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병영 내 구타·가혹행위가 사건화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직접 때린 병사뿐 아니라 “시켜서 어쩔 수 없이 가담했다”는 병사까지 함께 조사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선임이 시켰으니 내 책임은 아니다”, “거부하면 생활이 힘들어질 게 뻔했다”, “세게 때린 것도 아니고 시늉만 했다”는 생각으로 후임을 때린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전역을 앞두고 또는 전역한 뒤에 피해자의 신고나 진정으로 수사가 시작되면, “시켜서 한 일”이라는 말은 방어 논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은 상관이나 선임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폭행을 직접 실행한 사람의 책임을 없애주지 않습니다. 형법은 폭행을 면책해 주는 예외를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이라는 극히 좁은 경우로만 열어 두고 있고, 군형법은 군 내부 폭행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특례를 두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선임의 지시로 후임을 때렸을 때 어떤 죄가 문제되는지, 지시를 따른 사정이 어디까지 책임에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수사가 시작됐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법 조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선임이 시켰더라도 직접 때린 사람은 폭행의 정범으로 처벌됩니다
지시를 받은 사정은 책임을 나누는 사정일 뿐, 실행자의 책임을 지워 주지 않습니다.
형법 제260조 제1항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폭행은 신체에 대한 불법적인 유형력의 행사이면 충분하고, 멍이 들었는지 아팠는지는 성립 여부가 아니라 양형에서 보는 사정입니다. 따라서 가슴팍을 밀치거나 뺨·정강이를 때리는 행위는 물론, 시늉만 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신체에 닿았다면 폭행입니다.
선임이 “저 새끼 좀 손봐라”고 시켰다면 선임은 형법 제31조에 따라 교사범으로서 실행한 사람과 동일한 형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시를 받아 실제로 손을 댄 후임이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교사범과 정범은 각자 따로 성립하는 것이고, 직접 때린 사람은 자기 행위에 대해 정범으로서 책임을 집니다. 선임과 함께 때렸다면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이 되어 누가 어느 부위를 몇 대 때렸는지와 관계없이 각자 전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특히 군 내부에서 이루어진 폭행은 일반 폭행과 한 가지가 다릅니다. 일반 폭행죄는 형법 제260조 제3항에 따라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그러나 군형법 제60조의6은 군인등이 군사기지·군사시설·군용항공기·군용 함선에서 군인등을 폭행한 경우 형법 제260조 제3항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부대 안에서 후임을 때렸다면 후임과 합의해 처벌불원서를 받아도 그것만으로 공소제기가 막히지 않습니다.
선임의 지시가 있었더라도 직접 폭행한 사람은 정범이고, 부대 안 폭행은 피해자의 처벌불원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2. 위법한 지시는 ‘정당한 명령’이 아니므로 따르지 않아도 항명이 아닙니다
복종의무는 직무상 정당한 명령에만 있고, 폭행 지시는 거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많은 분이 “군대에서는 선임의 말을 안 들으면 항명이 되니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25조가 정한 복종의무는 “직무를 수행할 때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는 것입니다. 후임을 때리라는 지시는 직무와 아무 관련이 없는 사적 제재이고, 범죄를 저지르라는 내용이어서 직무상 명령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항명죄를 규정한 군형법 제44조도 복종하지 않아서 처벌하는 대상을 다음과 같이 한정하고 있습니다.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적전인 경우: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2. 전시, 사변 시 또는 계엄지역인 경우: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 3. 그 밖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군형법 제44조).
평시에 정당한 명령을 어긴 경우의 법정형이 3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점에서 보듯, 항명죄의 보호대상은 어디까지나 ‘정당한 명령’입니다. 더구나 선임과 후임 사이의 지시는 계급상 상관과 부하 관계의 명령도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선임이 폭행을 지시했다는 사정은 군형법상 명령의 문제로 들어가지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43조 제1항은 오히려 군인이 병영생활에서 구타·폭언·가혹행위 등 사적 제재를 알게 된 경우 즉시 상관에게 보고하거나 군인권보호관 또는 군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지시를 거부하거나 신고하는 것이 오히려 법이 요구하는 행동이라는 뜻입니다.
폭행 지시는 정당한 명령이 아니어서, 따르지 않았다고 항명이 되지 않고 따랐다고 책임이 면제되지도 않습니다.
3. ‘강요된 행위’로 벌하지 않으려면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방어할 방법 없는 협박이 필요합니다
“거부하면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았다”는 정도로는 형법 제12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지시를 따른 후임이 기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법조문이 형법 제12조입니다.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형법 제12조).
이 조문은 요건이 대단히 엄격합니다. 첫째, 강요의 수단이 ‘저항할 수 없는 폭력’ 또는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이어야 합니다. 내무생활이 불편해질 것 같다거나, 눈 밖에 나서 보급·휴가·보직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 같다는 우려는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가 아니어서 여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둘째, 그 폭력이나 협박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는 사정, 즉 거부하거나 피하거나 보고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었다는 점이 있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이 조항이 문제되는 전형적인 모습은 선임이 먼저 후임에게 폭행을 가하면서 “너도 때려라, 안 때리면 너도 맞는다”고 하는 경우입니다. 이때도 법원은 구체적인 상황을 봅니다. 지시한 선임의 계급과 위협 정도, 현장에 다른 사람이 있었는지, 생활관을 벗어나 보고할 기회가 있었는지, 실제로 폭행당한 적이 있었는지, 때린 정도가 요구받은 수준을 넘었는지가 판단 자료가 됩니다. 이미 한 번 폭행을 당했고 현장을 벗어날 수 없었다는 사정이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될 때에만 제12조가 의미를 가지고, 그렇지 않으면 책임이 줄어드는 양형 사정에 머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이 조항을 주장하려면 막연한 호소가 아니라 입증 가능한 사실이 필요합니다. 선임이 평소 해온 가혹행위에 대한 다른 병사의 진술, 당시 생활관 배치와 근무표, 선임에게 맞은 흔적이나 진단서, 당시 주고받은 메신저 기록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강요된 행위는 불이익이 걱정되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신체에 대한 위해를 피할 방법이 없었음이 증명돼야 인정됩니다.
4. 가담 정도와 결과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단순 폭행에서 특수폭행·상해·폭행치사상으로 올라갈수록 형량 구간이 달라집니다.
가장 가벼운 구간은 형법 제260조 제1항 단순 폭행으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하지만 병영 내 집단 구타는 단순 폭행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법 제261조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행한 경우를 특수폭행으로 보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합니다. 야전삽·총기·군화처럼 도구를 이용했다면 위험한 물건 휴대가 쟁점이 됩니다.
피해자에게 타박상·골절·치아 손상 등이 생겼다면 형법 제257조 제1항의 상해로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될 수 있고,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다중의 위력을 보인 상해라면 형법 제258조의2의 특수상해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까지 올라갑니다.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다친 경우에는 형법 제262조가 폭행치사상으로 제257조부터 제259조까지의 예에 따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러 명이 동시에 때려 누구의 행위가 상해의 원인인지 밝혀지지 않을 때에는 형법 제263조 동시범 특례가 적용되어 공동정범의 예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나는 가볍게 두어 대만 때렸다”는 주장이 통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다만 선임이 먼저 주도하고 후임은 망을 보거나 분위기만 거든 정도라면 형법 제32조의 종범이 문제되어 형이 감경될 수 있어, 가담의 방식과 정도를 정확히 가려내는 것이 핵심 쟁점이 됩니다.
선임의 지위에서 후임에게 위력을 행사해 가혹한 행위를 시킨 경우에는 군형법 제62조 제2항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 직권을 남용한 경우에는 제1항이 5년 이하의 징역으로 별도로 처벌합니다. 후임에게 지시한 사람과 이를 따른 사람의 책임이 서로 다른 조문으로 갈리는 구조입니다. 한편 반성·합의·강요받은 경위는 죄의 성립을 막지 못해도 양형 단계에서 크게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수사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첫 진술에서 ‘지시받은 경위’와 ‘가담 정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현역 신분인 경우 사건은 통상 ①소속 부대 군사경찰 또는 군 수사기관 조사 → ②군검사 처분 → ③기소 시 지역군사법원 재판 → ④항소 시 서울고등법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군사법원법 제6조는 군사법원을 중앙지역군사법원과 제1~제4지역군사법원으로 설치하고, 같은 법 제10조는 군사법원 재판에 대한 항소사건을 서울고등법원이 심판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같은 법 제2조 제2항에 따라 피해자가 사망했거나 사망에 이른 경우 그 원인이 된 범죄와 신분 취득 전 범죄는 일반 법원이 재판권을 가집니다. 전역 후에는 군인 신분이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경찰·검찰과 일반 법원이 사건을 맡습니다.
공소시효도 알아두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에 따라 장기 5년 미만의 징역에 해당하는 단순 폭행은 5년, 장기 10년 미만에 해당하는 상해는 7년의 시효 기간이 적용됩니다. 전역했다고 해서 끝난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조사를 앞두고 있거나 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사과하거나 사실관계를 축소하기 전에 아래 순서로 먼저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말로 지시했는지와 내가 실제로 가한 행위의 횟수·부위·도구 사용 여부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지시한 선임의 계급·평소 가혹행위, 당시 거부하거나 피할 수 있었는지를 뒷받침할 목격자·메신저 기록·진단서 등 자료를 확보합니다.
피해자의 상해 정도, 진단서 유무, 합의 여부를 확인하고, 합의가 가능하다면 처벌불원서와 함께 반성 경위를 정리해 둡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가담 정도에 맞는 죄명과 감경 사유를 다투는 것이 실질적인 대응입니다. 처음 진술이 조서에 한 번 남으면 이후 바로잡기 어려우므로 첫 조사 전에 방향부터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치며
선임과 후임 사이의 일은 “그때는 다들 그랬다”, “시킨 사람이 책임져야지”라는 생각 때문에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수사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확인되는 것은 지시한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손을 댄 사람의 행위입니다.
지시를 받고 가담한 입장에서는 ‘시켜서 했다’는 말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강요받았는지를 객관적인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 정리 정도에 따라 공동정범인지 종범인지, 책임이 조각되는지 양형에서 참작되는지가 달라집니다.
반대로 피해를 입은 후임 입장에서도 신고와 진정, 진단서와 증거 보존이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가해자 측의 책임이 제대로 가려집니다. 한쪽 사정만 보면 사건의 실체를 놓칠 수 있습니다.
저는 병영 내 폭행·가혹행위 사건에서 지시한 쪽과 가담한 쪽, 피해를 입은 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같은 행위가 전혀 다른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진술이 조서에 남기 전, 결론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선임이 시켜서 한 대만 때렸는데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폭행은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면 성립하므로 한 대라도 실제로 때렸다면 형법 제260조 제1항이 문제됩니다. 다만 강요된 경위와 가담 정도는 양형에서 크게 참작됩니다.
Q. 피해자와 합의하고 처벌불원서를 받으면 사건이 끝나나요?
A. 부대 안에서 군인이 군인을 폭행한 경우에는 군형법 제60조의6에 따라 반의사불벌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처벌불원서만으로 공소제기가 막히지 않습니다. 다만 합의는 기소 여부와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합니다.
Q. 선임의 지시를 거부하면 항명죄가 되지 않나요?
A. 항명죄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대한 불복종을 처벌합니다. 후임을 때리라는 지시는 직무상 정당한 명령이 아니므로 거부해도 항명이 되지 않습니다.
Q. 선임에게 먼저 맞은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때렸다면 어떻게 되나요?
A.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으로 강요된 것이 증명되면 형법 제12조에 따라 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요건이 엄격해 당시 상황을 입증할 자료가 필수입니다.
Q. 이미 전역했는데도 수사받을 수 있나요?
A. 받을 수 있습니다. 폭행은 5년, 상해는 7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되며, 전역 후에는 원칙적으로 일반 수사기관과 법원이 사건을 맡습니다.
Q.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첫 진술에서 지시받은 경위와 가담 정도를 정리해 두어야 죄명과 감경 사유를 제대로 다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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