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시공업체나 하도급업체가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현수막을 걸고 공사현장의 출입문을 잠가 버리면서, 소유자나 후속 시공사와 형사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내 공사대금이 안 나왔으니 유치권으로 막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현장을 점유하고 있으니 누가 들어오든 내 마음이다”라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반대편에서는 “멀쩡히 돌아가야 할 공사를 막았으니 업무방해다”라며 고소장을 내밀고, 결국 권리를 행사했다고 믿은 쪽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서에 서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유치권이 실제로 성립하는지에 따라 같은 행위가 정당한 권리행사가 되기도, 업무방해가 되기도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유치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사실 자체는 아무런 보호막이 되지 못합니다.
아래에서는 유치권을 내세워 공사현장을 막았을 때 어떤 경우에 업무방해죄가 문제되는지, 그리고 형사 책임을 피하려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유치권이 실제로 성립하는 현장이라면 출입을 막아도 업무방해가 아닙니다
적법하게 성립한 유치권자의 점유 유지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 법이 보장한 권리행사입니다.
민법 제320조 제1항은 타인의 물건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으면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을 유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공사업자의 공사대금채권은 그 공사로 가치가 늘어난 건물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므로, 이른바 견련관계가 인정되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유치권이 성립하려면 ①공사대금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했을 것 ②그 건물을 실제로 점유하고 있을 것 ③점유가 불법행위로 시작되지 않았을 것 ④유치권을 배제하는 특약이 없을 것이 필요합니다. 이 요건을 모두 갖춘 유치권자가 소유자나 후속 시공사의 진입을 막는 것은 자신의 점유를 지키는 행위이고, 소유자가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한 점유를 내놓지 않아도 됩니다.
이 경우 형법 제314조의 업무방해죄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유치권자가 현장을 막은 것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즉 법령에 따른 권리행사에 해당하고, 후속 시공사의 공사는 유치권자의 점유를 침해하며 진행하려는 시도라서 보호할 만한 업무로 보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유치권자도 마음대로 쓸 수는 없습니다. 민법 제324조 제2항에 따라 채무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사용·대여·담보제공할 수 없고, 보존에 필요한 사용만 허용됩니다. 이를 어기면 소유자가 유치권 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유치권이 적법하게 성립한 현장에서 점유를 지키는 행위는 업무방해가 아니라 정당한 권리행사입니다.
2. 유치권이 성립하지 않으면 현장을 막은 행위가 곧바로 업무방해가 됩니다
유치권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남는 것은 위력으로 타인의 공사를 막은 사실뿐입니다.
형법 제314조 제1항은 위계 또는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처벌합니다.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314조 제1항).
여기서 위력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말하며, 폭행이나 협박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공사현장의 출입문을 쇠사슬로 잠그거나, 정문에 차량·컨테이너를 세워 두거나, 경비 인력을 세워 작업자와 장비의 진입을 막는 행위는 전형적인 위력으로 평가됩니다. 현장에 현수막만 걸어둔 정도라면 위력이 부정될 여지도 있지만, 사람을 세워 작업자를 돌려보냈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쟁점은 그 유치권이 법적으로 성립하는지입니다. 공사업자가 공사를 마치고 인도한 뒤 대금 문제로 다시 현장을 점유했거나, 소유자의 허락 없이 몰래 들어가 점유를 시작했다면 민법 제320조 제2항에 따라 점유가 불법행위로 시작된 것이어서 유치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 경우 업무방해뿐 아니라 형법 제319조 제1항 건조물침입(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또한 출입문 자물쇠나 시설을 훼손했다면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가 추가됩니다. “유치권이 있다고 믿었다”는 사정은 고의를 다투는 정황으로 참작될 수 있지만, 유치권의 존재가 부정되면 행위 자체의 위법성은 그대로 남습니다.
유치권이 인정되지 않으면 현장을 막은 행위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로 평가됩니다.
3. 경매개시 이후에 점유를 시작했거나 견련성 없는 채권이면 유치권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형식은 공사대금이어도 점유 시점과 채권의 성격에 따라 유치권이 통째로 부정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문제되는 경우는 점유 시점입니다. 건물에 이미 경매개시결정으로 압류의 효력이 생긴 뒤에 유치권을 취득하거나 점유를 시작했다면, 대법원은 이를 압류 후의 처분행위로 보아 경매 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그 결과 낙찰자가 유치권 부존재를 이유로 인도를 구하면 점유 자체가 근거를 잃게 됩니다.
민사집행법 제91조 제5항은 매수인이 유치권자에게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어, 유치권은 경매에서 낙찰가를 떨어뜨리는 강력한 권리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유치권 주장을 엄격하게 심사하고, 낙찰자는 허위 유치권을 이유로 경매입찰방해(형법 제315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를 문제 삼기도 합니다.
채권의 성격도 다툼의 대상입니다.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이나 권리금반환채권처럼 건물 자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아니라 계약 관계에서 생긴 채권은 견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공사대금이라 하더라도 건물이 아닌 다른 현장의 공사비이거나, 공사를 중단해 건물의 독립성이 갖춰지기 전의 정착물에 대한 공사비라면 유치권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하도급업체의 경우에도 원도급 계약에서 유치권 포기 특약을 했거나, 소유자가 아닌 원도급사에 대한 채권만 있다면 소유자를 상대로 유치권을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점유 시작 시점, 채권의 성격, 포기 특약 유무가 유치권 성립 여부를 가르는 세 가지 기준입니다.
4. 업무방해는 징역형까지 가능하고, 주거침입·손괴가 겹치면 처벌이 무거워집니다
한 번의 현장 봉쇄에도 여러 죄명이 동시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업무방해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여기에 유치권 없이 들어간 점유가 문제되면 건조물침입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자물쇠나 담장을 부수었다면 재물손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 함께 적용될 수 있고, 여러 명이 함께 막았다면 공동으로 책임을 지게 됩니다.
공사가 하루 이틀 지연되는 데 그치는지, 수 주 동안 중단되어 소유자나 후속 시공사에 큰 손해가 발생했는지에 따라 양형은 크게 달라집니다. 실제로 공사대금 미수금이 수억 원이라는 사정은 동기로 참작될 수 있지만, 위법성을 없애주지는 못합니다.
양형에서는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점유 기간이 얼마나 길었는지, 합의가 되었는지, 다른 정당한 구제수단(공사대금 청구소송, 가압류, 경매 신청)을 두고도 실력행사를 택했는지가 두루 보입니다. 같은 유치권 분쟁이라도 이 사정에 따라 약식 벌금으로 끝나기도 하고 정식재판으로 가기도 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유치권 분쟁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형사 절차보다 먼저 유치권 성립 증거를 정리해야 방어의 방향이 정해집니다.
유치권을 둘러싼 업무방해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현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동시에 소유자가 인도 청구나 유치권 부존재 확인 소송을 낼 수 있어 민사와 형사가 병행됩니다.
고소장이나 출석요구서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사계약서와 기성·정산 내역으로 공사대금채권이 얼마이고 변제기가 도래했는지, 유치권 포기 특약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점유를 시작한 날짜와 경위,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일을 대조해 점유가 압류 전에 적법하게 시작되었는지 확인합니다.
출입문 시정, 경비 배치, 현수막 설치 등 실제로 어떤 방법으로 현장을 막았는지 사진·CCTV·문자로 정리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유치권 성립 여부와 위력 해당 여부를 따로 나누어 다투면, 유치권이 부정되더라도 업무방해의 고의나 위력 요건에서 방어할 여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억울함 때문에 “일단 막아두고 보자”는 생각으로 현장을 봉쇄하는 분들이 많고, 고소를 당한 뒤에야 유치권이 형사 문제에서 방패가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어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사대금을 못 받은 시공업체 입장에서는 점유를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점유 시작 시점이 적법한지부터 서둘러 점검해야 합니다. 권리가 있어도 방법이 과하면 오히려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현장을 막혀 공사를 못 하는 소유자·후속 시공사 입장에서도 유치권 주장을 무작정 업무방해로 고소하기보다, 유치권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근거를 갖추고 민사와 형사를 함께 설계해야 실효성이 있습니다.
저는 유치권 분쟁에서 현장을 막은 쪽과 막힌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점유 시점과 증거 하나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치권이 있으면 소유자가 들어오는 것도 막을 수 있나요?
A. 유치권이 적법하게 성립해 있다면 대금을 받을 때까지 점유를 내놓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유치물을 마음대로 사용하거나 임대하면 소유자가 유치권 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유치권 행사 중” 현수막만 걸어도 점유가 인정되나요?
A. 현수막만으로는 점유를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출입문을 시정하거나 사람이 상주하는 등 사회통념상 건물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야 합니다.
Q. 공사를 마치고 인도한 뒤 대금을 못 받아 다시 들어가면 유치권이 되나요?
A. 되지 않습니다. 자발적으로 점유를 넘긴 뒤 소유자 허락 없이 다시 들어가 시작한 점유는 불법행위로 인한 점유로 보아 유치권이 부정되고, 건조물침입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경매가 시작된 뒤 점유한 유치권도 낙찰자에게 주장할 수 있나요?
A. 경매개시결정으로 압류의 효력이 생긴 뒤에 시작한 점유는 낙찰자에게 대항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 법리입니다. 점유 시작일과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일을 반드시 대조해야 합니다.
Q. 업무방해로 고소당했는데 유치권이 있었다고 주장하면 무죄인가요?
A. 유치권이 실제로 성립했다면 정당행위로 업무방해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유치권이 인정되지 않으면 성립 여부와 무관하게 위력 행사 여부가 쟁점으로 남습니다.
Q. 공사대금 청구 소송과 형사 대응을 같이 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오히려 공사대금 채권을 소송으로 확정하는 것이 유치권 주장의 기초를 다지고, 실력행사 대신 정당한 구제수단을 택했다는 점에서 양형에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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