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사업을 접고 회사를 해산한 뒤, 청산 과정에서 남은 재산을 누가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두고 다투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청산인분들 중 상당수는 “어차피 내가 대표로 키운 회사인데 남은 돈은 내가 가져가도 된다”, “다른 주주들은 연락도 안 되니 나중에 정산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회사 계좌의 잔액이나 부동산 매각대금을 먼저 자기 쪽으로 옮긴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다른 주주나 채권자가 청산 내역을 문제 삼으면 “청산인으로서 내 권한 안에서 한 일이다”, “내 몫을 미리 받았을 뿐이다”라고 방어해보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임무에 위배한 재산 처분에 대해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행위자 본인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처분이었는지를 기준으로 불법영득·배임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청산 중인 회사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며, 금액이 커지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되어 처벌 수위가 크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청산인이 남은 재산을 혼자 가져갔을 때 어떤 경우에 배임죄 등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의심 정황이 있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청산 중인 회사의 재산은 청산인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해산 후에도 회사재산은 청산이 끝날 때까지 회사에 귀속되고, 청산인은 이를 관리하는 지위일 뿐입니다.
주식회사가 해산하면 합병·분할·파산의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이사가 청산인이 됩니다. 정관에 다른 정함이 있거나 주주총회에서 다른 사람을 선임했다면 그 사람이 청산인이 되고, 청산인이 없으면 법원이 이해관계인의 청구로 선임합니다(상법 제531조).
여기서 오해가 시작됩니다. 해산 결의를 했다고 해서 회사 통장의 돈이 곧바로 대표 개인이나 주주 개인의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청산이 종결되기 전까지 회사재산은 여전히 회사 소유이고, 청산인의 직무는 현존사무의 종결, 채권의 추심과 채무의 변제, 재산의 환가처분, 잔여재산의 분배로 정해져 있습니다(상법 제542조 제1항, 제254조 제1항).
청산인은 회사와 위임 관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사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므로(상법 제542조 제2항, 제382조 제2항), 회사의 재산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관·처분할 의무를 집니다. 청산인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라, 채권자에게 먼저 변제하고 남은 몫을 주주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 맡아 둔 돈이라는 점이 출발점입니다.
청산 중에도 회사재산은 회사의 것이며, 청산인은 그 재산을 법이 정한 순서대로 처리할 의무를 지는 사람입니다.
2. 남은 재산을 혼자 가져가면 배임·횡령, 상법상 특별배임까지 문제됩니다
청산인이 임무에 위배해 재산을 챙기면 형법상 죄에 더해 상법 제622조 제2항의 특별배임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청산인이 회사 명의 계좌의 잔액을 자기 계좌로 이체했다면, 타인(회사)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한 것이므로 형법 제355조 제1항의 횡령이 문제됩니다. 반면 회사 부동산을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자기 또는 가족에게 넘기거나, 회사의 채권을 임의로 포기하는 식으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면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이 문제됩니다. 어느 쪽이든 업무상 임무에 따라 이루어진 행위이므로 형이 무거운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횡령·업무상배임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더해 상법 제622조 제2항은 회사의 청산인이 임무에 위배한 행위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 회사에 손해를 가한 때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따로 정하고 있습니다. 청산인이라는 신분 자체가 처벌 규정에 명시되어 있는 것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항변은 “나중에 정산해서 내 몫을 빼고 돌려줄 생각이었다”는 것인데,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즉 청산이 끝난 뒤 맞춰 줄 생각이었다는 사정은 처벌을 면하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다만 배임죄에서는 청산인이 임무를 위배했는지, 그로 인해 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는지, 본인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얻었는지가 각각 입증되어야 하므로, 이 요건별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결론을 가릅니다.
남은 재산을 먼저 챙긴 뒤 나중에 정산하겠다는 생각은, 처분 시점에 이미 성립한 죄를 지워주지 못합니다.
3. “내 지분만큼 가져간 것”이라는 항변도 정해진 청산 절차를 건너뛰면 통하지 않습니다
잔여재산은 채권자 변제를 마친 뒤 주식 수에 따라 나누는 것이지, 청산인이 먼저 정할 수 있는 몫이 아닙니다.
청산인이 가장 자주 내세우는 논리는 “어차피 내 주식 비율대로 나눌 돈이니 먼저 가져간 것뿐”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잔여재산은 채무를 모두 갚은 뒤에야 남는 재산이고, 그제야 각 주주가 가진 주식의 수에 따라 분배합니다(상법 제538조, 제542조 제1항, 제260조). 순서가 거꾸로 되면 분배가 아니라 유용이 됩니다.
청산 절차에는 지켜야 할 단계도 있습니다. 청산인은 취임 후 지체 없이 재산목록과 대차대조표를 작성해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상법 제533조), 취임일부터 2개월 안에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 개별 최고를 하고 공고를 해야 합니다(상법 제535조). 이 단계를 거치지 않고 채권자 몫을 따져 보지도 않은 채 주주 한 명 또는 청산인 본인에게 몰아주었다면, 그 자체로 임무 위배를 인정할 중요한 정황이 됩니다.
회사 자금을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 없이 사적으로 인출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를 위한 지출 이외의 용도로 거액의 회사 자금을 가지급금 등의 명목으로 인출, 사용하면서 이자나 변제기의 약정이 없음은 물론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아니하는 것은 통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대표이사의 지위를 이용하여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임의로 대여, 처분하는 것과 다름없어 횡령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도135 판결).
청산인도 같은 논리가 적용됩니다. 청산인 보수는 정관이나 주주총회 결의로 정해야 하는데 이를 거치지 않고 “수고비” 명목으로 가져간 돈이나, 주주총회 승인 없이 특정 주주에게만 지급한 중간분배금은 그 명목과 상관없이 임무 위배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지분에 해당하는 몫이라도 채권자 변제와 주주총회 절차를 건너뛰고 먼저 가져갔다면, 청산인의 항변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4. 가져간 금액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고, 민사상 책임도 함께 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을 넘으면 특경법이 적용되고, 형사처벌과 별개로 손해배상 책임도 따라옵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형법 제356조(업무상횡령·배임)나 상법 제622조 제2항이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청산 과정에서는 부동산 매각대금, 보증금 회수액, 매출채권 회수액이 몇 차례에 나뉘어 들어오기 때문에 청산인이 그때그때 일부씩 가져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복된 행위가 포괄일죄로 묶이면 개별 금액은 작아도 합산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민사 책임도 별도로 따라옵니다. 청산인은 이사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므로, 임무를 게을리하면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지고(상법 제542조 제2항, 제399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제3자, 즉 변제를 받지 못한 채권자나 분배에서 빠진 주주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제542조 제2항, 제401조). 반환·합의 여부는 범죄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양형에서는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청산 서류와 통장 내역을 먼저 확보해야 임무 위배와 이득 규모를 입증할 수 있습니다.
청산인의 재산 유용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회사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청산인이 남은 재산을 혼자 가져갔다고 의심된다면, 감정적으로 따지기 전에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의 등기사항증명서로 해산 등기와 청산인 선임·청산종결 등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그리고 주주총회 의사록과 재산목록·대차대조표 승인 여부를 확인합니다.
해산일 이후 회사 명의 통장의 전체 거래내역을 발급받아 입금 내역과 출금 시점·금액·수취인을 정리합니다.
출금액이 채권자 변제에 쓰였는지, 주주들에게 비율대로 분배되었는지, 청산인 개인이나 특정인에게만 흘러갔는지 대조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회사 청산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고소와 민사상 손해배상·반환청구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청산 과정에서의 재산 문제는 “같이 일하던 사람이고 어차피 정리하는 회사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배에서 소외된 주주나 채권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청산 서류와 통장 거래내역으로 어느 시점에 어느 돈이 빠져나갔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자료가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민사 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청산인으로서 의심을 받는 입장에서도 “내 몫을 가져간 것”이라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청산 절차를 실제로 어떻게 밟았는지, 주주총회 승인이 있었는지, 채권자 변제가 먼저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회사 자금과 청산 분쟁에서 자금을 관리한 쪽과 문제를 제기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와 법리 선택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가 회사의 대주주이자 청산인인데, 남은 돈을 제 몫만큼 먼저 가져가도 되나요?
A. 안 됩니다. 잔여재산은 채무를 모두 변제한 뒤 주식 수에 따라 분배해야 하고, 그 전에 가져가면 지분 비율 안이라도 임무 위배와 횡령·배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나중에 전액 정산해서 돌려놓으면 처벌되지 않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후에 반환·변상할 의사가 있더라도 불법영득의사 인정에 지장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반환과 합의는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횡령과 배임 중 어떤 죄가 적용되나요?
A. 회사 계좌의 돈을 직접 옮겼다면 횡령, 낮은 가격 처분이나 채권 포기처럼 임무에 위배해 이익을 얻었다면 배임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청산인에게는 상법 제622조 제2항의 특별배임도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얼마부터 특경법이 적용되나요?
A. 합산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여러 번에 나누어 가져간 금액도 합산될 수 있습니다.
Q.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같이 진행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 수사 기록이 민사 손해배상 청구의 입증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고, 청산인에게는 상법상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될 수 있어 병행 전략이 회수에 유리합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특히 이득액이 큰 사건은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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