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노후 주거지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위원회가 꾸려지고, 집 앞에 “조합 설립 동의서를 받으러 왔다”는 안내문이 붙는 일이 흔해졌습니다.
제가 상담한 소유자분들 중 상당수는 “나는 살던 집에서 계속 살고 싶어서 동의서에 도장을 안 찍었으니 괜찮겠지”, “동의 안 하면 사업이 안 되겠지”라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웃 소유자들이 법정 동의 비율을 채워 조합이 설립되고 나면, 어느 날 조합 명의의 “동의 여부를 회답해 달라”는 서면이 내용증명으로 도착하고, 회답하지 않은 채 두 달이 지나 소유권을 넘기라는 소장까지 받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법원과 실무는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았더라도 법정 동의 비율이 충족되면 소유권을 시가로 넘겨야 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집을 뺏기는 것’이 아니라 절차와 시가 보상이 따르는 매도청구이고, 그 과정에서 소유자가 다툴 수 있는 지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동의하지 않으면 어떤 절차로 소유권을 잃게 되는지, 그 보상은 어떻게 정해지는지, 그리고 어느 단계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동의하지 않아도 법정 동의 비율이 차면 조합은 설립됩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전원 동의가 아니라 4분의 3 이상 동의로 조합이 만들어집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소규모주택정비법)에 따라 가로구역에서 종전의 가로를 유지하면서 소규모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입니다. 같은 법 제23조 제1항은 조합을 설립하려면 토지등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의 3분의 2 이상의 토지소유자 동의를 받아 창립총회를 열고 시장·군수·구청장의 인가를 받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추가 요건이 붙습니다. 사업시행구역에 공동주택이 있으면 각 동별 구분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동별 구분소유자가 5명 이하인 경우는 제외)가, 그 밖의 토지나 건축물은 해당 토지·건축물이 소재하는 전체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 토지소유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 요건들이 모두 채워지면 반대하는 소유자가 있어도 조합설립 인가 자체는 가능합니다.
또 하나 유의할 점은, 토지등소유자가 20명 미만인 소규모 구역에서는 같은 법 제22조 제1항에 따라 조합 대신 토지등소유자 전원의 합의로 주민합의체를 구성하는 방식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한 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주민합의체를 구성할 수 없으므로, 내가 속한 구역이 조합 방식인지 주민합의체 방식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동의서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사업이 멈추지는 않으며, 법정 동의 비율이 차는지가 출발점입니다.
2. 동의하지 않은 소유자에게는 조합이 먼저 서면으로 회답을 촉구합니다
촉구서를 받고 60일 안에 회답하지 않으면 ‘동의하지 않는다’고 회답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소규모주택정비법 제35조 제1항에 따라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사업시행자는 같은 법 제26조에 따른 심의 결과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자에게 동의할지 여부를 회답하라고 서면으로 촉구해야 합니다. 이 촉구를 받은 소유자는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회답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위험한 오해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답장을 안 하면 아무 일도 없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같은 조 제4항은 기간 안에 회답하지 않은 소유자를 동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회답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침묵은 반대 의사로 확정되고, 이때부터 매도청구의 길이 열립니다.
반대로 이 촉구 절차가 법에서 정한 방식과 기한을 지켜 이루어졌는지는 이후 매도청구소송에서 다툴 수 있는 쟁점입니다. 촉구서가 누구 명의로, 언제, 어떤 내용으로 발송되었는지, 심의 결과를 받은 날 기준 30일 안에 이루어졌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사업시행자는 제3항에 따른 기간이 만료된 때부터 60일 이내에 주민합의체 구성, 조합설립 또는 사업시행자 지정에 동의하지 아니하겠다는 뜻을 회답한 토지등소유자와 건축물 또는 토지만 소유한 자에게 건축물 또는 토지의 소유권과 그 밖의 권리를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제35조 제5항).
이 조항에서 보듯 매도청구에도 회답기간 만료 후 60일 이내라는 기한이 있습니다. 조합이 이 기한을 넘겨 청구한 경우 그 효력이 문제될 수 있으므로, 날짜 계산은 변호사와 함께 꼼꼼히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촉구서에 대한 침묵은 곧 반대 회답이 되고, 이후의 모든 일정은 그 날짜를 기준으로 흘러갑니다.
3. 집을 ‘뺏기는’ 것이 아니라 시가로 소유권을 넘기는 매도청구입니다
매도청구는 소송 절차를 거쳐 시가를 받고 소유권을 넘기는 제도이지, 일방적 몰수가 아닙니다.
매도청구는 조합이 일방적으로 소유권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조합이 소유자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소유자가 소송에서 법정 요건의 흠을 다투지 못하면 법원은 시가를 기준으로 소유권 이전을 명하게 됩니다.
이때 핵심은 ‘시가’가 무엇이냐입니다. 대법원은 재건축 결의 후 불참자에게 행사된 매도청구 사안에서, 시가를 노후 건물을 전제로 한 현재의 거래가격이 아니라 재건축이 이루어질 것을 전제로 평가한 가격으로 보았고, 이 가격에는 재건축으로 인하여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발이익이 포함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96. 1. 23. 선고 95다38172 판결). 헌법재판소도 시가에 개발이익이 포함된다는 점을 전제로 관련 조항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헌법재판소 2012. 12. 27. 선고 2012헌바27 등 결정).
소규모주택정비사업에서 이 법리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사안마다 감정평가 방식에 따라 금액 차이가 크게 날 수 있습니다. 조합이 제시하는 감정가가 사업 완료 후의 가치를 반영하지 않은 낮은 금액이라면, 법원 감정을 통해 시가를 다시 정하도록 다툴 수 있습니다.
또한 같은 법 제35조의2에 따른 수용은 소규모재개발사업 또는 가로주택정비사업 가운데 시장·군수등 또는 공공시행자가 관리지역에서 시행하는 경우로 한정됩니다. 일반 민간 조합이 시행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수용이 아니라 매도청구 방식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조합이 소유권을 가져가려면 소송과 시가 보상을 거쳐야 하고, 그 시가의 평가 방식이 가장 큰 다툼거리입니다.
4.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현금청산과 매도청구가 이어집니다
조합설립에 동의했더라도 분양신청을 하지 않으면 손실보상 협의와 매도청구소송 대상이 됩니다.
조합설립에 동의했다고 해서 끝까지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같은 법 제36조 제1항은 사업시행계획이 인가·고시된 날부터 90일 이내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자, 분양신청기간 종료 전에 분양신청을 철회한 자,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분양대상에서 제외된 자와 손실보상 협의를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협의가 성립하지 않으면 사업시행자는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협의기간 만료일 다음 날부터 60일 이내에 수용재결을 신청하거나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이 기한을 넘기면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사업시행자는 지연일수에 따른 이자를 지급해야 하므로, 소유자 입장에서는 조합이 일정을 지켰는지 확인할 실익이 있습니다.
사용·수익 문제도 있습니다. 소규모주택정비법 제37조 제1항은 사업시행계획이 인가되면 이전고시가 있는 날까지 종전의 토지나 건축물을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다고 정하면서도,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에는 예외로 두고 있습니다. 즉 보상이 끝나기 전에는 곧바로 집을 비우라고 요구하기 어렵습니다.
세입자가 있다면 같은 법 제38조에 따라 사업 시행으로 임대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보증금 반환청구는 사업시행자에게 할 수 있습니다. 소유자는 임차인 문제까지 함께 정리해야 하므로 시기를 미리 계산해 두어야 합니다.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분양을 받지 않는 선택은 결국 현금청산 협의와 매도청구소송으로 이어집니다.
5. 매도청구소송은 이런 순서로 진행되고, 대응은 촉구서를 받은 때부터 시작됩니다
촉구서 수령 단계에서 자료를 정리해 두는 것이 소송 결과를 좌우합니다.
가로주택정비사업 분쟁은 통상 ①관할 구청(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시 각 구청)의 조합설립 인가·고시 → ②조합의 회답 촉구서 발송 → ③회답기간 경과 후 조합의 매도청구소송 제기(부동산 소재지 관할인 수원지방법원 등) → ④감정평가를 통한 시가 결정과 판결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소송 단계에서는 법원이 선정한 감정인의 시가 평가가 금액을 사실상 좌우합니다.
촉구서나 소장을 받았다면 다음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합설립인가 고시 내용과 동의서 징구 현황을 확인해, 4분의 3 이상·토지면적 3분의 2 이상, 동별 과반수 등 법정 동의 요건이 실제로 충족되었는지 살펴봅니다.
촉구서의 발송 시기와 방식을 확인해, 심의 결과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회답기간 60일 및 매도청구 제기 기한 60일이 지켜졌는지 날짜를 계산합니다.
조합이 제시한 감정가의 산정 방식을 확인해, 사업 완료를 전제로 한 시가인지, 개발이익이 반영되었는지 비교합니다.
이러한 확인을 바탕으로 소송 전 협의에서 보상 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지, 아니면 동의 요건의 흠을 다투는 것이 유리한지 방향을 정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재개발·재건축 분쟁은 “어차피 다수결인데 내가 뭘 할 수 있겠나”라는 체념 때문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회답기간 60일, 매도청구 제기 기한 60일처럼 법이 정한 기한과 요건은 소유자에게도 중요한 방어 수단입니다.
사업에 반대하는 소유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거부보다 동의 요건과 절차의 흠, 그리고 시가 산정의 적정성을 점검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촉구서와 인가 고시, 동의서 내역 같은 서류가 쌓일수록 협의와 소송 모두에서 선택지가 넓어집니다.
반대로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이나 찬성 소유자 입장에서도 촉구 시기와 매도청구 기한을 놓치면 지연이자와 사업 지연이라는 부담을 지게 됩니다. 절차를 정확히 지켜야 사업도 안정적으로 진행됩니다.
저는 부동산 분쟁에서 소유권을 지키려는 쪽과 사업을 진행하려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날짜 하나와 동의 비율 하나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촉구서를 받았다면 지금이 대응 시점입니다. 기한이 지나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동의서를 한 번도 내지 않았는데 조합이 설립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소유자 4분의 3 이상, 토지면적 3분의 2 이상 등 법정 요건이 충족되면 반대하는 소유자가 있어도 조합설립 인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토지등소유자가 20명 미만이라 주민합의체 방식이면 전원 합의가 필요합니다.
Q. 조합에서 온 회답 촉구서를 무시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촉구를 받은 날부터 60일 안에 회답하지 않으면 동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회답한 것으로 봅니다. 이후 조합은 기간 만료 후 60일 이내에 매도청구를 할 수 있으므로 가만히 있는 것이 유리하지 않습니다.
Q. 매도청구를 당하면 얼마를 받나요?
A. 소송에서 법원이 감정인의 평가를 거쳐 시가를 정합니다. 대법원은 재건축 사안에서 시가에 개발이익이 포함된다고 보았으므로, 조합이 제시한 금액이 낮다면 감정 과정에서 다툴 수 있습니다.
Q. 민간 조합이 시행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도 강제 수용이 되나요?
A. 수용은 가로주택정비사업 중 시장·군수등이나 공공시행자가 관리지역에서 시행하는 경우로 한정됩니다. 일반 민간 조합은 수용이 아니라 매도청구소송으로 소유권을 가져갑니다.
Q. 조합설립에 동의했다가 분양신청을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사업시행계획 인가·고시일부터 90일 이내에 손실보상 협의가 이루어지고, 협의가 안 되면 조합은 이후 60일 이내에 수용재결 신청 또는 매도청구소송을 해야 합니다. 조합이 이 기한을 넘기면 지연이자를 부담하게 됩니다.
Q. 소송이 시작되면 바로 집을 비워야 하나요?
A. 아닙니다. 사업시행계획 인가 후에도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않았다면 사용·수익 제한의 예외가 적용됩니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는 보상 절차의 진행에 따라 달라지므로 일정 확인이 필요합니다.
Q. 변호사는 언제 선임하는 것이 좋을까요?
A. 촉구서를 받은 직후가 가장 좋습니다. 회답기간과 매도청구 기한이 모두 짧아, 초기에 동의 요건과 절차의 흠을 점검해야 대응 폭이 넓어집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