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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혼 배우자가 제 돈을 빼돌려도 친족 특례가 적용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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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혼 배우자가 제 돈을 빼돌려도 친족 특례가 적용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혼인신고 없이 함께 살다가 관계가 틀어지면서, 상대방이 맡겨둔 돈이나 통장 잔액을 마음대로 가져갔다는 상담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상대방이 가장 먼저 꺼내는 말은 “우린 부부나 다름없는 사이인데 가족끼리 일이라 처벌 안 된다더라”, “같이 살던 사이니까 내 돈이나 마찬가지다”라는 것입니다. 반대로 돈을 잃은 쪽은 가족 사이 재산범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고소해 봐야 소용없다고 미리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쪽 모두 사실혼과 법률혼을 같은 것으로 놓고 판단하는 데서 오해가 시작됩니다.

가족 사이 재산범죄에 관한 형법 제328조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거쳐 개정되었고, 형 면제 규정이 사라진 지금은 친족이라도 고소가 있으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사실혼 배우자가 이 특례의 대상인 ‘친족’에 들어가는지부터가 따로 따져볼 문제입니다.

아래에서는 사실혼 배우자가 내 돈을 빼돌렸을 때 친족 특례가 적용되는지, 어떤 죄명으로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법조문과 실무 흐름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친족 특례는 법률상 친족 관계를 전제로 한 규정입니다

친족상도례의 ‘친족’은 민법이 정한 친족이고, 사실혼 배우자는 거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친족상도례란 절도·사기·공갈·횡령·배임 같은 재산범죄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친족 사이일 때 형사처벌을 달리 취급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형법은 제344조(절도·강도 일부), 제354조(사기·공갈), 제361조(횡령·배임)에서 각각 제328조를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328조가 어떻게 적용되는지가 재산범죄 전반의 처벌 가능성을 좌우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친족의 범위는 민법에서 정합니다. 민법 제777조는 친족을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로 규정하고, 민법 제812조는 혼인이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른 신고로 효력이 생긴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배우자는 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법률상 ‘배우자’가 아닙니다.

형사법에서는 처벌을 면하게 하거나 줄여주는 예외 규정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넓혀 읽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오래 같이 살았으니 부부와 같다”는 사정은 민사에서 재산분할이나 위자료를 판단할 때는 의미가 있지만, 형사에서 친족 특례를 적용받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사실혼 배우자의 부모나 형제와는 인척 관계조차 생기지 않으므로 더더욱 그렇습니다.

사실혼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친족 특례를 주장하는 것은, 법률상 친족이라는 출발점부터 맞지 않습니다.


2. 법률혼 배우자 사건이라도 이제는 형이 면제되지 않습니다

헌법불합치 결정과 법 개정으로 ‘형 면제’는 사라지고 고소가 있어야 처벌하는 구조만 남았습니다.

종전 제328조는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동거가족 사이의 재산범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고 정하고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4. 6. 27. 이 조항 가운데 형 면제 부분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선고했습니다(2020헌마468 등). 친족 관계의 실질이나 피해자의 처벌 의사, 피해 규모를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는 것이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이후 국회는 제328조를 개정했고, 현행 조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323조의 죄를 지은 사람이 피해자의 친족인 경우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형사소송법」 제224조 및 「군사법원법」 제266조에도 불구하고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할 수 있다. 피해자의 친족이 아닌 공범에 대해서는 제1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형법 제328조).

즉 법률상 친족 사이라도 형이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고소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정도로 정리되었습니다. 이 구조는 법률혼 배우자에게조차 처벌의 문을 열어 둔 것이므로, 법률혼이 아닌 사실혼 배우자를 상대로는 면책을 기대할 여지가 더 줄어듭니다.

따라서 “가족 사이 일이라 처벌이 안 된다”는 말은 이제 맞지 않고, 사실혼 사건에서는 고소 여부와 무관하게 수사가 진행될 수 있는 일반 재산범죄로 다뤄집니다.


3. 돈을 빼돌린 방식에 따라 적용되는 죄명이 달라집니다

맡긴 돈인지, 몰래 꺼낸 돈인지, 이체한 돈인지에 따라 횡령·절도·컴퓨터등사용사기로 갈립니다.

사실혼 사건에서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은 돈이 어떤 경로로 상대방 손에 들어갔느냐입니다. 첫째, 내가 상대방에게 보관이나 관리를 맡긴 돈, 예를 들어 사업자금이나 보증금, 적금 통장을 맡겼는데 임의로 쓴 경우에는 횡령죄(형법 제355조 제1항)가 문제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가게 운영 같은 업무로 자금을 관리하던 상대방이라면 업무상횡령(제356조)으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올라갑니다.

둘째, 내 지갑이나 통장·카드를 몰래 가져가 현금자동지급기에서 인출한 경우에는 타인의 재물을 가져간 것이므로 절도죄(제329조)의 영역입니다. 같은 집에 살면서 카드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인출 권한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셋째, 내 스마트폰이나 공동인증서를 이용해 내 계좌에서 상대방 계좌로 돈을 보낸 경우에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제347조의2)가 문제됩니다. 넷째, 투자나 결혼자금 명목으로 거짓말을 해서 돈을 받아냈다면 사기죄(제347조 제1항)이고, 사기와 컴퓨터등사용사기는 모두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죄명이 정해져야 고소장에 적을 사실관계와 필요한 증거가 정해집니다. 맡긴 돈이라면 맡겼다는 경위와 용도를, 몰래 인출한 돈이라면 인출 시각과 장소를, 이체라면 접속 기록과 이체 내역을 확보해야 합니다.

같은 ‘빼돌림’이라도 돈이 상대방에게 간 경로에 따라 죄명과 입증해야 할 내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4. “같이 쓰던 돈”이라는 항변은 증거로 가려집니다

생활비 공동 부담 여부와 명의·자금 출처가 처벌 여부를 가르는 핵심 쟁점입니다.

사실혼 사건에서 상대방이 거의 빠짐없이 하는 주장은 “같이 살면서 함께 쓰던 돈이고, 내가 가져가도 되는 몫이었다”는 것입니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처분하는 경우에 성립하므로, 그 돈이 누구 소유였는지가 결정적입니다. 통장 명의가 상대방이라도 입금 자금이 내 소득이나 내 재산 처분대금이라면 소유는 내게 있다는 방향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반대로 두 사람이 공동생활을 하며 수입을 모아 쓰는 구조였다면, 상대방은 처분 권한이 있었다거나 증여받은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법원은 돈을 맡기게 된 경위, 인출 직후 사용처, 평소 금전 관리 방식, 관계가 틀어진 시기와 인출 시기의 선후를 종합해서 판단합니다. 인출이 결별 직전에 몰려 있다면 상대방에게 불리한 정황이 됩니다.

입증 자료로는 입금 전 자금 출처를 보여주는 계좌내역, 맡기면서 주고받은 메시지, 차용증이나 약정서가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빌려준 돈이 아니라 줬던 돈”이라고 하면 증여 의사를 입증할 책임을 둘러싼 다툼이 생기므로, 대화 기록에서 반환을 전제로 한 표현이 있는지를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민사에서는 사실혼 관계의 부당한 파기에 따른 위자료와 재산분할도 청구할 수 있어, 형사 고소와 별개로 정리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핵심은 ‘부부 같은 사이였다’가 아니라 ‘그 돈의 소유와 처분 권한이 누구에게 있었는가’를 자료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범행 방식별 증거를 먼저 확보해 두면 고소 이후 수사 방향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사실혼 배우자 재산범죄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거주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및 계좌 거래내역 확인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금액이 크거나 증거 인멸이 우려되면 구속 수사가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고소를 결심했다면 감정적으로 연락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1. 내 계좌와 상대방에게 건너간 돈의 거래내역을 일자별로 발급받아, 인출·이체 시점과 금액을 표로 정리합니다.

  2. 돈을 맡기거나 빌려준 경위를 보여주는 메시지, 통화 녹음, 약정서 등 반환 의사가 드러나는 자료를 모읍니다.

  3. 사실혼 관계의 실체(동거 기간, 주소지, 공동생활 방식)를 정리해 두어 형사와 민사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판단합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형사 고소와 함께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 필요하면 상대방 재산 가압류까지 병행해 검토하면 실제 회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함께 살던 사람과의 돈 문제는 “내가 사람을 잘못 봤다”는 자책과 “그래도 한때 가족이었는데”라는 망설임 때문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는 사이 상대방은 돈을 쓰거나 다른 명의로 옮겨버리기도 합니다.

돈을 빼앗긴 쪽에서는 가족 사이라서 처벌이 안 된다는 말에 위축될 필요가 없고, 증거를 시점과 경로별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고소를 당한 쪽이라면 사실혼이라는 사정만으로 책임이 사라진다고 믿기보다, 실제 돈의 소유와 처분 권한을 뒷받침할 자료가 무엇인지를 빨리 점검해야 합니다.

저는 재산범죄 사건에서 돈을 빼앗겼다는 쪽과 문제를 제기당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진술과 자료 정리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사실혼 관계에서 생긴 금전 문제로 고민이 깊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금 시점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오래 함께 산 사실혼 배우자인데도 친족 특례를 주장할 수 없나요?

A. 형법 제328조의 친족은 민법상 친족을 뜻하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배우자는 법률상 배우자가 아닙니다. 동거 기간이 길어도 이를 근거로 특례를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Q. 법률혼 배우자였다면 형이 면제되었을까요?

A. 종전에는 면제 규정이 있었으나 헌법재판소가 2024. 6. 27. 헌법불합치를 선고했고, 현행 제328조는 형 면제 없이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Q. 상대방이 제 통장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는데 인출해도 처벌되나요?

A.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인출 권한이 생기지 않습니다. 허락 없이 인출했다면 절도나 컴퓨터등사용사기, 맡긴 돈이었다면 횡령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상대방이 “빌린 게 아니라 그냥 준 돈”이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증여인지 대여·보관인지가 쟁점이 됩니다. 돈을 건넬 때의 대화 기록, 반환을 전제로 한 표현, 이체 직후 사용처 등을 종합해 판단하므로 관련 자료를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Q. 형사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를 같이 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 수사에서 확보된 거래내역과 진술은 민사 부당이득반환 청구에서 입증자료로 쓰일 수 있고, 필요하면 가압류로 회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Q.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돈의 성격과 처분 권한 판단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료를 정리한 뒤 대비하고 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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