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퇴사 직후 회사와 갈등이 생기면서, 퇴사자가 쓰던 컴퓨터의 파일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회사가 고소장을 접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퇴사자분들 중 상당수는 “내가 만든 파일이니 내 것 아닌가”, “어차피 나가는 마당에 개인 자료를 정리한 것뿐이다”라는 생각으로 업무용 PC의 폴더를 비우고 나온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복구를 시도하다 삭제 사실을 알게 되면, 단순 정리라는 설명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고의로 업무 자료를 없앴다”는 쪽으로 사건이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수사기관과 법원은 퇴사자의 자료 삭제를 전자기록등손괴죄와 업무방해죄의 관점에서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내가 직접 작성한 파일이라도 회사가 그 효용을 지배·관리하고 있었다면 임의로 지우는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퇴사 시 회사 컴퓨터 자료를 삭제하면 어떤 죄명이 문제되는지, 처벌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미 삭제했다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내가 만든 파일이라도 회사 컴퓨터 속 업무 자료는 삭제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파일을 누가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누가 그 효용을 지배·관리하는지가 기준입니다.
퇴사자가 가장 먼저 하는 오해는 “내가 작성한 문서이니 지워도 내 마음”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형법은 파일의 작성자가 아니라 그 전자기록이 누구의 관리 아래 어떤 용도로 쓰이고 있었는지를 봅니다. 재직 중 업무 지시에 따라 만든 보고서, 거래처 목록, 견적서, 설계 파일은 작성자가 본인이어도 회사의 업무 수행을 위해 회사 서버나 회사 지급 PC에 저장·관리되는 자료입니다.
회사 지급 노트북이나 사내 공유 폴더, 업무용 클라우드 계정에 저장된 파일은 회사가 접근 권한을 설정하고 백업과 보관 정책을 정해 두는 영역입니다. 퇴사자가 그 안의 자료를 지운다는 것은 회사가 앞으로 계속 사용하려던 업무 자료를 회사 의사와 무관하게 없애는 일이 됩니다.
그렇다고 퇴사자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사진, 개인 메일, 본인 급여·근로계약 관련 자료까지 회사 자료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는 이 둘이 한 PC에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 어떤 파일이 어느 쪽인지를 가려내는 것이 첫 번째 쟁점이 됩니다.
회사 PC 속 업무 자료는 작성자가 퇴사자 본인이어도 회사의 관리 아래 있는 자료이므로, 임의 삭제는 형사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 직접 만든 파일도 임의로 삭제하면 전자기록등손괴죄가 성립합니다
형법 제366조는 전자기록의 ‘효용을 해한’ 모든 행위를 처벌합니다.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파일 삭제는 물리적으로 부수는 것이 아니더라도 기록을 쓸 수 없게 만든다는 점에서 ‘효용을 해한’ 행위에 해당합니다. 휴지통 비우기, 영구 삭제, 포맷, 클라우드 계정 폴더 삭제가 모두 같은 틀에서 문제됩니다.
이 죄에서 가장 많이 다퉈지는 쟁점이 ‘타인의’ 기록인지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비록 행위자가 오로지 혼자 작성한 것이라 하더라도 행위자 이외의 자가 효용을 지배관리하고 있다면 행위자가 이를 임의로 삭제한 행위는 전자기록등손괴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5816 판결 참조).
즉 “내가 혼자 만들었다”는 항변은 회사가 그 파일을 업무에 쓰고 있었다는 사정이 확인되면 힘을 잃습니다. 반대로 회사가 그 파일을 실제로 사용하거나 관리한 적이 없고 퇴사자가 전적으로 개인 용도로 만든 것이라면 ‘타인의 기록’이라는 요건 자체가 다퉈질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요건은 고의입니다. 실수로 폴더를 덮어썼거나 프로그램 초기화 과정에서 함께 지워진 경우와, 업무 자료인 줄 알면서 선택해 지운 경우는 구별됩니다. 수사기관은 삭제 시각, 삭제 방식, 삭제된 파일의 범위와 퇴사 일정·갈등 경위를 함께 보고 고의를 판단합니다.
직접 만든 파일이라도 회사가 관리하는 업무 자료를 알면서 지웠다면 형법 제366조의 전자기록등손괴죄가 문제됩니다.
3. 삭제로 회사 업무가 지장을 받았다면 업무방해죄까지 더해질 수 있습니다
제314조 제2항은 전자기록 손괴로 업무를 방해한 경우를 별도로 무겁게 처벌합니다.
형법 제314조 제2항은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제366조보다 법정형이 무겁고, 업무방해가 실제로 발생했는지가 핵심입니다.
실무에서는 삭제된 자료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 파일, 거래처 발주·정산 자료, 인수인계 대상 문서였는지에 따라 업무방해 성립 여부가 갈립니다. 회사가 백업본으로 곧바로 복구해 업무에 차질이 없었다면 업무방해의 결과 또는 위험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주장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복구에 며칠이 걸렸거나 복구가 불가능해 납기를 놓쳤다면 업무방해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회사는 흔히 복구 업체 견적서, 직원들이 복구와 재작업에 쓴 시간, 거래처 클레임 내용을 증거로 제출합니다. 퇴사자 입장에서는 백업 체계가 있었는지, 복구에 실제로 얼마나 걸렸는지, 삭제한 자료가 이미 다른 곳에 보관돼 있었는지를 다퉈볼 수 있습니다. 하급심에서도 같은 사건에서 업무방해는 인정되지 않았지만 전자기록등손괴는 유죄로 본 사례가 있어, 두 죄는 서로 다르게 판단됩니다.
삭제로 실제 업무 차질이 발생했는지가 제314조 제2항의 업무방해 성립과 형량을 가르는 핵심입니다.
4. 삭제에 그치지 않고 자료를 가져갔다면 다른 죄명이 추가됩니다
삭제 자체와 반출·이용은 별개의 죄책이며, 둘이 겹치면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퇴사 분쟁에서는 자료를 지우기 전에 외장하드나 개인 메일로 복사해 가져가는 경우가 함께 문제됩니다. 이때 업무상 비밀이 담긴 자료를 경쟁업체 이직에 활용했다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이나 업무상배임 문제가 별도로 제기될 수 있습니다. 삭제만 한 경우와 비교해 법정형도, 수사의 강도도 달라집니다.
회사 계정에 로그인하는 과정에서 퇴사 후 권한이 없는데도 접속해 지운 경우라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침입 문제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퇴사 전에 정당한 권한으로 접근해 삭제한 경우에는 이 부분이 쟁점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사 책임도 따로 있습니다. 회사는 복구 비용과 재작업 인건비, 거래 손실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고, 형사 고소와 민사 청구가 동시에 진행되는 사건이 많습니다. 여기에 취업규칙 위반으로 징계해고 사유가 있었다는 주장이 따라와 퇴직금·성과급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형사 사건에서 유죄가 나오면 민사 청구가 훨씬 수월해지므로, 초기 형사 대응이 전체 분쟁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처벌 수위는 삭제 범위와 복구 가능 여부, 피해 규모, 합의 여부, 초범 여부를 종합해 정해집니다. 삭제한 자료를 복원해 돌려주거나 복구 비용을 변상하고 합의하면 기소유예나 벌금형 같은 선처를 기대할 수 있는 사정이 됩니다.
삭제와 반출은 다른 죄이며, 복구 가능성과 합의 여부가 처분 수위를 크게 좌우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첫 조사 전에 삭제 경위와 자료 성격을 정리해 두는 것이 사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퇴사자 자료 삭제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디지털 포렌식 및 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삭제 기록은 PC 로그, 클라우드 접속 기록, 휴지통·복구 흔적으로 대부분 확인되므로, 지웠으니 흔적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면 오히려 불리해집니다.
조사 통보를 받았거나 회사에서 문제를 제기했다면 아래 순서로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삭제한 파일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업무 자료인지 개인 자료인지, 다른 곳에 사본이 있는지부터 정리합니다.
퇴사 전후 회사 요청 내용, 인수인계 문서, 메신저 대화를 확보해 삭제가 지시나 합의 범위였는지 확인합니다.
복구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회사와 복구 협조 및 합의 방안을 먼저 검토합니다.
이렇게 자료가 정리되면 고의 부인, 업무방해 결과 부정, 합의 중 어떤 방향이 가능한지 판단할 수 있고, 형사 대응과 민사 손해배상 협의를 함께 설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퇴사 과정의 감정적인 갈등 속에서 “별것 아닌 정리”라고 생각하고 지운 파일이 고소로 돌아오는 일을 자주 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회사도 잘못이 있으니 설마 고소하겠나” 하며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료가 사라진 회사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삭제 시각, 범위, 업무에 미친 영향을 로그와 복구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 자료가 있어야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 모두에서 힘을 얻습니다.
반대로 삭제를 의심받는 퇴사자 입장에서도 “내가 만든 파일이다”라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회사가 그 파일을 실제로 관리했는지, 고의가 있었는지, 업무에 실제 지장이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직장 내 자료 분쟁에서 자료를 삭제했다는 의심을 받는 쪽과 피해를 주장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진술과 증거 정리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가 직접 만든 파일인데 삭제해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혼자 작성한 기록이라도 다른 사람이 그 효용을 지배·관리하고 있다면 임의로 삭제하는 행위가 전자기록등손괴죄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회사가 업무에 쓰던 파일인지가 핵심입니다.
Q. 휴지통에 있던 파일만 비웠는데도 문제가 되나요?
A.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회사가 실제로 쓰지 않던 임시 파일이나 이미 불필요해진 자료라면 효용을 해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어떤 파일이었는지를 사후에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회사에 백업이 있어서 바로 복구됐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업무방해죄는 다투어볼 여지가 커집니다. 다만 전자기록등손괴죄는 효용을 해하는 행위 자체로 성립할 수 있어, 복구 사실은 주로 양형과 합의에서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Q. 상사가 정리하라고 해서 지웠습니다. 그래도 책임이 있나요?
A. 지시가 있었다면 고의 자체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메신저나 이메일로 지시 내용을 남긴 기록이 있는지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Q. 회사가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복구 비용, 재작업에 든 인건비, 거래 손실 등이 청구 대상이 되며 형사 사건과 별도로 민사 소송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형사 단계에서 합의하면 민사 문제도 함께 정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삭제 경위에 대한 초기 진술이 고의 인정 여부를 좌우하고, 포렌식 기록과 어긋나는 진술은 이후 번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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