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기록을 본 인사팀의 첫 질문
"퇴사한 직원 계정으로 회사 NAS에 접속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경쟁사로 옮겼다는 소문도 들립니다. 바로 고소하면 되지 않을까요?"
로그를 확인한 인사팀의 첫 질문입니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있습니다. 퇴사 당일 그 계정을 막았는지, 접속 기록이 원본 그대로 남아 있는지입니다. 두 질문에 바로 답하지 못한다면 고소는 아직 이릅니다.
답은 단순합니다. 고소장보다 사내조사가 먼저입니다. 의심이 생긴 직후의 첫 행동이 형사 절차와 민사 소송의 방향을 정합니다. 준비 없이 낸 고소장은 오히려 회사의 관리 소홀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퇴사 후 유출이 배임이 아닌 이유
첫째는 정보통신망 침입입니다. 정보통신망법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미수범도 처벌합니다. 접근권한의 범위를 정하는 주체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회사이고, 권한을 제한했는지는 보호조치와 이용약관·내부 규정 등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퇴사 후에도 계정이 살아 있었다고 해서 곧바로 문제 삼을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삭제되지 않은 자기 계정이나 동료 계정으로 회사 메일에 접속한 퇴사자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다만 로그인 절차 없이 누구나 볼 수 있던 시스템에서는 침입을 부정한 판결도 있습니다. 퇴사로 권한이 끝났다는 점을 보여 줄 사직서·퇴사자 서약서·보안규정을 함께 확보해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둘째는 영업비밀 부정취득입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는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로 정합니다. 직원 누구나 열람할 수 있었다면 비밀관리성(객관적으로 비밀로 관리되었는지)을 부정한 판결이 많고, 전 직원이 함께 쓰는 공용 계정이었다면 비밀번호가 있어도 비밀로 관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정도 있습니다.
반대로 접근 인원을 특정 부서로 제한하거나 문서에 보안등급을 매기고 서약서를 받은 경우에는 비밀관리성이 인정되기도 했습니다. 재직 중 이미 알던 자료는 '취득'으로 보기 어려워, 부정취득은 주로 퇴사 후 새로 생긴 파일을 내려받은 경우에 문제 됩니다.
재직 중 반출이나 퇴사 시 미반환은 업무상배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퇴사한 뒤의 접속·유출에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퇴사하면서 파일을 반환하지 않은 행위는 업무상배임으로, 퇴사 후 회사 메일에 접속한 행위는 정보통신망 침입으로 나누어 처벌한 판결이 있습니다.
퇴사자가 작업 결과물을 외부에 게시했다면, 그 결과물이 회사에 귀속되는 업무상저작물인지와 이미 공개된 자료를 여전히 영업비밀로 주장할 수 있는지를 따로 봐야 합니다.
원본 로그가 증거능력을 가립니다
첫째, 계정 차단과 권한 회수를 즉시 진행하고 그 시점을 기록합니다. 법원은 회사가 퇴사 직후 서버 접속 정보를 바꾼 시점과 그 이후 생성된 파일을 대조해, 접속 방법을 특정하지 못했는데도 침입을 인정했습니다.
둘째, 접속 기록은 원본 상태로 보전합니다. 회사가 자체적으로 복사한 기록을 증거로 내면 원본과 사본이 같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고, 가장 확실한 방법이 해시값(파일의 고유값, 일종의 전자지문) 비교입니다. 해시값이 없다고 곧바로 배척되지는 않지만, 원본을 지우거나 복사 과정을 기록하지 않아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사례가 있습니다.
셋째, 접속 일시와 열람·다운로드 범위를 특정합니다. 접속 사실만으로 유출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권한 없는 접속은 그 자체로 별도 문제가 됩니다. 분석 대상은 문제 된 계정·기간·폴더로 한정합니다. 개인정보 보호법도 회사의 정당한 이익을 위한 처리라도 합리적인 범위를 넘지 않을 것을 요구합니다.
넷째, 형사와 민사의 순서를 설계합니다. 형사 절차의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의 시효는 진행합니다. 형사에서 무죄가 나와도 민사 책임은 따로 판단됩니다. 고소장의 범죄사실은 확보한 증거 범위로 한정해야 부당고소 다툼의 빌미를 남기지 않습니다.
회사가 열어선 안 되는 계정도 있습니다
계정 사용자: 퇴사자 본인 계정인지, 재직자 계정을 빌려 썼는지
권한 종료 근거: 사직서·퇴사자 서약서·보안규정과 실제 계정 차단 일시가 남아 있는지
기록 원본: 추출 일시·추출자·사용 도구·해시값, 로그인 실패 기록까지 보전했는지
삭제·변경 흔적: 접속 이후 지워지거나 수정된 파일이 있는지
조사 범위: 반납 기기에 로그인된 채 남아 있더라도 퇴사자의 개인 클라우드나 메신저를 열지 않았는지
구두로만 처리된 절차는 이후 분쟁에서 회사를 보호하지 못합니다.
고소장을 쓰기 전에 확인할 것
퇴사자 접속 사건은 고소 여부보다 그 전에 무엇을 확보했는지가 결론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그를 어떻게 추출하고 어디까지 분석할지 정하는 단계부터, 증거능력 다툼과 조사 과정에서 회사가 오히려 침입·개인정보 문제를 떠안는 위험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사안의 성격에 따라 조사 방식과 조치 수위가 달라집니다. 조사 설계 단계에서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면 절차상 하자로 인한 추가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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