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헤어진 연인, 정리되지 않은 지인, 채무 문제로 얽힌 상대방에게 수십 차례씩 전화를 걸었다가 스토킹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는 상담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상담에 오시는 분들 상당수는 “저는 전화를 받지도 않은 사람에게 건 것뿐입니다”, “통화가 된 적도 없는데 무슨 스토킹입니까”, “할 말이 있어서 연락한 것이지 괴롭힐 생각은 없었습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가 시작되면 상대방의 휴대전화에 남은 수십, 수백 건의 부재중 전화 기록이 그대로 증거가 되고, 통화가 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방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전화를 걸어 상대방 휴대전화에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가 표시되게 하는 행위도 실제 통화 여부와 상관없이 스토킹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입법도 이 방향으로 정리되어, 전화의 기능에 의하여 글이나 음향이 상대방에게 나타나게 하는 행위까지 법 조문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전화를 받지 않았는데도 계속 건 행위가 어떤 경우에 스토킹범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처벌과 조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판례와 조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았더라도 벨소리와 부재중 표시가 닿았다면 스토킹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통화가 이루어졌는지가 아니라, 전화가 상대방에게 어떤 신호로 도달했는지가 기준입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다목은 상대방에게 우편·전화·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거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프로그램 또는 전화의 기능에 의하여 이러한 것들이 상대방에게 나타나게 하는 행위를 스토킹행위의 한 유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전화를 거는 행위가 이 유형의 가장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많은 분들이 “받지 않았으니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지만, 전화를 걸면 상대방 휴대전화에서는 벨소리나 진동이 울리고, 받지 않으면 화면에는 부재중 전화 문구와 발신번호가 남습니다. 대법원은 바로 이 점에 주목했습니다.
피고인이 전화를 걸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 등이 표시되도록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는 실제 전화통화가 이루어졌는지와 상관없이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다)목에서 정한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2도12037 판결).
같은 판결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통화가 연결되었으나 상대방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경우에도 수신 전에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발신자 전화번호가 표시되도록 한 것까지 포함하여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킨 것으로 평가된다면 ‘음향, 글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말없이 끊는 전화도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사정은 스토킹행위 성립을 막지 못하며, 벨소리·부재중 표시·발신번호 표시가 상대방에게 닿았다면 ‘도달’은 인정될 수 있습니다.
2. 한 번의 전화가 아니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어져야 스토킹범죄가 됩니다
스토킹행위는 개별 행위이고, 스토킹범죄는 그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때 성립합니다.
같은 법 제2조 제2호는 스토킹범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따라서 급한 용무로 한두 번 전화를 걸었다가 받지 않아 포기한 경우와, 며칠 또는 몇 주에 걸쳐 같은 상대방에게 계속 전화를 거는 경우는 법적 평가가 전혀 다릅니다.
다만 법에는 “몇 회 이상이면 스토킹”이라는 횟수 기준이 없습니다. 하루에 수십 통을 몰아서 건 경우도 반복성이 인정될 수 있고, 몇 달에 걸쳐 띄엄띄엄 건 경우도 지속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결국 수사기관과 법원은 발신 횟수와 간격, 상대방이 연락을 거절한 의사를 밝힌 시점, 그 이후에도 연락이 이어졌는지를 종합해서 봅니다.
실무에서 특히 불리하게 작용하는 사정은 상대방이 “연락하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거나 번호를 차단한 이후에도 다른 번호, 공중전화,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이어간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다는 점과 정당한 이유가 없다는 점이 쉽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상대방과 연락을 주고받는 관계가 유지되던 중에 이루어진 통화라면 의사에 반하는지부터 다시 따져야 합니다.
스토킹범죄의 핵심은 횟수 자체보다, 상대방의 거절 의사 이후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연락이 지속·반복되었는지입니다.
3. 번호를 차단당했거나 받지 않는 상태에서 계속 걸었다면 오히려 더 불리하게 평가됩니다
수신 차단 표시와 부재중 문구도 걸려온 사람이 보낸 신호로 보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상대방이 이미 내 번호를 차단했으니 전화는 연결되지도 않았다”는 항변도 실무에서 자주 나옵니다. 그러나 차단은 연락을 거부한다는 상대방의 의사가 분명하게 표시된 것이어서, 그 이후에도 계속 전화를 거는 행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고 정당한 이유도 없다는 평가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이 점은 법원의 잠정조치를 위반했는지가 다투어진 사건에서 대법원이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피해자가 번호를 차단해 수신차단기호만 표시되었다는 이유로 원심이 무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파기했습니다.
피고인이 전화를 걸어 피해자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 문구, 수신차단기호 등이 표시되도록 하였다면 실제 전화통화가 이루어졌는지와 상관없이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유선·무선·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부호·문언을 송신하지 말 것’을 명하는 잠정조치를 위반하였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4. 9. 27. 선고 2024도7832 판결).
이 판결은 부재중 전화 문구나 수신차단기호가 “피고인의 송신행위 없이 도달된 것”이거나 “피해자 휴대전화가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전화를 건 사람이 통화를 시도함으로써 송신한 정보가 변형되어 표시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걸려온 사람이 받지 않았든 차단했든, 전화를 건 사람의 행위로 평가된다는 뜻입니다.
또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스토킹범죄로 인한 법 위반죄와 잠정조치 불이행으로 인한 법 위반죄가 한 번의 행위로 두 죄가 성립하는 상상적 경합관계라고 보았습니다. 잠정조치가 내려진 뒤에 전화를 건 경우에는 두 가지 혐의가 함께 문제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셔야 합니다.
받지 않았든 차단당했든, 전화를 건 쪽의 행위로 보기 때문에 “연결되지 않았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4. 처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이며, 합의해도 처벌 자체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형사처벌에 앞서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가 내려질 수 있고, 이를 어기면 별도로 처벌됩니다.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같은 법 제18조 제1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용한 경우에는 제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과거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구조였지만, 현재는 그 규정이 삭제되어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공소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합의는 양형에서 참작되는 사정일 뿐입니다.
재판 전에도 조치가 내려집니다. 사법경찰관은 신고 단계에서 긴급응급조치로 피해자 또는 그 주거로부터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를 할 수 있고(제4조), 법원은 잠정조치로 서면 경고,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전자장치 부착,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까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제9조). 접근 금지 계열은 기간이 3개월이고 두 차례 연장될 수 있으며, 유치는 1개월을 넘을 수 없습니다.
이 조치를 어기는 것이 더 위험합니다. 긴급응급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잠정조치(접근 금지·전기통신 접근 금지)를 이행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제20조). 또한 유죄판결을 받으면 법원이 200시간의 범위에서 수강명령 또는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병과할 수 있습니다(제19조).
따라서 조치 통보를 받은 이후에는 “사과하려고”, “오해를 풀려고” 하는 연락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전할 말이 있다면 변호사를 통해 정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5. 신고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첫 조사 전에 통화 기록과 연락 경위를 정리해 두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스토킹 사건은 통상 ①피해자 신고 또는 고소로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사건 접수와 긴급응급조치 여부 판단 → ②피해자·피의자 조사와 통화내역 확보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잠정조치 청구·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경찰은 피해자 휴대전화의 부재중 기록과 통신사 발신내역으로 횟수와 시간대를 객관적으로 정리하기 때문에, 발신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전략은 대체로 실익이 없습니다.
쟁점은 오히려 상대방의 의사에 반했는지,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였는지에 있습니다. 조사를 받게 되었다면 아래 순서로 먼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 휴대전화와 통신사 이용내역에서 문제 된 기간의 발신 횟수·시간대를 직접 확인하고, 상대방이 연락을 거절한 시점이 언제인지 메시지와 통화 기록으로 정리합니다.
연락할 수밖에 없었던 정당한 사유(채무 변제, 자녀 양육, 업무 연락 등)가 있었다면 그 사유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확보합니다.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 통보를 받았는지 확인하고, 받았다면 조치 기간 동안 일절 연락하지 않도록 조치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건 초기에 변호인과 함께 진술 방향을 정리하면, 스토킹 해당 여부 자체를 다투거나 반복성·고의를 다투는 등 쟁점별로 방어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전화 문제는 “그냥 연락한 것뿐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사안의 심각성을 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사이 연락은 계속되고, 부재중 기록은 하루하루 증거로 쌓입니다.
연락을 받는 입장의 피해자라면 전화를 받지 않았거나 차단했더라도 피해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부재중 기록과 통신내역을 날짜별로 보관하고, 연락 거절 의사를 밝힌 메시지를 남겨 두면 신고와 조치 신청에서 큰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연락을 해 온 입장에서 혐의를 받는 분도 억울함만 앞세워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연락의 경위와 목적, 상대방의 거절 시점, 횟수와 간격이 구체적으로 어떠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연락 문제로 시작된 스토킹 사건에서 신고한 쪽과 혐의를 받은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진술과 자료 정리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경찰 연락을 받았거나 신고를 고민하고 있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방이 한 번도 전화를 받지 않았는데도 스토킹이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벨소리가 울리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가 표시되게 한 행위도 실제 통화 여부와 상관없이 스토킹행위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처벌되려면 지속적·반복적이어야 합니다.
Q. 몇 번 이상 걸어야 스토킹으로 처벌되나요?
A. 법에 정해진 횟수 기준은 없습니다. 발신 횟수와 간격, 상대방이 거절 의사를 밝힌 시점, 이후에도 연락이 이어졌는지를 종합해서 판단합니다.
Q. 상대방이 번호를 차단했는데 계속 전화한 경우는 어떻게 되나요?
A. 더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차단은 연락 거부 의사의 표시이고, 대법원은 수신차단기호가 표시된 경우도 전화를 건 사람이 송신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Q.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처벌 자체를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하지 못하던 규정이 삭제되어 합의 후에도 기소될 수 있고, 합의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Q. 채무 변제를 독촉하려고 전화한 것인데도 스토킹이 되나요?
A.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다만 상대방이 거절했는데도 시간과 횟수를 가리지 않고 계속 전화했다면 정당한 이유가 부정될 수 있어, 연락 방식과 경위가 중요합니다.
Q. 접근 금지 조치를 받은 뒤 사과 전화를 한 번 걸었는데 괜찮을까요?
A. 위험합니다.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가 내려진 상태에서 부재중 전화만 남겨도 조치 위반이 될 수 있고, 이 경우 별도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문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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