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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가 지정한 자재 때문에 하자가 났는데 제 책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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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가 지정한 자재 때문에 하자가 났는데 제 책임인가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신축·증축 공사를 마친 뒤 균열, 누수, 마감 불량이 드러나 건축주가 시공사에 하자보수와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시공사는 “건축주가 고른 자재였다”고 맞서는 분쟁이 늘고 있습니다.

시공사 쪽에서 자주 듣는 말은 “건축주가 이 자재로 하라고 해서 그대로 했을 뿐인데 제가 왜 책임을 집니까”, “제가 고른 것도 아닌데 설마 물어내라고 하겠습니까”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소송이 시작되면 건축주는 “전문 시공업자가 그 자재가 부적당하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하고, 시공사가 그 자재의 문제를 미리 알렸다는 자료를 내놓지 못하면 면책 주장이 통째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은 도급인이 제공한 재료나 지시에서 비롯된 하자는 수급인의 책임에서 제외하되, 수급인이 그 부적당함을 알고도 알리지 않았다면 면책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건축주의 지정이 곧바로 면책 사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정이 하자의 원인이었는지, 그리고 시공사가 알리는 의무를 다했는지가 결론을 가릅니다.

아래에서는 건축주가 지정한 자재로 하자가 났을 때 시공사에게 책임이 있는지, 책임을 면하거나 줄이려면 무엇을 입증해야 하는지 법조문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완성된 건물에 하자가 있으면 시공사 책임이 원칙입니다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은 고의·과실이 없어도 지는 책임입니다.

민법 제667조 제1항은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으면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하자의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보수에 갈음하거나 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시공사가 열심히 공사했는지, 실수가 있었는지는 이 책임의 요건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을 법이 특별히 인정한 무과실책임으로 봅니다.

책임을 지는 기간도 짧지 않습니다. 민법 제671조 제1항은 토지·건물 기타 공작물의 수급인이 목적물 인도 후 5년간, 석조·연와조·금속 기타 이와 유사한 재료로 조성된 것은 10년간 담보책임을 진다고 정합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 제1항은 완공일과 사용 개시일 중 먼저 도래한 날부터, 철근콘크리트구조·철골구조 등 구조내력에 해당하는 경우 10년, 그 밖의 경우 5년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이 정한 공사 종류별 기간 동안 발생한 하자에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따라서 “건축주가 자재를 정했다”는 사정은 하자담보책임이라는 큰 틀에서는 원칙의 예외입니다. 예외를 주장하려면 시공사가 그 요건을 갖추었음을 스스로 설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는 점을 먼저 아셔야 합니다.

하자가 있으면 시공사 책임이 출발점이고, 건축주의 지정은 그 출발점에 대한 예외 주장일 뿐입니다.


2. 건축주가 제공한 재료나 지시에서 비롯된 하자는 면책됩니다

면책의 열쇠는 자재 지정 사실이 아니라 하자가 그 자재·지시에 ‘기인’했는지입니다.

민법 제669조는 이 문제의 핵심 조문입니다.

목적물의 하자가 도급인이 제공한 재료의 성질 또는 도급인의 지시에 기인한 때에는 하자보수 및 손해배상에 관한 수급인의 담보책임 규정은 적용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수급인이 그 재료 또는 지시의 부적당함을 알고 도급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민법 제669조).

건설공사에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 제2항이 같은 취지로 적용됩니다. 발주자가 제공한 재료의 품질이나 규격이 기준에 미달하거나 재료의 성질 때문에 생긴 하자, 발주자의 지시에 따라 시공해서 생긴 하자는 수급인이 담보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이 규정 역시 “발주자가 제공한 재료 또는 지시가 부적당함을 알고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아니한 경우”에는 면책되지 않는다는 단서를 둡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은 ‘기인’입니다. 건축주가 지정한 자재를 썼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하자의 원인이 그 자재의 성질이나 건축주 지시 자체에 있어야 합니다. 같은 자재를 쓰더라도 방수층 시공이 부실했거나 접합부 처리가 잘못되어 누수가 생겼다면, 하자의 원인은 시공 방법에 있고 면책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실무에서는 전문가 감정으로 하자의 원인을 ‘자재의 성질’과 ‘시공 상태’로 나누어 보는 것이 대부분이고, 이 구분이 책임의 갈림길이 됩니다.

건축주가 정한 자재라는 사실이 아니라, 그 자재의 성질이나 지시가 하자의 원인이었다는 점이 면책의 요건입니다.


3. 부적당함을 알고도 알리지 않았다면 면책이 막힙니다

시공 전문가는 자재의 부적당함을 알려주는 것까지가 일입니다.

앞의 법조문 단서가 실제 분쟁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부분입니다. 수급인이 자재나 지시의 부적당함을 ‘알고’ 고지하지 않았다면 면책되지 않습니다. 건축주는 “시공 경력이 있는 업체가 그 자재가 이 공법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시공사는 “알지 못했다”거나 “알려주었는데 건축주가 고집했다”고 맞섭니다.

이때 시공사에게 결정적인 것은 고지 사실을 증명할 자료입니다. 구두로 “그 자재는 곤란하다”고 말했다는 주장만으로는 건축주가 부인하는 순간 입증이 어렵습니다. 공사 중 주고받은 문자·카카오톡·이메일, 자재 승인 요청서, 시공 전 협의 회의록, 건축주가 “그래도 이 자재로 해 달라”고 회신한 기록처럼 날짜와 내용이 남은 자료가 있어야 고지 여부가 확인됩니다.

반대로 건축주 입장에서는 시공사가 자재의 한계를 설명했는지, 대체 자재를 제안했는지, 설명을 들은 뒤에도 자재를 고집했는지를 같은 자료로 다투게 됩니다. 시공사가 부적당함을 알릴 기회가 있었는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여부는 당시 업계 통념과 시공사의 전문성, 자재 규격서와 시방서 내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알리지 않은 것이 확인되면 건축주 지정은 면책 사유가 되지 못하고, 알렸다는 기록이 있으면 면책의 길이 열립니다.


4. 면책이 안 되더라도 건축주 잘못만큼 책임이 줄어듭니다

건축주 지정이 하자 발생에 기여했다면 법원은 그 몫을 참작합니다.

면책 요건을 완전히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책임의 크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은 법이 특별히 인정한 무과실책임으로서 여기에 민법 제396조의 과실상계 규정이 준용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담보책임이 민법의 지도이념인 공평의 원칙에 입각한 것인 이상 하자발생 및 그 확대에 가공한 도급인의 잘못을 참작할 수 있다(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1다70337 판결).

같은 판결은 하자보수비용과, 하자로 인해 건축주가 입은 다른 손해의 배상이 별개의 권원에서 나오는 경합적 책임이라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즉 건축주는 하자담보책임(민법 제667조)과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민법 제390조)을 함께 주장할 수 있고, 시공사는 각 청구마다 건축주의 기여를 따져 참작을 구해야 합니다.

또 하나 기억할 점은 비용의 균형입니다. 민법 제667조 제1항 단서는 하자가 중요하지 않은데 보수에 과다한 비용이 드는 경우 보수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대법원 2009. 6. 25. 선고 2008다18932 판결도 이런 경우 하자보수나 그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는 법리를 다루었습니다. 건축주가 고른 저가 자재 때문에 생긴 사소한 하자를 이유로 전면 재시공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 이 단서가 방어 논리가 됩니다.

하자가 건물 이용자 등 제3자의 사망·상해로 이어졌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건설산업기본법 제44조 제1항은 건설사업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건축주의 지시가 있었다는 점은 민사상 면책을 다투는 사유일 뿐 형사상 과실 판단을 대신해 주지 않으므로, 안전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처음부터 별도로 대비해야 합니다. 다만 같은 조 제2항은 손해가 발주자의 중대한 과실로 발생한 때 건설사업자가 발주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면책이 전부 인정되지 않아도 건축주의 기여만큼 책임은 줄어들고, 사람이 다친 사고라면 형사 대응이 별도로 필요합니다.


5. 분쟁이 생기면 자료 확보와 원인 감정 순서로 대응합니다

소송 전에 ‘누가 무엇을 지시했는지’를 입증할 자료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하자 분쟁은 통상 ①건축주의 하자보수 요구 및 내용증명 → ②협의 결렬 시 관할 법원(공사 현장이 수원 지역이면 수원지방법원)에 하자보수금 또는 손해배상 소송 제기 → ③법원이 선임한 감정인의 하자 원인·보수비 감정 → ④감정 결과를 토대로 한 판결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사람이 다친 사고가 있다면 ⑤현장 관할 경찰서(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수사가 병행될 수 있습니다.

시공사가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은 아래 순서입니다.

  1. 계약서, 설계도서, 시방서, 자재 승인서에 자재 지정의 주체와 규격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2. 자재의 부적당함을 알린 문자·카카오톡·이메일·회의록과, 건축주가 지정을 유지한 회신을 날짜순으로 정리합니다.

  3. 하자 부위의 사진과 시공 기록을 확보하고, 하자의 원인이 자재의 성질인지 시공 상태인지 가릴 감정 신청 방향을 정합니다.

법원은 감정 결과를 사실인정의 중요한 근거로 삼는 만큼, 감정인의 의견에 시공사의 자료가 제대로 반영되도록 사실관계 설명과 질의 사항을 사전에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치며

건축주가 정한 자재라는 이유로 “내 책임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가, 고지 기록이 없어 면책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시공사를 자주 봅니다. 공사가 끝나고 건축주와의 관계가 틀어진 뒤에는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시공 책임을 추궁받는 시공사 입장에서는 자재 지정 경위와 고지 내역, 하자 원인이 자재인지 시공인지에 대한 자료가 모두 쌓여야 면책과 책임 감경 주장이 힘을 얻습니다. 구두로만 오간 이야기는 입증이 어렵습니다.

반대로 하자로 피해를 본 건축주 입장에서도 “시공사가 알아서 했어야지”라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본인이 자재를 지정했고 시공사의 우려를 듣고도 유지했다면 그 사정이 책임 범위에 반영될 수 있으므로, 소송 전에 지정 경위를 냉정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저는 건축·부동산 분쟁과 형사 사건에서 시공사와 건축주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하자라도 지정과 고지의 기록이 어떻게 남아 있는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자재 지정 문제로 책임 공방이 시작됐다면, 자료가 흩어지기 전에 방향부터 잡아야 합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시점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건축주가 자재를 지정했다는 이유만으로 하자 책임이 없어지나요?

A. 아닙니다. 하자가 그 자재의 성질이나 건축주의 지시에 기인했을 때 면책되고, 시공 방법이 잘못되어 생긴 하자라면 지정과 관계없이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자재가 부적당하다고 구두로만 말했는데 고지한 것으로 인정되나요?

A. 구두 고지도 이론상 고지에 해당할 수 있지만, 건축주가 부인하면 입증이 어렵습니다. 문자·이메일·회의록처럼 날짜와 내용이 남은 자료가 있어야 안전합니다.

Q. 건축주가 고집해서 서명한 자재 승인서가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시공사에게 유리한 자료입니다. 다만 승인서에 부적당함에 대한 설명과 건축주의 확인 내용이 담겨 있는지에 따라 고지로 평가되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Q. 면책이 안 되면 건축주 요구를 전부 물어줘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하자 발생과 확대에 도급인의 잘못이 있으면 담보책임 범위를 정할 때 참작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자가 중요하지 않은데 보수비가 과다한 경우에는 보수 청구 자체가 제한됩니다.

Q. 하자담보책임은 얼마 동안 지나요?

A. 민법은 건물 수급인에게 인도 후 5년(석조·금속 등은 10년)을 정하고, 건설산업기본법은 구조내력 부분 10년 등 공사 종류별 기간을 정합니다. 계약서에 정한 기간도 확인해야 합니다.

Q. 하자로 사람이 다치면 건축주 지시를 따른 것이라고 항변할 수 있나요?

A. 민사 면책 사유와 형사 과실 판단은 별개입니다. 업무상과실치상 여부는 시공사가 안전상 위험을 예견하고 회피할 수 있었는지를 따로 따지므로 별도의 대응이 필요합니다.

Q. 소송을 준비한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나요?

A. 계약서·시방서·자재 승인 기록·고지 대화 내용을 날짜순으로 모으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하자 부위 사진을 확보하고 감정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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