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영화의 역사 해석을 두고 논쟁이 커지면서, 출연 배우는 물론 시사회 후기를 남긴 배우들의 SNS에까지 비난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영화의 해석이 옳은지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습니다. 이 글은 배우를 향한 댓글이 법적으로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디서부터 처벌될 수 있는지만 정리합니다. 악플로 피해를 입은 분과 내가 남긴 댓글이 문제 될까 걱정하는 분 모두에게 같은 기준이 적용됩니다.
온라인 악플에 적용되는 두 가지 죄
악플은 크게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로 나뉩니다. 구체적인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 욕설이나 경멸적인 표현으로 사람을 깎아내리면 모욕죄가 문제 됩니다. 반대로 어떤 사실을 단정해서 적으면 명예훼손죄가 문제 됩니다.
온라인 댓글이라도 모욕죄는 형법 제311조의 일반 모욕죄로 처벌합니다. 법정형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정보통신망법은 명예훼손에 대해서만 가중처벌 조항을 두고 있고 모욕에 대한 별도 조항은 없기 때문입니다. 댓글은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어 모욕죄의 요건인 공연성은 대부분 쉽게 인정됩니다.
작품 비판은 보호되고, 인격 공격은 처벌될 수 있습니다
연예인은 공적 관심을 받는 사람이므로 작품과 활동에 대한 비판은 넓게 허용됩니다. 그렇다고 어떤 표현이든 참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경계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판례가 있습니다.
대법원 2022. 12. 15. 선고 2017도19229 판결
한 여성 연예인의 영화 기사에 달린 댓글 하나가 문제 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같은 댓글 안의 거품, 영화폭망, 퇴물이라는 표현은 소속사 홍보 방식과 출연 영화의 실적이라는 공적 영역에 대한 비판이므로, 다소 거칠더라도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사생활을 들추어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방식으로 비하한 표현은 정당한 비판의 범위를 벗어난 모멸적 표현이라며, 이 부분까지 무죄로 본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같은 댓글 안에서도 표현마다 결론이 갈렸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실망이다, 이 영화는 별로다 같은 반대 의견은 처벌 대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외모, 사생활, 성적 비하처럼 사람 자체를 공격하는 표현은 연예인이라도 감수할 의무가 없습니다.
정치 성향을 단정한 댓글은 어떨까
정치적 해석이 얽힌 논란에서는 상대를 특정 성향이라고 단정하는 댓글도 많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표현을 원칙적으로 의견 표명으로 봅니다.
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0도12861 판결
대법원은 한 개인이 공산주의자인지는 그 사람의 생각에 대한 평가일 수밖에 없고, 판단하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므로 증명 가능한 구체적 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성향이나 이념을 평가한 것만으로는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다만 성향 평가에 그치지 않고 특정 단체에서 돈을 받았다,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홍보했다처럼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단정하면 판단이 달라집니다. 성향 평가에 욕설이나 인격 비하가 섞이면 모욕죄가 따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없는 사실을 꾸며내면 처벌이 무거워집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은 비방할 목적으로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벌금 상한은 2026년 7월 7일 시행된 개정법으로 5천만 원에서 7천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드러낸 사실이 진실이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으면 같은 조 제1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문제 됩니다.
다만 비방할 목적은 거짓 여부와 별개의 요건이고, 검사가 증명해야 합니다. 내용이 거짓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방할 목적이 당연히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표현이었다면 비방할 목적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악플 피해를 입었다면 지금 해야 할 일
첫째, 증거를 먼저 남겨야 합니다. 댓글은 작성자가 지우면 사라집니다. 댓글 내용과 함께 게시 주소, 작성 일시, 작성자 닉네임이 한 화면에 보이도록 캡처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기간을 확인해야 합니다. 모욕죄는 친고죄여서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고,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합니다(형법 제312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여서 고소 없이도 수사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3항).
셋째, 형사 고소와 별도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민사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750조, 제751조).
내가 단 댓글로 고소를 당했다면
서울 송파 법원 인근에서 형사 사건을 다루다 보면, 감정이 앞서 남긴 댓글 한 줄로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고 당황하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이때는 댓글의 앞뒤 맥락을 정리해, 해당 표현이 작품이나 공적 활동에 대한 의견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욕죄는 고소가 취소되면 처벌할 수 없고, 명예훼손죄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으므로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작품을 비판할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판이 사람을 향한 공격으로 바뀌는 순간 법의 판단도 달라집니다. 같은 댓글 안에서도 표현마다 결론이 갈릴 수 있으므로, 피해를 입었든 고소를 당했든 문제 된 표현을 하나씩 나누어 살펴보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