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몇 년 전에 적법하게 사들인 집이나 토지에 대해, 전 소유자가 갑자기 연락해 “그건 매매가 아니었다”며 등기를 원래대로 돌려 달라고 요구하는 상담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해보면 전 소유자 측 논리는 대개 비슷합니다. “사준 게 아니라 잠깐 이름만 빌려준 것이다”, “돈을 빌리면서 담보로 넘긴 것이지 판 게 아니다”, “그때는 경황이 없어 도장을 찍어줬을 뿐이다”라는 식입니다. 반대로 등기를 받은 쪽은 “대금을 다 치렀고 등기부에도 매매라고 적혀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며 안심하다가, 소장을 받고 나서야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등기부에 적힌 원인과 다른 원인으로 넘어갔다고 다투는 쪽이 그 사실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방치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금 지급 자료가 부족하면 추정은 흔들릴 수 있고, 소송 중에 처분금지가처분이 들어오면 재산권 행사도 막히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서는 전 주인이 “매매가 아니었다”고 주장할 때 어떤 법리로 다투어지는지, 그리고 등기를 받은 입장에서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등기부에 매매로 적혀 있으면 아니라고 주장하는 쪽이 입증해야 합니다
소유권이전등기는 적법한 원인으로 마쳐진 것으로 추정되고, 이 추정은 전 소유자에게도 미칩니다.
등기가 되어 있으면 그 등기는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것, 즉 등기명의자가 등기부에 적힌 원인에 따라 적법하게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른바 등기의 추정력이고, 이 추정은 제3자뿐 아니라 바로 그 등기를 넘겨준 전 소유자에게도 미칩니다.
그래서 전 소유자가 “매매가 아니라 명의신탁이었다”, “담보로 넘긴 것이었다”고 주장하려면, 말소나 이전등기 반환을 구하는 소송에서 그 주장 사실을 스스로 주장하고 증명해야 합니다. 등기를 받은 쪽이 “정말 샀다”는 것을 처음부터 전부 입증해야 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대법원은 이 점을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등기사항증명서에 기재된 등기원인과 다른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졌다고 다투는 경우에는 이를 다투는 측에서 그 사실을 주장·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3다316363 판결).
다만 추정이 곧 승소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등기의 기초가 된 서류의 내용이 진실이 아님을 의심할 만큼 증명이 되면 추정은 번복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판례의 기준이고(대법원 2001. 10. 12. 선고 99다39258 판결), 이때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가 법관이 확신할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점에서 방심은 금물입니다.
등기부상 매매 등기는 강한 추정을 받지만, 대금 흐름이 비어 있으면 그 추정은 흔들릴 수 있습니다.
2. 전 주인의 주장은 대체로 네 가지 법리 중 하나로 정리됩니다
명의신탁, 양도담보, 통정허위표시, 사기·착오 취소 가운데 어느 틀로 오는지가 방어 방향을 정합니다.
첫째는 명의신탁입니다. 전 소유자가 “내 재산인데 이름만 빌려주었다”고 하는 경우입니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은 이를 정면으로 규율합니다.
①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한다. ②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제1항 및 제2항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이 조문은 양날의 검입니다. 전 소유자 측이 명의신탁을 입증하면 등기가 무효가 되어 되돌려야 할 수 있지만, 반대로 명의신탁 약정을 한 전 소유자 본인이 처벌 대상이 됩니다(같은 법 제7조 제1항, 명의신탁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 그래서 실제 소송에서 명의신탁 주장은 입증이 쉽지 않고, 주장 자체가 자기 발등을 찍을 수 있습니다.
둘째는 양도담보 주장입니다. 돈을 빌리면서 등기만 넘겼을 뿐 변제하면 돌려받기로 했다는 취지인데, 이 경우 쟁점은 대금(매매대금)과 대여금 중 어느 쪽이 실제로 오갔는지입니다. 계약서 제목이 매매이고 대금 액수가 시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담보 주장은 힘을 잃습니다.
셋째는 민법 제108조의 통정허위표시입니다. 상대방과 짜고 허위로 매매 외형만 만들었다는 주장인데, 이 무효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넷째는 민법 제109조·제110조의 착오·사기·강박 취소로,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민법 제146조).
전 주인의 주장이 어느 법리로 들어오는지에 따라 입증할 자료와 반박 방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3. 매매였다는 점은 대금 지급 자료와 거래 흔적으로 뒷받침됩니다
돈이 어디서 어디로 얼마나 움직였는지가 사건의 중심 증거입니다.
실제 소송에서 법원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매매대금의 흐름입니다. 계약금·중도금·잔금이 매도인 계좌로 이체된 내역이 있는지, 현금으로 줬다면 영수증이나 문자·녹취 같은 대체 자료가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대금이 시세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면 그 이유(급매, 채무 정리, 가족 간 거래 등)에 대한 설명도 필요합니다.
그다음은 거래의 공적 흔적입니다.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령상 매매계약은 체결일부터 30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어 거래신고필증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고, 공인중개사가 관여했다면 중개 계약서와 중개사의 진술이 강력한 자료가 됩니다. 취득세 납부 자료, 근저당 말소나 임차인 보증금 정산 내역도 매매를 전제로 한 후속 행위로 평가됩니다.
마지막은 이후의 점유·관리입니다. 등기 후 누가 실제로 살았고, 재산세와 관리비를 누가 부담했고, 담보대출은 누구 명의로 받았는지는 “이름만 빌려준 것”이라는 주장과 충돌하는 대표적 사정입니다. 전 소유자가 수년간 아무 이의 없이 지내다가 시세가 오른 뒤에야 문제를 삼았다면, 그 지연 자체가 주장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간접사실이 됩니다.
대금 이체 내역, 거래신고, 세금 납부, 이후 점유·관리라는 네 갈래 자료가 맞물릴수록 매매 등기는 굳건해집니다.
4. 소송이 시작되면 처분금지가처분과 형사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소장이 접수되기 전후로 가처분이 들어오면 팔지도 담보를 잡지도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전 소유자는 소를 제기하기 전후로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해 등기부에 기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민사집행법 제300조). 가처분등기가 마쳐지면 그 이후 매매·근저당 설정을 해도 본안에서 전 소유자가 이기면 효력을 주장하기 어려워지므로, 사실상 재산권 행사가 막히게 됩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의나 취소 신청으로 다툴 수 있지만, 본안과 같은 증거 정리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한편 이 분쟁은 형사 문제로도 번집니다. 전 소유자가 계약서가 위조되었다고 주장하며 고소하면 사문서위조·행사(형법 제231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나 사기(형법 제347조,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대금을 정상 지급하고 샀는데도 허위 사실로 고소를 당했다면 무고죄(형법 제156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가 검토됩니다.
그래서 같은 사건이라도 민사 소송 하나로만 보지 않고, 형사 고소의 방향과 수위까지 같이 보면서 진술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사에서 한 답변서와 형사에서 한 진술이 어긋나면 양쪽 모두에서 신빙성이 흔들립니다.
5. 소송은 이런 순서로 진행되고, 준비는 소장을 받기 전에 시작해야 합니다
부동산 소재지 법원에서 진행되는 소유권 다툼은 자료 확보의 속도가 승패를 가릅니다.
통상 ①전 소유자의 내용증명 또는 가처분 신청 → ②소장 접수(말소등기 또는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 ③답변서 제출과 변론·증거조사 → ④판결 및 항소의 순서로 흐릅니다. 부동산 관련 소송은 부동산 소재지 법원에도 제기할 수 있어(민사소송법 제20조), 수원 지역 부동산이라면 수원지방법원 본원이나 관할 지원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장이 오기 전에 연락을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매매계약서와 거래신고필증, 중개사 연락처를 확인하고 계약 당시 대금 약정 내용을 정리합니다.
계약금·중도금·잔금의 이체 내역을 은행에서 발급받아 날짜와 금액을 표로 정리합니다.
등기부등본을 새로 발급받아 가처분 등 새로 기입된 사항이 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답변서 제출 전에 변호사와 쟁점을 맞춰 두면 초기에 불리한 자백이나 모순된 진술을 피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전 소유자가 연락해 오면 “정당하게 샀으니 괜찮다”는 마음과 “혹시 내가 놓친 게 있나”라는 불안이 교차해서, 자료를 정리하는 일이 자꾸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등기를 받은 매수인 입장에서는 대금 이체 내역, 거래신고, 세금 자료가 전부 증거라는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 기록이 사라지기 전에 확보해 두는 것이 가장 큰 방어입니다.
반대로 등기를 넘겨준 전 소유자 입장에서도 “그때는 사정이 있었다”는 말만으로는 법원을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명의신탁 같은 주장은 본인에게 처벌 위험이 따르기도 하므로, 어떤 법리로 다툴지 신중하게 정해야 합니다.
저는 부동산 소유권 분쟁에서 등기를 받은 쪽과 돌려받으려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자료를 어떻게 정리했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가처분이나 소장이 날아오기 전, 대응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등기부에 매매로 적혀 있는데도 전 주인이 이기는 경우가 있나요?
A. 있습니다. 등기 추정력은 번복될 수 있고, 서류의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의심할 만큼 증명되면 추정이 깨집니다. 대금 지급 자료가 비어 있거나 시세와 현저히 차이 나는 경우 특히 위험합니다.
Q. 대금을 현금으로 줘서 이체 내역이 없습니다. 어떻게 하나요?
A. 인출 내역, 영수증, 문자·녹취, 중개사 진술 등 간접 자료를 모아 대금이 오갔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매도인이 직접 쓴 영수증이나 받았다는 취지의 대화가 있다면 결정적입니다.
Q. 전 주인이 명의신탁이었다고 주장하면 등기를 돌려줘야 하나요?
A. 명의신탁은 입증 책임이 주장하는 쪽에 있고, 인정되더라도 등기 효력이 무효가 되는지는 계약 구조에 따라 달라집니다. 명의신탁자는 처벌 위험도 있어 실제로는 쉽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Q. 전 주인이 가처분을 걸면 집을 팔 수 없나요?
A. 가처분등기 이후 처분한 경우 본안에서 지면 새로운 매수인이 소유권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거래가 막힙니다. 가처분은 이의나 취소 신청으로 다툴 수 있지만 소명 자료가 필요합니다.
Q. 오래 지난 일인데도 취소를 주장할 수 있나요?
A. 사기·착오·강박 취소는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지났다면 취소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Q. 소장을 받았는데 언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A. 답변서 제출 기한 안에, 가급적 제출 전에 선임하는 것이 좋습니다. 첫 답변서에서 매매의 전제 사실을 어떻게 적느냐가 이후 전체 쟁점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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