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재성 변호사입니다.
인공관절 수술이 한창인 수술실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집도의 옆에서 수술 부위를 벌리는 기구를 잡고, 인공관절을 넣을 때 도구의 위치와 각도를 맞추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의료기기업체 직원이었다면 어떨까요.
대법원은 2026년 10월 1일, 바로 이런 사안에서 병원장의 건강보험 요양급여 청구를 사기죄로 보아야 한다며 무죄였던 항소심을 파기했습니다(대법원 2024도19179). 그리고 10월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의사 1명이 연간 4,000여 건의 수술비를 청구한 병원을 두고 대리수술 재조사와 부당 청구 보험료 환수를 요구하는 질의가 나왔고, 보건복지부 장관은 세부사항을 확인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수술실에 업체 직원이 드나드는 일이 드문 풍경은 아니지요. 오늘은 이 판결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리고 병원 운영자와 의료진, 수술실에 들어가는 업체 직원이 지금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사건의 줄거리, 무엇이 문제였나
보도된 사실관계는 이렇습니다. 서울의 한 병원 원장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인공관절 수술을 하면서 의료기기업체 직원을 수술에 참여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적법한 수술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비용을 청구해 약 9,539만 원을 지급받았습니다.
1심은 사기죄를 유죄로 보고 다른 의료법 위반과 함께 징역 2년 6개월,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반면 항소심은 업체 직원의 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수술의 주된 부분은 원장이 직접 했으니 공단을 속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기 부분을 무죄로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왜 사기죄로 보았을까
대법원의 논리는 간단합니다.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려면 진료가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비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한 사실을 숨기고 의료인이 적법하게 진료한 것처럼 청구하면 공단을 착오에 빠뜨리는 기망행위가 된다는 것입니다. 집도의가 주된 부분을 직접 했느냐는 결론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범위를 나눴습니다. 업체 직원이 참여한 수술비 부분에는 사기죄가 성립하지만, 그 직원이 관여하지 않은 입원비·약제비·검사비까지 한꺼번에 편취액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편취액은 양형과 환수 규모를 좌우하므로, 실무에서는 이 대목이 무척 중요하거든요.
무면허 의료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이 금지하고 제87조의2가 처벌합니다. 영리 목적으로 업으로 한 경우에는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훨씬 무거운 형을 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집도의가 직접 했으면 괜찮은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주된 부분은 내가 했다"는 해명이 사기죄를 막아 주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비의료인이 기구를 잡고 각도를 맞추는 일부 행위만으로도 그 수술비 청구 전체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번 판결을 "업체 직원이 수술실에 있기만 해도 사기"로 넓혀 읽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돌려보냈을 뿐이고, 최종 형량과 편취액은 환송 후 재판에서 정해집니다. 국정감사의 질의 역시 의혹 제기 단계이지, 재조사나 환수가 결정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법원의 기준이 분명해진 만큼 조사와 수사의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은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당장 기억해 두실 것
1) 병원 운영자와 집도의라면, 수술마다 참여자의 성명·자격·실제 역할이 수술기록과 간호기록에 남아 있는지 지금 점검하십시오. 업체 직원은 기기 설명과 준비에 그치고 환자 몸에 손대는 행위는 하지 않도록 내부 지침으로 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2) 현지조사나 수사 통보를 받으셨다면, 조사 대상 기간과 수술 건을 먼저 특정하고 청구 항목을 수술비·입원비·약제비·검사비로 나눠 정리하십시오. 비의료인이 관여하지 않은 항목까지 편취액이나 환수액에 들어가지 않도록 다투는 일이 이번 판결로 더 중요해졌습니다.
3) 수술실에 들어가는 의료기기업체 직원이시라면, 본인도 무면허 의료행위의 공범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아셔야 합니다. 참고인으로 연락을 받더라도 진술 전에 당시 역할과 지시 경위를 정리하고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정리하며
대법원은 비의료인의 수술 참여를 숨긴 요양급여 청구를 사기로 보되, 편취 범위는 그 사람이 관여한 수술비로 한정해야 한다고 정리했습니다. 무면허 의료행위, 건강보험 사기, 부당이득 환수가 한 사건 안에서 함께 움직이는 구조이지요. 형사 절차와 심평원 심사·공단 환수를 함께 보아 온 이중경력의 시선에서 보면, 결국 승부는 수술 한 건 한 건의 기록에서 갈립니다.
대리수술 의혹으로 현지조사나 경찰 조사를 앞두고 계신 병원 관계자, 혹은 수술 참여 경위로 연락을 받으신 업체 직원분이라면 이 판결의 기준을 먼저 확인해 두시기 바랍니다. 사안별로 적용 법리와 대응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편하게 문의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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