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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보이스피싱 콜센터, 감금돼 일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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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보이스피싱 콜센터, 감금돼 일했다면 

김홍식 변호사

해외 고수익 일자리 제안을 받고 출국했다가 현지에서 감금된 채 보이스피싱 상담원 일을 했다면, 귀국 뒤 범죄단체 가입·활동과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감금과 협박이 있었다는 사정은 중요하지만 그 자체로 처벌을 면하게 해 주지는 않습니다. 형법 제12조의 강요된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언제, 어떤 협박 아래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를 기간별로 나누어 따져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동남아시아 등 해외의 이른바 범죄단지에서 일하다 귀국한 뒤 경찰 조사를 앞둔 피의자를 위한 안내입니다. 처음부터 범죄 업무인 줄 알고 갔는지, 현지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었는지, 어떤 업무를 얼마나 했는지에 따라 다툴 부분과 인정할 부분이 달라집니다. 그 판단에 쓰이는 기준과 자료를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해외에서 한 일도 국내에서 처벌 대상이 됩니다

형법 제3조는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도 형법을 적용한다고 정합니다. 해외 콜센터에서 국내 피해자를 상대로 전화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범행 장소가 외국이라는 사정만으로 국내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보통 두 가지 혐의가 함께 문제 됩니다. 하나는 개별 피해자를 속여 돈을 받아낸 사기이고, 다른 하나는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 가입·활동입니다. 제114조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나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을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고, 다만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사기죄의 법정형은 제347조에 따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므로 사기를 목적으로 한 조직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총책을 중심으로 간부급 조직원, 상담원, 현금인출책 등으로 구성되어 위계질서와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춘 보이스피싱 조직을 형법상 범죄단체로 본 원심을 수긍했습니다. 같은 판결에서 범죄단체 가입·활동과 사기는 별개의 범죄로서 사기죄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는 원심 판단도 수긍했습니다. 그래서 상담원으로 일한 사람은 개별 사기와 조직 가입·활동을 함께 다투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요된 행위로 인정되는 범위는 좁습니다

형법 제12조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합니다. 감금된 상태에서 일했다는 주장은 이 조항에 근거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여기서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란 심리적 의미에서 육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절대적으로 하지 아니할 수 없게 하는 경우와 윤리적 의미에서 강압된 경우를 말하고, 협박이란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달리 막을 방법이 없는 협박을 말하며, 강요란 피강요자의 자유스런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게 하면서 특정한 행위를 하게 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단지 외출이 통제되었다거나 실적 압박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강요된 행위가 되지는 않습니다. 업무를 거부하면 폭행을 당하거나 생명·신체에 위해가 가해질 상황이었는지, 그 위해를 피할 다른 방법이 없었는지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폭행을 당했거나, 탈출을 시도한 사람이 처벌받는 모습을 보았거나, 무장한 경비가 출입을 막았다는 사정은 이 판단에서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협박의 대상이 본인이 아니라 국내에 있는 부모·형제 등 친족이었던 경우도 있습니다. 조문은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정하고 있으므로, 가족의 주소나 신상을 알고 있다며 위해를 가하겠다는 위협을 받았다면 그 메시지와 당시 정황도 함께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감금 사실과 강요된 행위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감금은 강요된 행위를 뒷받침하는 사정 가운데 하나이고, 그 감금이 생명·신체의 위해를 달리 막을 수 없는 정도의 협박과 연결되었는지를 따로 설명해야 합니다.

출국 전에 무엇을 알았는지가 먼저 검토됩니다

수사기관은 대개 출국 경위부터 확인합니다. 채용 광고나 대화에 어떤 업무와 급여가 제시되었는지, 누가 항공권과 숙소를 마련했는지, 출국 전에 업무 내용을 물었을 때 어떤 답을 들었는지가 조사 대상입니다.

처음부터 보이스피싱 업무인 줄 알고 출국했다면 범죄단체 가입의 고의를 다투기 어렵고, 현지에서 협박을 받았다는 주장의 설득력도 약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상적인 사무직이나 고객 상담 업무로 알고 갔다면, 도착한 뒤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다만 업무 내용이 불분명한데 지나치게 높은 급여가 제시되었다면, 수사기관은 범죄 업무일 가능성을 알면서도 출국한 것이 아닌지 물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몰랐다는 설명은 당시의 채용 대화, 계약 조건, 가족이나 지인에게 일자리를 설명한 메시지처럼 출국 전 자료와 맞아야 설득력이 생깁니다.

지인의 소개로 출국했다면 그 지인이 어떤 일자리라고 설명했는지, 소개 대가를 받았는지도 확인 대상입니다. 소개한 사람이 따로 수사를 받는 경우 그 진술이 본인의 인식을 판단하는 자료로 쓰일 수 있으므로, 당시 주고받은 대화를 원본 그대로 보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지 체류 기간을 나누어 보아야 하는 이유

같은 사람이라도 현지 체류 기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도착 직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폭행 위협 속에서 업무를 시작한 시기와, 몇 달 뒤 실적 수당을 받으며 다른 직원을 관리하거나 새 인력을 모집하는 데 관여한 시기는 법적으로 다르게 볼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강요된 행위 주장은 전체 기간에 한꺼번에 적용하기보다 근거가 있는 기간과 행위를 특정해 제기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기간별로 확인해야 할 사정은 보통 다음과 같습니다.

  •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겼는지, 외부와 연락하거나 외출할 수 있었는지

  • 업무를 거부했을 때 실제로 어떤 폭행이나 위협이 있었는지, 그 시점은 언제인지

  • 탈출이나 신고를 시도했는지, 시도하지 못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 실적 수당이나 성과급을 받았는지, 직급이나 맡은 업무가 바뀌었는지

  • 다른 사람을 모집하거나 관리하는 일에 관여했는지

이 사정들은 진술만으로 입증되기 어렵고, 가족이나 지인과 주고받은 메시지, 현지에서 찍은 사진, 송금 기록, 출입국 기록 같은 객관 자료로 확인됩니다. 기간별로 자료를 맞추어 보아야 어느 시기까지 강요된 상태였다고 설명할 수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강요 주장과 별개로 확인할 부분

강요된 행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다툴 부분은 남습니다. 먼저 수사기관이 제시하는 피해 목록이 본인의 근무 기간, 실제로 맡은 업무와 연결되는지 대조해야 합니다. 조직 전체의 피해가 한꺼번에 제시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본인이 근무하기 전이나 떠난 뒤의 피해, 다른 팀이 맡은 피해가 섞여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역할에 대한 평가도 확인해야 합니다. 피해자에게 직접 전화해 속이는 상담원 업무는 사기의 실행에 해당한다고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면 실행에 직접 가담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범행을 도운 데 그쳤다면 형법 제32조의 종범이 문제 되고, 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됩니다. 다만 피해자와 직접 통화한 상담원은 실행 행위자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주장은 실제 맡은 업무가 통화가 아닌 보조 업무였다는 점을 자료로 확인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로 한 업무를 메시지와 근무 기록으로 확인해 두어야 이 평가를 다툴 수 있습니다.

현지에서 받은 돈도 정리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단체 사건에서 범죄단체 활동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추징 대상으로 보고, 그 수익이 사기 피해자로부터 취득한 재산이어도 마찬가지라고 본 원심을 수긍했습니다. 급여나 수당을 실제로 얼마나 받았는지, 약속만 받고 받지 못한 금액은 얼마인지, 오히려 위약금 명목으로 돈을 빼앗긴 사정이 있는지가 추징액과 양형에 함께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현지 구금과 송환 기록도 정리합니다

현지 경찰에 단속되어 구금되었다가 송환된 경우도 있습니다. 형법 제7조는 죄를 지어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에 대해서는 그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하는 형에 산입한다고 정합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조항의 외국에서 형이 집행된 사람을 외국 법원의 유죄판결로 형이 실제로 집행된 사람으로 해석하고, 외국에서 무죄판결을 받기까지 미결구금된 기간은 이 조항의 산입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다만 그러한 미결구금 사실은 양형에서 참작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현지 단속 뒤 송환을 기다리며 구금된 기간은 보통 외국 법원의 유죄판결로 형이 집행된 경우가 아니어서 제7조의 산입 대상으로 보기 어렵고, 양형 사정으로 주장하는 방향을 검토하게 됩니다. 현지에서 어떤 절차로 얼마나 구금되었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므로 구금과 송환 관련 서류를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지에서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구조를 요청했거나, 가족이 국내 경찰에 실종이나 감금 신고를 했다면 그 기록은 감금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객관 자료가 됩니다. 본인의 기억보다 이런 기록이 시점을 더 정확하게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사 전에 정리해야 할 것

첫 조사는 출국 경위와 현지 생활에 대한 진술이 처음 기록되는 자리입니다. 강요된 사정을 강조하려고 사실보다 부풀리거나,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추측으로 채우면 이후 실제 사정을 설명해도 신빙성을 인정받기 어려워집니다. 직접 겪은 일과 다른 사람에게 들은 일을 구분해 사실대로 진술하는 것이 좋습니다.

휴대전화의 메신저 대화, 사진, 송금 기록, 가족에게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는 지우지 말고 그대로 보존하시길 바랍니다. 귀국 뒤 폭행으로 인한 상처나 정신적 충격으로 진료를 받았다면 그 기록도 현지 상황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됩니다. 불리해 보이는 대화를 지우는 행동은 증거인멸을 의심받게 하고, 감금을 뒷받침할 자료까지 함께 잃게 만들 수 있습니다.

변호인은 먼저 채용 대화와 출국 전 자료로 출국 당시 무엇을 알았는지를 정리합니다. 그다음 현지 체류 기간을 날짜별로 나누어 감금·폭행·협박의 정황과 실제 업무를 대조하고, 강요된 행위를 주장할 수 있는 기간과 행위를 특정합니다. 수사기관의 피해 목록을 근무 기간과 담당 업무에 맞추어 검토하고, 상담원 업무가 실행인지 방조인지에 대한 평가도 함께 따집니다.

인정할 부분이 있다면 형법 제51조가 양형의 조건으로 정한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을 중심으로 대응을 정리합니다. 감금과 협박 속에서 일하게 된 경위, 실제로 받은 돈의 규모, 수사 협조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툴 부분과 인정할 부분을 처음부터 구분해 두어야 조사 동석과 의견서도 같은 방향으로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2026년 10월 29일 확인한 현행 형법과 대법원 판례의 일반 기준입니다. 해외 콜센터에서 감금된 채 일했다는 사건은 감금 여부라는 한 가지 사정으로 결론이 나지 않으며, 출국 당시의 인식과 현지 체류 기간별 상황, 실제로 맡은 업무와 피해의 연결을 하나씩 따져 보아야 합니다. 그 검토가 끝나야 조사에서 무엇을 다투고 무엇을 인정할지 정확히 정할 수 있습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본문에 소개한 판례 사안은 판결문에 나타난 사실을 요약한 것이며,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대응 방법 및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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