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친족이나 지인 명의로 부동산을 사 두었다가,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등기를 돌려주지 않아 말소 소송까지 가는 분쟁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에서 소송이 길어지는 사이 정작 돈을 돌려받을 권리의 시효가 지나가는 일이 생깁니다.
상담에서 자주 듣는 말은 “말소 소송을 이미 내놨으니 시효는 걱정 안 해도 된다”, “내가 낸 매수자금은 소송 끝나고 청구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말소 청구가 기각되거나 각하되고 나서 돈을 청구하려 하면, 상대방이 “이미 10년이 지났다”며 소멸시효 항변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명의신탁 관계에서 등기를 돌려받는 청구와 돈을 돌려받는 청구를 서로 다른 권리로 엄격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한쪽 소송을 냈다고 해서 다른 쪽 권리의 시효가 자동으로 멈추지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명의신탁 말소 소송 중에 매수자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리고 시효를 지키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말소 소송을 냈다고 매수자금 청구권의 시효까지 멈추지는 않습니다
말소 청구와 매수자금 반환 청구는 소송물이 다른 별개의 권리입니다.
재판상 청구로 인한 시효중단(민법 제168조 제1호, 제170조)은 그 소송에서 실제로 심판 대상이 된 권리, 즉 소송물에만 미칩니다. 말소등기 청구는 소유권 또는 그에 준하는 권리에 기한 방해배제청구이고, 매수자금 반환 청구는 수탁자가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이익을 돌려달라는 부당이득반환청구입니다. 발생 근거도 요건도 다릅니다.
그래서 말소 소송을 3년 넘게 끌고 왔더라도, 그 소장에 매수자금 반환을 청구취지로 넣어 두지 않았다면 매수자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말소 소송과 무관하게 계속 흘러갑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나는 사고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특히 말소 청구는 명의신탁의 유형에 따라 신탁자에게 청구 자격 자체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각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신탁자가 기댈 수 있는 것은 결국 돈을 돌려받는 청구인데, 그때 이미 시효가 임박해 있는 사건이 많습니다.
말소 소송과 매수자금 청구는 별개의 권리이므로, 말소 소송 계속 중에도 매수자금 청구권의 시효는 따로 관리해야 합니다.
2. 명의신탁 유형에 따라 말소가 되는지, 돈을 돌려받는지가 갈립니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은 등기를 되돌리는 쪽, 계약명의신탁은 돈을 돌려받는 쪽으로 정리됩니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 제4조는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를 무효로 하되, 상대방이 명의신탁 사실을 몰랐던 경우를 예외로 둡니다.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는 거래의 상대방이 그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먼저 신탁자가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맺고 등기만 수탁자 앞으로 넘긴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는 수탁자 명의 등기가 무효이므로, 신탁자가 매도인을 대위해 수탁자 명의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구조가 됩니다. 이때 매수자금은 신탁자가 매도인에게 지급한 매매대금이어서 수탁자에게 따로 돌려받을 돈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수탁자가 매도인과 직접 매매계약을 맺은 계약명의신탁에서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몰랐다면, 수탁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고 신탁자는 말소를 구할 권리가 없습니다. 이 경우 신탁자가 수탁자에게 맡긴 매수자금은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이 되어 부당이득반환 청구로 돌려받게 됩니다.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알았다면 매매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어 법률관계가 또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명의신탁 약정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것이어도 그 이행으로 건넨 자금의 반환 청구를 불법원인급여(민법 제746조)로 막지 않습니다. 수탁자가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8다284233 전원합의체 판결은 신탁자가 수탁자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말소 소송 중이라도 유형 판단이 틀리면 청구 자체가 막히므로, 가장 먼저 내 사건이 어느 유형인지 확정해야 합니다.
3. 매수자금 청구권은 10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시효 기간은 민법 제162조 제1항의 10년이고, 시계는 말소 소송과 무관하게 돌아갑니다.
명의신탁 약정이 무효가 되어 수탁자가 얻은 이익을 돌려받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일반 채권으로서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립니다.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하므로(민법 제166조 제1항), 통상 수탁자 명의로 등기가 마쳐져 무효인 명의신탁에 따른 이득이 생긴 때를 출발점으로 따져 보게 됩니다. 기산일을 어디로 보느냐에 따라 완성 시점이 몇 년씩 달라지므로, 등기 접수일·대금 지급일을 먼저 확정해야 합니다.
한편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신탁자가 매도인에게 갖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도 채권이어서 10년의 시효 대상이지만, 대법원 1976. 11. 6. 선고 76다148 전원합의체 판결 이래 매수인이 목적 부동산을 인도받아 사용·수익하고 있는 동안에는 이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신탁자가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지가 결과를 가르는 이유입니다.
또 소멸시효 완성은 변론주의에 따라 상대방이 소송에서 항변해야 고려됩니다. 수탁자가 항변하지 않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시효 완성을 판단하지는 않지만, 소송이 길어질수록 항변이 나올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시효 기간은 10년이며, 기산일과 점유 여부에 따라 완성 시점이 달라집니다.
4. 시효는 청구취지 추가, 가압류, 최고 후 6개월 내 제소로 멈출 수 있습니다
말소 소송이 계속 중일 때 시효를 지키는 수단은 소송 안과 밖에 모두 있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진행 중인 소송에서 청구취지를 추가하거나 예비적으로 병합해 매수자금 반환을 함께 구하는 것입니다. 소송이 계속 중이어도 청구를 추가하는 서면이 법원에 제출된 때를 기준으로 그 권리에 대한 시효중단이 인정되므로, 말소 청구가 기각·각하될 가능성이 보이면 곧바로 예비적 청구를 붙여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소송 밖의 방법으로는 수탁자 재산에 대한 가압류가 있습니다(민법 제168조 제2호). 가압류를 해 두면 그 시점에 시효가 중단되고 본안 소송 기간 동안 집행 대상도 확보됩니다. 내용증명 같은 최고는 간편하지만 효력이 약합니다.
최고는 6월내에 재판상의 청구, 파산절차참가, 화해를 위한 소환, 임의출석,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지 아니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민법 제174조).
즉 최고만으로는 시효를 6개월 연장하는 효과밖에 없고, 그 안에 소를 제기하거나 가압류를 해야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재판상 청구가 각하·기각·취하되면 시효중단 효력이 사라지지만, 그때부터 6개월 이내에 다시 재판상 청구 등을 하면 최초 청구 시점에 중단된 것으로 봅니다(민법 제170조). 여기에 수탁자가 소송이나 서면에서 매수자금 수령을 인정하는 등 채무를 승인하면 그 시점에 시효가 중단됩니다(민법 제168조 제3호).
예비적 청구 추가, 가압류, 최고 후 6개월 내 제소 가운데 사건에 맞는 수단을 시효 완성 전에 써야 합니다.
5. 시효 점검부터 청구 추가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소송 중 시효를 놓치지 않으려면 기산일 확정이 먼저이고 청구 추가가 그다음입니다.
명의신탁 사건은 ①시효 기산일과 완성일 확정 → ②진행 중인 소송의 청구취지 점검 및 예비적 청구 추가 → ③필요 시 수탁자 재산 가압류 → ④판결 확정 후 집행 순서로 진행합니다. 부동산이 수원 관내라면 수원지방법원 및 그 지원이 관할이 되고, 가압류는 수탁자 재산 소재지 법원에서 신청합니다. 말소 소송의 본안 판결을 기다리다 시효 완성 직전에 움직이면 늦을 수 있습니다.
소송 중인 신탁자는 다음 순서로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수탁자 명의 등기가 마쳐진 날, 매수자금을 건넨 날을 등기부와 이체 내역으로 확정해 시효 완성일을 계산합니다.
현재 소장의 청구취지에 매수자금 반환(부당이득) 청구가 들어 있는지, 없다면 언제 추가할지 점검합니다.
수탁자가 재산을 처분할 우려가 있는지 보고, 있다면 가압류 가능 재산과 소명 자료를 준비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뒤 명의신탁 사건에 경험 있는 변호사와 상의하면 말소 청구가 막히더라도 돈을 돌려받는 길을 열어둘 수 있습니다.
마치며
명의신탁 분쟁은 “가족인데, 지인인데” 하는 마음 때문에 소송이 늦게 시작되고, 시작한 뒤에도 말소 소송 하나만 보고 달리다 시효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의를 맡기고 자금을 낸 신탁자 입장에서는 등기를 되찾는 일과 돈을 돌려받는 일을 분리해 각각의 시효를 챙기는 것이 우선입니다. 청구취지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점검하는 것만으로 결과가 달라지는 사건이 많습니다.
반대로 명의를 맡아 등기를 가진 수탁자 입장에서도 시효 항변이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산일, 시효중단 사유, 승인 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고, 소송 중 한 진술이 승인으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저는 명의신탁과 부동산 소유권 분쟁에서 명의를 맡긴 쪽과 맡은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청구취지 한 줄과 시효 기산일 하나가 결론을 가르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말소 소송이 진행 중이라면, 시효가 지나기 전에 점검하는 지금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말소 소송을 냈는데 매수자금 청구 시효도 같이 중단되나요?
A. 자동으로 중단되지 않습니다. 시효중단은 소송물인 권리에만 미치므로, 말소 청구와 별개인 매수자금 반환 청구는 청구취지에 따로 넣어야 중단됩니다.
Q. 매수자금 부당이득 청구권 시효는 몇 년인가요?
A.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입니다. 기산일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이므로 등기 접수일과 자금 지급일을 먼저 확정해야 합니다.
Q. 말소 소송에서 졌는데 이후에 돈을 청구해도 되나요?
A. 시효가 완성되기 전이라면 가능합니다. 다만 말소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매수자금 청구권의 시효는 진행하므로, 패소 시점에 이미 시효가 임박한 경우가 있어 사전에 예비적 청구를 붙여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Q. 내용증명을 보내면 시효가 멈추나요?
A. 내용증명은 최고에 해당해 6개월간 시효 완성을 늦출 뿐입니다. 그 기간 안에 재판상 청구나 가압류를 하지 않으면 중단 효력이 없습니다(민법 제174조).
Q. 수탁자가 소송에서 시효 항변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법원은 직권으로 시효 완성을 판단하지 않아 상대방이 항변해야 반영됩니다. 다만 소송이 진행될수록 항변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의존하면 위험합니다.
Q. 변호사는 언제 선임하는 것이 좋은가요?
A. 소장을 내기 전, 늦어도 시효 완성 1~2년 전이 좋습니다. 유형 판단과 청구취지 구성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가압류는 시기를 놓치면 실익이 줄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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