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시공업자나 인테리어업자가 건물을 점유한 채 유치권을 주장하고, 아예 그 건물에서 살림을 하거나 영업을 이어가면서 소유자·경락인과 분쟁이 벌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유치권자분들 중 상당수는 “돈을 받을 때까지 점유하는 건 내 권리니까 여기서 살아도 된다”, “어차피 비워둘 건물인데 내가 쓰는 게 건물에도 좋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반대로 소유자 쪽에서는 “공사대금 때문에 점유한다더니 몇 년째 공짜로 쓰고 있다”며 사용료를 요구하거나, 아예 유치권 자체를 없애려 합니다. 두 주장 모두 절반만 맞기 때문에 분쟁이 길어집니다.
최근 대법원은 유치권자의 건물 사용에 대해 ‘보존에 필요한 사용’과 ‘그 범위를 벗어난 사용’을 구분하는 기준을 분명히 하고 있고, 사용으로 얻은 이익은 별도로 정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다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제3자에게 임대하거나 소유자 승낙 없이 용도를 바꾸면 유치권 자체가 소멸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유치권자가 건물에서 직접 거주할 때 어디까지가 허용되는지, 사용료(부당이득)를 부담해야 하는 경우는 언제인지, 분쟁이 생기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유치권은 인도를 거절하는 권리일 뿐, 사용할 권리가 아닙니다
유치권자는 건물을 붙잡아 둘 수 있을 뿐,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을 점유한 사람이 그 물건에 관해 생긴 채권(대표적으로 공사대금)을 변제받을 때까지 물건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핵심은 ‘인도 거절’입니다. 돈을 받을 때까지 건물을 내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지, 그 건물을 자기 집이나 사무실처럼 사용·수익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때문에 민법은 유치권자에게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유치물을 점유할 의무를 지우고, 채무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사용·대여하거나 담보로 제공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324조). 소유자가 보기에는 공사대금 담보로 잡아둔 물건이 그 사이 유치권자의 생활공간이나 영업장이 되어 있다면 담보의 목적을 넘어선 것으로 보이기 마련입니다.
다만 모든 사용이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건물을 비워두면 오히려 훼손되거나 점유를 잃을 수 있으므로, 법은 ‘유치물의 보존에 필요한 사용’은 예외로 허용합니다. 그렇다면 쟁점은 직접 거주가 이 예외에 들어가느냐로 좁혀집니다.
유치권은 인도를 거절하는 권리이고, 사용은 ‘보존에 필요한 범위’에서만 허용됩니다.
2. 유치권자가 직접 거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보존에 필요한 사용으로 봅니다
직접 거주만으로는 유치권이 소멸되지 않습니다.
민법 제324조의 조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치권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유치물을 점유하여야 한다. 유치권자는 채무자의 승낙없이 유치물의 사용, 대여 또는 담보제공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유치물의 보존에 필요한 사용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유치권자가 전2항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채무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324조).
소유자가 “승낙도 없이 거주하니 유치권을 소멸시켜 달라”고 청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1다107009 판결은 공사대금채권에 기해 유치권을 행사하는 사람이 유치물인 주택에 스스로 거주하며 사용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택의 보존에 도움이 되는 행위로서 보존에 필요한 사용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주택은 관리가 안 돼 급속히 낡고, 점유를 비운 사이 점유를 잃을 위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판결은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40684 판결의 법리를 이어받은 것입니다.
따라서 건물에서 직접 거주하는 사실만으로 소유자가 유치권 소멸을 청구하기는 어렵습니다. 소유자가 이기려면 거주가 ‘보존’이 아니라 사실상의 임대, 영업, 다른 사람의 입주 등 보존 범위를 벗어난 사용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거주가 곧바로 ‘공짜’라는 뜻은 아닙니다. 소멸청구가 안 되는 것과, 사용으로 얻은 이익을 정산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 부분은 4번에서 다룹니다.
직접 거주는 원칙적으로 보존에 필요한 사용이라 그것만으로 유치권이 소멸되지는 않습니다.
3. 임대하거나 용도를 바꾸면 유치권 자체를 잃을 수 있습니다
‘직접 거주’와 ‘남에게 쓰게 하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유치권자가 건물의 일부를 제3자에게 임대하거나, 점포·사무실·창고 등 영업 용도로 바꾸어 수익을 올리면 보존에 필요한 사용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소유자가 승낙하지 않았다면 민법 제324조 제2항 위반이 되고,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소유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소멸청구는 의사표시로 하며,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유치권은 사라지고 유치권자는 더 이상 인도를 거절할 수 없게 됩니다.
경매 사건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19다295278 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324조에서 정한 유치권소멸청구는 유치권자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로서 채무자 또는 유치물의 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324조 제2항을 위반한 임대행위가 있은 뒤에 유치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유치권소멸청구를 할 수 있다(대법원 2023. 8. 31. 선고 2019다295278 판결).
즉 유치권자가 무단 임대를 했다면, 이후 경매로 건물을 낙찰받은 사람이 직접 소멸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유치권자 입장에서는 임대료 수입보다 훨씬 큰 것, 즉 공사대금 채권의 담보력을 잃는 위험을 지는 셈입니다.
실무에서 소유자 측이 확보해야 하는 자료는 임대차계약서, 제3자의 사업자등록 주소지 이전 기록, 전입신고 내역, 현장 사진, 관리비·공과금 납부자 변경 내역 등입니다. 유치권자 측은 반대로 가족 등 동거인의 거주 범위를 넘지 않았다는 점, 제3자 사용이 없었다는 점을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무단 임대·영업 사용은 보존 범위를 벗어나 유치권 소멸청구의 사유가 됩니다.
4. 사용료는 부당이득으로 정산되고, 피담보채권에서 따져 볼 수 있습니다
소멸청구가 안 되는 거주라도, 사용으로 얻은 이익의 정산 문제는 남습니다.
유치권이나 동시이행항변권은 목적물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는 권능일 뿐, 사용·수익을 정당화하는 사유는 아닙니다. 그래서 소유자는 유치권자가 건물을 사용해 얻은 이익, 보통 그 건물의 차임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고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인 접근입니다. 대법원도 일찍이 대법원 1963. 7. 11. 선고 63다235 판결에서 유치권자가 목적물을 사용해 실질적인 이익을 얻었다면 이를 반환해야 한다고 본 바 있습니다.
실제 분쟁에서는 소유자가 별도의 부당이득반환 소송을 내거나, 유치권자의 공사대금 청구·유치권 부존재확인 소송 중에 사용이익 상당액을 공제하거나 상계하겠다고 주장하는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차임 상당액은 주변 유사 건물의 임대료나 감정평가를 통해 산정하므로, 건물의 위치·면적·거주 기간에 따라 금액이 크게 달라집니다.
주의할 점은 이 주장을 하급심에서 제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앞서 본 2011다107009 판결에서도, 유치권자가 사용으로 얻은 차임 상당 이익을 피담보채권 변제에 충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상고심에 와서야 처음 제기되었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사용이익 정산은 사실심 변론 단계에서 주장해 두어야 합니다.
반대로 유치권자도 그 건물을 관리하며 쓴 필요비(수선비·세금 등)를 소유자에게 상환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325조). 사용료와 필요비가 서로 맞물려 정산되므로, 양쪽 모두 금액을 계산할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소유자가 사용을 승낙했다면 그 약정(무상인지, 월 얼마인지)이 우선합니다.
직접 거주라도 사용으로 얻은 이익은 정산 대상이며, 그 주장은 사실심에서 제때 해야 합니다.
5. 분쟁이 생기면 이런 순서로 진행됩니다
점유 경위와 사용 범위를 입증할 자료 정리가 결론을 가릅니다.
건물 인도·사용료 분쟁은 통상 ①소유자의 내용증명(소멸청구 의사표시·사용료 청구 포함) 발송 → ②건물인도 또는 유치권 부존재확인, 부당이득반환 소송 제기(수원 지역 건물이라면 수원지방법원 관할) → ③점유·사용 현황과 차임 감정, 피담보채권 존부 심리 → ④판결 및 집행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경매 중이라면 경매법원(수원지방법원 경매계)에 유치권 신고 여부를 확인하고, 낙찰자는 인도명령 신청 가능 여부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사용료나 소멸 문제를 다투기 전에 아래 순서로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사도급계약서, 공사대금 미지급 내역 등 피담보채권이 실제로 있는지와 그 금액부터 확인합니다.
점유 시작 시점, 거주자 범위(유치권자 본인·가족·제3자), 영업 여부를 사진·전입 기록·공과금 내역으로 정리합니다.
소유자의 승낙이 있었는지(문자·구두 합의 포함)와 그 조건을 확인하고, 주변 시세 기준 차임을 감정이나 자료로 산정합니다.
이렇게 정리된 자료로 소멸청구, 부당이득반환, 유치권 부존재확인을 함께 구성하면 한 번의 소송에서 쟁점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유치권 분쟁은 “받을 돈이 있으니 당연하다”, “내 건물인데 왜 못 쓰게 하냐”는 감정 싸움으로 번지면서 증거 정리와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치권자 입장에서는 직접 거주가 보존에 필요한 사용으로 인정될 여지가 크더라도, 제3자 입주나 영업 사용이 끼는 순간 유치권 자체를 잃을 수 있고 사용이익 정산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반대로 소유자·낙찰자 입장에서도 “승낙 없이 살고 있으니 무조건 소멸된다”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어떤 사용이 보존 범위를 벗어났는지 입증하고, 차임 상당액 청구를 적절한 시기에 주장해야 결과가 달라집니다.
저는 유치권을 행사하는 쪽과 그 유치권을 다투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용 경위와 증거 정리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치권자가 건물에 직접 살면 유치권이 소멸되나요?
A. 원칙적으로 소멸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유치권자가 유치물인 주택에 스스로 거주하는 것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존에 필요한 사용으로 봅니다.
Q. 그러면 사용료는 한 푼도 안 내도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소멸청구가 안 되는 것과 사용으로 얻은 이익을 정산하는 것은 별개이고, 소유자는 차임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청구하거나 피담보채권에서 공제하자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Q. 건물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면 어떻게 되나요?
A. 소유자 승낙이 없다면 민법 제324조 제2항 위반으로 소유자가 유치권 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경매 후 낙찰자도 소멸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입니다.
Q. 소유자가 사용을 승낙해 줬다면요?
A. 승낙이 있으면 소멸청구 사유는 줄어들지만, 무상인지 유상인지는 약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승낙 내용을 문자·합의서로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사용료 주장은 언제 해야 하나요?
A. 사실심, 즉 1심과 항소심 변론 단계에서 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상고심에 와서 처음 제기된 정산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Q. 건물을 쓰는 데 든 수리비는 받을 수 있나요?
A. 유치물에 지출한 필요비는 소유자에게 상환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325조). 사용료와 서로 계산해 정산하게 되므로 영수증을 보관해 두어야 합니다.
Q. 소장을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답변서 제출 전이 가장 좋습니다. 점유 경위와 사용 범위에 관한 첫 주장이 이후 사건 전체의 방향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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