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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대신 치료비를 직접 줬다가 떠안을 수 있는 세 가지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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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대신 치료비를 직접 줬다가 떠안을 수 있는 세 가지 위험 

유승윤 변호사

치료비는 줬는데 끝난 게 아닙니다

치료비는 회사가 부담할 테니 산재 처리는 하지 말자고 정리하는 방식은 실무에서 자주 봅니다. 빠르게 수습하려는 의도였지만, 추가 치료비 이야기가 나오면 끝난 줄 알았던 문제가 다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 선택에는 세 가지 위험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은폐나 보고 의무 위반에 대한 행정·형사 제재, 직접 지급으로 끝나지 않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근로자의 사후 산재 신청에 따른 파급입니다. 오늘 이 세 가지를 정리합니다.

산재 신청 여부와 무관한 사업주 의무

공상 처리(산재보험 없이 회사가 직접 비용을 부담하는 처리) 자체를 처벌하는 조문은 없습니다. 문제는 산업안전보건법 제57조가 정한 사업주의 의무입니다. 사업주는 산업재해를 은폐해서는 안 되고, 발생 원인을 기록·보존해야 하며, 일정한 재해는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이 의무는 산재보험을 신청했는지와 무관하게 생깁니다.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부상이면 재해가 발생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하고 근로자대표(없으면 재해자 본인)의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조문이 '휴업이 필요한' 부상을 기준으로 하므로 실제로 쉰 날수와는 구별됩니다.

은폐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보고를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하면 1천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입니다. 급여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공상 처리하고 조사표를 내지 않은 행위가 은폐로 인정되어 실무 책임자와 법인이 함께 벌금형을 받은 판결이 있습니다.

근로자가 먼저 공상 처리를 요청했더라도 은폐가 정당화되지는 않으며, 사업주와 함께 은폐한 근로자까지 공모자로 처벌된 판결이 있습니다. 법원은 단순한 보고 누락과 은폐를 구별하지만, 공상 처리를 하며 치료비와 급여를 대신 지급한 것 자체를 재해 사실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적극적 조치로 보아 은폐를 인정한 판결이 있습니다.

합의서와 직접 지급의 한계

치료비를 직접 지급했다고 민사책임이 정리되지는 않으며, 지급금의 처리는 성격에 따라 다릅니다. 손해배상금을 미리 준 것이면 전액이 공제되지만, 치료비를 대신 낸 것이면 그중 근로자 과실분만 다른 손해에서 공제한 판결이 있습니다. 보험급여는 먼저 공제한 뒤 근로자 과실을 반영하는 방식이 대법원 판례이나, 회사가 직접 지급한 치료비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되는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별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사고 전에 입사 때 '어떤 사고가 나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받아 둔 서약서는 분쟁 대상을 특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효력이 부정된 판결이 있고, 사고 후 합의서도 문언이 분명하지 않으면 부제소합의(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청구포기를 받는 대가로 사실과 다른 내용의 산재 신청에 협조하면, 부정수급으로 보험급여 징수나 처벌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근로자가 산재를 신청하면 범위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의 합의는 근로복지공단을 구속하지 않습니다. 합의서로 산재 신청을 막을 수는 없지만, 같은 성질의 급여를 이미 받았다면 그만큼은 지급되지 않습니다. 회사가 개인적으로 공상 처리를 해 준 사실이 오히려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근거로 쓰인 판결도 있습니다. 근로자가 요양급여를 신청하면 공단이 노동관서에 자료를 송부할 수 있어 조사표 미제출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신청 시점: 청구할 수 있는 때부터 원칙적으로 3년, 장해급여 등은 5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급여 조정: 보험급여 상당 금품을 이미 받았다면 그 한도에서 조정됩니다. 다만 대법원은 공단이 지급을 면하는 범위를 보험급여 중 회사 책임비율 부분으로 한정하므로, 치료비를 모두 냈더라도 근로자 과실분의 급여는 지급될 수 있습니다. 위자료 성격의 금품은 조정 대상이 아니지만, 위로금이라는 명목만으로 조정을 피하지 못한 판결도 있습니다.

회사 부담: 개별실적요율(실적에 따라 보험료율이 달라지는 제도) 적용 사업이면 급여액이 보험료율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회사가 미리 지급한 금품이 보험급여를 대신 지급한 것으로 인정되면 회사가 공단에 그 부분을 청구할 여지도 있습니다.

지금 점검할 지급·합의·조사표

지급 내역: 지급할 때마다 보험급여 상당 치료비, 손해배상 선급, 위로금으로 명목을 구분해 기록합니다.

합의서: 대상 사고, 지급 항목, 산재보험급여와의 관계를 특정하고 포괄적 포기 문구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조사표: 대상이면 1개월 이내에 제출합니다. 은폐하려 한 사업주나 안전관리자를 두어야 하는 사업주 등은 기한 후 자진 제출 특례를 받을 수 없습니다.

지급 내역과 합의서를 먼저 살피십시오

이런 상황이라면 법률 검토가 필요합니다.

  • 산재 신청 없이 치료비를 직접 지급했고 합의서가 없거나 포괄적인 경우

  • 3일 이상 휴업이 필요한 부상이었는데 조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

  • 근로자가 산재 신청이나 추가 치료비를 이야기하는 경우

근로자가 산재를 신청한 뒤에는 이미 지급한 돈의 성격과 조사표 제출 여부가 그대로 쟁점이 됩니다. 신청 전에 지급 내역과 합의서를 검토받으시면, 보험급여와의 조정 범위와 행정 제재 위험을 미리 가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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