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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 말에 속아 보증을 섰는데 보증계약 취소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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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 말에 속아 보증을 섰는데 보증계약 취소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사업 자금만 잠깐 필요하다”, “이름만 빌려주면 된다”는 말에 설득되어 지인이나 가족의 대출에 보증을 섰다가, 뒤늦게 채무자가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는 걸 알게 되어 상담을 찾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보증인분들 중 상당수는 “다른 빚은 전혀 없다고 했다”, “담보가 충분해서 내가 갚을 일은 없다고 했다”, “형식상 서명만 하면 된다고 했다”는 채무자의 말을 믿고 서명한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채무자가 연락을 끊고 채권자가 보증인에게 변제를 요구하면, “속아서 한 보증이니 무효”라고 주장해 보지만 그것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에서 누가 속였는지, 그리고 상대방(채권자)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보증인을 속인 사람이 채무자라면 채권자의 인식 여부가 취소 가능성을 가르고, 채권자 쪽 사람이 속였다면 판단 구조 자체가 달라집니다.

아래에서는 채무자 말에 속아 선 보증이 어떤 요건에서 취소되는지, 취소가 어려울 때 어떤 다른 방법이 남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속았다는 사실만으로 보증계약이 곧바로 취소되지는 않습니다

보증 취소의 핵심은 ‘속았는가’보다 ‘누가 속였고 채권자는 그것을 알았는가’입니다.

보증은 보증인이 주채무자가 이행하지 않는 채무를 대신 이행하기로 채권자와 맺는 계약입니다(민법 제428조 제1항). 그래서 보증인의 의사표시는 채무자가 아니라 채권자를 상대방으로 하는 의사표시입니다. 채무자에게 속았다는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법적으로 보증계약의 당사자는 보증인과 채권자라는 점이 출발점입니다.

민법 제110조 제1항은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2항은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에서 제3자가 사기나 강박을 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취소할 수 있다고 제한합니다. 채권자 입장에서 보면 채무자는 보증계약의 제3자이므로, 채무자의 거짓말로 보증을 섰다면 이 제한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래서 같은 ‘속았다’는 사정이라도 결론이 갈립니다. 채권자나 채권자 쪽 직원이 직접 속였다면 제110조 제1항으로 바로 취소를 다툴 수 있고, 채무자가 속였다면 채권자가 그 거짓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까지 보증인이 보여줘야 합니다. 상담에서 가장 먼저 정리하는 것이 바로 이 구분입니다.

보증을 취소할 수 있는지는 ‘속았다’는 감정이 아니라, 속인 사람이 누구이고 채권자가 그 사정을 알았는지로 결정됩니다.


2. 채무자가 속였다면 채권자가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합니다

채무자의 거짓말은 제3자의 사기이므로, 채권자의 악의 또는 과실이 취소의 전제입니다.

채무자가 “이미 담보는 충분하다”, “다른 채무는 없다”, “내가 다 갚을 테니 서명만 해달라”고 말해 보증을 서게 한 경우가 전형적인 제3자 사기입니다. 이때 보증인은 채무자가 실제로 거짓말을 했다는 점, 그 거짓말 때문에 보증을 결심했다는 인과관계, 그리고 채권자가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을 모두 주장·증명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제3자 사기와 상대방 쪽 사람의 사기를 이렇게 구분합니다.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 제3자가 사기나 강박을 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으나, 상대방의 대리인 등 상대방과 동일시할 수 있는 자의 사기나 강박은 제3자의 사기·강박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8다60828, 60835 판결).

이 사건에서 은행 출장소장이 어음이 부도날 경우를 대비해 담보로 받아두는 것이라고 속여 금전소비대차와 연대보증 약정서에 서명하게 했는데, 대법원은 출장소장의 행위를 은행 또는 은행과 동일시할 수 있는 자의 사기로 보아 은행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를 따질 필요 없이 보증인들의 취소를 인정하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채무자에게 속았다면 채권자의 인식이 관건이고, 채권자 쪽 사람에게 속았다면 그 인식을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3. 채권자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정황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가

채권자의 인식은 직접 증거가 드물어, 거래의 이례성과 확인 절차의 생략이 증명의 중심이 됩니다.

채권자가 “채무자가 속이는 줄 알았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정황으로 다툽니다. 예를 들어 채권자가 채무자의 신용 상태나 기존 채무를 이미 알고 있었는지, 담보가 충분하다던 말과 달리 담보가 실제로는 없거나 이미 다른 채권자에게 잡혀 있다는 사실을 채권자가 확인할 수 있었는지, 보증인에게 주채무의 금액과 변제 능력을 따로 설명하거나 확인하는 절차 없이 서명만 받았는지를 봅니다.

특히 채권자가 금융기관이거나 대부업자라면, 보증인에게 주채무의 내용을 확인시키지 않고 채무자가 서류를 가져와 서명만 받아갔다는 사정, 보증인이 채무자와 특수관계에 있어 거절하기 어려운 처지였다는 사정이 채권자가 알 수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자료로 쓰입니다. 보증인 본인이 채권자를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면 그 자체가 중요한 정황입니다.

보증보험 사건이지만, 대법원은 채무자가 보험자를 속인 경우에도 피보험자인 채권자가 그 기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취소로 대항할 수 있다고 본 바 있습니다.

피보험자가 그와 같은 기망행위가 있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보험자가 보험계약자의 기망을 이유로 한 취소를 가지고 피보험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0다19281 판결).

이 법리는 보증인이 곧바로 같은 결론을 얻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법원이 채권자의 인식을 볼 때 어떤 사정을 중요하게 보는지, 즉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의 거래 경과와 채권자가 확인할 수 있었던 정보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채권자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은 채무자의 거짓말이 있었다는 증거와 별개로, 거래 경과와 확인 절차를 통해 따로 증명해야 합니다.


4. 취소가 막히면 착오 취소와 기간 제한, 채무자의 형사책임까지 함께 따져야 합니다

취소권은 3년 안에 행사해야 하고, 사기가 증명되지 않으면 착오 취소가 대안이 됩니다.

제3자 사기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곧바로 방법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109조 제1항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으면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다만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주채무의 금액이나 담보 유무처럼 보증 여부를 결정한 사정이 중요 부분인지, 서명 전에 주채무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것이 중대한 과실인지가 쟁점입니다. 보증은 주채무 내용을 확인하고 서명하는 것이 기본이므로 이 부분의 인정은 쉽지 않습니다.

취소권에는 기간 제한이 있습니다. 민법 제146조는 취소권을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안에,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속은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보증채무를 일부 갚거나 이자를 납부하는 등 보증을 인정하는 행동을 하면 추인으로 보일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또 취소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합니다(제109조 제2항, 제110조 제3항).

보증의 방식도 확인할 부분입니다. 민법 제428조의2는 보증 의사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고 정합니다. 구두나 전자적 형태로만 표시된 보증은 효력이 없고, 다만 보증인이 이미 보증채무를 이행했다면 그 한도에서 방식의 하자를 이유로 무효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채무자를 속인 행위 자체는 형사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채무자가 변제 능력이 없으면서 있는 것처럼 보증인을 속여 채권자에게서 돈을 빌렸다면 보증인과 채권자를 속인 사기로 문제될 수 있고, 수사 기록은 민사에서 채무자의 거짓말을 증명하는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취소가 안 되더라도 착오 취소, 방식 하자, 채무자 사기 고소라는 다른 경로가 남아 있고, 취소권은 3년의 기간 제한을 받습니다.


5. 채권자의 청구를 받은 뒤 대응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변제 요구를 받았다면 취소 의사표시와 증거 보전을 먼저, 응소는 그다음에 준비해야 합니다.

보증인이 채권자의 청구를 받으면 통상 ①채권자의 독촉·내용증명 수령 → ②보증인의 취소 의사표시(내용증명) 발송 → ③채권자가 지급명령이나 소를 제기하면 수원지방법원 등 관할 법원에 응소 → ④판결 후 강제집행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채무자를 형사 고소한다면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접수 후 수원지방검찰청의 처분으로 이어집니다.

주의할 점은 지급명령이나 소장을 송달받고 이의신청이나 답변서 제출 기한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기한을 넘기면 보증채무가 확정되어 취소 주장의 기회를 잃을 수 있습니다. 보증인이 채무자와 연대하여 보증한 경우에는 최고·검색의 항변(민법 제437조)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채권자가 처음부터 보증인에게 바로 청구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어야 합니다.

지금 단계에서 확인할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보증 서류(보증서·연대보증 약정서·대출 신청서)에 기재된 주채무 금액·기간·보증 한도와 서명 경위를 확인하고, 사본을 확보합니다.

  2. 채무자가 한 말이 담긴 문자·카카오톡·녹취·통화 기록과 채권자와 접촉한 이력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3. 보증을 알게 된 시점과 속은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을 정리해 취소권 기간을 계산하고, 변제나 이자 납부 등 추인으로 보일 행동을 중단합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보증계약 취소와 채무자에 대한 고소, 구상 문제를 함께 검토하면 대응 방향을 훨씬 빨리 정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보증 문제는 “아는 사람인데 설마”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채권자가 청구서를 보내오고 나서야 상담을 받는 분이 대부분이고, 그때는 이미 서류와 대화 기록이 흩어진 뒤입니다.

속아서 보증을 선 보증인 입장에서는 “속았다”는 주장보다, 누가 어떤 말을 했고 채권자가 무엇을 알았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먼저입니다. 서류, 문자, 녹취가 갖춰질수록 취소와 형사 고소 모두에서 설득력이 생깁니다.

반대로 보증을 받은 채권자 입장에서도 보증인이 서명 경위와 주채무 내용을 알고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보증계약 체결 과정의 설명과 확인 기록은 분쟁 단계에서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저는 보증 분쟁과 사기 사건에서 보증인과 채권자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취소 가능 여부가 갈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청구서를 받았거나 서명 경위가 마음에 걸린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기한이 지나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채무자가 거짓말한 것이 분명한데도 보증을 취소할 수 없나요?

A. 채무자의 거짓말은 제3자 사기라서 채권자가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취소됩니다(민법 제110조 제2항). 채권자의 인식을 보여줄 정황이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Q. 은행 직원이 형식상 서명이라고 해서 보증을 섰습니다. 어떻게 되나요?

A. 채권자 쪽 직원이 속였다면 상대방과 동일시할 수 있는 자의 사기로 볼 수 있어, 채권자의 인식을 따지지 않고 취소를 다툴 수 있습니다. 대법원 98다60828, 60835 판결이 이런 구조를 보여줍니다.

Q. 속은 걸 알게 된 지 오래됐는데 지금도 취소할 수 있나요?

A.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보증한 날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제146조). 그 사이에 보증을 인정하는 행동을 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Q. 보증 서류에 서명하지 않고 구두로만 약속했는데도 갚아야 하나요?

A. 보증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발생합니다(제428조의2). 다만 이미 보증채무를 이행했다면 방식의 하자를 이유로 무효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Q. 채무자를 사기로 고소하면 보증 문제도 해결되나요?

A. 고소와 보증 취소는 별개입니다. 다만 수사 기록은 민사에서 채무자의 거짓말을 증명하는 자료로 쓰일 수 있어 병행 검토할 가치가 있습니다.

Q. 지급명령을 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정해진 기한 안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확정됩니다. 받은 즉시 송달일을 확인하고 기한 안에 대응해야 하며, 변호사와 상의하는 시점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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