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손해를 알면서 손 놓고 있던 임원도 배임인가요 | 횡령/배임 | 로톡
회사 손해를 알면서 손 놓고 있던 임원도 배임인가요
법률가이드
횡령/배임

회사 손해를 알면서 손 놓고 있던 임원도 배임인가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회사가 입은 손해가 뒤늦게 드러나면서, 직접 돈을 빼 간 사람이 아니라 그 사실을 알고도 가만히 있던 임원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고소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임원분들 중 상당수는 “내가 직접 결재한 것도 아니고 담당은 따로 있었다”, “대표가 하는 일이라 내가 말릴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는 생각으로 문제를 알면서도 넘어간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회사 손해가 확정되고 수사가 시작되면 “몰랐다”는 말은 통하지 않고, 언제 무엇을 알았는지를 보여주는 메일과 메신저 기록이 오히려 불리한 증거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법원은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은 것, 즉 부작위도 배임죄의 임무위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방치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어떤 요건이 갖춰질 때 임원의 방치가 배임이 되는지를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아래에서는 회사 손해를 알면서 방치한 임원이 어떤 경우에 배임죄로 처벌될 수 있는지, 그리고 조사를 앞두고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임원의 방치도 배임죄의 임무위배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배임죄는 ‘무엇을 했는가’뿐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는가’도 따집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를 배임으로 처벌합니다. 여기서 ‘행위’에는 작위뿐 아니라 부작위도 포함됩니다. 형법 제18조는 위험 발생을 방지할 법률상 의무가 있는 사람이 방지하지 않은 때에도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임원은 회사와 위임 관계에 있고, 상법상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집니다. 이사회 구성원인 이사는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을 감시할 의무도 있습니다. 회사의 재산상 손해를 막을 수 있는 위치에서 그 손해를 알게 되었다면,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거나 중단시키는 것이 임원의 임무에 속합니다.

그래서 “내가 직접 한 일이 아니다”라는 말은 배임을 부정하는 논거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직접 지시나 결재가 없더라도, 손해를 막을 의무와 권한이 있는 임원이 알면서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가 임무위배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임원이 손해를 막을 의무와 권한이 있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도 임무위배가 될 수 있습니다.


2. 모든 방치가 배임은 아니고, ‘알았는지’와 ‘막을 수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인식과 회피 가능성이 없으면 방치는 형사 문제가 아니라 민사 책임의 문제입니다.

배임죄는 고의범입니다. 형법상 과실로 인한 배임은 처벌하지 않으므로, 임원이 손해 상황을 몰랐거나 알 수 없었다면 감시를 소홀히 한 점이 있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는 상법 제399조(회사에 대한 책임)와 제401조(제3자에 대한 책임)의 손해배상 문제로 다뤄집니다.

수사기관은 이 고의를 대개 간접사실로 입증합니다. 손해 관련 내용이 담긴 보고 메일을 수신했는지, 이사회 안건에 올라왔는지, 결재 라인에 포함돼 있었는지, 문제를 지적받은 뒤에도 같은 상황이 계속됐는지가 중심 자료입니다. 반대로 방어 측에서는 그 보고를 실제로 열람하지 못한 사정, 권한 밖의 업무였다는 사정, 이의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사정을 객관적 기록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또 하나의 쟁점은 막을 수 있었는지입니다. 이사 한 명이 반대한다고 해서 대표의 결정을 뒤집을 수는 없지만, 이사회 소집 요구나 감사에 대한 보고, 반대 의사의 기록 같은 수단이 있었는데도 전혀 쓰지 않았다면 “할 수 있는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커집니다.

민사 영역에서도 대법원은 이사가 다른 이사의 위법한 업무집행을 알고도 방치한 경우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2다60467 판결 등). 형사에서는 여기에 더해 고의와 불법이득 또는 제3자 이득의 요건이 필요합니다.

알지 못했다면 형사처벌이 어렵지만, 알고도 막을 수단을 쓰지 않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3. “나는 이득을 본 게 없다”는 항변은 제3자 이득이 있으면 통하지 않습니다

배임죄의 이득은 본인의 이득뿐 아니라 제3자의 이득도 포함합니다.

임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항변은 “나는 한 푼도 받은 게 없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형법 제355조 제2항은 임무위배로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를 모두 포함합니다. 방치로 인해 대표의 친족 회사나 거래 상대방이 이득을 보고 그만큼 회사가 손해를 봤다면, 방치한 임원 본인에게 이득이 없어도 이 요건은 충족될 수 있습니다.

손해의 의미도 넓게 봅니다. 재산상 손해에는 현실적으로 손실이 발생한 경우뿐 아니라 재산상 실해가 발생할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채권을 회수하지 않고 소멸시효가 지나도록 둔 경우, 담보를 해제해 주도록 방치한 경우처럼 장래의 손실 위험이 현실화된 상황도 쟁점이 됩니다.

반면 경영상 판단이었다는 항변은 별개로 평가됩니다.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회사의 이익을 위해 성실하게 내린 판단이었다면 결과적으로 손해가 났다고 해서 곧바로 배임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손해를 알면서도 특정인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판단을 보류한 것이라면 경영판단으로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본인에게 이득이 없어도, 제3자에게 이득이 돌아갔다면 배임의 요건은 충족될 수 있습니다.


4. 손해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지고, 업무상배임이 적용됩니다

임원은 업무상 임무를 지므로 단순 배임이 아닌 업무상배임으로 처벌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그런데 회사 임원처럼 업무상 임무를 맡은 사람이 배임을 저지르면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배임이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이득액이 커지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됩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이 무거워집니다. 방치 사건에서는 누가 얼마의 이득을 얻었는지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아, 이득액 산정을 둘러싼 다툼이 양형의 핵심이 됩니다.

방치 기간 동안 반복된 손해는 하나의 범죄로 묶여 합산될 수 있으므로, 개별 건은 소액이어도 누적 금액이 구간을 넘길 수 있습니다. 한편 임원이 방치에 그쳤고 직접 이득이 없었다면, 공범인 대표나 담당자와의 역할 차이는 양형에서 중요한 참작 사정입니다.

회사 임원은 업무상배임이 적용되고, 손해액이 5억원을 넘으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갑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방치 사건의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첫 조사 전에 내가 알았던 시점과 취한 조치를 기록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임원 배임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회사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공소청(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공소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손해액이 큰 사건은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유형은 진술이 곧 증거가 되기 때문에, 조사에 앞서 다음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손해와 관련된 보고서·메일·메신저 내용 중 내가 수신하거나 열람한 것이 무엇인지, 그 시점이 언제인지 먼저 정리합니다.

  2. 내가 이의를 제기했거나 이사회·감사에 보고한 기록이 있는지, 반대로 아무 조치도 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3. 내 직무 범위와 결재 권한이 정관·직제규정·위임전결표에 어떻게 정해져 있었는지 대조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형사 대응과 함께 회사의 상법상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방어까지 한 번에 설계하면, 형사 결과와 민사 결과가 엇갈리는 상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임원 사이의 문제는 “내가 나서면 분위기만 나빠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이에 손해는 커지고, 기록은 쌓입니다.

회사 손해를 확인하고 고소를 준비하는 쪽에서는 누가 언제 무엇을 알았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를 먼저 확보해야 하고, 반대로 방치를 이유로 의심받는 임원 입장에서도 몰랐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으며, 알았던 시점과 취한 조치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회사 자금과 임무 관련 분쟁에서 문제를 제기한 쪽과 의심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사실관계도 정리 방식과 법리 선택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담당 업무가 아니었는데도 임원이라는 이유로 배임이 되나요?

A. 임원이라는 지위만으로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손해를 막을 권한과 의무가 있었는지, 그 사실을 알았는지가 함께 판단됩니다.

Q. 손해를 뒤늦게 알았다면 처벌되나요?

A. 배임죄는 고의범이라 알지 못한 상태의 방치는 형사처벌이 어렵습니다. 다만 상법상 손해배상 책임은 별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이사회에서 반대 의견을 냈는데도 책임이 있나요?

A. 반대 의견을 남긴 기록은 중요한 방어 자료입니다. 상법은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이사에게 책임을 묻고, 의사록에 이의를 남기지 않은 이사는 찬성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Q. 저는 이득을 본 것이 없는데도 배임이 되나요?

A. 제3자가 이득을 얻고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면 요건이 충족될 수 있습니다. 본인의 이득 여부는 양형에서 중요한 사정이 됩니다.

Q. 형사 고소와 민사 손해배상 청구를 같이 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 수사 기록이 민사 입증 자료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처음부터 두 절차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알았던 시점에 대한 진술은 나중에 바꾸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고준용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1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