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오래전에 받아둔 승소 판결문을 꺼내 들고 상대방의 부동산 명의를 뒤늦게 가져가는 사례를 상담으로 자주 만나게 됩니다.
당하는 쪽은 “그 사건은 오래전에 끝난 줄 알았다”, “판결이 났어도 10년이 넘었으니 이제 효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어느 날 등기부등본을 떼어 보면 이미 상대방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고, 그제서야 “판결이 있었으니 등기는 적법한 것 아닌가” 하는 막막함이 밀려옵니다.
최근 대법원은 확정판결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라도 판결 확정 후 10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된 뒤에 마쳐진 등기는 실체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원인무효의 등기로서 말소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판결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등기가 영구히 보호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확정판결 후 10년이 지나 마쳐진 등기가 어떤 경우에 말소되는지, 그리고 등기를 이미 빼앗긴 상황에서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확정판결로 받은 등기청구권도 10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판결이 있다고 해서 시효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판결 확정일부터 새로 10년이 흐를 뿐입니다.
부동산을 산 사람이 매도인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에서 이겨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해도, 그 판결로 확정된 권리는 여전히 채권에 해당합니다. 민법 제162조 제1항은 채권을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정하고 있고, 판결로 확정된 채권은 같은 법 제165조 제1항에 따라 원래 시효가 더 짧았더라도 소멸시효가 10년으로 정해집니다.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은 단기의 소멸시효에 해당한 것이라도 그 소멸시효는 10년으로 한다(민법 제165조 제1항).
그렇다면 10년의 기산점은 언제일까요. 판결이 확정된 다음 날부터 새로 10년이 진행됩니다. 예컨대 2014년 3월에 이전등기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2024년 3월경 시효기간이 끝나고, 그 사이에 시효를 끊는 사유가 없었다면 이전등기청구권은 시효 완성과 함께 소멸합니다. 판례는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권리가 당연히 소멸하고, 그 효과는 기산일로 소급한다고 봅니다.
많은 분들이 놓치는 부분은 “판결 확정 후 등기를 하지 않은 채 방치한 기간”도 시효에 그대로 산입된다는 점입니다. 승소한 쪽 입장에서는 판결문만 있으면 언제든 등기를 할 수 있다고 믿기 쉽지만, 판결에서 확정된 것은 등기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일 뿐 그 권리 자체가 시효에서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확정판결은 시효를 새로 10년으로 맞춰줄 뿐, 권리를 영구히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2. 시효 완성 뒤에 마쳐진 등기는 원인무효로 말소될 수 있습니다
청구권이 이미 사라진 뒤의 등기는 그 바탕이 되는 실체관계가 없습니다.
대법원 2024. 10. 31. 선고 2024다232523 판결의 사안이 바로 이 경우입니다. 재건축조합이 부동산 소유자를 상대로 낸 매도청구 소송에서 “매매대금을 지급함과 동시에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하라”는 판결이 확정되었는데, 조합은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10년이 넘도록 방치했습니다. 그러다 시효기간이 지난 뒤에 매매대금을 공탁하고 조합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의사의 진술을 명한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그 판결로 의사를 진술한 것으로 본다(민사집행법 제263조 제1항).
이처럼 등기절차 이행 판결은 확정되는 순간 의사표시가 이루어진 것으로 간주되어 등기 신청의 기초가 됩니다. 그러나 이 간주는 청구권이 살아 있다는 전제에서만 의미가 있습니다.
원심은 매매계약이 성립해 있고 등기절차도 이행되었으니 등기가 실체관계에 부합한다며 말소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판결 확정 후 10년의 시효기간이 지나면 시효 중단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전등기청구권은 당연히 소멸하므로, 그 후에 마쳐진 등기에는 이를 뒷받침할 적법·유효한 실체관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등기는 절차가 위법하더라도 유효하다”는 종래 법리가 이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점입니다. 이 법리는 등기원인이 되는 법률행위가 적법·유효하고 등기절차만 잘못된 경우를 전제로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절차에는 하자가 없었으나(조합은 판결 내용대로 대금 전액을 공탁했습니다) 시효 완성으로 청구권 자체가 이미 없어져 등기를 받쳐 줄 실체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소유자는 이 근거를 민법 제214조의 소유물방해제거청구권으로 구성해 “원인무효인 상대방 명의 등기의 말소”를 청구하게 됩니다.
시효가 완성된 뒤에 마쳐진 등기는 판결문이 있어도 실체가 없는 등기이므로 말소될 수 있습니다.
3. 시효 완성을 주장하지 않으면 법원은 등기를 그대로 둡니다
소멸시효는 당사자가 소송에서 원용해야 비로소 판단 대상이 됩니다.
민사소송은 변론주의가 적용되기 때문에, 시효가 완성되었더라도 시효의 이익을 받을 사람이 소송에서 이를 주장하지 않으면 법원은 직권으로 시효 완성을 이유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말소 청구 소송에서 소유자가 청구원인으로 “판결 확정일로부터 10년이 지나 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점을 분명히 주장하고, 확정일과 등기 접수일을 서류로 증명해야 합니다.
두 날짜는 대개 쉽게 확인됩니다. 판결 확정일은 판결 확정증명원 또는 사건기록의 확정 표시로, 등기 접수일은 등기부등본의 접수일자와 등기원인(“확정판결”)·원인일자로 확인합니다.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10년이 지난 시점 이후에 접수된 등기라면 1차 요건은 충족됩니다.
둘째로 중요한 것은 시효 완성 후 “채무를 승인하는 행위”입니다. 시효 완성 후에도 소유자가 상대방에게 등기를 해 주겠다고 말하거나 합의서에 서명하는 등 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만한 행위를 하면 더 이상 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민법 제184조 제1항이 시효 이익의 사전 포기를 막고 있지만, 완성 후의 포기는 허용됩니다. 상대방이 연락해 왔을 때 가볍게 “알겠다”고 답하거나 문자로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한 것이 나중에 승인으로 평가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시효 완성은 말하지 않으면 판단되지 않고, 시효 완성 후 한 번의 승인이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습니다.
4. 시효가 중단되었거나 상대방이 점유하고 있다면 결론이 달라집니다
10년이 지났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사이 시효를 끊은 사정이 있었는지를 반드시 따져야 합니다.
민법 제168조는 청구, 압류·가압류·가처분, 승인을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판결 확정 후 상대방이 시효 완성 전에 소유자에게 재판상 청구를 하거나, 소유자의 재산에 가압류를 하거나, 소유자가 “곧 등기해 주겠다”고 승인했다면 시효는 그 시점에 끊기고 다시 10년이 진행됩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판결 확정 후 시효 완성이 임박한 때 상대방이 같은 내용의 소를 다시 내는 경우입니다.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8다22008 전원합의체 판결은 확정판결의 채권자가 시효 중단을 위해 후소로 재판상 청구를 하는 것이 허용되는 경우가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즉 상대방이 시효 만료 직전에 이른바 시효 연장 소송을 제기해 새 판결을 받았다면 그 판결 확정일부터 다시 10년이 계산됩니다.
또 하나의 변수는 부동산 점유입니다.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부동산을 인도받아 사용·수익하고 있는 매수인의 이전등기청구권은 판례상 점유를 계속하는 동안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됩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그 땅이나 건물을 실제로 점유해 온 경우에는 “판결 후 10년이 지났다”는 주장이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소유자가 계속 점유·사용해 왔다면 시효 항변이 훨씬 강력해집니다.
끝으로 이미 등기가 제3자에게 넘어간 경우입니다. 우리 법은 등기에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원인무효 등기를 기초로 마쳐진 제3자 명의 등기도 원칙적으로 무효이고 말소 대상입니다. 다만 그 사이 제3자가 점유취득시효 등 별도의 취득 근거를 갖추었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5. 이미 등기를 빼앗겼다면 가처분부터 말소 소송까지 이렇게 진행합니다
처분을 막는 보전처분을 먼저 걸고, 시효 완성을 입증할 서류부터 확보해야 합니다.
말소 소송은 통상 ①등기부등본·판결문·확정증명원 등 자료 확보 → ②상대방 명의 부동산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 신청 → ③부동산 소재지 관할 법원(예컨대 수원시 소재 부동산이라면 수원지방법원 본원 또는 관할 지원)에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 청구의 소 제기 → ④승소 판결 확정 후 단독으로 말소등기 신청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상대방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해 버리면 소송이 복잡해지므로 가처분을 먼저 거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건을 맡기기 전에 아래 순서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등기부등본에서 상대방 명의 등기의 접수일, 등기원인(확정판결), 원인일자를 확인하고, 판결 확정일과 비교해 10년이 지났는지 계산합니다.
판결 확정일 이후 10년 사이에 상대방이 보낸 내용증명, 문자, 소 제기, 가압류 등 시효 중단에 해당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 정리합니다.
해당 부동산을 누가 점유·사용해 왔는지, 대금은 모두 지급되었는지 자료(공과금 납부, 임대차 현황, 영수증)로 대조합니다.
이러한 자료로 시효 완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보인다면 보전처분과 말소 소송을 동시에 준비해 소유권을 되찾는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오래된 판결이라는 이유로 “이미 정리된 일”이라고 생각하다가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등기가 한 번 넘어간 뒤에는 제3자 처분, 점유 변동 등으로 사건이 빠르게 복잡해집니다.
등기를 빼앗긴 소유자 입장에서는 시효 완성 날짜와 중단 사유 유무를 서류로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어떤 시점에 어떤 말을 했는지가 승인으로 평가될 수 있어, 상대방과의 접촉은 신중해야 합니다.
반대로 판결을 받아두고 등기를 미뤄 온 입장이라면 판결문이 영구적인 보증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시효 완성 전에 등기를 마치거나 시효를 중단하는 조치를 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저는 부동산 소유권 분쟁에서 등기를 되찾으려는 쪽과 판결에 기해 등기를 지키려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날짜 하나와 서류 한 장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등기부의 날짜가 마음에 걸린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판결이 확정되고 10년이 지나면 그 판결은 무효가 되나요?
A. 판결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판결로 확정된 이전등기청구권이 소멸시효로 소멸하고, 시효 완성을 주장하면 그 권리를 근거로 한 등기는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Q. 10년이 지난 뒤 상대방이 대금을 공탁하고 등기했다면 유효한가요?
A. 대법원은 절차에 하자가 없더라도 청구권이 이미 시효로 소멸했다면 등기를 뒷받침할 실체가 없어 원인무효라고 보았습니다. 소유자가 시효 완성을 주장해야 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Q. 시효 완성 전에 상대방에게 “등기해 주겠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되나요?
A. 그런 승인이 있었다면 그 시점에 시효가 중단되어 다시 10년이 진행됩니다.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언제 한 말인지, 문자나 녹취 같은 증거가 있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Q. 상대방이 그 부동산을 계속 사용해 왔는데도 시효가 완성되나요?
A. 대금을 지급하고 부동산을 인도받아 사용하는 매수인의 이전등기청구권은 점유를 계속하는 동안 시효가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이 판례입니다. 그래서 점유 관계를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Q. 이미 제3자에게 등기가 넘어갔다면 되찾을 수 없나요?
A. 등기에는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아 원인무효 등기에 기한 제3자 등기도 원칙적으로 말소 대상입니다. 다만 제3자의 취득시효 등 별도의 권리 취득 사정이 있는지는 따로 살펴야 합니다.
Q. 말소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해둘 일이 있나요?
A. 상대방이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처분금지가처분을 먼저 신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상대방에게 부주의한 답변을 해 시효 이익 포기로 해석될 여지를 남기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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