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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서 분실, 회사가 잃는 건 문서 한 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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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서 분실, 회사가 잃는 건 문서 한 장이 아닙니다 

유승윤 변호사

퇴사자가 근로조건을 다투는데 계약서가 없습니다

퇴사한 직원이 근로조건을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서랍과 공유 폴더를 뒤져 봐도 입사 때 작성한 근로계약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계약서가 없으면 회사 주장은 인정받기 어려운지, 무엇으로 입증해야 하는지 묻는 인사담당자가 많습니다.

입사 서류는 담당자가 바뀌고 자료가 옮겨지는 사이 사라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분쟁이 시작된 뒤에야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있습니다. 계약서를 분실한 것인지, 애초에 작성·교부하지 않은 것인지입니다. 이 둘은 법적 위험의 무게가 다릅니다.

답은 단순합니다. 계약서가 없다는 사정만으로 회사 주장이 곧바로 배척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어떤 자료가 남아 있느냐에 따라 입증의 무게가 크게 달라집니다.

보관 의무는 퇴직 후 3년까지 이어집니다

근로기준법 제17조는 기업이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임금, 소정근로시간(계약으로 정한 근로시간), 휴일, 연차 유급휴가 등을 근로자에게 명시하도록 정합니다. 체결 후 바꿀 때도 같습니다. 여기에 더해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과 소정근로시간·휴일·연차 유급휴가가 적힌 서면(전자문서 포함)을 교부해야 합니다.

이 의무는 계약을 체결하는 시점에 이행해야 합니다. 나중에 계약서를 작성해 교부해도 체결 당시의 위반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본 하급심 판결이 있습니다. 위반하면 근로기준법 제114조 제1호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대상입니다.

보관 의무도 별도입니다. 근로기준법 제42조는 근로계약에 관한 중요한 서류를 3년간 보존하도록 정하고, 시행령은 근로계약서, 임금대장, 고용·해고·퇴직 서류, 휴가 서류를 보존 대상으로 열거합니다. 근로계약서의 3년은 입사일이 아니라 근로관계가 끝난 날부터 셉니다. "입사 후 3년이 지났으니 버려도 된다"는 이해는 틀립니다.

계약서가 없으면 지급 실태가 판단 기준이 됩니다

계약서가 있으면 법원은 이를 처분문서(계약 내용을 직접 증명하는 문서)로 보고 문언대로 판단합니다. 계약서를 잃어버린 기업은 이 기준점을 잃습니다. 계약서가 없거나 내용이 불분명하면 법원은 임금 지급 실태와 관행 같은 객관적 사정을 종합합니다. 자료가 남아 있으면 다툴 여지가 있지만, 자료마저 없으면 회사가 자기 주장을 뒷받침하기 어려워집니다.

입증 부담도 나뉩니다. 근로자는 자신이 주장하는 약정과 근로자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기업은 자기에게 유리한 약정, 예컨대 포괄임금(연장근로수당 등을 월 정액에 포함해 지급하기로 한 약정)이나 연차휴가 사용으로 수당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급여명세서, 근태기록, 메신저 대화, 동료의 사실확인서가 실제 판단 자료로 쓰인 사례가 있습니다. 보존 의무가 있는 계약서를 내놓지 못하는 사정을 법원이 판단 과정에서 언급한 사례도 있어,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분쟁이 시작된 뒤 계약서를 새로 써도 과거 근로조건을 소급해 정리할 수는 없습니다. 나중에 쓴 계약서만으로는 그 이전에 지급한 수당의 성격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본 판결이 있습니다. 사본만 있다면 원본을 낼 수 없는 사유를 설명하지 못할 때 증거 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녹음 파일도 자주 등장합니다. 민사소송에서는 대화 당사자가 상대방 몰래 녹음했다는 이유만으로 증거능력(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있는 자격)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반면 제3자가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습니다. 사업주가 직원들끼리 나눈 대화를 녹음한 파일은 근로조건 입증에 쓸 수 없다는 뜻입니다. 형사사건에서는 사본이 원본 그대로 복사됐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므로 원본 파일을 지우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확인해야 할 보존·자료 정리 사항

  • 보존 확인: 근로계약서는 퇴직일부터 3년 보존이 최소 기준입니다. 근로자 명부, 임금대장, 휴가 서류도 함께 확인합니다.

  • 자료·경위 정리: 급여명세서, 근태기록, 메신저 대화를 지금 근로자별로 모으고, 분실 경위와 확인 경과를 서면으로 남깁니다.

  • 확인 서면: 현재 근로조건을 확인하는 서면을 근로자와 함께 작성해 교부하되, 과거 조건을 소급해 바꾸는 내용은 넣지 않습니다. 서명은 근로자 본인이 하며, 수령 서명으로 교부 사실을 남깁니다.

  • 녹음: 대화 당사자로서 녹음하고 원본을 보관합니다. 직원들끼리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거나 상시 녹음하지 않습니다.

구두로만 처리된 절차는 이후 분쟁에서 회사를 보호하지 못합니다.

분쟁 이후에는 증명 자료를 새로 만들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법률 검토가 필요합니다.

  • 퇴사자가 근로조건을 다투는데 근로계약서를 찾을 수 없는 경우

  • 계약서를 작성·교부했는지 기록으로 확인되지 않는 경우

  • 퇴사자 측이 녹음 파일이나 메신저 대화를 근거로 주장하는 경우

  • 분쟁이 시작된 뒤 계약서나 확인서를 새로 작성하려는 경우

분쟁 이후에는 증명 자료를 새로 만들기 어렵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급여명세서·근태기록·대화 기록을 정리해 두는 것이 회사 주장의 출발점입니다. 이런 경우라면 법률 전문가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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