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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보증금을 못 받고 영업 중인데 시세대로 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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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소송/집행절차

상가 보증금을 못 받고 영업 중인데 시세대로 내라고 해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임대차 기간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가 임차인이, 가게를 비우지 못하고 영업을 이어가다가 임대인으로부터 “그동안 쓴 값을 시세대로 내라”는 요구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임차인분들 중 상당수는 “보증금을 안 줬으니 나는 나갈 필요가 없다”, “돈을 받을 때까지는 내 가게니까 아무것도 안 내도 된다”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반대로 임대인 쪽에서는 “계약이 끝났는데 계속 장사를 하니 시세 기준 임대료를 내야 한다”고 맞섭니다. 양쪽 모두 절반만 맞는 이야기여서, 내용증명이 오가는 사이 감정만 깊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 판례 흐름은 보증금을 받을 때까지 점유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그 공간을 실제로 사용·수익했다면 그 이익은 돌려주어야 한다는 점을 일관되게 설명합니다. 다만 얼마를 어떤 기준으로 정산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고, 이 지점에서 임차인이 불필요하게 손해를 보는 일이 많습니다.

아래에서는 보증금을 못 받은 상태에서 영업을 계속할 때 어떤 의무가 생기는지, “시세대로 내라”는 요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판례와 조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보증금을 받기 전에는 점유를 이어가도 불법점유가 아닙니다

임차인의 인도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입니다.

임대차가 끝나면 임차인은 목적물을 돌려줄 의무가, 임대인은 연체차임 등을 공제한 나머지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가 생깁니다. 이 두 의무는 서로 맞바꾸는 관계, 즉 동시이행 관계에 있습니다(민법 제536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도 임차건물이 경매 등으로 넘어가는 경우에 민법 제536조를 준용하도록 정해, 보증금 반환과 인도의 맞교환 구조를 법이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한, 임차인이 가게를 비우지 않고 버텨도 그 자체를 이유로 임차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이 점을 다음과 같이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임대차계약 종료 후에도 임차인이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여 임차건물을 계속 점유하여 온 것이라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반환의무를 이행하였다거나 현실적인 이행의 제공을 하여 임차인의 건물명도의무가 지체에 빠지는 등의 사유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상실하지 않는 이상, 임차인의 건물에 대한 점유는 불법점유라고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임차인으로서는 이에 대한 손해배상의무도 없다(대법원 1998. 5. 29. 선고 98다6497 판결).

반대로 읽으면, 임대인이 보증금을 실제로 지급하거나 현실적으로 제공했는데도 임차인이 비우지 않는다면 그때부터는 동시이행의 항변을 내세울 수 없고, 점유가 불법점유로 평가될 위험이 생깁니다. 임대인이 계좌로 입금하려 했는지, 공탁을 했는지, 단순히 “나가면 주겠다”고만 말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리므로, 상대방이 어떤 방식으로 보증금을 제공했는지를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보증금을 받지 못한 동안의 점유는 정당하지만, 임대인이 보증금을 제대로 제공하는 순간 그 지위는 사라질 수 있습니다.


2. 영업을 계속하며 실제로 사용·수익했다면 그 이익은 돌려주어야 합니다

점유가 정당하다는 것과 사용 이익을 가져도 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많은 임차인이 여기서 오해를 합니다. 불법점유가 아니라는 판례를 “아무것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손해배상책임과 부당이득반환책임은 요건이 다릅니다. 부당이득에서의 ‘이득’은 실질적인 이익을 뜻하기 때문에, 점유만 하고 사용·수익을 하지 않았다면 반환의무가 없지만, 가게를 열고 장사를 했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종료 이후에도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목적물의 반환을 거부하기 위하여 임차건물부분을 계속 점유하기는 하였으나 이를 본래의 임대차계약상의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지 아니하여 실질적인 이득을 얻은 바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임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성립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61398 판결).

이 판시를 뒤집어 보면, 임차인이 종전과 똑같이 매장을 운영하며 매출을 올리고 있다면 ‘본래의 임대차계약상의 목적에 따른 사용·수익’이 있는 것이어서 임대인은 그 이익 상당을 부당이득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결국 실제로 영업을 했는지, 공간 전부를 썼는지 일부만 썼는지, 영업을 중단하고 물건만 보관했는지 같은 사실관계입니다.

따라서 이미 사실상 폐업 상태로 집기만 두고 있다면 그 사정을 입증할 자료(폐업신고, 영업 중단 사진, 전기·수도 사용량 변화)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고,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면 “내라고 하는 돈을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태도는 오히려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보증금을 받을 때까지 점유할 권리와 영업으로 얻은 이익을 정산할 의무는 별개로 존재합니다.


3. “시세대로 내라”는 요구에 그대로 응할 의무는 없습니다

부당이득의 기준은 임대인이 부르는 금액이 아니라 법원이 인정하는 사용 이익입니다.

임대인이 새 임차인을 받으면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시세대로 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정한 금액이 곧바로 채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차가 이미 끝난 뒤의 사용 이익은 계약상 차임이 아니라 부당이득이므로, 그 액수는 분쟁이 생기면 법원이 사용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이때 종전 약정 차임은 가장 중요한 비교 자료가 되고, 임대인이 시세가 더 높다고 주장하면 그 근거를 입증해야 합니다.

그런데 임대차가 정말로 끝났는지부터 따져봐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에 따르면 임대인이 기간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의 통지를 하지 않으면, 그 기간이 만료된 때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보고 존속기간은 1년으로 봅니다. 이 경우에는 종료 후 부당이득이 아니라 기존 약정 차임을 그대로 내는 구조가 되므로, ‘시세’를 요구할 근거가 사라집니다. 또한 임차인에게 갱신요구권이 인정되는 경우 전체 임대차기간이 10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제10조 제2항) 갱신이 이루어지고, 갱신되는 임대차에서 차임을 올리려면 제11조와 시행령 제4조에 따라 청구 당시 차임의 100분의 5를 넘지 못합니다.

결국 임대인의 “시세대로 내라”는 말은 ① 임대차가 갱신 없이 종료되었고 ② 임차인이 실제로 사용·수익하고 있으며 ③ 그 이익이 시세 수준이라는 세 가지가 모두 입증될 때에야 비로소 일정 부분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하나라도 무너지면 청구액은 크게 줄어듭니다.

시세 요구는 임대차의 종료 여부, 실제 사용 여부, 이익의 크기 세 가지를 입증해야만 인정되는 주장입니다.


4. 정산은 결국 보증금에서 공제되는 방식으로 마무리됩니다

인정된 사용 이익은 지급 거절의 대상이 아니라 보증금에서 빠지는 정산 항목입니다.

대법원은 임대차 종료 후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와 임대인의 연체차임을 공제한 나머지 보증금의 반환의무가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고 봅니다. 즉 임대차 종료 후 쌓인 사용 이익도 연체된 차임과 마찬가지로 정산 대상이 되어, 임대인이 돌려줄 보증금에서 공제되는 구조로 이해하는 것이 실무적입니다. 임차인이 매달 현금으로 따로 내야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정산 시점에 보증금 잔액이 줄어든다는 점은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이 구조에서 임차인이 가장 조심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영업을 계속하는 기간이 길수록 공제액이 누적되어 돌려받을 보증금이 줄어듭니다. 보증금보다 사용 이익이 더 커지는 상황까지 가면 오히려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돈을 내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둘째, 임대인이 소송에서 이 금액을 근거로 반소를 낼 수 있습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신경 쓸 점이 있습니다. 보증금을 현실적으로 제공하지 않은 채 시세 상당 금액만 요구해서는 임차인의 동시이행 항변을 깨기 어렵습니다. 명도소송에서도 보증금 반환과 맞바꾸는 판결, 즉 보증금을 받음과 동시에 인도하라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아, 보증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점유를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이득액이 얼마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실제로 돌려받을 보증금과 지급해야 할 돈이 달라지므로, 소송 전에 임대차 종료 시점, 영업 여부, 월 단위 사용 이익을 정리한 정산표를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5. 내용증명부터 소송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보증금 회수 절차와 사용 이익 정산은 한 번에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통상 ①내용증명으로 임대차 종료와 보증금 반환을 청구하고 정산 의사를 밝힘 → ②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6조에 따라 임차건물 소재지 관할 법원(수원 지역 상가라면 수원지방법원 또는 관할 지원)에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 ③보증금 반환 청구의 소 또는 지급명령 → ④확정 판결에 기한 강제경매 신청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임차권등기는 임대차 종료 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았을 때 신청할 수 있고, 등기가 이루어지면 임차인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취득하며 이미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이 있었다면 그대로 유지됩니다.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에도 신청할 수 있지만, 등기 이후 사업자등록이나 점유를 정리해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잃지 않는다는 점(제6조 제5항)이 이사나 폐업을 앞둔 임차인에게 실익이 큽니다. 비용은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제6조 제8항).

시세 요구를 받은 시점에는 감정적으로 답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1. 임대차계약서의 기간과 갱신 거절·조건 변경 통지 여부를 확인해, 임대차가 종료되었는지 갱신된 상태인지부터 가립니다.

  2. 종료 후 실제 영업 여부와 사용 범위를 정리하고, 약정 차임과 보증금을 기준으로 월별 정산표를 만듭니다.

  3. 임대인의 보증금 제공 시도가 있었는지(입금·공탁·서면 통지)를 확인하고, 모든 통지는 내용증명 등 증거가 남는 방식으로 주고받습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상가 임대차 분쟁에 경험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보증금 반환 청구와 사용 이익 정산 방어를 한 번에 설계해 불필요한 공제를 줄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장사를 이어가는 임차인은 “나갈 수도 없고 돈을 줄 수도 없는” 처지라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증금을 못 받은 임차인 입장에서는 점유가 정당하다는 사실에 안심하기보다, 영업으로 얻은 이익이 정산 대상이 된다는 점을 전제로 증거와 정산표를 준비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임차권등기와 보증금 반환 소송 시기를 늦추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반대로 시세 상당 금액을 요구하는 임대인 입장에서도 보증금을 제공하지 않은 채 높은 금액만 요구하면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종료 여부, 실제 사용, 이익의 크기를 갖추어 청구해야 소송에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저는 상가 임대차 분쟁에서 보증금을 청구하는 쪽과 사용 이익 정산을 요구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임대차 종료 시점과 영업 사실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정산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내용증명을 보내기 전, 혹은 시세 요구를 받고 답을 고민하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보증금을 못 받았다면 계속 영업해도 아무것도 안 내도 되나요?

A. 아닙니다. 점유 자체는 불법점유가 아니지만, 본래의 임대차 목적에 따라 영업하며 실질적인 이익을 얻었다면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성립합니다. 다만 영업을 하지 않고 점유만 했다면 인정되지 않습니다.

Q. 임대인이 말하는 시세 금액을 그대로 내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정한 금액은 채무가 아니며, 분쟁 시 법원이 사용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종전 약정 차임이 중요한 비교 자료가 됩니다.

Q. 계약 기간이 지났는데 아무 말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임대인이 기간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 통지를 하지 않았다면 전 임대차와 같은 조건으로 1년간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봅니다(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 이 경우 시세 요구는 근거가 약해집니다.

Q. 임대인이 보증금을 입금하겠다고 하면 바로 나가야 하나요?

A. 말뿐인 제안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행의 제공이 있어야 동시이행 항변이 사라집니다. 실제 제공이 있었다면 이후 점유가 불법점유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시점과 방법을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Q. 임차권등기명령은 영업을 계속하는 중에도 신청할 수 있나요?

A. 임대차가 끝나고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았다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 등기를 마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취득하거나 유지하고, 이후 대항요건을 상실해도 이미 취득한 권리는 잃지 않습니다.

Q. 임대인이 소송을 걸기 전에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시세 요구나 명도 요구를 받은 초기 단계가 가장 좋습니다. 이때의 서면 답변과 영업 상황 증거 정리가 이후 정산액과 보증금 회수 가능성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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