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로 가는 직원,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까
"경쟁사로 간다는 직원이 퇴사 몇 주 전부터 자기 업무와 상관없는 다른 팀 자료까지 대량으로 내려받았습니다. 그런데 누구나 열어 볼 수 있던 공유 드라이브 자료라 문제 될 게 없다고 합니다. 회사는 지켜보기만 해야 하나요?"
인사담당자분들께 자주 받는 질문이고, 대개 퇴사를 며칠 앞두고 연락이 옵니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있습니다. 자료가 법이 보호하는 영업비밀인지, 직원이 자료를 언제 어떻게 가져갔는지입니다. 이 두 가지를 정리하지 않고 움직이면 고소도 가처분도 시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영업비밀이 아니어도 업무상배임은 남습니다
접근 권한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 자료를 개인 저장매체로 옮겨도 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법원은 업무상 필요로 옮겨 둔 자료라도 퇴사하면서 반환·폐기하지 않았다면 업무상배임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전 직원이 열람할 수 있던 공유폴더 자료라 영업비밀은 부정되었지만, 같은 직원의 자료 반출에는 업무상배임 유죄를 선고한 판결도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는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비밀로 관리된 정보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비밀로 관리된'이 관건입니다. 업무 관련자로 접근을 제한하지 않고 직원 누구나 열람할 수 있었다면 비밀관리성을 부정한 판결이 다수입니다. 또 접근 권한이 있던 직원은 이미 그 정보를 아는 사람이어서 다운로드 자체를 '부정취득'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때는 무단 유출, 반환 요구 후 계속 보유, 사용·누설이 쟁점이 되고, 넘겨받은 경쟁사 직원에게는 따로 취득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영업비밀이 아니더라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고,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들었으며,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이라면 업무상배임(10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이 문제 되고, 민사상 손해배상도 구할 수 있습니다. 재직 중 무단 반출했다면 반출 시점에, 퇴사하며 반환·폐기하지 않았다면 퇴사 시점에 범죄가 성립합니다. 퇴사 후의 행위에는 별도의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아 무죄가 된 사례가 여럿 있으므로, 재직 중 반출을 보여 주는 기록이 결정적입니다.
회사가 쓸 수 있는 대응 경로 — 시간이 지날수록 좁아집니다
자료가 영업비밀이라면 침해금지·예방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고의적 침해는 제14조의2 제6항에 따라 손해의 5배 범위에서 배상액이 정해질 수 있습니다(행위 시점에 따라 배수가 다를 수 있습니다). 형사적으로는 제18조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 벌금, 외국에서 사용될 것을 알았다면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 원 이하 벌금 대상입니다. 다만 높은 보수를 받고 옮긴다는 사정만으로 부정한 목적이 인정되지는 않으므로, 고소 전에 목적을 뒷받침할 정황을 정리해야 합니다.
전직금지 약정의 효력은 보호할 이익, 제한 기간·지역, 대가 제공 등을 종합해 판단하고, 그 사정은 회사가 증명해야 합니다. 약정이 없더라도 영업비밀 보호에 꼭 필요하면 법원이 관련 업무 종사를 금지할 수 있지만, 이 경로는 영업비밀성이 전제이므로 비밀관리성이 부정되면 함께 닫힙니다.
’보호기간'이 핵심입니다. 영업비밀 침해금지기간은 직원이 해당 업무에서 손을 뗀 시점부터, 퇴직 후 신청하는 전직금지기간은 원칙적으로 퇴직 시점부터 계산합니다. 보호기간이 지나면 법원은 금지를 명하지 않고, 침해가 있었다고 기간이 늘어나지도 않습니다. 이직이 임박했다면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의 임시지위 가처분을 서둘러 검토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반환 요구는 퇴사 전에, 서면으로
가장 먼저 다운로드·전송 기록을 원본 그대로 보존해야 합니다. 회사가 직원 PC나 메일을 임의로 삭제·초기화하면 반출 사실과 손해를 증명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상대방 증거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면 민사소송법 제375조에 따라 법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퇴사 전에 자료 반환·삭제를 서면으로 요구하고, 요구 날짜와 대상 자료를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영업비밀이라면 요구를 받고도 부정한 목적으로 계속 보유하는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입니다. 반환·폐기 확인서는 대상 자료를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효과가 있고, 퇴사일에는 계정과 원격 접근을 즉시 차단해야 합니다. 내부 조사는 개인정보 보호법이 정한 수집·이용 범위 안에서 진행하고, 사적 영역이나 개인 계정은 열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구두로만 처리된 절차는 이후 분쟁에서 회사를 보호하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법률 검토가 필요합니다
대량 다운로드 기록이 확인된 경우, 직원이 경쟁사 입사를 앞둔 경우, 전직금지 약정의 효력이 불분명한 경우, 반환 요구 후에도 자료 보유 정황이 이어지는 경우라면 퇴사일과 보호기간이라는 두 개의 시계가 동시에 흐르고 있습니다.
사안의 성격에 따라 조사 방식과 조치 수위가 달라집니다. 조사 설계 단계에서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면 절차상 하자로 인한 추가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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