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장례를 치르고 상속재산을 정리하다가, 부모님 통장을 관리해 온 형제가 거액을 인출해 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상담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통장을 관리한 쪽은 “내가 병원비와 생활비를 다 댔으니 이 정도는 받아도 된다”, “어차피 나눌 돈인데 먼저 쓴 것뿐이다”라고 생각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대로 돈이 사라진 쪽은 “형제끼리 고소까지 해야 하나”, “가족 사이라 처벌도 안 된다고 하던데”라는 생각에 대응을 미루다가, 거래내역 보관기간과 고소기간을 놓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형법 제328조가 개정되어 가족 사이 재산범죄에 대한 ‘형 면제’ 규정이 사라졌고, 대법원은 공동상속인 중 한 사람이 상속재산을 보관하다 반환을 거부하면 그 시점에 횡령죄가 이미 완성된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이 면제되는 시대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부모님 통장에서 형제가 돈을 빼 썼을 때 인출 시점별로 어떤 책임이 문제되는지, 그리고 고소와 민사청구를 위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인출이 사망 전인지 후인지에 따라 따져야 할 쟁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같은 인출이라도 사망 전에는 ‘부모님의 동의’가, 사망 후에는 ‘상속인의 몫’이 쟁점입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문제가 된 인출 하나하나를 부모님의 사망일을 기준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사망 전 인출은 부모님이 통장 관리를 맡기거나 증여한 것인지가 쟁점이고, 사망 후 인출은 이미 상속인 전원에게 귀속된 재산을 한 사람이 가져간 것인지가 쟁점이기 때문입니다.
사망 전 인출의 경우, 통장과 비밀번호를 건네받아 입출금을 대신해 온 형제는 부모님으로부터 사무를 위임받은 지위에 있습니다. 위임받은 범위 안에서 부모님을 위해 쓴 돈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고, 부모님이 직접 “너 가져라”라고 증여한 돈이라면 이후 상속 단계에서 특별수익으로 다뤄집니다(민법 제1008조). 반면 부모님의 의사와 무관하게 자기 용도로 쓴 돈이라면 부당이득반환이나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며, 그 반환 청구권은 부모님 사망으로 상속인들에게 상속됩니다.
사망 후 인출은 사정이 다릅니다. 민법 제690조에 따라 위임은 당사자 한쪽이 사망하면 종료되므로, 사망일 이후에는 통장을 관리하던 형제에게 부모님을 대신해 돈을 꺼낼 권한이 더는 없습니다. 상속인은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권리를 승계하고(민법 제1005조), 상속인이 여럿이면 상속재산은 공유가 됩니다(민법 제1006조). 사망 이후 통장 잔액은 더 이상 ‘부모님의 돈’이 아니라 상속인 모두의 돈입니다.
이 구분은 실무에서 곧바로 증거 정리로 이어집니다. 사망일 전후로 인출 내역을 나눠 표로 정리하고, 사망 전 인출은 부모님의 의사능력과 위임·증여의 흔적을, 사망 후 인출은 인출자와 사용처를 각각 확인해야 합니다.
사망일을 기준으로 인출 내역을 둘로 나누면, 각각 어떤 책임을 물을지가 보입니다.
2. 사망 후 형제가 상속재산을 가져가 쓰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공동상속인 중 한 사람이 상속재산을 보관하다 반환을 거부하면, 그때 횡령죄가 완성됩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형제 입장에서 부모님 예금은 ‘내 상속분이 섞인 돈’이지만, 다른 상속인의 몫에 관한 한 ‘타인의 재물’이고, 통장과 비밀번호를 쥐고 있는 형제는 그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습니다.
대법원은 공동상속인 중 한 사람이 상속재산을 다른 상속인들을 위해 보관하던 사안에서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사안은 상속받은 임야였지만, 공동상속인의 보관과 반환 거부에 관한 법리는 예금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횡령행위란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 것이어서 타인의 재물을 점유하는 자가 그 점유를 자기를 위한 점유로 바꾸려고 하는 의사를 가지고 그러한 영득의 의사가 외부에 인식될 수 있는 객관적 행위를 하였을 때에는 그 재물 전체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되고, 일단 횡령을 한 이후에 다시 그 재물을 처분하는 것은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하여 처벌할 수 없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10도93 판결).
이 판결에는 실무상 중요한 두 가지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는 다른 상속인들이 “상속분대로 나누자”며 반환을 요구했는데도 거부했다면 그 거부 시점에 이미 횡령이 완성된다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횡령이 완성된 뒤 같은 재물을 다시 쓰거나 처분한 행위는 별도의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므로, 공소사실을 정리할 때 어느 시점의 어떤 행위를 문제 삼을지 특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출한 형제가 “내 상속분 범위 안에서만 썼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상속재산은 분할 전까지 공유 상태여서 특정 예금 중 얼마가 누구의 몫인지 정해져 있지 않고, 협의 없이 일부를 먼저 가져가 쓴 것을 곧바로 ‘내 몫’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인출액 중 다른 상속인의 법정상속분에 해당하는 부분이 문제의 핵심이 됩니다.
상속재산을 보관하던 형제가 다른 상속인 몫까지 자기 것처럼 쓰면, 가족 사이라도 횡령죄가 문제됩니다.
3. 형제 사이라도 처벌을 원한다면 고소가 있어야 하고, 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친족 사이 재산범죄의 ‘형 면제’는 사라졌고, 이제는 고소 여부와 고소기간이 관건입니다.
많은 분이 “가족 사이 재산범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알고 계십니다. 과거 형법 제328조는 직계혈족·동거친족 사이의 재산범죄는 형을 면제하고, 그 밖의 친족 사이는 고소가 있어야 처벌하도록 정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2024. 6. 27. 형 면제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2020헌마468)을 내렸고, 이후 국회가 이 조항을 고쳐 현재 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323조의 죄를 지은 사람이 피해자의 친족인 경우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형사소송법」 제224조 및 「군사법원법」 제266조에도 불구하고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할 수 있다(형법 제328조 제1항).
횡령죄에도 이 조항이 준용되므로(형법 제361조), 형제 사이 횡령은 이제 친족이라는 이유로 형이 면제되지 않고,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는 친고죄로 다뤄집니다. 다만 이 개정이 적용되는 범죄의 시기에는 경과 규정이 있으므로, 인출이 이루어진 시점이 언제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규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친고죄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고소기간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은 친고죄에 대하여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예금을 인출한 사실과 인출한 사람이 형제라는 사실을 거래내역을 통해 알게 된 날이 기산점이 되는 만큼, 정산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기간을 넘기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가족 간 재산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처벌되고, 그 고소는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안에 해야 합니다.
4. 인출액 규모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고, 민사로도 몫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횡령액이 커지면 형법이 아니라 특경법이 적용되고, 형사와 별개로 부당이득 반환도 가능합니다.
형제가 인출한 금액이 크다면 처벌 수위도 달라집니다. 단순 횡령은 앞서 본 대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업무상 임무에 위배한 경우에는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집니다. 여러 번에 나누어 인출했더라도 같은 의사로 반복했다면 합산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민사에서는 두 갈래로 접근합니다. 첫째, 사망 후 인출분 중 자기 상속분을 넘는 부분은 법률상 원인 없이 다른 상속인의 재산으로 이익을 얻은 것이므로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반환 대상입니다. 형제자매 사이라면 균등한 상속분(민법 제1009조 제1항)이 기준이 되고, 부모님 중 한 분이 생존해 계신다면 배우자의 상속분 가산(같은 조 제2항)까지 반영해 계산합니다. 둘째, 사망 전 인출분은 부모님이 가진 반환청구권이 상속되므로 이를 상속분 비율대로 행사하는 방식으로 청구합니다.
인출한 쪽에서 가장 많이 하는 반론은 “내가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비를 댔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사정은 상속재산분할 과정에서 기여분(민법 제1008조의2)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의 문제이고, 기여분은 공동상속인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결정으로 정해집니다. 스스로 정산액을 정해 먼저 가져간 것을 정당화해 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인출한 돈이 장례비와 병원비 등 실제 필요한 비용에 쓰였음이 영수증으로 확인된다면 그만큼은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용처 입증 자료가 있는지가 양쪽 모두에게 중요합니다.
형사로는 인출액이 클수록 무거워지고, 민사로는 자기 상속분을 넘는 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5. 거래내역 확보부터 고소, 민사 청구까지 순서를 정해 진행해야 합니다
고소장을 내기 전에 인출 내역과 사용처를 먼저 정리해야 사건의 방향이 잡힙니다.
형제 사이 상속재산 횡령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수사 과정에서 인출한 형제가 합의를 요청해 오는 경우가 많은데, 합의 여부와 금액은 이후 양형에도 영향을 주므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동시에 상속재산분할 협의나 조정 절차가 진행 중이라면, 이미 인출된 금액을 분할 대상에서 어떻게 다룰지 정리해야 합니다. 형사 고소와 민사 청구를 따로 진행하면 사실관계가 엇갈릴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하나의 증거 목록으로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증거는 아래 순서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부모님 사망일이 기재된 가족관계증명서·제적등본과 상속인 전원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준비하고, 상속인 자격으로 금융기관에서 부모님 명의 계좌의 전체 거래내역을 발급받습니다.
거래내역을 사망일 전후로 나누어 인출 일시·금액·방식(창구·ATM·이체)을 표로 정리하고, 이체라면 수취 계좌가 누구 명의인지 확인합니다.
인출한 형제에게 사용처 소명과 반환을 요구한 내용을 문자·내용증명 등으로 남겨, 반환 거부 시점과 고소기간의 기산점을 분명히 합니다.
이러한 자료가 갖춰지면 형사 고소와 민사상 반환청구를 어떤 순서로 진행할지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실제 회수 가능성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부모님을 떠나보낸 직후에 형제와 돈 문제로 다투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대응이 늦어지고, 그사이 거래내역과 고소기간이라는 중요한 시간이 지나갑니다.
돈이 사라진 형제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비난보다 사망일 전후의 인출 내역과 사용처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고소기간 안에 어떤 절차를 선택할지 정해 두어야 형사와 민사 양쪽에서 선택지를 잃지 않습니다.
반대로 통장을 관리하다 의심받는 형제 입장에서도 “내가 모셨으니 당연하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부모님의 동의가 있었는지, 실제로 부모님을 위해 쓴 비용이 얼마인지 자료로 보여 주어야 결과가 달라집니다.
저는 상속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 자금 분쟁에서 인출을 의심한 쪽과 의심받은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망일 전후의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고소기간이 지나기 전, 그리고 합의를 결정하기 전에 상황을 정리해 보고 싶으시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통장을 맡겨 두셨는데, 사망 전 인출도 문제가 되나요?
A. 부모님의 의사에 따라 부모님을 위해 쓴 돈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자기 용도로 쓴 돈이라면 부당이득반환 등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증여한 것이라면 상속 단계에서 특별수익으로 다뤄집니다.
Q. 사망 후에 인출했다면 무조건 횡령인가요?
A. 무조건은 아닙니다. 인출 금액이 장례비 등 상속재산 관리에 쓰였는지,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고 정산할 의사가 있었는지 등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다만 사망 후에는 부모님을 대신해 인출할 권한이 없다는 점이 출발점입니다.
Q. 형제끼리는 처벌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A. 현재는 맞지 않습니다. 형 면제 규정이 삭제되어 친족 사이 재산범죄도 피해자의 고소가 있으면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만 범죄 시기에 따라 적용 규정이 다를 수 있으니 인출 일자를 확인해야 합니다.
Q. 고소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A. 친고죄는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할 수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 거래내역으로 인출자를 확인한 날이 기산점이 될 수 있으니 서두르시는 것이 좋습니다.
Q. 인출한 형제가 자기 상속분 안에서만 썼다고 하면요?
A. 상속재산은 분할 전까지 상속인들의 공유이므로 협의 없이 먼저 가져간 것을 곧바로 ‘내 몫’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인출액 중 다른 상속인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부분이 형사·민사 모두에서 쟁점이 됩니다.
Q. 형사 고소를 하면 민사로 돈을 받는 데 도움이 되나요?
A.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거래내역과 진술은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입증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형사 합의 과정에서 민사 청구까지 정리되는 경우가 많아, 합의 전에 범위를 신중하게 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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