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개발사업과 도로·택지 조성이 이어지면서, 오래 방치되던 토지에 갑자기 수용 보상금이 책정되고 그 땅의 등기 명의가 누구 앞으로 되어 있었는지를 둘러싼 분쟁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어차피 주인도 없는 땅이라 내 앞으로 해두었다”, “원래 우리 집안 땅이니 내가 받아도 된다”, “명의만 빌려준 것이니 보상금도 내 몫이다”라고 생각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보상금이 나온 뒤 진짜 소유자나 명의를 맡겼던 사람이 이의를 제기하면, 이 일은 단순한 집안·이웃 분쟁이 아니라 고소 사건으로 번집니다.
특히 많은 분이 “횡령”이라는 죄명부터 떠올리시지만, 횡령은 ‘내가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이 있어야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남의 땅을 제 앞으로 등기해 보상금을 받은 사안은 어떤 경위로 등기를 했는지에 따라 사기,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공익사업법 위반 쪽으로 가는 경우와 횡령 여부가 다퉈지는 경우로 갈립니다.
아래에서는 남의 땅을 제 앞으로 등기해 보상금을 받았을 때 횡령이 되는지, 아니라면 어떤 죄가 문제되는지, 그리고 의심을 받거나 피해를 입었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횡령은 ‘보관 관계’가 있어야 성립하므로 처음부터 남의 땅을 가로챈 경우와는 구분됩니다
횡령죄의 출발점은 타인의 재물을 맡아 보관하는 지위입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횡령죄를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355조 제1항).
여기서 핵심은 ‘보관하는 자’입니다. 소유자가 어떤 이유로든 재물을 맡겼거나, 계약·신탁·위임 등에 따라 내가 그 재물을 관리하고 있어야 합니다. 부동산의 경우에는 등기부상 명의를 가진 사람이 소유자의 땅을 맡아 관리하는 지위에 있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그런데 아무 관계도 없는 남의 땅을 서류를 꾸며 자기 앞으로 옮겨 놓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소유자가 그 땅을 맡긴 사실이 없습니다. 맡은 적이 없으니 ‘보관’도 없고, 따라서 횡령죄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대로 소유자가 신뢰해서 명의를 넘겨주었다면 그때부터는 횡령이 성립할 수 있는지 따져볼 여지가 생깁니다.
그래서 이 주제는 “남의 땅을 내 앞으로 등기했다”는 한 문장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허위 서류로 등기를 했는지, 소유자와 합의해서 명의를 빌렸는지, 상속·공동소유 관계였는지에 따라 적용되는 죄가 달라집니다.
횡령이 되는지는 땅을 내 앞으로 옮긴 사실이 아니라, 그 땅을 맡아 보관하는 관계가 있었는지로 갈립니다.
2. 허위 서류로 등기하고 보상금을 받았다면 횡령이 아니라 사기와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가 문제됩니다
소유자가 맡긴 적 없는 땅이라면, 보상금은 속여서 받은 돈으로 평가됩니다.
위조한 매매계약서나 허위 확인서 등으로 등기소에 신청해 등기부에 자기 이름을 올리는 행위는 형법 제228조 제1항의 공정증서원본 등의 부실기재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서류를 위조했다면 형법 제231조의 사문서위조(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와 제234조의 위조사문서행사도 함께 문제됩니다.
보상금을 받은 부분은 별개의 죄로 평가됩니다. 사업시행자는 등기부상 소유자를 보상 대상으로 보고 보상금을 지급하는데, 실제로는 소유자가 아닌 사람이 허위 등기 명의를 내세워 보상을 받았다면 사업시행자를 속여 재물을 교부받은 것이 되어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가 문제됩니다.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여기에 더해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93조 제1항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상금을 받은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같은 조 제2항은 미수범도 처벌합니다. 보상금을 아직 받지 못했더라도 허위 등기로 보상을 신청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무에서는 수사기관이 ‘등기를 한 행위’, ‘서류를 제출한 행위’, ‘보상금을 받은 행위’를 각각 따로 평가한 뒤 형법 제37조의 경합범으로 묶어 판단합니다. 사건이 이렇게 여러 죄로 쪼개지면 한 가지 항변으로 전체가 정리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입니다.
허위 서류로 등기를 하고 보상금을 받았다면 문제는 횡령이 아니라, 속여서 받은 돈에 대한 사기와 부정수령 책임입니다.
3. 명의신탁으로 맡은 땅의 보상금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횡령 성립이 제한됩니다
부동산실명법에 어긋나는 명의신탁은 형법이 보호하는 위탁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가장 다툼이 큰 유형은 소유자와 합의해서 명의만 빌렸는데, 명의를 가진 사람이 땅을 자기 것처럼 처분하거나 보상금을 받은 경우입니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는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물권변동도 무효로 정합니다. 제3조 제1항은 명의신탁 자체를 금지하고, 제7조는 명의신탁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 명의수탁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과거에는 이런 경우 수탁자가 신탁 부동산을 처분하면 신탁자에 대한 횡령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태도를 바꿨습니다. 3자간 명의신탁에 관한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과, 2자간 명의신탁에 관한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은 모두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해 무효가 된 명의신탁약정에 기초한 관계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신임관계로 볼 수 없어, 수탁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유형에서는 수탁자가 땅을 처분해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 법리가 보상금 사안에 그대로 이어지는지는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하게 됩니다. 소유자가 무효인 명의신탁으로 명의만 빌려준 경우라면 수탁자가 보상금을 받아 가더라도 횡령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쪽으로 정리됩니다. 다만 같은 사안이 속여서 받은 경우라면 앞서 본 사기나 보상금 부정수령으로 방향이 바뀔 수 있고, 형사에서 무죄가 되어도 소유자에 대한 민사책임은 남습니다. 대법원은 위 2016도18761 판결 이후 같은 취지로 수탁자의 임의 처분이 민법상 불법행위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예외도 있습니다. 부동산실명법 제8조는 종중 소유 부동산을 종중 아닌 사람 명의로 등기한 경우와 배우자 명의로 등기한 경우, 종교단체 산하 조직이 보유한 부동산을 그 단체 명의로 등기한 경우에, 조세 포탈·강제집행 면탈·법령상 제한 회피 목적이 없다면 제4조부터 제7조까지를 적용하지 않도록 합니다. 이런 특례에 해당하면 명의신탁이 유효하게 취급되므로, 수탁자가 보상금을 받아 개인적으로 쓴 경우 횡령이 성립하는지가 다시 쟁점이 됩니다.
무효인 명의신탁이라면 보상금을 받아도 횡령으로 보기 어렵지만, 종중·배우자 특례처럼 유효한 신탁이면 횡령이 다시 문제됩니다.
4. 어떤 죄로 평가되느냐에 따라 처벌 수위와 합의 가능성이 크게 달라집니다
보상금이 5억원을 넘으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수용 보상금은 금액이 큰 경우가 많습니다. 사기로 평가되는 사안에서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이득액 이하의 벌금이 병과될 수도 있습니다.
반면 횡령으로 인정되면 형법 제355조 제1항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업무상 임무에 위배한 경우에는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이 구간도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이 같은 방식으로 적용됩니다. 결국 어떤 죄명으로 기소되느냐가 형량의 폭을 좌우합니다.
그래서 수사 초기에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땅을 맡긴 사실이 있었는지, 소유자가 알고 동의했는지, 보상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가 죄명을 가르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보상금을 일부라도 소유자에게 돌려주었거나 합의가 이뤄졌다면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지만, 죄의 성립 자체를 없애지는 못합니다.
피해를 본 쪽에서는 형사 고소와 별개로 민사에서 등기 말소 또는 진정명의 회복을 위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고, 이미 지급된 보상금에 대해서는 부당이득반환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업시행자가 공탁을 한 상태라면 공탁금 출급청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다투어집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등기 경위와 보상금 흐름을 먼저 정리해야 대응 방향이 정해집니다.
이런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토지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와 등기 서류·보상 기록 조회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수사 단계에서는 등기원인 서류, 사업시행자에게 제출한 보상 관련 서류, 보상금이 입금된 계좌 내역이 핵심 증거가 됩니다.
의심을 받는 입장이든 피해를 입은 입장이든,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토지 등기사항전부증명서와 등기원인 서류를 발급받아, 언제 어떤 원인으로 누구 앞으로 이전되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사업시행자에게 보상 협의·재결·공탁 기록을 확인해 보상금이 누구에게, 얼마가, 언제 지급되었는지 정리합니다.
소유자와 사이에 명의를 맡기로 한 합의나 대화 기록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부동산실명법 제8조 특례에 해당하는지 따져봅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부동산 형사 분쟁에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상의하면, 죄명별 방어 방향과 민사상 반환청구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토지 보상금 문제는 “원래 우리 땅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오래전부터 내가 관리해 왔다”는 사정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땅의 진짜 소유자나 명의를 맡겼던 입장에서는 보상금이 지급되기 전에 등기부와 공탁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보전 조치를 취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미 지급되었다면 형사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를 함께 설계해야 회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허위 등기나 부정 수령을 의심받는 입장에서도 “내 땅이라고 믿었다”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등기 경위, 소유자와의 합의 여부, 보상금 사용처에 따라 적용되는 죄가 달라지므로 처음 진술을 어떻게 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저는 부동산 관련 형사 사건에서 의심을 받는 쪽과 피해를 주장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와 죄명 선택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남의 땅을 제 앞으로 등기해서 보상금을 받으면 무조건 횡령인가요?
A. 아닙니다. 횡령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가 있어야 성립하므로, 허위 서류로 등기한 경우에는 사기나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가 문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경위로 등기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Q. 소유자 동의를 받고 제 명의로 해두었다가 보상금을 받았는데 횡령인가요?
A.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이라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수탁자의 처분을 횡령으로 보지 않습니다. 다만 종중·배우자 특례처럼 유효한 신탁이면 횡령이 다시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아직 보상금을 받지 못했는데도 처벌되나요?
A. 공익사업법 제93조 제2항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보상금을 받으려 한 미수범도 처벌합니다. 허위 서류로 등기한 사실 자체도 별도로 문제됩니다.
Q. 보상금을 소유자에게 돌려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돌려주었다고 이미 성립한 죄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반환과 합의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되고, 고소가 취소되면 사건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Q. 보상금이 5억원이 넘으면 처벌이 더 무거워지나요?
A. 사기나 횡령으로 인정되고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Q.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같이 진행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 수사 기록이 민사의 등기 말소나 부당이득반환 청구에서 입증자료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병행하는 전략이 회수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Q.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어떤 죄명으로 가느냐를 좌우하고, 보상금이 큰 사건은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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