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형사재판에서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 직접 피해 상황과 처벌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일이 늘면서, 피해자가 재판에서 어떤 권리를 갖는지 묻는 상담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제가 상담한 피해자분들 중 상당수는 “재판은 검사와 피고인이 하는 것이라 나는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합의를 안 해주면 그만이지 내가 따로 말할 기회가 있겠나”라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러다 재판이 끝날 무렵에야 피고인 쪽의 반성문과 선처 호소만 기록에 쌓여 있다는 사실을 알고, 피해자의 목소리는 한 줄도 들어가지 못한 채 선고가 내려지는 경우를 적지 않게 봅니다.
그러나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피해자가 재판절차에서 직접 진술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피해의 정도와 결과는 물론 피고인의 처벌에 관한 의견까지 법정에서 말할 수 있고, 이는 법원이 반드시 기회를 주어야 하는 절차입니다. 다만 이 권리는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행사되지 않고, 신청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아래에서는 피해자가 재판에서 처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근거와 요건, 신청 방법, 그리고 그 진술이 재판 결과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피해자의 재판 진술권은 헌법이 직접 보장하는 권리입니다
피해자는 구경꾼이 아니라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헌법상 권리를 가진 사람입니다.
형사재판의 당사자는 검사와 피고인입니다. 그래서 피해자는 재판에서 증인으로 불려 나오는 정도의 역할만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헌법 제27조 제5항은 이 구조를 보완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헌법 제27조 제5항).
이 헌법 규정을 구체화한 것이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 ‘피해자등의 진술권’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피해자등에는 범죄로 직접 피해를 입은 사람뿐 아니라 그 법정대리인이 포함되고,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도 포함됩니다. 미성년 피해자라면 부모가,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이라면 유족이 신청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규정이 ‘할 수 있다’가 아니라 ‘신문하여야 한다’는 의무 형식이라는 점입니다. 신청이 있으면 법원은 원칙적으로 거절할 수 없고,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신청을 받아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피해자는 재판의 방청객이 아니라, 법에 따라 법정에서 직접 말할 수 있는 권리자입니다.
2. 신청이 있으면 법원은 피해의 정도와 처벌에 관한 의견까지 듣게 됩니다
진술 범위에는 피해 결과뿐 아니라 ‘피고인의 처벌에 관한 의견’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 제1항은 피해자등의 신청이 있으면 그 피해자등을 증인으로 신문하도록 정하고 있고, 제2항은 그 신문에서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규정합니다.
법원은 제1항에 따라 피해자등을 신문하는 경우 피해의 정도 및 결과, 피고인의 처벌에 관한 의견, 그 밖에 당해 사건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94조의2 제2항).
그러니 “피해자가 법정에서 처벌 의견을 말할 수 있느냐”는 질문의 답은 분명히 ‘그렇다’입니다. 엄벌을 원한다는 의견도, 반대로 피고인이 진지하게 사과해 선처를 바란다는 의견도 모두 이 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피해자 본인의 의사를 법원에 직접 전달하는 통로입니다.
진술은 증인신문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므로, 법원이 피해자에게 묻고 피해자가 답하는 방식이 기본입니다. 피해자가 말하고 싶은 내용이 많다면 사전에 정리해 두는 것이 좋고, 피해로 인한 일상의 변화·치료 경과·경제적 손실·합의 과정에서 있었던 일처럼 서면 기록에 잘 드러나지 않는 사정이 이 자리에서 비로소 법관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원은 피해의 정도·결과는 물론 피고인의 처벌에 관한 의견까지 피해자에게 말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3. 신청은 반드시 해야 하고, 법원이 거절할 수 있는 경우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신청하지 않으면 기회는 자동으로 오지 않고, 신청해도 법정 사유가 있으면 제한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착오는 ‘재판 기일 통지를 받았으니 알아서 진술 기회가 주어지겠지’라는 기대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는 ‘신청이 있는 때’를 전제로 하므로, 피해자등이 직접 또는 검사·변호사를 통해 신청해야 합니다. 신청 없이 재판이 종결되면 진술 기회는 그대로 사라집니다.
법원은 신청이 있어도 두 가지 경우에는 신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첫째, 피해자등이 이미 해당 사건에 관하여 공판절차에서 충분히 진술하여 다시 진술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입니다. 이미 증인으로 나와 피해 상황을 상세히 진술했다면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둘째, 피해자등의 진술로 공판절차가 현저하게 지연될 우려가 있는 경우입니다.
또 같은 범죄사실에 신청인이 여러 명이면 법원은 진술할 사람의 수를 제한할 수 있고(제294조의2 제3항), 신청인이 출석통지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봅니다(같은 조 제4항). 한 번 신청했다고 끝이 아니라, 지정된 기일에 실제로 출석해야 권리가 완성됩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가 법정에서 가해자와 마주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보호 장치를 함께 알아두어야 합니다.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할 때 사생활의 비밀이나 신변보호를 위해 필요하면 피해자·법정대리인 또는 검사의 신청으로 심리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고(제294조의3), 현저하게 불안·긴장을 느낄 우려가 있으면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의 동석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제163조의2). 피고인과 대면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되는 경우에는 비디오 중계장치나 가림 시설을 이용한 신문도 가능합니다(제165조의2 제1항 제3호).
신청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고, 비공개·동석·중계 같은 보호 장치까지 함께 신청해야 안전하게 진술할 수 있습니다.
4. 피해자의 처벌 의견은 양형의 중요한 참고 자료이지만, 결론을 정하지는 않습니다
피해자 진술은 형량을 정하는 자료일 뿐, 피해자가 형량을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부분은 오해가 많아 분명히 짚어야 합니다. 피해자가 “엄벌해 달라”고 말한다고 해서 법원이 그만큼 중하게 처벌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형의 종류와 양을 정하는 것은 법관의 권한이고, 피해자의 의견은 피해의 정도, 피고인의 반성과 피해회복 노력, 합의 여부 같은 양형 사정을 판단하는 참고 자료로 쓰입니다.
실무적으로는 피해자가 처벌을 강하게 원한다는 의사를 직접 진술하고, 피해로 인해 겪은 고통이 구체적으로 드러날수록 피고인 쪽의 ‘선처’ 주장은 힘을 잃습니다. 반대로 피고인이 진심으로 사죄하고 피해를 회복했다는 점을 피해자가 직접 인정하면 그 사정은 감경 요소로 참작됩니다. 즉 진술의 방향에 따라 양형 판단의 무게중심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편 피해자의 의사가 결론 자체를 좌우하는 범죄도 있습니다.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서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공소가 기각되고,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에서는 고소 취소로 사건이 끝납니다. 다만 형사소송법 제232조에 따라 고소는 제1심 판결선고 전까지만 취소할 수 있고, 한 번 취소하면 다시 고소할 수 없으며,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합의서를 써주기 전에 이 점을 반드시 알고 계셔야 합니다.
진술 외에 피해자가 알아둘 권리도 있습니다. 검사는 피해자의 신청이 있으면 공소제기 여부, 공판 일시·장소, 재판 결과, 피고인의 구속·석방 등을 신속하게 통지해야 하고(제259조의2), 소송계속 중인 사건의 피해자는 진술권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소송기록의 열람·등사를 재판장에게 신청할 수 있습니다(제294조의4).
5. 신청부터 진술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검사 통지 신청과 진술 신청을 기소 단계부터 함께 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피해자 진술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신고 및 조사 → ②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와 기소, 이때 피해자 통지 신청 → ③기소 후 법원(수원지방법원)에 진술 신청서 제출 → ④지정된 공판기일에 출석해 증인신문 방식으로 진술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가운데 진술 신청이 가장 놓치기 쉬운 단계입니다.
재판 날짜를 놓치지 않으려면 수사 단계에서부터 아래 순서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검사에게 제259조의2에 따른 피해자 통지를 신청해 공소제기 여부와 공판 일시·장소를 빠짐없이 통지받도록 해둡니다.
사건이 법원에 접수되면 사건번호와 재판부를 확인해 진술 신청서를 제출하고, 필요하면 심리 비공개·신뢰관계인 동석·중계 신문도 함께 신청합니다.
진술할 내용(피해의 정도, 치료·상담 내역, 합의 경과, 처벌에 관한 의견)을 미리 정리하고, 필요한 진단서·치료비 자료·대화 기록을 준비합니다.
피해자 대리 경험이 있는 변호사가 있으면 신청 시점 판단, 진술 내용 정리, 소송기록 열람·등사 신청까지 함께 챙길 수 있어 진술 기회를 놓치거나 불필요한 말로 불리해지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피해를 입은 분들은 “이미 경찰에서 다 말했는데 또 말해야 하나”, “법정에서 가해자를 보는 것이 두려워서”라는 이유로 재판 진술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는 사이 신청 시기를 놓치고, 재판은 피해자의 목소리 없이 끝나기도 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처벌 의견을 말하는 것이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피해의 실체와 피고인의 태도를 법원에 직접 전달하는 정식 절차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피고인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법정에서 어떤 진술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피해회복과 합의가 양형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정확히 알고 대응해야 합니다.
저는 형사사건에서 피해자를 대리한 경우와 피고인을 변호한 경우를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사실관계라도 진술 신청과 합의 시점, 진술 내용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재판 일정이 정해졌다면 지금이 진술 신청을 준비할 시점입니다. 놓치면 되돌릴 수 없는 기회이므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인데 재판에서 처벌 의견을 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에 따라 법원에 진술 신청을 하면 됩니다. 신청이 있으면 법원은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며 피해의 정도, 처벌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Q. 신청하지 않아도 법원이 알아서 불러주나요?
A. 아닙니다. 이 권리는 피해자등의 신청이 있을 때 인정됩니다. 재판 종결 전에 신청하지 않으면 진술 기회 없이 선고될 수 있으므로 서둘러 신청해야 합니다.
Q. 이미 경찰·검찰에서 진술했는데 법정에서 또 할 수 있나요?
A. 수사기관 진술과 법정 진술은 별개입니다. 다만 같은 사건의 공판절차에서 이미 충분히 진술했다면 법원이 다시 진술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신청을 받아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피해자가 사망했거나 미성년자인 경우 누가 신청하나요?
A. 미성년 피해자는 법정대리인(부모 등)이,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가 신청할 수 있습니다.
Q. 가해자와 법정에서 마주치기 싫은데 방법이 있나요?
A. 있습니다. 사생활 보호나 신변보호를 위한 심리 비공개, 신뢰관계인 동석, 비디오 중계 또는 가림 시설을 통한 신문을 신청할 수 있고, 허용 여부는 법원이 판단합니다.
Q. 피해자가 엄벌을 원한다고 하면 그대로 형량이 정해지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피해자의 의견은 양형을 판단하는 중요한 참고 자료일 뿐이며 형량은 법원이 정합니다. 다만 반의사불벌죄나 친고죄에서는 피해자의 처벌 의사 자체가 공소 여부를 좌우합니다.
Q. 합의서를 써주면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도 되돌릴 수 있나요?
A. 고소 취소나 처벌 불원 의사표시는 제1심 판결선고 전까지만 가능하고, 한 번 취소하면 다시 고소할 수 없습니다. 합의 전에 사건 유형과 결과를 충분히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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