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도 문제없었고 계약하던 날 등기부등본도 깨끗했는데, 잔금을 치른 뒤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졌다는 상담은 생각보다 자주 들어옵니다. 계약일과 잔금일 사이, 또는 이사한 날 바로 그날 사이에 순위가 앞서는 권리가 끼어들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주택과 상가 임대차에서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세 가지를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등기부등본은 잔금 직전에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일에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더라도, 잔금을 치르기 전까지 집주인이 건물을 담보로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이렇게 먼저 등기된 근저당권은 나중에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보다 순위가 앞서므로, 경매가 진행되면 보증금보다 근저당권자의 채권이 먼저 배당됩니다.
그래서 등기부등본은 잔금을 치르기 직전, 그리고 전입신고나 사업자등록을 하기 직전에 다시 열람해야 합니다. 계약일 이후 새로 생긴 근저당권, 가압류, 가등기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등기부등본은 인터넷등기소에서 바로 열람할 수 있습니다.
대항력은 전입신고 다음 날부터 생깁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임차인은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치면 그 다음 날부터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대항력이 전입신고 당일이 아니라 다음 날 0시부터 생긴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사와 전입신고를 한 날 집주인이 근저당권을 설정하면, 그 근저당권이 임차인보다 앞서게 됩니다.
여기에 계약서에 확정일자까지 받아두면 같은 법 제3조의2 제2항에 따라 우선변제권이 생깁니다. 경매나 공매가 진행될 때 후순위 권리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전입신고를 하루 미루면 대항력도 하루 늦게 생기므로, 이사한 날 바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함께 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상가는 사업자등록과 확정일자를 챙겨야 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상가 임차인은 건물을 인도받고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면 그 다음 날부터 대항력을 갖습니다. 확정일자는 주민센터가 아니라 상가건물 소재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받아야 하고,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함께 갖추면 같은 법 제5조 제2항에 따라 우선변제권이 인정됩니다.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보증금과 월세를 환산한 금액이 지역별 기준을 넘는 상가라도 대항력 규정은 적용되지만(같은 법 제2조 제3항), 확정일자에 의한 우선변제권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보증금 규모가 큰 상가라면 계약 단계에서 선순위 권리 금액을 더 꼼꼼히 따지고, 전세권 설정이나 임차권 등기 같은 다른 보호 수단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말로 한 약속은 특약사항에 글로 남겨야 합니다
분쟁이 생기면 법원은 계약서에 적힌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중개 과정에서 오간 구두 약속은 나중에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다툼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은 반드시 특약사항에 구체적인 문장으로 남겨야 합니다.
주택이라면 전세자금 대출이 승인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을 전액 돌려받는다는 특약이 대표적입니다. 상가라면 계약 종료 시 원상복구의 범위를 기본 마감재까지로 정하는 식으로, 범위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나중에 과도한 원상복구 비용을 둘러싼 다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앞에서 본 대항력 공백을 막으려면 아래와 같은 특약도 함께 넣는 것이 좋습니다.
임대인은 잔금 지급일 다음 날까지 저당권 등 담보권을 설정하지 않으며, 이를 위반하면 임차인은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사 당일 해야 할 일
주택은 이사한 날 주민센터나 정부24에서 전입신고를 하고,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습니다. 상가는 영업을 시작하기 전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면서 확정일자를 함께 받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등기부등본을 한 번 더 열람해 그사이 새로 생긴 권리가 없는지 확인해 두면 가장 안전합니다.
이미 문제가 생겼다면
임대차 분쟁을 다루다 보면, 잔금 직전에 설정된 근저당권이나 대출 불가로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를 적지 않게 봅니다. 특약을 위반한 경우라면 계약 해제와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계약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에 따른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두어야 이사를 가더라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됩니다.
보증금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가장 큰 재산입니다. 등기부등본 재확인, 구체적인 특약, 이사 당일의 대항력 확보, 이 세 가지만 지켜도 피할 수 있는 분쟁이 많습니다. 이미 분쟁이 시작됐다면 계약서와 등기부등본, 주고받은 문자부터 정리해 두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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