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한국 투자자나 한국 모회사가 해외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사업을 하다가, 현지에서 법인을 맡긴 외국인 대표가 법인 자금을 빼 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외국인 대표 쪽이 흔히 하는 말은 “법인이 외국에 있고 나는 외국인이니 한국 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그 돈은 법인의 돈이지 한국 투자자의 돈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반대로 자금을 맡긴 한국 투자자 쪽은 “외국인 대표가 한국에 들어오면 바로 고소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다가 어느 나라 법이 적용되는지, 어디에 고소해야 하는지에서 막히곤 합니다.
그러나 형법은 외국인이라는 사정만으로 처벌 대상에서 빼주지 않습니다. 범죄행위나 결과의 일부가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이루어졌다면 외국인에게도 한국 형법이 적용되고, 법인 자금을 개인 용도로 쓴 대표는 업무상횡령 또는 업무상배임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해외 특수목적법인의 자금을 쓴 외국인 대표에게 한국 형법이 어떤 경우에 적용되는지, 어떤 죄가 성립하는지, 그리고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외국인이라는 사정만으로 한국 형법의 적용이 배제되지 않습니다
한국 형법은 국적이 아니라 범죄가 이루어진 장소를 기준으로 외국인에게도 적용됩니다.
형법 제2조는 본법이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용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속지주의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말하는 ‘죄를 범한 장소’는 행위를 한 곳만 뜻하지 않습니다. 실행행위의 일부가 국내에서 이루어졌거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결과가 국내에서 발생한 경우에도 국내에서 범한 죄로 다룹니다.
그래서 대표가 법인이 해외에 있더라도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에서 송금을 지시했거나, 한국 내 은행 계좌로 법인 자금을 받았거나, 한국에서 이메일·메신저로 자금 인출을 승인했다면 그 부분은 국내에서 이루어진 행위가 됩니다. 실무에서는 바로 이 접점을 찾는 것이 수사의 출발점입니다.
반대로 외국인 대표가 한 번도 한국에 오지 않고 현지에서만 현지 계좌 사이로 돈을 옮겼다면, 형법 제2조만으로는 한국 형법을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이때는 뒤에서 보는 제6조가 문제됩니다.
외국인이어도 행위나 결과의 일부가 한국 안에 있으면 한국 형법의 처벌 대상이 됩니다.
2. 국외에서만 이루어진 행위는 형법 제6조의 요건을 따로 따져야 합니다
외국인의 국외범은 피해자가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일 때에 한해, 행위지에서도 범죄일 때 처벌됩니다.
형법 제3조는 한국 영역 밖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한국 형법을 적용하지만, 외국인에 대해서는 제6조가 훨씬 좁은 범위로만 적용을 인정합니다.
본법은 대한민국영역외에서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국민에 대하여 전조에 기재한 이외의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 적용한다. 단 행위지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소추 또는 형의 집행을 면제할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형법 제6조).
이 조문에는 두 가지 걸림돌이 있습니다. 첫째, 죄의 상대방이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이어야 합니다. 횡령죄의 피해자는 자금을 보관·관리하던 법인 자체인데, 그 법인이 외국 법인이라면 한국 투자자가 입은 손해는 지분 가치 하락 같은 간접 손해에 그치므로 제6조가 곧바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이 부분이 해외 SPC 사건에서 가장 크게 다투어지는 지점입니다.
둘째, 행위지 법률에서도 범죄가 되어야 합니다. 법인 자금의 임의 유용은 대부분 나라에서 형사처벌 대상이어서 이 단서가 문제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현지 법상 주주 전원이 동의한 인출이었는지는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순수한 국외 행위는 피해자가 한국 쪽인지, 행위지에서도 범죄인지를 함께 충족해야 한국에서 처벌됩니다.
3. 외국인 대표의 법인 자금 사용은 업무상횡령 또는 업무상배임이 됩니다
법인 자금을 맡아 관리하는 대표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고, 개인 용도 사용은 불법영득의사로 평가됩니다.
한국 형법이 적용되는 경우, 대표가 법인 자금을 개인 용도로 쓴 행위는 형법 제355조 제1항의 횡령, 그리고 업무로서 자금을 관리했다면 제356조의 업무상횡령에 해당합니다.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미수범도 제359조에 따라 처벌됩니다. 자금을 직접 가져간 것이 아니라 법인에 손해를 끼치는 계약이나 대여를 했다면 같은 조의 업무상배임으로 구성될 수 있습니다.
해외 SPC에서 흔히 나오는 항변은 “그 돈은 법인의 것이니 대표인 나는 임의로 쓸 수 있었다”는 것인데, 법인과 대표는 별개의 인격이므로 법인 자금은 대표에게 ‘타인의 재물’입니다. 또 “나중에 채워 넣을 생각이었다”는 항변도 통하지 않습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따라서 SPC 설립 서류상 대표 지위, 자금 관리 권한, 인출·송금 결재 기록이 확인되면 보관자 지위와 불법영득의사가 함께 입증되는 구조입니다.
법인이 해외에 있어도 대표가 맡은 법인 자금은 ‘타인의 재물’이므로 개인 사용은 업무상횡령이 됩니다.
4. 유용 금액이 크면 특경법 가중처벌과 출국 문제까지 이어집니다
해외 SPC는 자금 규모가 커서 이득액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됩니다.
SPC는 투자금을 모아 굴리는 구조라 유용 금액이 억 단위를 넘는 일이 흔합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외화로 유용했다면 인출 시점의 환율로 환산한 원화 금액이 기준이 되고, 여러 차례 반복한 인출은 포괄일죄로 합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국인 대표는 수사가 시작되면 출국해버릴 가능성이 높아 도주 우려가 쟁점이 됩니다. 한국에 거소가 없고 해외에 재산과 가족이 있다는 사정은 구속 사유와 출국금지 판단에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반대로 한국에서 처벌이 어렵다고 해도 다른 길이 남아 있습니다. 형법 제7조는 외국에서 형의 일부가 집행된 사람에게 그 집행된 형을 한국 선고형에 산입하도록 정하고 있어서, 현지 처벌과 한국 처벌이 병행될 수 있습니다.
합의와 피해 회복은 성립 여부에는 영향이 없지만 양형에서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5. 고소 전에 한국과의 접점을 찾는 것이 절차의 출발점입니다
어느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졌는지 특정되어야 수사기관이 관할과 적용 법을 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에서 접점이 있다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참고인 조사와 계좌·통신 자료 확인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피고소인이 해외에 있으면 소재 파악과 입국 시점 확인이 별도 과제가 됩니다.
고소를 준비한다면 감정적으로 움직이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를 모으는 것이 좋습니다.
SPC 설립 서류, 정관, 주주간계약서로 대표의 권한과 자금 인출·송금 절차가 어떻게 정해져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법인 계좌의 전체 거래내역을 받아 인출 시점·금액·수취 계좌를 정리하고, 한국 내 계좌나 한국에서 이루어진 지시가 있는지 표시합니다.
한국에서 오간 이메일·메신저·화상회의 기록 등 한국과의 접점이 되는 자료를 보존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형사 고소와 민사상 손해배상·반환청구를 함께 검토해야 실질적인 회수 방안이 나옵니다.
마치며
해외 법인과 외국인 대표가 얽힌 자금 문제는 “국경이 다르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금을 맡긴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느 행위가 한국에서 이루어졌는지, 피해자를 누구로 볼 것인지를 먼저 정리해야 고소가 수사로 이어집니다. 증거가 해외에 흩어져 있을수록 시간이 지나면 확보가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자금 사용을 의심받는 외국인 대표 입장에서도 “외국인이니 한국 법과 상관없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한국 체류 중 한 지시나 송금이 있었는지, 주주 동의가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법인 자금 분쟁에서 자금을 관리한 쪽과 문제를 제기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관할과 적용 법리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외국인 대표가 한국에 한 번도 오지 않았다면 한국에서 처벌할 수 없나요?
A. 행위와 결과가 모두 해외에서만 이루어졌다면 형법 제2조는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한국 계좌 이용이나 한국에서의 지시 같은 접점이 확인되면 국내범으로 다룰 수 있고, 제6조 요건 충족 여부도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Q. 법인 돈이지 제 돈이 아닌데 한국 투자자가 고소할 수 있나요?
A. 횡령의 직접 피해자는 법인이지만 투자자는 고소 또는 고발로 수사를 촉구할 수 있습니다. 법인 대표로서 법인을 대리해 고소하는 방법도 있어 누구 명의로 할지는 사안별로 정해야 합니다.
Q. 현지에서 이미 처벌받았다면 한국에서는 면하나요?
A. 면하지 않습니다. 형법 제7조는 외국에서 집행된 형을 한국 선고형에 산입하도록 할 뿐, 한국 처벌 자체를 막지는 않습니다.
Q. 주주가 동의해서 인출했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되나요?
A. 동의 여부는 핵심 쟁점입니다. 법인의 이익이 아니라 대표 개인의 용도였다면 동의가 있었다는 말만으로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되지는 않으므로, 동의의 범위와 서면 기록이 중요합니다.
Q. 얼마부터 특경법이 적용되나요?
A.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외화는 원화로 환산해 합산합니다.
Q. 외국인 대표가 출국하려 하면 막을 수 있나요?
A. 수사 중인 사건이라면 출국금지 조치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출국했다면 입국 시점까지 기다리거나 별도의 국제 공조 절차가 필요하므로, 고소 시기와 소재 파악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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