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재성 변호사입니다.
정부청사 민원실에서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언성이 높아졌고, 이를 말리던 청원경찰의 어깨를 여러 차례 밀쳤습니다. 1955년생, 재판을 받을 당시 만 70세였던 피고인은 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은 변호사를 따로 선임하지 않았습니다. 법원도 국선변호인을 붙이지 않은 채 재판을 진행했고, 1심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에 와서야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었지만 항소는 기각되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2026년 10월 8일 이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따진 것이 아니라, 재판 절차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이유였습니다.
오늘은 70세 이상 피고인에게 왜 변호인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미 변호인 없이 재판을 받은 경우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알아야 할 제도, 필요적 국선변호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은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하는 경우를 정해 두고 있습니다. 피고인이 구속된 때, 미성년자인 때와 함께 "피고인이 70세 이상인 때"가 여기에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법 제282조는 이런 사건을 "변호인 없이 개정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피고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70세 이상이라면 변호인이 곁에 있어야 재판을 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법률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제도는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때부터 있었고, 2006년 개정으로 더 엄격해졌습니다.
이렇게 정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고령의 피고인은 공소장의 법률 용어를 이해하거나, 검사가 낸 증거에 동의할지 말지를 그 자리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증거에 한 번 동의하면 그 서류가 그대로 유죄의 근거가 될 수 있으니, 법은 이 판단을 혼자 하지 않도록 변호인을 붙이게 한 것이지요.
대법원은 무엇을 문제 삼았나
대법원 제2부(2026도11603)는 1심이 국선변호인 없이 증거조사를 마치고 유죄를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여기까지는 조문만 읽어도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이 판결의 핵심은 그다음입니다. 항소심에서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었으니 문제가 해결된 것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 대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은 위법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변호인이 참여한 상태에서 다시 판결했어야 하는데, 항소를 기각해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으니 이 역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2심에서 변호인을 붙여 주는 것만으로는 1심의 빈자리가 메워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제 무죄가 된다는 뜻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아가 변호인이 참여한 가운데 다시 심리를 받게 되고, 그 결과 다시 유죄가 선고될 수도 있습니다.
또 이 판결은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상소로 다툰 사건입니다. 이미 오래전에 확정된 판결까지 같은 이유로 곧바로 뒤집을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다만 절차가 지켜졌는지에 따라 재판을 처음부터 다시 받을 기회가 생긴다는 점은 분명히 확인되었습니다.
당장 기억해 두실 것
1) 70세 이상인 분이 형사재판을 앞두고 계시다면, 공소장 부본과 함께 받은 국선변호인 선정 관련 고지서를 꼭 확인하십시오. 변호인이 정해지지 않은 채 공판기일이 잡혔다면 법원에 국선변호인 선정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2) 이미 변호인 없이 1심 판결을 받으셨다면, 항소 기간(판결 선고일로부터 7일)을 놓치지 마십시오. 1심 재판 당시 나이와 공판조서의 변호인 출석 기재를 확인해 두면 항소이유를 정리하는 데 바로 쓰입니다.
3) 항소심이나 상고심이 진행 중인 가족이 있다면, 1심 공판조서를 열람해 기일마다 변호인이 출석했는지 점검해 보십시오. 이번 판결처럼 상급심에서 변호인이 붙었다는 사정만으로 1심의 잘못이 덮이지는 않습니다.
정리하며
형사재판은 법정에 서는 순간부터 진술 하나, 증거 동의 하나가 결론을 좌우합니다. 고령의 피고인일수록 혼자서 이 과정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법은 70세 이상 피고인에게 변호인을 반드시 붙이도록 했습니다.
형사 변호 일선에서 보면, "별일 아니니 혼자 가면 된다"며 첫 재판에 홀로 나가시는 어르신이 적지 않거든요. 그러나 작은 사건이라도 집행유예와 보호관찰이 붙으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부모님이 형사재판을 앞두고 계시거나, 변호인 없이 1심 판결을 받으신 70세 이상 피고인과 그 가족이라면 지금 재판 기록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안별로 적용 법리와 대응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편하게 문의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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