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상대방에게 겁을 주어 돈을 내게 하면서도, 그 돈을 본인 계좌가 아니라 지인의 계좌나 특정 단체, 후원 계좌로 보내게 한 사건에 대한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상담에서 제가 자주 듣는 말은 “내 돈으로 받은 게 아니라 단체에 보내라고 했을 뿐이다”, “한 푼도 내 주머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무슨 공갈이냐”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사가 시작되면 계좌 흐름과 대화 내용이 그대로 드러나고,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돈을 내게 만든 방법’이 문제로 지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법은 이 상황을 이미 예상하고 있습니다. 공갈죄는 행위자 자신이 돈을 받은 경우뿐 아니라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을 받게 하거나 이익을 얻게 한 경우도 같은 형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고, 금액이 크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돈이 제3자나 단체로 갔을 때 공갈죄가 어떻게 성립하는지, 무엇이 다툼의 핵심이 되는지, 그리고 수사 단계에서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돈을 본인이 받지 않았어도 제3자가 받았다면 공갈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50조는 제2항에서 제3자가 받게 한 경우를 따로 처벌합니다.
공갈죄를 정한 형법 제350조는 두 개 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1항은 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사람을 처벌하고, 제2항은 같은 방법으로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경우에도 제1항과 같은 형으로 처벌합니다.
① 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형법 제350조).
즉 처벌 여부를 가르는 것은 돈이 누구의 주머니에 최종적으로 들어갔느냐가 아니라, 상대방을 겁먹게 해서 재산을 내놓게 했느냐입니다. 가족, 친구, 거래처, 종교·사회단체, 후원회 계좌 등 누가 받았든 행위자가 해악을 고지하여 그 처분을 이끌어 냈다면 제2항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래서 “내가 받은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공갈의 성립을 부정하는 근거라기보다, 오히려 제2항으로 넘어가는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툴 수 있는 지점은 이 주장이 아니라 해악의 고지가 있었는지, 상대방이 실제로 두려움 때문에 돈을 냈는지 같은 요건 쪽에 있습니다.
공갈죄는 누가 받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내게 했는지를 보는 범죄이므로, 돈이 단체로 갔다는 사정만으로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2. 공갈죄의 핵심은 해악의 고지와 그로 인한 처분행위입니다
겁을 먹은 상대방이 하자 있는 의사로 직접 돈을 내놓아야 공갈이 완성됩니다.
공갈죄가 성립하려면 먼저 상대방에게 해악을 고지하는 협박 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해악의 내용은 폭행이나 신체 위해에 한정되지 않고, 고소·신고 하겠다는 말, 소문을 내겠다는 말, 거래를 끊겠다는 말, 사업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말처럼 상대방이 두려움을 느낄 만한 것이면 충분합니다.
다음으로 그 협박 때문에 상대방이 두려움을 느끼고, 그 두려움 속에서 스스로 재물을 건네거나 계좌이체를 하는 처분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강도죄와 달리 공갈은 상대방이 의사를 완전히 억압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내놓는 구조이고, 단체 후원금·기부금 명목의 송금도 이 처분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그냥 기부를 권유했을 뿐”이라는 항변이 자주 나옵니다. 하지만 권유와 협박은 그 말을 하게 된 맥락, 요구를 거절하면 어떤 불이익이 있다고 했는지, 요구 후 어떤 일이 이어졌는지로 구별됩니다. 대화 내용에 “안 보내면 신고하겠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 같은 문구가 있었다면 단순 부탁으로 평가받기 어렵습니다.
또 하나 주의할 것은 돈을 받아야 할 정당한 권리가 있었더라도 그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으면 공갈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받을 돈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겁을 주어 받는 행위가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돈의 종착지가 어디든, 해악의 고지와 그로 인한 처분행위가 있었는지가 공갈 성립의 중심입니다.
3. 불법영득(이득)의사는 행위자뿐 아니라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경우도 포함됩니다
내가 쓸 돈이 아니라는 사실은 공갈의 고의를 부정하지 못합니다.
공갈죄는 고의 외에 불법하게 재물이나 이익을 취득하려는 의사, 이른바 불법영득의사 또는 불법이득의사를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제350조 제2항이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이상, 이 의사도 자기 자신뿐 아니라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려는 의사로 충족됩니다.
그래서 “나는 이익을 본 게 없다”는 주장은 법적으로 크게 힘을 얻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 회사 계좌로 대금을 보내게 하거나, 아는 단체의 후원 계좌로 돈을 보내게 해서 그 친구나 단체가 이익을 보았다면 ‘제3자의 취득’이 곧 요건 충족입니다.
다만 실무에서 실제로 다투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행위자가 그 돈이 누구에게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있었는지, 행위자와 받은 단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리고 상대방이 입은 재산상 손해가 무엇인지입니다. 예컨대 행위자가 단체의 임원이거나 실질적인 운영자라면 사실상 자기 이익을 위한 것으로 평가되기 쉽고, 전혀 무관한 단체에 순수한 공익 목적으로 보냈다면 그 의사를 다투어 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공익적 목적이 있었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협박으로 상대방의 재산을 내놓게 한 사실 자체가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이 점은 양형에서 고려될 수는 있어도 성립 단계에서 처벌을 막아 주는 사유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경우도 포함되므로, 본인 수익이 없다는 점은 성립이 아니라 양형에서 따져볼 사정입니다.
4. 처벌 수위는 형법 제350조에서 시작하고 금액이 크면 특경법이 적용됩니다
10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서, 이득액 5억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공갈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미수에 그쳐도 형법 제352조에 따라 처벌되고, 같은 행위를 반복해서 습벽이 인정되면 형법 제351조의 상습공갈로 가중됩니다. 또 형법 제353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함께 선고할 수도 있습니다.
이득액이 커지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됩니다. 공갈로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이익의 가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됩니다.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누어 보내게 한 경우에도 같은 범의 아래 이루어졌다면 합산될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요구하거나, 한 사람이 겁을 주고 다른 사람이 계좌를 제공했다면 공동정범으로 묶여 각자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계좌만 빌려주었다고 해서 안전하지 않고, 반대로 계좌를 만든 쪽이 협박 사실을 몰랐다면 그 부분이 중요한 방어 사유가 됩니다.
합의, 피해 회복, 반환 여부와 초범 여부는 성립 자체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이후 양형에서 크게 작용합니다. 특히 돈이 단체에 있다면 그 단체를 통한 반환 가능성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첫 조사 전에 송금 경위와 대화 기록을 정리해 두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공갈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와 계좌추적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돈이 제3자 계좌로 갔다면 수사기관은 그 계좌의 명의자와 행위자의 관계, 입금 후 자금 사용처까지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런 사건을 맞닥뜨렸다면 감정적으로 해명 문자를 보내기보다 아래 순서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과 주고받은 문자·카카오톡·통화 녹음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 협박으로 읽힐 표현이 있는지부터 전부 확인합니다.
돈이 간 단체 또는 제3자가 누구인지, 행위자와 어떤 관계인지, 자금이 실제로 어디에 쓰였는지 관련 자료를 모읍니다.
이미 반환했거나 반환할 수 있는지, 상대방과 합의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하고 진술 방향을 정합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사건 초기에 변호사와 함께 대응하면, 협박 여부와 의사 요건을 다투는 방어 논리를 세울 수 있습니다. 피해를 입은 입장이라면 같은 자료로 형사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를 함께 준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돈이 내 통장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건 공갈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다가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화 기록이 그대로 남아 있고 계좌 흐름도 추적되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방어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집니다.
돈을 내게 된 쪽에서는 상대가 단체나 제3자 계좌를 내세워도 거기에 겁을 먹고 낸 돈이라면 공갈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대화 기록, 송금 내역, 협박으로 느낀 말이 오간 시점을 정리해 두면 고소와 반환청구 모두에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공갈 혐의로 조사받게 된 쪽에서도 “받은 게 아니다”라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해악을 고지했는지, 돈의 용처를 알았는지, 권유와 협박의 경계가 어디였는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공갈·협박 사건에서 돈을 요구했다는 혐의를 받는 쪽과 피해를 호소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진술 하나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돈을 제가 한 푼도 안 받았는데도 공갈죄가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50조 제2항은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을 받게 한 경우도 같은 형으로 처벌합니다. 중요한 것은 돈을 누가 받았느냐가 아니라 협박으로 내게 했느냐입니다.
Q. 단체에 기부하라고 한 것이라 공익 목적이었다면 괜찮지 않나요?
A. 공익 목적이 있었다고 해서 협박으로 재산을 내놓게 한 행위가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사정은 의사 요건과 양형에서 참작될 여지가 있으므로 자료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Q. 상대방이 스스로 보낸 것이라고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공갈죄도 상대방이 스스로 처분하는 구조이므로 ‘스스로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부정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처분이 두려움 때문이었는지이고, 대화 내용과 요구 전후의 상황으로 판단됩니다.
Q. 계좌만 빌려주고 협박은 하지 않았는데 처벌되나요?
A. 협박 사실을 알고 공모했다면 공동정범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협박 사실을 전혀 몰랐고 단순히 계좌를 제공했다면 고의가 없다고 다툴 수 있습니다.
Q. 이미 돈을 돌려주었다면 사건이 끝나나요?
A. 반환했다고 해서 성립한 공갈죄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피해 회복과 합의는 기소 여부와 양형에서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Q. 경찰에서 출석 요구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계좌 흐름과 대화 기록이 이미 확보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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