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공원이나 길거리, 주차장처럼 누구나 오가는 공공장소에서 시비 끝에 칼을 꺼내 보였다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찌르려던 게 아니라 겁만 주려던 것이다”, “칼날을 펴지도 않았고 누구도 다치지 않았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신고가 접수되어 경찰이 출동하고 나면, 흉기소지죄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던 가벼운 범칙금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형사 입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특수협박죄와 특수상해죄에서 말하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의 의미를 폭넓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칼을 실제로 휘두르지 않았더라도, 현장에서 사용하려는 의도로 지니고 있었다면 가중처벌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아래에서는 공원에서 칼을 꺼내 보인 행위가 어떤 죄에 해당하는지, 이른바 흉기소지죄와는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조사를 앞두고 무엇부터 정리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흉기소지죄’라는 이름의 죄는 따로 없고, 상황에 따라 적용 법조가 달라집니다
칼을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만 문제되는지, 꺼내 보인 행위까지 문제되는지가 갈림길입니다.
흔히 흉기소지죄라고 부르지만, 법전에 그런 이름의 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이 표현이 가리키는 것은 대개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제2호의 흉기의 은닉휴대입니다. 칼·쇠몽둥이·쇠톱 등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끼치거나 건조물에 침입하는 데 쓰일 수 있는 연장을 정당한 이유 없이 숨겨서 지니고 다니는 사람을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숨겨서’라는 요건입니다. 가방이나 주머니 속에 넣어 두고 다닌 것이 이 조항이 겨냥하는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반대로 공원에서 상대방에게 칼을 꺼내 보였다면, 숨겨서 지닌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향해 드러낸 것이므로 경범죄 규정만으로 설명되는 사안이 아닙니다.
또한 낚시, 캠핑, 요리 같은 정당한 용도로 칼을 들고 있었는지도 따집니다. 경범죄 규정은 ‘정당한 이유 없이’ 지닌 경우를 처벌하기 때문에, 평소 직업상 필요나 야외활동 목적이 확인되면 은닉휴대 부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정당한 이유는 소지의 이유일 뿐, 시비 끝에 상대방에게 칼을 꺼내 보인 행위까지 정당화해 주지는 않습니다.
칼을 지니고 다닌 것은 경범죄 문제이지만, 사람에게 꺼내 보인 순간부터는 형법상 협박·특수협박이 문제됩니다.
2. 칼을 꺼내 보인 행위는 협박죄를 넘어 특수협박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칼날을 휘두르지 않았어도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겁을 준 이상 가중처벌 대상이 됩니다.
형법 제283조 제1항의 협박죄는 사람을 협박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합니다. 협박은 상대방에게 해악을 고지해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인데, 반드시 말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비 중에 칼을 꺼내 보이는 행동은 “해를 입힐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하는 행동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있었다면 형법 제284조의 특수협박이 문제되고, 이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로 형이 크게 무거워집니다. 칼은 위험한 물건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법정형에서 벌금형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징역형이 선택될 여지가 크다는 점이 일반적인 오해와 다른 부분입니다.
‘휴대하여’의 의미에 관해서는 대법원이 비교적 최근에 기준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여기서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는 범행 현장에서 사용하려는 의도 아래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거나 몸에 지니는 경우를 의미한다. (중략) 피고인이 범행 현장에서 범행에 사용하려는 의도 아래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거나 몸에 지닌 이상 피고인이 이를 실제로 범행에 사용하였을 것까지 요구되지는 않는다(대법원 2024. 6. 13. 선고 2023도18812 판결).
이 판결은 사용 의도를 판단할 때 범행 동기, 휴대 경위와 사용 방법,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전후 정황을 모두 고려한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원래 캠핑용으로 차에 있던 칼이다”, “꺼내기만 했지 쓰려던 건 아니다”라는 주장은 그 자체로 방패가 되지 못하고, 시비가 붙은 경위와 칼을 꺼낸 순간의 상황이 함께 평가됩니다.
한편 실제로 상대방이 두려움을 느꼈는지, 즉 협박의 정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협박죄는 해악의 고지가 있었고 그것이 상대방에게 도달해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였는지가 쟁점이므로, 칼을 꺼낸 거리·표정·말투·주변 목격자 유무가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됩니다.
3. 폭처법상 우범자 규정과 도검 소지허가 문제도 함께 검토됩니다
공원에서 꺼낸 칼이 어떤 칼인지에 따라 별도의 위법 문제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7조는 정당한 이유 없이 이 법에 규정된 범죄에 공용될 우려가 있는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제공 또는 알선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경범죄의 은닉휴대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 규정이며, 공동폭행이나 누범 가중 같은 폭처법상 범죄에 쓰일 우려가 있었는지가 판단 대상입니다.
칼 자체의 종류도 확인합니다.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은 칼날의 길이가 15센티미터 이상인 칼·검·창·비수 등으로서 성질상 흉기로 쓰이는 것을 도검으로 정의하고, 15센티미터 미만이어도 흉기로 사용될 위험성이 뚜렷한 것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도검에 포함시킵니다. 같은 법 제12조 제1항은 이런 도검을 소지하려면 주소지를 관할하는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건 초기에 칼의 실물을 확인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일반 과도나 접이식 칼은 흔히 쓰는 생활용품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는 반면, 칼날이 길거나 군용·사냥용 등 흉기로서의 성격이 뚜렷한 칼은 허가 없이 소지한 것 자체가 별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칼날 길이를 실제로 재어 보고, 구입처와 구입 시기, 평소 보관 장소를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에게 신체 접촉이 있었거나 칼날이 닿았다면 사건은 협박이 아니라 폭행·상해, 나아가 특수폭행(형법 제261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특수상해로 넘어갑니다. 칼을 꺼냈을 뿐 몸에는 닿지 않았다는 사실관계가 입증되는지가 죄명 자체를 좌우합니다.
같은 칼 사건이라도 숨겨 지녔는지, 꺼내 보였는지, 어떤 칼인지에 따라 경범죄부터 특수협박·폭처법 위반까지 적용 법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4. 합의가 되더라도 특수협박은 처벌이 사라지지 않고, 양형에서 참작될 뿐입니다
일반 협박죄와 달리 특수협박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수사와 재판이 이어집니다.
형법 제283조 제3항은 협박죄(제1항·제2항)를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특수협박을 정한 제284조는 이 제3항이 적용되는 범위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즉 상대방과 합의서를 쓰고 처벌불원서를 받더라도, 특수협박으로 입건된 사건은 검사가 기소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합의가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합의와 처벌불원 의사는 기소유예 여부와 형량을 정하는 양형 단계에서 중요한 참작 사유로 쓰입니다. 초범인지, 칼을 꺼낸 경위가 방어적이었는지, 반성하고 피해 회복을 했는지가 함께 평가됩니다.
실무에서는 사건 초기에 어떤 죄명으로 입건되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일반 협박으로 입건되면 합의로 공소권 없음 처리가 가능하지만, 특수협박으로 입건되면 합의 후에도 벌금 또는 징역형 집행유예까지 결론이 갈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칼을 꺼낸 상황이 상대방의 먼저 시작된 위협에 대한 대응이었다면, 쌍방 사건으로 정리되면서 결과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합의를 서두르다 상대방에게 지나친 금액을 약속하거나, 합의를 압박하다 오히려 재차 협박으로 신고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합의 시도는 직접 연락하기보다 변호인을 통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5. 신고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조사 전에 칼과 현장 자료를 정리해 두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공원에서 칼을 꺼낸 사건은 통상 ①피해자 또는 목격자의 112 신고와 현장 출동(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관할 지구대·파출소 임의동행 또는 입건) → ②피의자 조사와 칼 압수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신고 직후 현장에서 칼이 압수되고 CCTV가 확보되는 경우가 많아, 조사 때 진술이 영상과 어긋나지 않게 준비해야 합니다.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다음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칼의 종류, 칼날 길이, 구입 경위와 평소 보관 장소를 사진과 구입 내역으로 정리합니다.
공원의 CCTV 위치와 목격자를 확인하고, 시비가 시작된 경위와 칼을 꺼낸 순간의 전후 상황을 시간순으로 메모합니다.
상대방과 주고받은 문자·통화 기록을 보존하고, 직접 연락은 삼가면서 합의 가능성을 변호인과 먼저 상의합니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사용 의도가 없었다는 점, 협박으로 평가할 만한 정도가 아니었다는 점, 또는 쌍방 시비였다는 점을 구체적 증거로 설명해야 합니다. 막연히 억울하다고만 진술하는 것보다 첫 조사 때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이 사건의 방향을 크게 좌우합니다.
마치며
칼을 꺼내 보인 일은 “잠깐 겁만 줬을 뿐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사안을 가볍게 보고 조사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칼 앞에서 위협을 느낀 피해자 입장에서는 당시 상황을 증명할 CCTV, 목격자, 112 신고 기록이 가장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영상이 삭제되므로 최대한 빨리 확보해야 합니다.
반대로 칼을 꺼낸 것으로 신고된 입장에서도 “쓰려던 게 아니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시비의 시작이 누구였는지, 칼이 어떤 경위로 그 자리에 있었는지, 상대방이 정말 공포를 느낄 상황이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경범죄 수준부터 징역형 가능성까지 달라집니다.
저는 협박·폭행 등 형사 사건에서 신고당한 쪽과 피해를 입은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진술 하나와 증거 하나가 죄명 자체를 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첫 조사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칼을 가방에 넣고 다녔을 뿐인데 흉기소지죄가 되나요?
A. 정당한 이유 없이 숨겨서 지니고 다닌 경우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낚시·캠핑·직업상 필요 등 정당한 이유가 확인되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칼을 꺼내기만 하고 휘두르지는 않았는데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칼을 꺼내 보여 상대방에게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평가되면 협박,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경우 특수협박이 문제됩니다. 대법원은 실제로 사용하였을 것까지 요구하지 않습니다.
Q. 특수협박의 형량은 어떻게 되나요?
A. 형법 제284조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일반 협박죄의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무겁습니다.
Q. 피해자와 합의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A. 일반 협박죄는 반의사불벌죄이지만 특수협박은 아닙니다. 합의하더라도 기소될 수 있고, 합의는 기소유예나 형량을 정하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Q. 칼날이 15센티미터가 넘으면 더 문제가 되나요?
A. 칼날 길이 15센티미터 이상의 칼은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상 도검에 해당할 수 있고, 소지하려면 경찰서장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칼의 종류와 길이는 사건 초기에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Q.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죄명과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칼을 꺼낸 경위에 대한 설명이 한 번 굳어지면 나중에 바로잡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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