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지인이 “잠깐만 보관해 달라”며 맡긴 물건이 알고 보니 훔친 물건이었다는 사건이 중고거래와 지인 간 거래에서 자주 보입니다.
상담에서 만나는 분들은 대개 “어차피 내가 훔친 것도 아니고 맡아만 둔 건데”, “돈이 급해서 중고로 팔았을 뿐 횡령까지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경찰 조사에서 “훔친 물건인 줄 알았던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 순간, 맡은 일 자체가 장물보관죄로 문제되고, 판 행위는 횡령이냐 장물이냐 하는 복잡한 쟁점으로 번집니다.
최근 대법원은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 이루어진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신임관계가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훔친 물건을 맡았다 판 사건에서 횡령죄가 어떻게 판단되는지와 직결되는 법리입니다. 다만 횡령이 안 된다고 해서 처벌을 피하는 것은 아니며, 장물죄라는 더 직접적인 죄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훔친 물건인 줄 알고 맡았다가 판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어떤 죄가 실제로 문제되는지, 그리고 조사에서 무엇을 다퉈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훔친 물건인 줄 알고 맡은 순간 장물보관죄가 성립합니다
횡령을 따지기 전에, 맡은 행위 자체가 이미 형법 제362조의 장물보관입니다.
형법 제362조 제1항은 장물을 취득, 양도, 운반 또는 보관한 사람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장물이란 절도·강도·사기·공갈·횡령 등 재산범죄로 취득한 물건을 말하고, 그 범죄를 저지른 사람(본범)이 아닌 사람이 이를 받아 두면 장물죄의 주체가 됩니다.
장물죄에서 가장 많이 다투는 요건은 ‘장물인 정(情)을 알았는지’입니다. 확정적으로 훔친 물건이라고 들었을 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훔친 물건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면서도 감수하고 받아 둔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충족됩니다. 수사기관은 이를 시가보다 현저히 싼 값, 출처에 대한 설명 거부, 야간·비대면 인계, 맡긴 사람의 전력 같은 간접사실로 추단합니다.
그래서 “훔친 물건인 줄 알고 맡았다”는 전제 자체가 이미 장물보관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진술이 됩니다. 이후 그 물건을 팔았는지는 이 죄의 성립 여부가 아니라 처벌 범위와 양형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훔친 물건인 줄 알고 맡았다면, 판매 이전에 이미 장물보관죄가 성립하는 지점에 서 있는 것입니다.
2. 범죄 목적으로 맡긴 물건을 팔아도 횡령죄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횡령죄의 전제인 ‘보호할 만한 위탁관계’가 범죄를 매개로 한 맡김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저지르면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 위탁관계를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합니다.
횡령죄의 성립에 필요한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 재물의 위탁행위가 범죄의 실행행위나 준비행위 등과 같이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서 이루어진 경우 그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인지와 상관없이 그러한 행위를 통해 형성된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다(대법원 2022. 6. 30. 선고 2017도21286 판결).
이 판결의 사안은 요양병원 설립 투자금을 개인 채무 변제에 쓴 경우로, 장물과는 사실관계가 다릅니다. 그러나 법리의 구조는 같습니다. 훔친 물건을 은닉·환가하려고 맡긴 관계는 범죄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관계이므로, 맡긴 사람(본범)과 맡은 사람 사이에서 그 물건을 판 행위를 횡령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쪽으로 논의가 정리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짚을 점은 횡령죄의 객체가 ‘타인의 재물’이라는 점입니다. 이 경우 물건의 진짜 주인은 도난 피해자이고, 피해자와 맡은 사람 사이에는 위탁관계 자체가 없습니다. 위탁관계의 한쪽 당사자로 볼 사람이 마땅히 없다는 점에서도 횡령 구성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횡령죄 여부와 무관하게, 훔친 물건을 맡아 판 사람은 장물죄 쪽에서 책임을 집니다.
3. 팔아 버린 행위는 별도 범죄가 아니라 장물죄의 연장으로 평가됩니다
장물을 보관하다 양도·운반한 행위는 형법 제362조 하나로 묶이고, 판 대금은 장물이 아닙니다.
제362조 제1항은 취득·양도·운반·보관을 한 조문에 나란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장물을 보관하다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면 이를 별개의 범죄를 새로 저지른 것으로 쌓아 올리기보다, 장물에 대한 하나의 행위 흐름으로 보는 것이 실무의 기본 틀입니다. 보관만 했을 때보다 양도까지 나아간 사건에서 양형이 무거워질 수 있지만, 죄명이 새로 하나 더 붙는 구조가 아닙니다.
팔고 받은 대금은 다릅니다. 장물은 재산범죄로 영득한 ‘그 물건’을 말하며, 이를 팔아 얻은 대가나 그 돈으로 산 다른 물건은 장물로 보지 않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다만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4도134 판결은 장물인 현금을 금융기관에 예금했다가 같은 액수를 인출한 경우에는 장물성이 유지된다고 보아, 돈 자체가 훔친 물건인 경우와 훔친 물건을 판 대금인 경우를 구별하고 있습니다.
살 때 정을 모르던 상대방에게 판 경우에도 이야기가 끝나지 않습니다. 도품·유실물은 민법 제250조에 따라 피해자가 2년 안에 반환을 청구할 수 있어, 구매자가 피해를 보고 판매자에게 대금 반환과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 분쟁이 따라오기 쉽습니다. 형사사건 기록이 그 민사 분쟁의 증거가 되므로, 형사 단계의 진술이 민사 책임 범위까지 좌우합니다.
팔았다는 사정은 새로운 죄명이 아니라, 장물죄의 불법 정도를 키우는 사정으로 작용합니다.
4. 처벌 수위는 장물인 정을 언제 알았는지와 업으로 했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같은 물건을 팔았어도 알고 맡았는지, 나중에 알았는지, 상습인지에 따라 형량 구간이 달라집니다.
기본 구간은 앞서 본 대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제362조)입니다. 상습으로 장물죄를 범하면 제363조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 되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병과할 수도 있습니다. 중고거래를 반복하며 훔친 물건을 계속 넘겼다면 이 구간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정을 전혀 몰랐던 경우는 장물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고물상·중고매매업자처럼 업무상 물건을 취급하는 사람이 주의를 소홀히 해 장물을 취득하면, 제364조의 업무상과실·중과실 장물죄로 1년 이하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또 처음에는 모르고 맡았다가 이후 훔친 물건임을 알게 되고도 계속 보관하거나 처분했다면, 알게 된 시점 이후의 보관·처분이 장물죄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맡긴 사람이 가족인 경우도 있습니다. 제365조 제2항은 장물범과 본범이 배우자, 직계혈족·동거친족 또는 그 배우자 관계이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감면은 임의적이어서 법원이 사안별로 판단하고, 피해자가 따로 있다는 점은 바뀌지 않습니다.
양형에서는 피해 물건의 가액, 반환·변상 여부, 판매 대금의 사용처, 본범과의 관계가 핵심 변수입니다. 피해자와 합의하고 물건이나 대금을 돌려놓은 경우에는 처벌 수위가 크게 낮아질 수 있습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조사 전에 정리할 것이 있습니다
장물 사건은 첫 진술에서 ‘정을 알았다’는 말이 확정되는 순간 방어 여지가 좁아집니다.
장물 사건은 통상 ①피해자의 신고·고소 또는 중고거래 추적 수사 → ②경찰(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의 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본범이 먼저 검거되어 “저 사람에게 맡겼다”고 진술하는 경우가 많아, 조사 통보를 받았을 때는 이미 상당한 자료가 수사기관에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조사를 앞두고는 감정적으로 해명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건을 맡은 경위를 대화 기록·송금 내역으로 복원하고, 맡긴 사람이 무엇이라고 설명했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물건을 팔았다면 거래 플랫폼 기록, 판매 가격, 구매자 연락처를 확보해 시가와 비교할 수 있게 하고, 대금의 흐름을 정리합니다.
피해자 측과 연락이 닿는다면 직접 협상하기보다 변호사를 통해 물건 회수나 변상 가능성을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을 알았는지에 대한 쟁점과 양형 사유를 구분해 진술을 설계하면, 같은 사실관계에서도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치며
지인이 부탁한 일이라 거절하기 어려웠고, 그저 맡아 둔 것뿐이라는 생각 때문에 사건이 커진 뒤에야 대응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건을 맡았다가 조사를 받게 된 입장에서는 ‘횡령인가 아닌가’보다 ‘정을 알았다고 평가될 사정이 무엇인가’를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진술 한 줄이 장물 인식을 확정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물건을 도난당한 입장에서는 본범뿐 아니라 그 물건을 받아 판 사람에게도 형사 고소와 민사 청구를 병행해 물건이나 가액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구매자가 정을 몰랐더라도 도품 회수 청구의 기한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재산범죄에서 장물을 받았다는 쪽과 장물에 피해를 입은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죄명 하나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훔친 물건인 줄 몰랐다고 하면 처벌되지 않나요?
A. 정을 몰랐다면 장물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훔친 물건일 수 있다고 의심하면서도 받았다면 미필적 인식으로 보아 처벌될 수 있고, 시가보다 훨씬 싼 값이나 출처 설명 거부 같은 사정이 있으면 인식이 추단되기 쉽습니다.
Q. 훔친 줄 알고 맡았다가 팔면 횡령죄가 따로 붙나요?
A. 범죄 목적으로 맡긴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신임관계로 보지 않는 것이 대법원 법리여서, 횡령죄가 별도로 성립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장물보관·양도가 제362조로 평가됩니다.
Q. 장물죄 형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A.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상습이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까지 올라가고, 피해 회복 여부가 양형에 크게 반영됩니다.
Q. 처음엔 몰랐는데 나중에 훔친 물건인 걸 알았다면요?
A. 알게 된 이후에도 계속 보관하거나 처분했다면 그 시점부터의 행위가 장물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알게 된 시점과 그 뒤 행동을 증거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Q. 물건을 판 돈은 어떻게 되나요?
A. 판매 대금은 원칙적으로 장물이 아니지만, 구매자나 피해자의 민사 청구 대상이 됩니다. 대금을 이미 썼더라도 변상 사실은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됩니다.
Q. 가족이 맡긴 물건이라면 처벌이 달라지나요?
A. 맡긴 사람이 배우자·직계혈족·동거친족이면 제365조 제2항에 따라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의 재량이라 반드시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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