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아이가 어렵게 꺼낸 피해 이야기를 보호자가 휴대전화로 촬영해 두었다가, 이 영상이 재판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는지 문의하시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상담해 보면 “엄마인 내가 직접 찍었으니 가장 생생한 증거다”, “아이를 또 조사받게 하느니 이 영상으로 대신하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와 재판이 시작되면 “누가 어떤 질문을 하면서 찍은 영상인가”, “아이가 법정에서 영상 속 말을 인정하는가”가 쟁점이 되어, 기대만큼 쓰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아동 피해 진술의 증거능력과 신빙성을 따로따로,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초로 피해 사실을 들은 보호자가 어떤 방식으로 물었는지를 진술 신빙성의 핵심 사정으로 봅니다. 영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건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고, 잘못 찍힌 영상은 오히려 아이 진술을 흔드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아래에서는 보호자가 찍은 영상이 어떤 요건을 갖춰야 증거가 되는지, 그리고 영상을 찍어 두기 전에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법 규정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보호자가 찍은 영상도 증거로 제출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영상은 아이의 말을 법정 밖에서 옮긴 ‘전문증거’라서, 법이 정한 요건을 갖춰야 증거능력이 생깁니다.
아이가 엄마 앞에서 한 말을 영상으로 담았다면, 그 영상은 재판 중에 아이가 직접 한 진술이 아니라 법정 밖에서 이루어진 진술을 기록한 매체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는 제311조부터 제316조까지에서 정한 경우가 아니면, 법정 밖에서 이루어진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서류나 진술은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영상 속 아이의 말은 바로 이 전문증거에 해당하기 때문에, 파일을 제출했다고 해서 곧바로 증거로 채택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영상이 쓸모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은 피고인 아닌 사람이 진술한 내용이 담긴 문자·사진·영상 등의 정보로서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것도 진술서류와 같이 다루고 있고,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그 진술자의 진술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휴대전화로 찍은 영상 파일이 이 조문이 말하는 ‘영상 정보’에 해당하고, 진술자는 영상 속에서 말한 아이입니다.
여기서 성립의 진정이란, 영상이 아이가 실제로 말한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점이 인정되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보호자가 아무리 정확하게 찍었더라도 그 영상의 진정함을 누가, 어떤 방법으로 증명하느냐가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가 됩니다.
보호자가 찍은 영상은 ‘찍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법이 정한 방법으로 진정함이 증명되어야 증거가 됩니다.
2. 아이가 법정에서 영상 속 말을 인정하는지에 따라 영상의 쓰임이 갈립니다
아이가 인정하면 가장 순탄하지만, 부인하거나 진술하기 어려우면 별도의 요건을 따져야 합니다.
아이가 공판에서 증언하면서 “영상 속 아이가 나이고, 저렇게 말한 것이 맞다”고 인정하면 제313조 제1항이 정한 성립의 진정이 증명됩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 측도 아이를 상대로 반대신문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영상은 신문 결과와 함께 증거로 평가됩니다.
문제는 아이가 법정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거나, 영상 속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경우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2항은 진술자가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더라도 과학적 분석결과에 기초한 디지털포렌식 자료,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정하고, 다만 피고인 아닌 사람의 진술이라면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에 관해 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을 것을 요구합니다. 이때 원본 파일의 촬영 일시와 기기 정보, 편집·삭제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므로, 원본을 휴대전화에 그대로 보관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사건 이후의 심리적 충격이나 질병 등으로 법정에서 진술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제314조가 문제됩니다. 이 조문은 진술을 요하는 사람이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진술할 수 없을 때,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되면 서류나 영상 정보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아이가 진술할 수 없는 사정이 ‘이에 준하는 사유’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촬영 당시 상황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는 법원이 개별 사안에서 판단합니다.
보호자가 법정에 나와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고 증언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전문진술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에 따라 원진술자인 아이가 진술할 수 없는 사정이 있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음이 증명될 때에 한해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법정에서 영상을 인정하는지, 못 한다면 객관적 방법이나 특신상태로 보완되는지가 영상의 운명을 가릅니다.
3. 증거로 인정되더라도 아이 진술의 신빙성은 따로 엄격하게 따져집니다
보호자가 어떻게 물어서 찍었는지가 진술이 오염되었는지 판단하는 핵심 사정이 됩니다.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것과 그 내용을 믿을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대법원은 아동 피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다음과 같은 법리를 반복해서 설시하고 있습니다.
증거로 제출된 성추행 피해 아동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경우에, 아동은 질문자에 의한 피암시성이 강하고, 상상과 현실을 혼동하거나 기억 내용의 출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 최초로 아동의 피해 사실을 청취한 보호자나 수사관들이 편파적인 예단을 가지고 아동에게 사실이 아닌 정보를 주거나 반복적인 신문 등을 통하여 특정한 답변을 유도하는 등으로 아동 기억에 변형을 가져올 여지는 없었는지 … 살펴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도3893 판결).
이 판시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최초로 아동의 피해 사실을 청취한 보호자’가 명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엄마가 촬영한 영상은 바로 그 최초 청취 단계의 자료이기 때문에, 신빙성 심리에서 가장 먼저 검증대에 오릅니다. “그 사람이 여기를 만졌지?”처럼 답을 정해 둔 질문, 같은 질문의 반복, 아이가 대답을 망설이는데도 이어지는 재촉이 영상에 담겨 있다면 피고인 측은 이를 근거로 진술이 오염되었다고 다툽니다.
법원은 같은 판결에서 진술 내용 자체도 함께 살핍니다. 진술이 일관되고 명확한지, 세부 묘사가 풍부한지, 사건·사물·가해자의 특징적인 부분에 관한 묘사가 있는지, 정형화된 사건 이상의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합니다. 법정에서 피해 사실을 어떻게 진술하는지도 비교 대상입니다. 아이가 자기 말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길고 구체적일수록 영상은 도움이 되고, 보호자의 말이 대부분이고 아이는 “응”이라고만 답하는 영상은 힘을 잃습니다.
보호자가 찍은 영상은 아이의 ‘자기 말’이 담겨 있고 질문이 열려 있을수록 유리하고, 유도·반복 질문이 담겨 있을수록 불리합니다.
4. 촬영한 방식이 문제되면 영상의 증거 사용 자체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엄마와 아이의 대화를 엄마가 찍은 것은 당사자 녹음이지만, 타인 간의 대화가 섞이면 처벌과 증거 배제 문제까지 생깁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제4조 등을 준용해 이렇게 취득한 내용을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위반하면 제16조 제1항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직접 질문하고 그 대화를 찍었다면 엄마는 대화의 당사자이므로 타인 간 대화의 녹음이 아닙니다. 하지만 엄마가 자리를 비운 사이 휴대전화를 켜 두어 아이와 상대방 사이의 대화가 녹음된 경우, 즉 엄마가 참여하지 않은 대화를 녹음한 경우에는 이 조문이 문제됩니다. 아이를 다른 사람 곁에 두고 녹음기를 켜 두는 방식은 증거를 얻으려다 오히려 증거를 잃고 형사 문제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 금지된 방식이 아니더라도 촬영 과정에서 아이의 사생활과 인격이 침해되었다면 증거 사용 여부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생활 영역에 관계된 증거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합니다.
국민의 사생활 영역에 관계된 모든 증거의 제출이 곧바로 금지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법원으로서는 효과적인 형사소추 및 형사소송에서 진실발견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 보호이익을 비교형량하여 그 허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0도12244 판결).
아동 대상 성범죄처럼 죄가 무겁고 진실발견의 공익이 큰 사건에서는 비교형량이 증거 사용 쪽으로 기울 여지가 있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다시 촬영하거나 아이가 울며 거부하는데도 계속 촬영한 영상은 인격적 이익을 침해한 사정으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영상을 찍어 두었다면 인터넷이나 단체 대화방에 올리지 말고 원본 그대로 보관해야 합니다.
촬영은 ‘엄마가 참여한 대화’에 한정하고, 한 번만 담담하게, 원본 그대로 보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5. 수사가 시작되면 아이 진술은 수사기관의 영상녹화로 다시 남게 됩니다
보호자가 찍은 영상은 수사 단서이고, 정식 증거 확보는 수사기관의 절차에서 이루어집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1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19세미만피해자등의 진술 내용과 사실관계 확인이나 면담 또는 조사 과정을 영상녹화장치로 녹화하고, 그 영상녹화물을 보존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조사 전에 영상녹화된다는 사실과 영상녹화물이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의 나이와 발달 단계에 맞게 설명해야 하고(같은 조 제2항),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원하지 않는 의사를 표시하면 영상녹화를 하지 않습니다(같은 조 제3항). 다만 법정대리인이 가해자이거나 가해자의 배우자인 경우에는 그 의사 표시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절차는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소 또는 신고 → ②피해 아동에 대한 전담 조사와 영상녹화, 피고소인 조사 → ③공소청(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공소청) 송치와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에서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보호자가 찍은 영상은 이 가운데 ①단계에서 사건의 경위와 최초 진술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로 제출됩니다. 수사기관의 아동 조사는 아이의 나이와 인지적 발달 단계, 심리 상태를 고려해 이루어져야 하므로(같은 법 제26조 제4항), 보호자가 따로 아이를 반복해서 추궁할 이유가 없습니다.
피해를 알게 되었다면 아래 순서로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번만 열린 질문으로 묻고, 아이가 한 말을 그대로 기록하며, 촬영했다면 원본 파일을 편집하지 않고 보관합니다.
아이를 추궁하거나 다시 말하게 하지 않고, 곧바로 수사기관에 신고하거나 고소해 전담 조사를 받게 합니다.
촬영 경위, 질문 방식, 촬영 일시를 정리해 변호사와 함께 수사기관에 제출할 자료의 범위를 정합니다.
이 순서를 따르면 영상이 가진 장점은 살리고, 반복 질문으로 인한 진술 오염 논란은 피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피해를 알게 된 보호자는 아이가 털어놓은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휴대전화부터 켜게 됩니다. 그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 순간의 대응이 이후 수사와 재판의 방향을 좌우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피해 아동의 보호자 입장에서는 영상이 있다는 사실에 안심하기보다, 그 영상이 아이의 말을 있는 그대로 담았는지, 원본이 보존되어 있는지부터 점검하셔야 합니다. 아이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는 것이 증거 보호에도 아이 보호에도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이런 영상으로 의심받는 입장이라면 영상 속 질문의 유도성, 촬영 경위, 아이 진술의 일관성은 방어의 핵심 쟁점이 됩니다. 이 부분은 감정적으로 대응할수록 불리해지고, 법리에 따라 차분히 다투어야 합니다.
저는 아동 대상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 아동 측과 의심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영상 한 편이 사건의 방향을 바꾸는 장면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영상이 있어도 쓰임이 갈리고, 영상이 없어도 길은 있습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시점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엄마가 몰래 찍은 영상도 증거가 되나요?
A. 엄마가 아이와 직접 나눈 대화를 찍은 것이라면 대화 당사자의 녹음이어서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엄마가 참여하지 않은 아이와 제3자의 대화를 녹음했다면 제14조에 따라 증거 사용이 막히고 처벌될 수 있습니다.
Q. 영상이 있으면 아이가 법정에 나가지 않아도 되나요?
A. 원칙적으로는 아닙니다. 영상은 전문증거라서 아이가 공판에서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는 것이 기본이고, 진술이 어려운 사정이 있으면 제314조의 요건과 특신상태가 따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Q. 아이에게 여러 번 물어 영상을 여러 개 찍었는데 괜찮을까요?
A.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보호자의 반복적인 신문이나 유도로 아동 기억에 변형이 생겼을 여지를 신빙성 판단의 핵심 사정으로 봅니다.
Q. 영상을 편집하거나 자막을 넣어도 되나요?
A. 편집본은 원본과의 동일성이 의심받아 성립의 진정이 문제됩니다. 제313조 제2항의 디지털포렌식 증명을 위해서도 원본 파일을 편집 없이 보관해야 합니다.
Q. 영상을 SNS나 단체 대화방에 올려도 되나요?
A. 올리지 않아야 합니다. 아이의 사생활과 인격적 이익을 침해해 증거 사용 여부 판단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아이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Q. 수사기관 조사 영상이 있는데 엄마 영상이 따로 필요한가요?
A. 정식 증거는 수사기관의 영상녹화가 중심입니다. 다만 최초 진술 경위와 시점을 보여주는 자료로 의미가 있어, 있다면 삭제하지 말고 원본 그대로 제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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