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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 대가로 돈 든 통장만 받아 뒀는데 배임수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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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 대가로 돈 든 통장만 받아 뒀는데 배임수재인가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거래처 담당자나 조합·회사의 업무 담당자가 청탁을 받고 현금 대신 ‘돈이 들어 있는 통장’을 건네받았다가 수사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해보면 “현금을 받은 것도 아니고 통장만 받아 서랍에 넣어 두었다”, “비밀번호는 있지만 한 푼도 안 썼다”, “돌려줄 생각이었다”며 안심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통장이 오간 사실과 그 안의 잔액, 그리고 청탁의 내용을 하나로 묶어 배임수재로 사건을 구성하고, 쓰지 않았다는 사정은 크게 힘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배임수재죄에서 청탁의 명시 여부나 이익의 외형이 아니라 사무처리자의 임무와 이익의 관련성을 실질적으로 판단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익이 어떤 형식으로 건네졌는지는 처벌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이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통장을 받은 행위가 어떤 경우에 배임수재가 되는지, 쓰지 않거나 돌려주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배임수재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이익을 얻으면 성립합니다

성립 요건은 사무처리자 신분, 임무 관련 부정한 청탁,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 세 가지입니다.

형법 제357조 제1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이익을 준 쪽, 즉 공여자도 같은 형으로 처벌합니다.

첫째 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는 회사 직원,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임원과 총무, 거래 업체 선정 권한이 있는 담당자, 입찰·심사 담당자처럼 남의 사무를 맡아 일정한 재량을 가진 사람입니다. 공무원이라면 배임수재가 아니라 뇌물죄(형법 제129조)로 가고, 금융기관 임직원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규정이 별도로 문제됩니다.

둘째 요건은 임무와의 관련성입니다. 업체 선정, 계약 체결, 대금 지급, 하자 처리처럼 내가 맡은 사무에 관해 특정한 방향의 결정을 해 달라는 청탁이어야 합니다. 이 관련성이 없는 단순한 선물이나 사례는 배임수재의 대상이 아닙니다.

셋째 요건은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입니다. 현금과 수표 같은 재물뿐 아니라 예금을 인출할 수 있는 지위, 채무 면제, 향응도 재산상 이익이 됩니다. 이 세 가지가 맞물릴 때 통장을 받았다는 사실이 곧 사건이 됩니다.

통장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내 사무와 관련된 청탁의 대가로 경제적 가치를 받았는지가 배임수재의 출발점입니다.


2. 현금이 아니라 통장을 받았어도 취득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돈이 든 통장은 예금을 마음대로 인출할 수 있는 지위를 넘겨받은 것으로 보아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 논의됩니다.

“통장만 받았을 뿐 현금을 만진 적이 없다”는 항변은 가장 흔하지만 가장 약한 논리입니다. 통장과 도장, 비밀번호 또는 OTP·체크카드까지 함께 건네졌다면 받은 사람은 언제든 예금을 인출할 수 있는 상태에 놓입니다. 수사기관은 이를 현금을 받은 것과 다르지 않게 평가해, 통장을 받는 시점에 이미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보고 사건을 구성합니다.

반대로 통장 명의가 제3자(가족·지인·페이퍼 명의인)로 되어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은 이익이 외형상 다른 사람에게 지급된 것처럼 보여도 사회통념상 청탁받은 사람이 직접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으면 배임수재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제357조 제1항이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때’를 명문으로 처벌하는 것도 같은 취지입니다.

따라서 실제로 다투어야 할 지점은 ‘통장이었다’가 아니라 ① 비밀번호·보안매체가 함께 넘어왔는지 ② 내가 그 계좌를 사실상 지배할 수 있었는지 ③ 통장이 청탁의 대가라는 취지로 건네졌는지입니다. 예를 들어 통장만 있고 비밀번호도 모르며 거래 상대방이 “일단 맡아 달라”고 한 경우와, 비밀번호까지 알려 주며 “알아서 쓰라”고 한 경우는 사실관계가 전혀 다릅니다.

잔액도 중요합니다. 통장에 들어 있던 금액이 곧 취득한 이익의 규모가 되고, 이후 추징액과 양형의 기준이 됩니다. 입금 내역이 없는 빈 통장이었는지, 청탁 직후 입금된 통장이었는지는 청탁과 대가의 연결을 입증하는 핵심 자료입니다.

통장도 비밀번호와 함께 받아 인출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면 현금을 받은 것과 같은 방식으로 판단됩니다.


3. 청탁이 명시적이지 않았다는 주장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부정한 청탁은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에 반하는 내용이면 족하고, 묵시적으로 이루어져도 인정됩니다.

“청탁이라는 말은 한 마디도 안 했다”, “그냥 고마워서 주겠다고 한 것이다”라는 주장은 방어의 중심이 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의 의미를 넓게 보기 때문입니다.

배임수재죄에 있어 부정한 청탁은 업무상 배임에 이르는 정도가 아니고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청탁이면 족하다(대법원 1987. 11. 24. 선고 87도1560 판결).

또한 청탁이 부정한지는 청탁의 내용, 이에 관련되어 취득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종류·액수 및 형식, 이익 제공의 방법과 태양, 보호법익인 거래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판단하고, 청탁은 명시적일 필요가 없으며 묵시적으로 이루어져도 무방하다는 것이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8도9602 판결 등에서 확인되는 법리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재건축조합 총무가 시공사로부터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다액의 돈을 받은 것을 묵시적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보아 배임수재를 인정했습니다.

실무에서 의미 있는 방어는 청탁 자체가 정당한 업무 범위였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이미 체결된 계약관계를 유지해 달라는 부탁처럼 기존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부탁은 부정한 청탁이 아니라고 본 판례들이 있습니다. 반면 정상적 경쟁이라면 선정되지 않았을 업체를 선정해 달라거나, 하자를 눈감아 달라거나, 대금을 부풀려 달라는 요청은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통장이 건네진 시점의 전후 사정이 중요합니다. 업체 선정 직전에 통장을 받았다면 청탁과 대가의 선후가 선명해지고, 선정이 끝난 뒤 한참 지나 받았다면 사례금인지 청탁의 대가인지를 두고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메신저 대화, 통화 녹취, 관련 회의록이 이 판단의 재료가 됩니다.

청탁이라는 단어가 없어도, 임무와 관련해 부당한 결정을 바라는 취지가 이익 제공과 맞물리면 부정한 청탁으로 인정됩니다.


4. 쓰지 않았거나 돌려줬다는 사정은 성립을 막지 못하고 양형과 추징에서 다뤄집니다

배임수재는 이익을 취득한 때 기수가 되므로, 사후 반환은 범죄를 지우지 못하지만 몰수·추징과 양형에는 영향을 줍니다.

배임수재는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시점에 완성됩니다. 따라서 나중에 통장을 돌려주거나 한 푼도 쓰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처벌을 면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횡령 사건에서 사후 반환 의사가 불법영득의사 인정에 지장이 없다고 보는 것과 같은 구조입니다.

다만 사후 사정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첫째, 형법 제357조 제3항은 범인이 받은 재물을 몰수하고, 몰수가 불가능하면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통장을 반환했다면 추징 대상이 달라지고, 이미 인출해 쓴 금액이 있다면 그 금액이 추징 대상이 됩니다. 둘째, 취득 직후 수사 개시 전에 즉시 반환하고 그 경위를 객관적 자료로 남겨 두었다면 ‘취득 의사’ 자체를 다툴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반환 증빙이 있는 사건과 없는 사건은 결과가 다르게 흘러갑니다.

형량의 기본값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수수 금액이 클수록 실형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범죄 후 7년이 지나면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구조이므로(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몇 년 전 일이라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또 이익을 준 쪽이 먼저 신고하거나 진술하면서 사건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공여자의 입장에서 어떤 진술이 이미 나와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초범인지, 수수 경위, 금액, 반환 여부, 합의 여부는 성립 여부가 아니라 기소유예나 집행유예 같은 처분 단계의 핵심 변수입니다.


5. 수사는 통장 거래내역 확보에서 시작되고, 첫 진술이 사건의 방향을 정합니다

소환 전에 통장 수수 경위와 반환 자료를 정리하고 일관된 진술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통장 수수 사건은 통상 ①공여자의 진정·고소 또는 내부 감사 적발 → ②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의 계좌 거래내역 압수수색과 휴대전화 포렌식 → ③피의자 조사 후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수수액이 크면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합니다.

휴대전화 포렌식과 계좌 추적이 이미 진행되었다면, 대화 내용과 입출금 기록은 수사기관이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그 기록과 어긋나는 진술을 하면 신빙성이 한꺼번에 무너집니다. 소환 통보를 받았다면 아래 순서로 정리해 두시길 권합니다.

  1. 통장·보안매체를 받은 날짜, 장소, 건넨 사람, 당시 오간 대화를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관련 메신저 대화를 원본 그대로 보관합니다.

  2. 해당 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확인해 내가 인출·이체한 기록이 있는지, 잔액이 얼마였는지, 반환했다면 언제 어떻게 했는지 증빙을 모읍니다.

  3. 내가 맡은 사무 범위와 당시 내렸던 결정(업체 선정, 계약, 대금 처리 등)이 청탁 내용과 연결되는지, 정상적 절차를 거친 결정인지 자료로 점검합니다.

이 자료를 갖추고 첫 조사에 임하면 ‘청탁의 부존재’, ‘취득 의사의 부존재’, ‘임무 관련성의 부존재’ 중 어느 축으로 다툴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여 측이라면 제357조 제2항으로 함께 처벌받을 수 있으므로 진술 방향을 신중히 정해야 합니다.


마치며

통장을 받은 분들은 “현금도 아니고 쓰지도 않았는데 설마”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사이 대화 기록은 정리되지 않은 채 남고 진술은 엇갈리게 됩니다.

청탁을 받고 통장을 건네받은 사무처리자 입장에서는 성립 요건 가운데 어느 지점을 다툴 수 있는지, 반환과 추징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지를 먼저 가려야 합니다. 반대로 통장을 건넨 공여자 입장에서도 제357조 제2항으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 이미 한 진술의 방향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배임수재와 횡령·배임 사건에서 이익을 받은 쪽과 건넨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통장의 비밀번호가 함께 넘어갔는지, 청탁이 있었는지 같은 작은 사실이 결론을 가르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진술 방향이 정해지기 전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통장만 받았고 비밀번호는 모릅니다. 그래도 배임수재가 되나요?

A. 인출이 불가능한 상태라면 취득 여부를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청탁과 통장 교부의 연결, 이후 비밀번호를 전달받았는지 여부가 함께 판단됩니다.

Q. 한 푼도 쓰지 않고 돌려줬는데 처벌되나요?

A. 취득 시점에 기수가 되므로 처벌 가능성은 남습니다. 다만 즉시 반환한 경위와 증빙은 취득 의사 부존재의 주장과 양형, 추징에서 유리한 사정이 됩니다.

Q. 통장이 가족 명의였다면 달라지나요?

A. 달라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경우도 처벌 대상이고, 실질적으로 내가 지배한 계좌라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청탁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도 부정한 청탁이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청탁이 묵시적으로 이루어져도 무방하다고 보며, 내용과 이익의 액수·형식, 제공 방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Q. 이익을 준 사람도 처벌받나요?

A. 형법 제357조 제2항에 따라 공여자도 같은 형으로 처벌됩니다. 진술 과정에서 서로의 책임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이미 확보된 계좌와 대화 기록에 맞춰 일관된 진술 구조를 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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