 피해자를 뒤따라가 껴안으려 했으나, 피해자가 뒤돌아보며 소리치자 몇 초간 쳐다보다 돌아간 사안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추행의 고의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 즉 폭행행위를 하여 실행행위에 착수하였으나 추행의 결과에 이르지 못한 때에는 강제추행미수죄가 성립하며, 이러한 법리는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980 판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고인의 팔이 피해자의 몸에 닿지 않았더라도, 양팔을 높이 들어 갑자기 뒤에서 껴안으려는 행위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이고 그 시점에 기습추행의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닿지 않았다”는 항변은 미수가 성립하느냐의 문제에서 결정적인 방어 논리가 되지 못합니다.
다만 이 판례가 곧바로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손이 어디를 향했는지, 피해자와의 거리는 어느 정도였는지, 혼잡한 차내에서 우연히 스친 것과 구별되는지가 사건마다 따져집니다. 추행의 고의가 있었는지는 결국 CCTV 영상, 승하차 동선, 손의 움직임 같은 객관적 정황으로 판단됩니다.
닿지 않았다는 사정은 미수 성립을 막지 못하고, 손을 뻗은 동작의 방향과 의도가 실제 쟁점이 됩니다.
3. 지하철에서는 성폭력처벌법 제11조가 먼저 문제되는데, 이 죄에는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미수 규정이 없지만, 검사는 강제추행미수를 예비적으로 함께 기소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법 제15조가 미수범을 처벌하는 조문은 제3조부터 제9조까지, 제14조, 제14조의2 및 제14조의3이고 제11조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제11조의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기수가 되지 않으면 미수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이 죄의 기수 시기가 생각보다 빠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지하철에서 피해자의 등 뒤에 밀착하여 성기 부위를 엉덩이에 붙이고 앞으로 내미는 행위가 문제된 사건에서 다음과 같이 보았습니다.
이 죄가 기수에 이르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할 만한 행위로서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행위자가 대상자를 상대로 실행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행위자의 행위로 말미암아 대상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반드시 실제로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5도7102 판결 취지).
즉 피해자가 그 순간 불쾌감을 느끼지 못했거나 알아채지 못했더라도, 객관적으로 추행에 해당하는 행위를 상대방에게 실행했다면 이미 기수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위 사건에서는 공중밀집장소추행이 주위적 공소사실이었고 강제추행미수가 예비적 죄명으로 함께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실무에서 검사가 기수 여부가 불확실한 사건에 두 죄명을 함께 올리는 방식이 쓰이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제11조에는 미수 규정이 없으므로, 접촉 이전 단계에서 멈춘 행위가 공중밀집장소추행으로 처벌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때 수사기관은 형법상 강제추행미수로 방향을 틀 수 있는데, 앞서 본 대로 기습추행에 해당하는 폭행행위가 있었는지를 별도로 입증해야 합니다. 따라서 어떤 죄명으로 입건되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제11조는 미수범 규정이 없고 기수 시기가 빠르므로, 죄명에 따라 방어의 초점이 달라집니다.
4. 스스로 그만두었다면 중지미수로 형이 감경되거나 면제될 수 있지만, ‘자의’여야 하고 처벌 수위도 죄명에 따라 달라집니다
중지미수는 자기 의사로 멈춘 경우에만 인정되고, 발각이 두려워 멈춘 경우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형법 제26조는 범인이 실행에 착수한 행위를 자의로 중지한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일반 미수(형법 제25조 제2항)가 ‘감경할 수 있다’는 임의적 감경인 것과 달리, 중지미수는 감경 또는 면제가 반드시 이루어지는 필요적 감면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그만뒀다”는 사정은 방어에서 매우 중요한 주장입니다.
문제는 ‘자의’의 판단입니다. 법리상 자의로 중지한 것은 뉘우침이나 동정심처럼 스스로의 내적 동기로 멈춘 경우를 말하고, 피해자가 뒤돌아보거나 소리쳤기 때문에, 또는 주변 승객이 쳐다봐서 발각될까 두려워 멈춘 경우는 외부 장애 때문에 완성하지 못한 장애미수로 봅니다. 앞서 본 2015도6980 사건도 피해자가 뒤돌아보며 소리치는 바람에 결과에 이르지 못한 경우였고, 대법원은 이를 일반 미수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마음을 고쳐먹고 그만뒀다”는 주장은 말만으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차내 CCTV에서 손을 거둔 시점이 피해자나 주변의 반응보다 앞섰는지, 그 직후 행동이 어땠는지 같은 객관적 사정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자의성 판단은 조사 단계에서 진술이 어떻게 기록되느냐에 크게 좌우되므로, 첫 진술에서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지미수는 필요적 감면이지만, 외부 사정 때문에 멈춘 경우는 자의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한편 처벌 수위는 죄명과 기수·미수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적용 가능한 죄명별 법정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미수에 그치면 형법 제25조 제2항에 따라 기수보다 감경할 수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1조의 공중밀집장소추행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실제 처벌 수위는 법정형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접촉의 부위와 정도, 행위가 한 번에 그쳤는지, 피해자와의 합의 또는 처벌불원 여부, 동종 전력 유무, 수사 협조와 반성 정도가 양형에서 함께 고려됩니다. 이 중 합의와 처벌불원 의사는 시기를 놓치면 얻기 어려우므로 가급적 기소 전 단계에서 변호인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같은 행위라도 어떤 혐의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검찰의 처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접촉 사실이 불분명하고 우연한 접촉 가능성이 있다면 고의 부인 사건으로, 접촉은 없고 손을 뻗었다가 멈춘 사건이라면 미수와 중지미수를 다투는 사건으로 방향이 나뉩니다. 방향을 일찍 정할수록 불리한 진술을 줄일 수 있습니다.
5. 조사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첫 피의자 조사 전에 영상과 동선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지하철 추행 사건은 통상 ①지하철경찰대 또는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의 신고 접수와 현장 조치 → ②피해자 진술 청취와 피의자 조사, 차내 CCTV 확인 → ③공소청(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공소청) 송치 및 기소 여부 판단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현장에서 경찰에 인계되었다면 조서에 남는 첫 진술이 이후 전체 방향을 정하게 됩니다.
손이 닿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경우일수록 아래 순서로 자료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칸, 어느 역 구간이었는지와 당시 서 있던 위치, 손의 위치를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교통카드·승하차 기록을 확인합니다.
차내 CCTV 보존기간이 짧으므로 영상이 삭제되기 전에 변호인을 통해 수사기관에 확보를 요청합니다.
입건된 죄명이 강제추행(미수)인지 공중밀집장소추행인지 확인한 뒤, 고의 부인·미수·중지미수 중 어느 쟁점으로 대응할지 정합니다.
이렇게 쟁점을 정해 놓으면 경찰 조사에서 불필요한 인정이나 모호한 답변을 하지 않을 수 있고, 피해자와의 합의 협의도 같은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지하철 추행 사건은 “닿지도 않았는데 설마”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첫 진술이 조서에 남고 영상 보존기간이 지나고 나면, 나중에 바로잡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의심받는 입장에서는 닿았는지 여부보다 손을 뻗은 동작이 어떻게 평가되는지, 스스로 멈춘 것인지 외부 요인 때문에 멈춘 것인지가 핵심입니다. 반대로 피해를 호소하는 입장에서도 접촉이 없었다고 하여 사건이 성립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어떤 증거로 유형력의 행사를 입증할지 정리해야 합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혐의를 받는 분과 피해를 입은 분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장면이 죄명과 쟁점 설정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상황이 애매하다고 느껴지는 지금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첫 조사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손을 뻗었다가 닿기 전에 거뒀습니다. 이것도 처벌되나요?
A. 추행의 고의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면 강제추행미수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손의 방향과 거리, 우연한 동작과의 구별 여부는 CCTV 등으로 따져집니다.
Q. 지하철 추행은 어떤 법으로 처벌되나요?
A. 접촉이 있었다면 성폭력처벌법 제11조(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가 주로 적용되고, 폭행이 인정되는 사안은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이 문제됩니다. 검사가 두 죄명을 함께 기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공중밀집장소추행은 미수로 처벌되지 않는다는데 사실인가요?
A. 성폭력처벌법 제15조의 미수범 처벌 대상에 제11조가 들어 있지 않은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같은 행위가 형법 강제추행미수로 다시 평가될 수 있으므로 안심할 수 없습니다.
Q.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끼지 못했다면 성립하지 않나요?
A. 아닙니다. 대법원은 객관적으로 추행에 해당하는 행위를 상대방에게 실행했다면 피해자가 실제로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Q. 스스로 그만뒀다고 주장하면 중지미수가 되나요?
A. 중지미수는 자의로 중지한 경우에만 인정되며 형이 감경 또는 면제됩니다. 피해자의 시선이나 주변 반응 때문에 멈춘 경우는 자의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객관적 자료가 필요합니다.
Q.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합의가 곧 무혐의를 뜻하지는 않지만, 처벌불원 의사와 합의 사실은 양형에서 중요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기소 전에 진행할수록 효과가 큽니다.
Q.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하나요?
A. 첫 피의자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에서 접촉 여부와 중단 경위가 어떻게 기록되느냐가 이후 쟁점 전체를 좌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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