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모님이 남기신 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형제 중 한 명이 부동산을 먼저 팔고 매매대금을 나눠주지 않아 형제 사이가 틀어지는 상담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의뢰인분들 중 상당수는 “장남인 내가 알아서 정리할 테니 맡겨라”, “대금은 나중에 한꺼번에 나누자”는 말을 믿고 도장과 서류를 건넸던 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매매가 끝난 뒤 “그 돈은 부모님 병원비와 내가 대신 낸 세금으로 다 썼다”, “원래 내 몫이 더 많았다”는 답이 돌아오고, 연락마저 끊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부동산과 관련된 횡령죄 사건에서 점유 사실이 아니라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 즉 위탁관계가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성립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형제 사이의 분쟁이라도 어떻게 팔았는지, 대금을 어떤 약속으로 받았는지에 따라 형사처벌 가능 여부가 갈립니다.
아래에서는 상속 땅을 판 형제가 매매대금을 나눠주지 않을 때 횡령죄가 성립하는 경우와 성립하지 않는 경우, 그리고 지금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분할 전 상속 땅은 형제 전원의 공유이고, 매매대금도 상속분대로 나뉩니다
상속 땅은 한 명의 것이 아니므로, 판 대금 역시 상속분 비율대로 각자의 몫이 됩니다.
민법 제1006조는 상속인이 여러 명이면 상속재산은 그 공유로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상속재산 분할 협의나 심판이 끝나기 전에는 땅 전체가 상속인 전원의 공유 상태이고, 어느 한 사람의 이름으로 등기가 되어 있더라도 이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각자의 몫은 민법 제1009조에 따라 같은 순위 상속인끼리 균분이 원칙입니다. 배우자가 함께 상속인이라면 자녀 상속분의 5할이 가산됩니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이미 돌아가셨고 아버지의 땅을 3형제가 상속했다면 각자 3분의 1입니다. 그 땅이 6억 원에 팔렸다면 소송에서 다투어질 각자의 기본 몫은 2억 원입니다. 다만 특별히 부양했거나 재산 유지·증가에 기여한 상속인이 있다면 민법 제1008조의2의 기여분이, 생전 증여를 받은 상속인이 있다면 특별수익이 반영되어 몫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 명이 어떻게 땅을 팔 수 있었는지가 이후 법적 판단의 출발점입니다. 실무에서 형제가 단독으로 판매한 경로는 대체로 네 가지입니다. 첫째, 형제 전원이 매도인으로 계약서에 서명한 뒤 대금만 한 명이 받은 경우, 둘째, 협의분할 형식을 빌려 한 명 단독 명의로 등기를 옮긴 뒤 판 경우, 셋째,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받아 대리로 판 경우, 넷째, 서류를 위조하거나 동의 없이 등기를 한 경우입니다. 어느 경로인지에 따라 대금의 법적 성격이 완전히 다르게 평가됩니다.
상속 땅의 매매대금은 판 사람의 돈이 아니라, 상속분 비율에 따라 형제 각자에게 귀속되는 돈입니다.
2. 횡령죄의 핵심은 대금을 ‘맡아 보관하는 지위’가 있었는지입니다
형제가 대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나눠주기로 하고 맡아 보관했다는 위탁관계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때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횡령죄가 되려면 먼저 그 돈이 ‘타인의 재물’이어야 하고, 이를 ‘보관’하는 지위가 있어야 합니다.
부동산 자체에 관해 대법원은 이 지위를 점유가 아니라 부동산을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이 있는지로 가려 왔습니다. 공동상속 사건에서 이 법리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여주는 판결이 있습니다.
부동산을 공동으로 상속한 자들 중 1인이 부동산을 혼자 점유하던 중 다른 공동상속인의 상속지분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그에게는 그 처분권능이 없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0. 4. 11. 선고 2000도565 판결).
이 판결을 오해하면 “형제가 마음대로 팔았으니 횡령이 아니구나”라고 결론 내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판결이 말하는 것은 부동산을 임의로 판 행위 자체가 횡령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미 땅이 팔려 현금이 된 뒤의 문제는 다릅니다. 형제들이 “네가 대표로 팔고 대금은 상속분대로 나눠 주기로 한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에 따라 대금이 한 사람 계좌로 들어갔다면, 그 돈 중 다른 형제의 몫은 나눠 주기로 하고 맡겨 둔 돈이 됩니다. 이 경우 그 돈을 개인 용도로 쓰거나 분배를 거부하면 횡령이 문제됩니다.
반대로 이런 약속이 전혀 없었고 한 명이 몰래 판 뒤 대금을 가져갔다면, 형사 고소보다 민사로 상속분 상당액을 청구하는 쪽이 현실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사전 합의가 있었는지, 그 합의를 증명할 자료가 있는지에 따라 형사와 민사의 방향이 갈립니다.
돈을 가져갔다는 사실보다 ‘나눠주기로 하고 맡았다’는 약속을 증명하는 것이 횡령 여부를 가릅니다.
3. 분배를 요구했는데도 거부했다면 그 시점에 횡령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맡아 둔 상속재산을 나누자는 요구를 거절한 순간, 횡령죄는 이미 성립한 것으로 봅니다.
공동상속인 중 한 명이 상속받은 임야를 다른 상속인들을 위해 보관하던 중, 다른 상속인들로부터 임야를 처분해 상속지분대로 분배하거나 지분 비율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도 반환을 거부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10도93 판결은 이처럼 다른 상속인들의 반환 요구를 거부한 행위가 불법영득의사를 외부에 드러낸 객관적 행위이고, 그 시점에 횡령죄가 이미 완성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에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부분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횡령은 돈을 쓴 순간뿐 아니라 정당한 반환 요구를 거절한 순간에도 성립합니다. 따라서 “형제가 아직 돈을 쓰지는 않았지만 나눠 줄 생각이 없다고 선언했다”면 그것만으로도 문제됩니다. 둘째, 일단 횡령이 이루어지고 나면 그 재물을 다시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별도 범죄가 아니라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평가됩니다. 이후 형제가 그 돈으로 다른 부동산을 사거나 담보를 설정했더라도 횡령이 한 번 더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분배를 요구할 때는 말로만 하지 말고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내용증명으로 “상속 땅의 매매대금 중 제 상속분 ○○원을 ○월 ○일까지 지급해 달라”고 특정해 요구하고, 답변이나 침묵, 거절 내용을 그대로 보관해 두면 이후 횡령의 시점과 고의를 증명하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한편 “아버지 병원비와 장례비, 제사 비용, 세금으로 쓴 돈이니 정당하다”는 항변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상속재산을 관리하면서 쓴 필요경비는 공제될 수 있어, 영수증과 이체 내역으로 입증되는 정도만큼은 횡령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입증 없이 말로만 주장하는 비용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맡아 둔 돈을 나눠 달라는 요구를 거절하는 순간, 이미 횡령이 문제되는 단계에 들어서는 것입니다.
4. 형제 사이라도 처벌 가능하지만, 고소 기간과 처벌 수위를 함께 따져야 합니다
친족 사이 횡령은 고소가 있어야 처벌되고, 금액이 크면 특경법이 적용됩니다.
형법 제361조는 친족 사이의 범행에 관한 제328조를 재산범죄에 준용하도록 하고, 제328조 제1항은 피해자와 친족 관계인 경우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형제자매는 친족이므로 형제 사이 횡령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친고죄입니다. 고소는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해야 하므로, 대금 분배를 거절당한 시점이 언제인지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형량은 횡령한 금액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형법 제355조 제1항의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이 적용됩니다. 상속 땅이 도심에 있거나 면적이 넓다면 매매대금이 쉽게 수억 원이 되는데, 횡령한 금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이 크게 무거워집니다. 형제가 횡령한 금액 전체가 아니라 다른 형제들의 몫에 해당하는 금액이 기준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민사적으로는 고소와 별개로 다른 길이 있습니다. 상속재산이 아직 분할되지 않았다면 상속재산분할 절차를, 이미 팔려 현금이 된 몫에 대해서는 부당이득반환 청구(민법 제741조)나 약정금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한 명이 자신이 단독 상속인인 것처럼 등기하고 팔았다면, 민법 제999조의 상속회복청구가 문제될 수 있고, 이 청구권은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하므로 서둘러야 합니다.
피고소인 입장에서는 대금 전액을 반환하거나 합의에 이르면 처벌 의사가 철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고죄에서는 고소가 취소되면 공소제기가 되지 않기 때문에, 반환과 합의는 형사 책임의 향방에 결정적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 전에 매매 경위와 대금 흐름을 먼저 정리해야 사건의 방향이 잡힙니다.
형제 사이 횡령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수사 과정에서는 매매대금이 실제로 누구 계좌로 들어갔는지, 그 후 어디로 이체됐는지를 금융 거래 내역으로 추적하게 됩니다.
고소를 결정하기 전에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동산 등기부등본과 매매계약서를 발급받아 누가 매도인이었는지, 형제 전원의 서명이나 위임이 있었는지, 매매대금이 얼마였는지부터 확인합니다.
형제 사이에 “팔아서 나누자”고 합의한 문자·카카오톡·녹취·상속재산 분할 협의서가 있는지 찾고, 이를 정리해 위탁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지 검토합니다.
매매대금이 입금된 계좌 거래내역과 사용처를 확인하고, 내용증명으로 상속분 상당액의 지급을 요구해 거절 시점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이렇게 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형사 고소가 적절한지, 민사 청구가 먼저인지, 둘을 병행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가족 사이의 돈 문제는 “그래도 형제인데 설마”라는 생각 때문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대금은 이미 사용되었거나 다른 재산으로 바뀌고, 고소기간이나 상속회복청구 기간 같은 중요한 기한도 지나가 버립니다.
대금을 받지 못한 형제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보다, 합의를 증명하는 대화 기록과 대금의 흐름을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런 자료가 있어야 형사 고소와 민사 청구 모두에서 힘을 얻습니다.
반대로 대금을 쓴 형제 입장에서도 “내가 알아서 정리했으니 문제없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실제로 어떤 약속이 있었는지, 비용을 얼마나 입증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고, 조사 단계의 첫 진술이 이후 결론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저는 상속 재산을 둘러싼 형제 사이의 분쟁에서 대금을 받은 쪽과 받지 못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상속 땅의 대금 문제로 형제와 갈등이 시작됐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형제가 상속 땅을 몰래 팔았다면 바로 횡령죄가 되나요?
A. 아닙니다. 대법원은 공동상속인 한 명이 다른 상속인의 지분을 임의로 처분해도 처분권능이 없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다만 대금을 나눠 주기로 하고 맡았다면 그 대금에 대해서는 별도로 횡령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형제가 대금을 나눠 주겠다는 약속이 문자로만 남아 있어도 되나요?
A. 충분히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대금을 얼마, 언제, 어떤 비율로 나눈다는 내용이 구체적일수록 좋고, 카카오톡 대화와 녹취, 분할 협의서가 함께 있으면 더욱 유리합니다.
Q. 형제가 “병원비와 세금으로 썼다”고 하면 횡령이 아닌가요?
A. 상속재산 관리를 위해 쓴 필요경비는 공제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수증과 이체 내역으로 입증되어야 하고, 입증되지 않은 사용은 개인 용도로 쓴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고소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A. 형제 사이 횡령은 친고죄이므로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해야 합니다. 정확히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삼을지는 분배를 거절당한 시점 등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기한이 임박했다면 서둘러 확인해야 합니다.
Q. 형제가 나중에 돈을 돌려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돌려주었다고 해서 이미 성립한 횡령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친고죄이므로 합의로 고소가 취소되면 공소제기가 되지 않고, 취소가 없더라도 반환은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됩니다.
Q.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같이 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 수사로 확보된 금융거래 내역이 민사에서 상속분 상당액을 청구하는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아 병행이 회수에 도움이 됩니다.
Q. 형제가 상속 땅을 자기 단독 명의로 바꿔서 팔았는데 되돌릴 수 있나요?
A. 상황에 따라 상속회복청구나 등기말소 등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상속회복청구는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의 기간 제한이 있으므로 서둘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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