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주차장이나 골목길에서 가벼운 접촉사고를 내고 그냥 현장을 떠났다가, 며칠 뒤 경찰 연락을 받고 뺑소니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술을 마신 것도 아니고 살짝 부딪힌 정도라 괜찮다고 생각했다”, “상대방이 괜찮다고 해서 그냥 갔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런데 막상 상대방이 뒤늦게 병원 진단서를 제출하면, 형사처벌은 물론 면허 취소와 장기간의 면허 재취득 제한까지 한꺼번에 닥치게 됩니다. “음주가 아니니 면허는 금방 다시 딸 수 있다”는 기대는 대부분 빗나갑니다.
도로교통법은 음주운전과 별개로, 사람을 다치게 하고 구호조치와 신고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운전면허를 받을 수 없는 기간을 4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음주가 더해지면 이 기간은 5년으로 늘어납니다.
아래에서는 음주 없는 뺑소니에 어떤 결격기간이 적용되는지, 기간은 언제부터 세는지, 어떤 경우를 ‘도주’로 보는지, 그리고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음주가 없어도 사람을 다치게 하고 달아나면 면허 결격기간은 4년입니다
뺑소니는 음주와 무관하게 독립된 면허 취소 사유이자 4년 결격 사유입니다.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6호는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상한 후 제54조 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른 필요한 조치 또는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를 운전면허 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처분은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한 기준에 따라 이뤄지는데, 사람을 사상한 뺑소니는 실무상 면허 취소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같은 법 제82조 제2항 제4호는 음주·약물·공동위험행위 등 제43조부터 제46조까지의 사유가 아닌 다른 사유로 사람을 사상한 후 조치와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운전면허가 취소된 날부터 4년이 지나야 다시 운전면허를 받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질문처럼 음주 없이 뺑소니만 한 경우에는 이 제4호가 적용되어 4년입니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사정은 결격기간을 5년에서 4년으로 줄여줄 뿐, 결격 자체를 없애주지는 않습니다.
음주 여부와 관계없이, 사람을 다치게 하고 구호·신고를 하지 않으면 면허는 취소되고 4년간 새로 받을 수 없습니다.
2. 4년은 사고일이 아니라 취소된 날부터 계산되고, 상황에 따라 5년이 될 수 있습니다
기산점은 ‘운전면허가 취소된 날’이며, 음주나 무면허가 겹치면 기간이 달라집니다.
많은 분들이 사고 날짜부터 4년을 센다고 생각하시지만, 제82조 제2항 제4호는 “운전면허가 취소된 날부터 4년”이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사고 발생일과 실제 취소처분일 사이에는 수사와 처분 통지 절차만큼의 시간 차이가 생기고, 기산점은 처분일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적용 구간은 다음과 같이 갈립니다. 음주운전(제44조 제1항)이나 약물운전 등을 하다가 사람을 사상하고 조치·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는 제82조 제2항 제3호 가목에 따라 취소된 날부터 5년입니다. 무면허운전 중 사람을 사상하고 조치·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도 제1호 단서에 따라 위반한 날부터 5년이 적용됩니다.
반대로 사람이 아니라 물건만 손괴하고 달아난 경우에는 제82조 제2항 제4호의 ‘사람을 사상한 후’ 요건이 충족되지 않습니다. 이 경우 도로교통법 제148조의 형사처벌 문제는 남지만, 4년 결격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것이 제82조 제3항입니다. 결격기간이 끝났더라도 취소처분을 받은 사람은 특별교통안전 의무교육을 받지 않으면 면허를 받을 수 없습니다. 4년이 지났다고 바로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 교육 이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결격기간은 취소처분일부터 계산되며, 음주나 무면허가 겹치면 5년으로 늘어나고, 기간이 끝난 뒤에도 특별교통안전 의무교육이 필요합니다.
3. 구호와 신고 중 하나라도 빠뜨리고 현장을 떠나면 도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도주’는 가해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만들었는지로 판단합니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피해자에게 성명·전화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제공하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제2항은 경찰공무원이나 가장 가까운 경찰관서에 사고 장소, 사상자 수, 부상 정도, 조치 내용을 지체 없이 신고하도록 합니다. 구호와 인적 사항 제공, 신고가 모두 의무입니다.
대법원은 ‘도주’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해 왔습니다.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구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야기자로서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1996. 8. 20. 선고 96도1415 판결).
이 법리에서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운전자가 피해자가 다친 사실을 인식했는지입니다. 사고 사실 자체를 몰랐다면 도주의 고의가 없다고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둘째, 의무를 이행하기 전에 현장을 떠나 자신이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만들었는지입니다. 연락처를 주고 떠났다면 사정이 다르게 평가될 수 있고, 반대로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도2475 판결은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다 주었더라도 신원을 밝히지 않고 사라졌다면 도주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 되는 장면이 “상대방이 괜찮다고 해서 그냥 갔다”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상대방이 정말 그렇게 말했는지, 말했다면 어떤 상황이었는지, 블랙박스·CCTV·통화 기록에 남아 있는지가 도주의 고의 유무를 가르는 증거가 됩니다. 사고 직후의 대화가 녹음되어 있지 않다면 주변 차량 블랙박스를 빨리 확보해야 합니다.
구호와 인적 사항 제공, 신고 중 하나라도 이행하지 않고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면 도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4. 형사처벌은 피해 정도에 따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으로 크게 무거워집니다
도주치상이면 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 벌금이 법정형입니다.
형사처벌은 피해 정도에 따라 적용 법조가 갈립니다. 피해자가 다치지 않았고 물건만 손괴된 경우에는 도로교통법 제148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됩니다.
피해자가 다친 경우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이 적용됩니다.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하고 도주한 경우(제2호)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제1호)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피해자를 사고 장소에서 옮겨 유기하고 도주했다면 제2항에 따라 상해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사망은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더 무거워집니다.
여기서 면허와 관련해 중요한 점은 제82조 제2항 단서입니다. 결격기간 내라도 벌금 미만의 형이 확정되거나 선고유예 판결이 확정된 경우, 또는 기소유예 결정이 있는 경우에는 운전면허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도주치상은 법정형 하한이 높아 이런 결과를 얻으려면 피해 정도가 가볍고 도주의 고의를 다투거나 합의가 이뤄지는 등 사건 초기부터 방향을 잡는 것이 필요합니다.
피해자와의 합의, 피해 경위, 구호 조치를 하지 못한 사정 등은 양형과 처분에서 참작될 수 있는 요소입니다. 다만 합의가 되었다고 해서 도주 성립 여부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5. 조사부터 행정처분 불복까지, 형사와 행정 절차를 동시에 대비해야 합니다
형사절차와 면허 취소처분은 별개로 진행되므로 각각 기한 내에 대응해야 합니다.
뺑소니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교통조사팀 등) 출석 요구 및 조사 → ②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③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되고, ④이와 별도로 시·도경찰청장이 도로교통법 제93조에 따라 면허 취소 여부를 결정합니다. 취소처분 전에는 제93조 제4항에 따라 처분 내용과 의견제출 기한이 사전에 통지되므로, 이 단계에서 의견을 제출할 기회가 있습니다.
취소처분을 받은 뒤에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지만 제기 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행정심판법 제27조와 행정소송법 제20조는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하도록 정하고 있어, 형사 사건에 매몰되어 이 기간을 넘기면 면허 문제를 다툴 길이 막힙니다.
경찰에서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아래 순서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고 당시 본인 차량 블랙박스 영상과 주변 CCTV를 확보하고, 사고를 인식했는지와 현장을 떠난 경위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피해자의 진단서, 치료 경과, 연락처 제공 여부 등 피해 정도와 인적 사항 제공 사실을 확인합니다.
조사 전에 진술 방향을 정하고, 피해자 합의 시도와 취소처분 사전통지에 대한 의견제출을 함께 준비합니다.
초기 진술이 이후 도주의 고의 판단에 그대로 쓰이기 때문에, 조사 전에 형사 대응과 면허 대응을 한 방향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치며
가벼운 접촉이었다는 생각 때문에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떠나는 순간, 사건은 훨씬 큰 문제로 바뀝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분들은 조사 통보를 받고 나서야 면허까지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고를 낸 운전자 입장에서는 사고를 알지 못했거나 피해자가 괜찮다고 해서 떠났다는 사정이 있는지, 그 사정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지를 빨리 정리해야 합니다. 결격기간 4년은 한번 확정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피해를 입은 입장에서도 가해 차량 번호나 블랙박스 영상, 진단서 등 입증 자료를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도주 성립 여부는 이런 자료에서 갈립니다.
저는 교통사고 도주 사건에서 가해자 쪽과 피해자 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진술 하나와 증거 확보 시점이 결론을 크게 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면허가 걸린 문제일수록 초기 대응이 전부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시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음주 없이 뺑소니만 하면 면허를 4년 동안 못 따는 게 맞나요?
A. 사람을 사상하고 조치·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맞습니다. 도로교통법 제82조 제2항 제4호에 따라 운전면허가 취소된 날부터 4년입니다. 음주나 무면허가 겹치면 5년입니다.
Q. 4년은 사고 난 날부터 세나요?
A. 아닙니다. 면허 취소처분을 받은 날부터 셉니다. 또한 기간이 끝나도 특별교통안전 의무교육을 받아야 면허를 받을 수 있습니다.
Q. 물건만 부수고 갔는데도 4년인가요?
A. 4년 결격은 ‘사람을 사상한 후’ 조치·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의 규정이어서 물건만 손괴한 경우와는 구조가 다릅니다. 다만 도로교통법 제148조의 형사처벌 대상은 될 수 있습니다.
Q. 상대방이 괜찮다고 해서 연락처 없이 갔는데 나중에 진단서가 나왔습니다. 도주가 되나요?
A. 도주의 고의가 있었는지가 쟁점입니다. 당시 상황, 상대방의 말, 블랙박스 기록이 판단 자료가 되므로 증거를 빨리 확보해야 합니다.
Q. 합의하면 면허 취소를 피할 수 있나요?
A. 합의만으로 취소 사유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의는 형사 처분과 양형에서 참작되고, 기소유예나 선고유예를 받으면 결격기간 내라도 면허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Q. 면허 취소처분에 불복할 수 있나요?
A.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고,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Q. 경찰 출석 요구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도주의 고의 판단에 그대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