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토지의 소유자분들로부터 “한전이 내 땅 위로 전선을 지나게 하면서 아무것도 주지 않는데,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예전에 한전에서 보상금을 한 번 받았으니 끝난 일이다”, “전선이 땅에 닿는 것도 아닌데 청구할 수 있겠느냐”, “공익사업이라 어차피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이 안심은 두 방향으로 배신당합니다. 정작 청구할 수 있는 돈을 놓친 채 시간이 흘러 오래된 분부터 소멸시효 문제가 생기거나, 보상을 받았다는 사실만 믿고 보상 범위가 실제 제한 범위에 못 미치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넘어가는 경우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송전선 아래 토지 소유자의 권리를 일관되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고압전선이 토지 상공을 지나면 한전은 사용·수익이 제한되는 상공 부분에 대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고 있으므로, 토지 소유자는 그 반환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보상이나 구분지상권 설정이 있었더라도 그 범위를 넘는 부분은 별개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송전선이 지나는 토지에서 사용료를 어떤 근거로, 어느 범위까지, 어떤 절차로 청구할 수 있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송전선이 지나는 토지의 소유자는 제한되는 만큼의 차임 상당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한전의 송전선로 설치가 적법하더라도, 토지 소유자의 손실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전기사업법 제89조 제1항은 전기사업자가 사업 수행에 필요한 경우 현재의 사용방법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다른 사람 토지의 지상 또는 지하 공간에 전선로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때 전선로의 설치방법과 존속기간 등은 미리 토지 소유자 또는 점유자와 협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한전에게 공간을 쓸 수 있는 길은 열려 있지만, 그것이 곧 공짜로 쓸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문제는 실제 현장입니다. 오래전 선로가 설치될 때 협의 절차 없이 진행되었거나, 협의를 했더라도 존속기간·대가에 관한 서면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한전은 정당한 사용권원 없이 토지 상공을 쓰고 있는 셈이고, 소유자는 그 상공에 건물을 올리거나 높이를 활용하는 등의 이용에 제한을 받습니다.
법적 구성은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입니다.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하는데, 송전선의 경우 한전이 얻는 이익은 상공 사용에 따른 차임(임료) 상당액이고 소유자가 입는 손해는 그만큼 이용하지 못한 부분입니다. 토지를 실제로 놀리고 있었는지, 농지·임야로만 써 왔는지는 청구 가능 여부를 막지 못합니다.
송전선이 지나는 토지의 소유자는 사용·수익이 제한되는 상공 부분에 대해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2. 전선이 직접 지나는 선 아래만이 아니라 법정 이격거리 안의 상공까지 제한 범위에 포함됩니다
청구 대상은 ‘전선이 닿는 면적’이 아니라 ‘건물을 지을 수 없게 된 면적’입니다.
많은 분들이 놓치는 부분이 바로 범위입니다. 전선 바로 아래 한 줄만 제한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고압전선은 건조물과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하므로 실제로 건물을 지을 수 없는 폭은 전선 아래보다 훨씬 넓습니다. 대법원은 이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토지의 상공에 고압전선이 통과하게 됨으로써 토지소유자가 토지 상공의 사용·수익을 제한받게 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압전선의 소유자는 토지소유자의 사용·수익이 제한되는 상공 부분에 대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고 있으므로, 토지소유자는 이에 대한 반환을 구할 수 있다. 이때 토지소유자의 사용·수익이 제한되는 상공의 범위에는 고압전선이 통과하는 부분뿐만 아니라 관계 법령에서 고압전선과 건조물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 거리 내의 부분도 포함된다(대법원 2022. 11. 30. 선고 2017다257043 판결).
이 법리는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2다108108 판결에서 이미 정리된 것이고, 2022년 판결이 이를 재확인했습니다. 실무에서 한전은 선로 주변 일부 폭만을 제한 범위로 보고 보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판결 이후에는 법령상 이격거리 안의 면적 전체가 기준이 됩니다. 따라서 청구 전에 가장 먼저 할 일은 내 토지 위에서 법령상 건축이 제한되는 폭이 얼마인지, 그 면적이 전체 몇 ㎡인지를 측량으로 특정하는 것입니다.
송전선 전압(154kV, 345kV 등)이 높을수록 이격거리가 커지므로 제한 면적도 커집니다. 선로의 전압과 철탑 위치는 한전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거나 현장 측량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보상을 받았거나 구분지상권을 설정했어도 범위에 못 미치는 부분은 따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미 보상받았다’는 사정은 보상 범위 안에서만 한전을 보호합니다.
“예전에 합의금을 받고 도장을 찍었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경우 먼저 따져볼 것은 그 합의의 법적 성격입니다. 한전이 토지 상공에 구분지상권(민법 제289조의2)을 설정받았다면 그 약정 범위 안에서는 한전에게 사용권원이 있습니다. 반대로 단순히 일시 보상금만 지급했거나 구분지상권의 범위가 실제 제한 면적보다 좁다면 그 차이가 문제 됩니다.
고압전선의 소유자가 해당 토지 상공에 관하여 일정한 사용권원을 취득한 경우에 그 양적 범위가 토지소유자의 사용·수익이 제한되는 상공의 범위에 미치지 못한다면, 사용·수익이 제한되는 상공 중 사용권원을 취득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고압전선의 소유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지소유자에게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24. 4. 25. 선고 2022다253953 판결).
이 사건에서도 한전과 소유자 사이에 구분지상권설정계약이 있었지만, 법정 이격거리에 따라 사용·수익이 제한되는 면적 중 지상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부분은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는 판단이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결국 핵심은 내가 받은 보상과 설정해 준 권리의 범위가 실제 제한 범위를 전부 덮고 있는가입니다.
따라서 과거 합의서나 등기부등본의 구분지상권 설정 내용(범위 면적, 높이, 존속기간)을 확인하는 것이 청구액을 결정짓는 핵심입니다. 합의서에 “일체의 청구를 포기한다”는 문구가 있다면 그 효력 범위는 별도로 다투어야 하므로, 서명한 서류는 반드시 보관하셔야 합니다.
보상이나 구분지상권은 그 범위 안에서만 한전의 사용권원이 되고, 범위를 넘는 제한 면적에 대해서는 사용료 청구가 가능합니다.
4. 청구 금액은 제한 면적과 제한 정도로 정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청구할 수 있는 몫이 줄어듭니다
청구액은 ‘제한되는 면적 × 토지 가치 × 제한 정도’를 감정으로 계산하고, 지나간 기간은 시효로 사라집니다.
차임 상당액은 법원이 감정평가를 통해 산정합니다. 기본 구조는 해당 토지의 가액을 기초로 임료율을 적용하고, 여기에 상공 사용으로 인한 이용 제한의 정도를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같은 면적이라도 대지인지 농지·임야인지, 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는지 일부만 제한되는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집니다. 철탑이 서 있는 부지처럼 토지 이용 자체가 막힌 부분과 전선만 지나가는 부분은 평가 비율이 다릅니다.
청구 기간도 중요합니다.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일반 금전채권으로서 소멸시효의 적용을 받습니다. 사용료는 매 시점마다 발생하므로, 소를 제기한 시점에서 시효 기간을 거슬러 올라간 범위만 청구할 수 있고 그 이전 분은 시효 항변으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 반면 선로가 계속 존치되는 동안의 장래 분은 소송이 진행되는 시점까지 계속 산정되어 청구에 포함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보는 또 다른 문제는 “10년 넘게 아무 말도 안 했으니 포기한 것 아니냐”는 한전의 주장입니다. 이의 없이 오래 지냈다는 사정만으로 권리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앞서 설명한 이유로 지나간 기간에 대한 청구액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청구를 미룰수록 손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청구액은 제한 면적과 제한 정도에 따라 감정으로 정해지고, 청구를 미룰수록 되찾을 수 있는 과거분이 줄어듭니다.
5. 협의에서 소송, 집행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소장 접수 전에 측량·등기·합의서를 정리해 두면 청구 범위와 금액이 훨씬 분명해집니다.
송전선 사용료 청구는 통상 ①측량과 서류 확인으로 제한 면적과 기존 보상 범위 특정 → ②한전 지사에 사용료 지급 요청 및 내용증명 발송 → ③합의가 안 되면 토지 소재지 관할 법원(수원 지역 토지라면 수원지방법원 또는 관할 지원)에 부당이득반환 소장 접수 → ④법원 감정을 거친 판결 및 집행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한전은 공공기관이라 지급 판결이 확정되면 집행이 문제 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소송 전에 아래 순서로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토지 등기부등본에서 구분지상권 등 한전 명의의 권리가 설정되어 있는지, 있다면 범위 면적·높이·존속기간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과거 한전과 주고받은 보상 합의서, 영수증, 협의 서류를 찾아 포기 문구와 보상 대상 범위를 확인합니다.
측량 의뢰로 송전선 통과 위치와 법정 이격거리 안에 들어오는 면적을 도면으로 특정합니다.
이 세 가지가 갖춰지면 사용료 청구뿐 아니라 보상 범위 재산정, 철거 청구 가능성까지 한 번에 검토할 수 있습니다. 철거 청구는 선로의 공익성 때문에 별개의 판단이 이루어지므로 사용료 청구와 구분해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마치며
송전선 문제는 “공공시설이라 어쩔 수 없다”, “한전을 상대로 이길 수 있겠나”라는 생각 때문에 청구가 미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토지 소유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항의하기보다 제한 면적이 얼마인지, 과거 합의에서 무엇을 받았는지부터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등기부와 합의서, 측량도가 갖춰질수록 청구 범위와 금액이 선명해지고, 시효로 잃는 부분도 줄어듭니다.
반대로 이미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도 그 보상이 지금 법리가 말하는 제한 범위를 덮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받은 돈이 있다는 사실과 더 청구할 수 없다는 결론 사이에는 거리가 있습니다.
저는 부동산 권리관계와 청구권 분쟁을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송전선 아래 토지라도 서류 한 장과 측량 결과에 따라 청구액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내 땅 위의 송전선이 신경 쓰인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놓친 사용료를 되찾을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송전선이 땅에 닿지 않고 위로만 지나가는데도 사용료를 받을 수 있나요?
A. 받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전선이 통과하는 부분뿐 아니라 법령상 이격거리 안의 상공까지 사용·수익이 제한되는 범위로 보고, 그 부분의 차임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Q. 예전에 한전에서 보상금을 받았는데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보상 범위에 따라 달라집니다. 받은 보상이나 설정해 준 구분지상권이 실제 제한 면적에 못 미친다면, 사용권원이 없는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부당이득 청구가 가능합니다.
Q. 오래전에 설치된 송전선인데 이제 와서 청구해도 되나요?
A. 청구 자체는 가능합니다. 다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는 소멸시효가 적용되어 소를 제기한 시점 기준으로 오래된 기간분은 청구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서두르는 편이 유리합니다.
Q. 땅을 농지나 임야로만 쓰고 있어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실제 이용 계획이 없더라도 상공을 쓰지 못하는 제한 자체가 손해로 인정되며, 다만 토지 종류에 따라 감정 금액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송전선을 아예 철거해 달라고 할 수도 있나요?
A. 철거 청구는 별개의 쟁점입니다. 선로의 공익성이 함께 고려되므로 사용료 청구와 구분해 검토해야 하고, 실무에서는 사용료·보상 범위 재산정이 먼저 논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한전에 청구하기 전에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나요?
A. 등기부등본, 과거 보상 합의서, 측량도 세 가지입니다. 이 자료로 기존 사용권원의 범위와 법정 이격거리 안의 제한 면적을 특정해야 청구액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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