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서류 위조나 허위 매매계약으로 남의 부동산이 다른 사람 명의로 넘어가 있는 것을 뒤늦게 알고 상담을 오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분들이 가장 먼저 하시는 말씀은 “등기를 지워달라고 소송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지우고 나면 자동으로 제 이름으로 돌아오겠죠”입니다. 하지만 말소등기는 현재 등기를 지우는 것일 뿐 내 이름을 새로 써주는 절차가 아닙니다. 중간에 제3자가 근저당권을 설정해 두었거나 등기가 여러 사람을 거쳐 넘어갔다면 말소 판결을 받고도 등기부가 원하는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 일이 생깁니다.
최근 대법원은 진정한 소유자가 말소 대신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직접 청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그 요건과 기판력의 한계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어떤 길을 먼저 택했느냐에 따라 나머지 길이 막힐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래에서는 말소 대신 바로 내 이름으로 등기를 돌려받을 수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그리고 순서를 잘못 잡았을 때의 위험을 판례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말소와 진정명의회복 이전등기는 목적은 같고 방식이 다릅니다
말소는 남의 등기를 지우는 청구이고, 진정명의회복은 현재 명의인에게서 내 이름으로 돌려받는 청구입니다.
원인 없이 남의 명의로 넘어간 등기를 바로잡는 전통적인 방법은 현재 명의인을 상대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청구입니다.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민법 제214조)에 근거하며, 승소하면 그 등기가 지워지고 종전 명의인이던 내 이름의 등기가 되살아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등기가 한 번만 넘어간 것이 아니라 A에서 B, B에서 C로 여러 사람을 거쳤다면 말소청구는 사람마다 따로 해야 하고, 중간 명의인 중 한 명이라도 소재를 알 수 없거나 말소에 응하지 않으면 전체 절차가 지연됩니다. 이런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판례는 말소 대신 현재 명의인을 상대로 ‘진정명의회복’을 등기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직접 청구하는 것을 허용해 왔습니다.
청구취지도 다릅니다. 말소청구는 “피고는 원고에게 별지 목록 부동산에 관하여 ○○지방법원 등기접수 제○○호로 마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이고, 진정명의회복은 “피고는 원고에게 별지 목록 부동산에 관하여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입니다.
말소가 ‘남의 이름을 지우는 길’이라면, 진정명의회복은 ‘현재 명의인에게서 내 이름으로 직접 옮겨오는 길’입니다.
2. 이 청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소유자에게만 열려 있습니다
과거에 내 명의 등기가 있었거나 법률에 의해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만 진정명의회복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판례가 정리한 요건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자기 명의로 소유권을 표상하는 등기가 이미 있었던 사람입니다. 위조 서류로 내 부동산이 남에게 넘어갔다면 내 명의 등기 이력이 있으므로 이 요건을 충족합니다.
다른 하나는 등기 없이도 법률의 규정에 의해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입니다. 상속(민법 제187조), 공용징수, 판결, 경매 등으로 등기 없이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상속인이 아직 상속등기를 하지 않은 사이에 다른 사람이 서류를 꾸며 자기 앞으로 등기해 버린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반대로 매매계약만 했을 뿐 아직 내 명의로 등기를 넘겨받지 못한 매수인은 소유자가 아니므로 이 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대위해(민법 제404조) 중간의 원인무효 등기를 말소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같은 ‘내 이름으로 돌려받겠다’는 사건이라도 출발점이 다르면 청구 방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진정명의회복은 등기 이력이 있거나 법률에 의해 소유권을 취득한 소유자의 청구이고, 매수인에게는 열려 있지 않습니다.
3. 말소 소송에서 패소하면 진정명의회복으로 다시 다툴 수 없습니다
두 청구는 소송물이 실질적으로 같아서, 한 번 진 쪽의 기판력이 다른 쪽에도 미칩니다.
많은 분들이 “말소 소송에서 졌으면 이번에는 이전등기로 다시 해보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전략을 막았습니다.
말소등기청구권과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모두 진정한 소유자의 등기명의를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이라는 점에서 법적 근거와 성질이 같으므로, 등기의 형식이 다르더라도 소송물은 실질상 동일하고 전소 말소청구의 패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후소 진정명의회복 청구에도 미칩니다(대법원 2001. 9. 20. 선고 99다37894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
이 판결 이전에는 대법원 1990. 11. 27. 선고 89다카12398 전원합의체 판결이 말소 대신 진정명의회복 이전등기를 직접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고, 99다37894 판결은 이 흐름 위에서 청구 요건을 정리하면서 두 청구의 소송물이 같다고 못 박았습니다.
실무상 의미는 분명합니다. 말소 소송을 먼저 제기해 증거 부족이나 청구 구성의 잘못으로 패소하면, 같은 부동산·같은 명의인을 상대로 이름만 바꾼 이전등기 소송은 기판력에 막힙니다. 반대로 진정명의회복 소송에서 패소했다면 말소청구로 다시 다툴 수 없습니다. 처음 청구를 낼 때 사실관계와 증거를 모두 점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말소냐 이전이냐는 선택지가 두 개처럼 보여도, 소송은 사실상 한 번뿐입니다.
4. 말소 대신 이전등기를 택하는 실익과 형사 책임은 따로 따져야 합니다
제3자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수록 직접 이전등기가 유리하고, 위조가 있었다면 형사 고소도 함께 검토합니다.
말소등기를 하려면 그 등기에 대해 등기상 이해관계 있는 제3자가 있을 때 그 제3자의 승낙 또는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재판의 등본이 필요합니다(부동산등기법 제57조). 현재 명의인이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놓았다면 근저당권자의 승낙이 없는 한 말소 판결을 받아도 등기가 정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때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이전등기는 현재 명의인의 소유권 등기를 말소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앞으로 옮기는 것이므로 이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다만 그 근저당권 자체의 효력은 별도로 다퉈야 합니다.
등기가 서류 위조로 넘어간 사건이라면 민사와 별개로 형사 책임이 따릅니다. 인감증명서·위임장 등을 위조했다면 사문서위조죄(형법 제231조)와 위조사문서행사죄(제234조)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허위 서류로 등기를 마쳤다면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제228조 제1항)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속여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면 사기죄(제347조 제1항)로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문제됩니다.
다만 형사 고소의 결과와 민사 소유권 판단은 별개입니다. 형사에서 무혐의가 나와도 민사에서 등기의 원인무효가 인정될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두 절차를 병행하면서 서로의 증거를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5. 처분금지가처분부터 확정판결 후 등기신청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소송 제기 전에 가처분으로 현재 명의인의 처분을 막아 두는 것이 사건의 안전판입니다.
절차는 통상 ①부동산 소재지 관할 법원(수원 소재 부동산이라면 수원지방법원, 민사소송법 제20조)에 처분금지가처분 신청 → ②본안으로 진정명의회복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 제기 → ③변론·증거조사를 거친 승소 판결 확정 → ④확정판결로 등기소에 단독 등기신청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서류 위조 정황이 있다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관할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원지방검찰청의 수사로 이어지는 형사 절차를 병행합니다.
가처분(민사집행법 제300조)이 중요한 이유는 소송 도중 현재 명의인이 부동산을 제3자에게 팔아넘기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제3자가 선의로 등기를 넘겨받으면 소송에서 이겨도 소유권을 찾아오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승소 확정판결을 받으면 등기권리자인 원고가 판결문을 가지고 단독으로 등기를 신청할 수 있고, 등기원인은 ‘진정명의회복’으로 기재합니다.
소송에 들어가기 전에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동산 등기사항전부증명서(등기부등본)를 발급받아 내 명의 등기 이력, 이전 시점, 등기원인, 현재 명의인, 근저당권 등 제3자 권리를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등기가 어떤 서류로 넘어갔는지 등기소에서 등기원인 서류(매매계약서·위임장·인감증명서 등)를 열람해 위조 여부와 내 서명 여부를 확인합니다.
처분금지가처분 신청 전에 현재 명의인이 추가로 처분하거나 담보를 설정하지 못하도록 시급히 대응하고, 소송 구성은 말소와 이전 중 하나로 확정합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한 번에 청구 구성을 정리하면 기판력의 함정을 피하면서 형사 고소와 민사소송을 함께 설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남의 이름으로 넘어간 내 부동산 앞에서 “곧 바로잡히겠지”, “가족이니 이야기로 풀자”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다 소송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이 부동산이 제3자에게 넘어가면 사건은 훨씬 어려워집니다.
부동산을 빼앗긴 소유자 입장에서는 말소와 이전 중 무엇을 청구할지보다 먼저 내 명의 등기 이력과 법률에 의한 취득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모으는 것이 중요합니다. 등기부와 등기원인 서류, 거래 경위를 보여 주는 대화 기록이 쌓일수록 민사와 형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현재 명의인으로 소송을 당한 입장이라면 “등기가 내 이름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등기의 추정력은 깨질 수 있고, 위조나 허위 서류가 개입됐다면 형사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부동산 소유권 분쟁에서 등기를 되찾으려는 쪽과 방어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처음 청구를 어떻게 구성했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청구를 한 번 잘못 세우면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소송 전에 방향부터 점검하시기 바라며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말소 대신 바로 제 이름으로 등기를 돌려받는 것이 항상 가능한가요?
A. 아닙니다. 과거에 내 명의로 소유권 등기가 있었거나 상속 등 법률에 의해 소유권을 취득한 소유자만 가능하고, 아직 등기를 받지 못한 매수인은 할 수 없습니다.
Q. 말소 소송에서 졌는데 진정명의회복으로 다시 소송해도 되나요?
A. 어렵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두 청구의 소송물이 실질적으로 같다고 보아 전소 패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후소에도 미친다고 판단했습니다.
Q. 등기가 여러 사람을 거쳐 넘어갔는데 누구를 상대로 해야 하나요?
A. 진정명의회복은 현재 등기명의인을 상대로 직접 청구할 수 있어 중간 명의인 전원을 상대로 말소소송을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습니다.
Q. 현재 명의인이 근저당권을 설정해 둔 상태인데 어떻게 되나요?
A. 말소등기는 등기상 이해관계 있는 제3자의 승낙이 필요해 막힐 수 있습니다. 이전등기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지만 근저당권 자체의 효력은 별도로 다퉈야 합니다.
Q. 소송 중에 상대방이 부동산을 팔아버리면 어떻게 하나요?
A. 그래서 소송 전에 처분금지가처분을 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처분 없이 선의의 제3자에게 등기가 넘어가면 승소해도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Q. 서류가 위조된 것 같은데 형사 고소도 같이 해야 하나요?
A. 위조가 확인된다면 사문서위조,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등으로 고소할 수 있고 수사 기록이 민사 입증에도 활용됩니다. 다만 형사 결과와 민사 판단은 별개이므로 병행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