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대차가 끝날 무렵 임대인과 임차인이 가장 크게 부딪히는 문제 중 하나가 권리금입니다. 임차인은 몇 년 동안 장사하면서 만든 단골과 영업시설, 상권에서 쌓은 가치까지 감안해 새로운 임차인에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권리금을 받고 나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임대인이 새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하거나 갑자기 높은 보증금과 월세를 요구하면서 계약이 무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임대인 입장에서는 임대차가 이미 끝났는데도 기존 임차인이 권리금을 이유로 상가를 비워주지 않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는 권리금 손해배상과 명도 문제가 한꺼번에 얽힙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는 임대차가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신규 임차인과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손해배상 책임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인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신규 임차인을 실제로 주선했는지, 거절할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기존 임차인에게 3기 차임 연체 같은 사유가 있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임대인이 새 임차인을 거절하면 언제 권리금 방해가 될까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로 인정될 수 있는 행동은 법에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직접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신규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주변 시세와 비교해 지나치게 높은 차임이나 보증금을 요구하는 경우, 특별한 이유 없이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하는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액 상가에서는 신규 임차인에게 제시한 임대조건이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존 임차인은 보증금 5천만원에 월세 300만원을 냈는데 신규 임차인에게 갑자기 보증금 1억원에 월세 900만원을 요구했다면, 왜 그렇게 올렸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기존 계약보다 금액이 크게 올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바로 권리금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주변 상가의 보증금과 월세, 해당 건물의 위치와 상태, 조세와 공과금, 기존 임대조건과 신규 임차인에게 요구한 조건의 차이를 함께 봐야 합니다.
대법원도 차임과 보증금이 ‘현저히 고액’인지 판단할 때 이런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6다201337, 2026다201338 판결). 결국 임대료를 올렸다는 사실보다 정상적인 조건 조정이었는지, 아니면 신규 임차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한 수준이었는지가 중요합니다.
“내가 직접 장사하겠다”는 이유로 거절해도 괜찮을까
임대인이 “계약이 끝나면 내가 직접 가게를 사용할 예정이니 새 임차인은 받지 않겠다”고 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임대인이 직접 영업할 계획이라는 이유만으로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할 정당한 이유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이 사용할 예정이라는 사정도 마찬가지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인이 직접 영업할 계획이라는 이유만으로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하는 것은 상가임대차법에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0. 9. 3. 선고 2018다252441, 252458 판결, 대법원 2025. 11. 20. 선고 2024다305605, 305612 판결).
다만 신규 임차인에게 보증금이나 차임을 지급할 능력이 없거나,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제대로 지키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면 계약 거절에 정당한 이유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임대인이 계약을 거절한 사건에서는 “싫어서 안 받았다”는 것과 “실제로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신규 임차인을 실제로 데려와야 권리금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기존 임차인이 권리금 회수 방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구체적인 신규 임차인을 임대인에게 주선해야 합니다. 이름과 연락처, 업종 등 실제 계약 상대방이 될 사람을 제시하고 임대차계약 체결을 요청하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대법원 2022. 8. 11. 선고 2022다202498 판결).
그렇다고 신규 임차인과 권리금계약서까지 반드시 작성해 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기존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사이에 권리금계약이 미리 체결되지 않았더라도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19. 7. 10. 선고 2018다239608 판결).
예외도 있습니다. 임대인이 “누구를 데려와도 새 계약을 하지 않겠다”, “무조건 내가 직접 사용할 것이다”처럼 계약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확정적으로 표시했다면 임차인에게 굳이 신규 임차인을 찾아오라고 요구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실제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지 못했더라도 권리금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9. 7. 4. 선고 2018다284226 판결,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8다252823, 252830 판결, 대법원 2025. 11. 20. 선고 2024다305605, 305612 판결). 다만 임대인이 정말 확정적으로 거절했는지는 당시 대화를 전체적으로 봅니다. 임대차 종료를 앞두고 서로 어떤 말을 했는지, 조건 협상을 했는지,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을 검토할 여지를 남겼는지를 함께 따지게 됩니다.
문자와 녹취, 중개업자 자료가 중요한 이유
권리금 사건에서는 당시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임차인이라면 신규 임차인을 구했다는 사실부터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신규 임차인의 인적사항과 업종, 보증금과 월세 조건을 전달한 문자나 카카오톡, 이메일이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부동산중개업자가 임대인과 신규 임차인 사이에서 협상을 했다면 중개업자와 주고받은 문자나 당시 조건을 정리한 자료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임대인이 높은 임대료를 제시한 사건이라면 기존 임대조건과 신규 조건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변 비슷한 상가의 임대조건도 함께 확보하면 왜 임대인이 요구한 금액이 과도한지 설명하기 쉬워집니다.
임대인이 “누구를 데려와도 계약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면 그 내용도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전화 녹취나 문자, 내용증명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반대로 임대인이라면 신규 임차인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객관적인 사정을 남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신규 임차인의 자력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업종상 분쟁 가능성이 있었다면 관련 자료를 확보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이미 중요한 증거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면 소송 전 증거보전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증거보전은 단순히 “나중에 필요할 것 같다”는 정도가 아니라 지금 확보하지 않으면 향후 증거를 사용하기 어려울 위험이 있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권리금 2억원에 합의했다고 2억원을 그대로 받는 것은 아니다
권리금 손해배상액은 임차인이 원하는 금액을 그대로 기준으로 정하지 않습니다.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3항에 따르면 손해배상액은 신규 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가운데 낮은 금액을 넘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신규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 2억원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감정 결과 임대차 종료 당시 객관적인 권리금 가치가 1억2천만원이었다면 손해배상액의 상한은 1억2천만원이 됩니다. 그래서 수천만원이나 수억원이 걸린 권리금 소송에서는 감정평가가 중요한 절차가 됩니다.
권리금에는 인테리어나 시설처럼 눈에 보이는 가치도 있고, 거래처와 단골, 영업상 신용, 상가 위치에서 생기는 영업상의 이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도 있습니다. 시설권리금과 영업권리금이 함께 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 감정서가 나왔더라도 어떤 항목이 포함됐는지를 자세히 확인해야 합니다.
가져갈 수 있는 냉장고와 의료기기까지 모두 손해로 받을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권리금 감정 과정에서 시설과 비품의 가치가 포함됐더라도 임차인이 직접 가져가 다른 장소에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라면 그대로 손해에 포함시키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의료기기나 컴퓨터, 선풍기, 공기청정기 등 임차인이 쉽게 회수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비품의 가액은 이중배상을 막기 위해 손해배상액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3. 2. 23. 선고 2018다287423, 2018다287430 판결,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4다271467 판결,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1다298690, 2021다298706 판결).
예를 들어 권리금 감정액이 1억5천만원인데 그 안에 임차인이 실제 가져간 고가 의료장비나 주방기기 3천만원이 포함돼 있다면 그 부분을 다시 임대인에게 배상하라고 하는 것은 실제 손해보다 많은 돈을 받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원상회복이 끝나 비품이 없어졌거나 시간이 지나 정확한 가액을 계산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직접 금액을 빼기 어렵더라도 손해를 공평하게 나누는 차원에서 임대인의 배상책임을 일정 부분 제한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6다201790 판결).
실제 법원에서도 임차인이 오랫동안 영업하면서 투자비용을 어느 정도 회수했는지, 임대인이 손해를 예상할 수 있었는지, 임차인에게도 분쟁 발생에 책임이 있는지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감정평가액이 나왔다고 곧바로 그 금액 전체가 판결금액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 월세를 3기 이상 밀린 적이 있다면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사정 중 하나가 차임 연체입니다. 임차인이 임대차기간 중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연체한 사실이 있다면 임대인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소송 당시 연체금이 얼마 남아 있는지가 아닙니다. 과거 어느 시점에 3기 차임액에 이를 정도로 밀린 적이 있다면 나중에 일부 또는 전부를 지급했다고 해도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1. 5. 27. 선고 2020다263635, 2020다263642 판결).
예를 들어 월세가 300만원인 상가에서 한때 900만원 이상 연체됐다가 뒤늦게 모두 갚았다고 해도 그 과거 연체 사실이 권리금 손해배상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임차인이 고액의 권리금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면 임대인은 현재 연체액만 보지 말고 임대차기간 전체의 월세 입금내역을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임대차기간이 10년을 넘었다는 사실만으로 권리금 보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을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는 경우라도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는 별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0. 9. 3. 선고 2018다252441, 252458 판결).
권리금 손해배상과 명도소송은 따로 판단한다
실제 분쟁에서는 임대인이 먼저 상가를 비워달라는 명도소송을 제기하고, 임차인이 반소로 권리금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권리금을 못 받았으니 상가를 계속 점유해도 된다”거나 “상가를 안 비웠으니 권리금도 받을 수 없다”고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임대차가 적법하게 끝났다면 임대인은 건물 인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은 별도로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다는 사실을 입증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이 과거 3기 이상 차임을 연체했다면 임대인의 명도청구는 인정되면서 임차인의 권리금 손해배상청구는 기각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보증금 반환 문제도 따로 봐야 합니다.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와 임차인의 건물 인도의무가 동시이행관계라면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임차인이 건물을 계속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불법점유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7다224630, 224647 판결).
다만 임대차가 끝난 뒤에도 실제로 상가를 계속 사용하면서 영업을 했다면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다21856, 21863 판결). 결국 한 소송 안에서 임대인은 건물 인도와 연체차임, 임대차 종료 후 차임 상당 부당이득을 청구하고, 임차인은 보증금 반환과 권리금 손해배상을 반소로 청구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금전채권끼리는 상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실제로 누가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지도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권리금 손해배상은 3년 안에 청구해야 한다
권리금 회수 방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에는 별도의 기간 제한이 있습니다.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4항에 따라 임대차가 종료된 날부터 3년 안에 권리를 행사해야 합니다. 손해배상채무의 이행기는 임대차가 끝나는 날 도래하고, 지연손해금은 그 다음 날부터 발생합니다(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다260586 판결).
따라서 임대인과 계속 협상하고 있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소송을 미뤄서는 안 됩니다. 임대차 종료일이 언제인지부터 정확하게 정리하고 그 날짜를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관리해야 합니다.
권리금이 5천만원인지 2억원인지보다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이 왜 깨졌는지입니다. 임대인이 아무 이유 없이 계약을 거절했는지,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보증금과 차임을 제시했는지, 아니면 신규 임차인에게 실제로 계약을 거절할 만한 문제가 있었는지를 자료로 보여줘야 합니다.
임차인에게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신규 임차인을 실제로 주선했는지, 임대인이 누구를 데려와도 계약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정적으로 밝혔는지, 과거 3기 차임 연체 사실은 없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손해액 역시 임차인이 주장하는 권리금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객관적인 권리금 가치와 회수 가능한 비품, 책임제한 사유까지 반영될 수 있습니다.
현재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해 수천만원이나 수억원의 권리금을 받지 못했거나, 반대로 임차인이 고액의 권리금 손해배상을 주장하면서 상가를 비워주지 않고 있다면 권리금 문제와 명도를 따로 떼어서 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법률사무소 강현에서는 임대차계약서와 전체 차임 지급내역, 신규 임차인과의 권리금 협의자료, 임대인과 주고받은 문자와 녹취, 중개업자 자료, 주변 임대료와 권리금 감정자료를 함께 검토해 권리금 회수방해가 실제로 성립하는지, 명도와 보증금 반환, 차임 상당 부당이득과 권리금 손해배상을 어떤 구조로 함께 정리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판단해 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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