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단체 대화방, 리뷰 댓글에서 “~라고 하더라”, “~인 것 같다”, “~아닌지 의심된다”는 식으로 특정인을 겨냥한 글을 올렸다가 고소당했다는 상담이 부쩍 늘었습니다.
상담을 와주신 분들 중 상당수는 “단정한 게 아니라 의혹만 제기했다”, “물음표를 붙였으니 사실을 말한 게 아니다”, “나도 들은 얘기를 전했을 뿐이다”라는 생각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상대방이 고소하면 수사기관은 글의 말투가 아니라 그 글을 읽은 사람이 무엇을 떠올리게 되는지를 따지고, 안심했던 항변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할 때 표현의 형식이 아니라 표현 전체의 취지와 맥락에서 어떤 사실이 전달되는지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의혹 제기라는 형식을 취했더라도 그 안에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구체적 사실이 담겨 있다면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의혹 제기 형식의 글이 어떤 경우에 명예훼손이 되는지, 그리고 이미 글을 올렸거나 반대로 그런 글 때문에 피해를 입었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물음표를 붙이거나 “~라고 한다”고 써도 사실 적시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의혹 제기도 읽는 사람에게 사실이 전달되면 ‘사실의 적시’입니다.
명예훼손죄를 정한 형법 제307조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여기서 사실의 적시는 반드시 단정적인 문장일 필요가 없습니다. 판례는 직접적인 표현이 아니더라도 암시나 추측, 전문(傳聞)의 형태를 빌려 그 취지가 특정 사실의 존재를 알리는 것으로 읽힌다면 사실 적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사장이 직원 급여를 떼먹고 있다는 말이 있던데 사실인가요?”라는 글은 형식만 보면 질문입니다. 그러나 이 글을 본 사람은 ‘사장이 임금을 체불했다’는 구체적 사실이 있는 것처럼 받아들입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문장의 끝맺음이 아니라 글 전체를 읽은 평균적인 독자가 어떤 사실을 인식하게 되는지를 봅니다.
반대로 구체적인 사실이 전혀 담기지 않은 순수한 의견이나 평가는 사실의 적시가 아닙니다. “이 가게는 불친절하다”처럼 주관적 평가에 머무는 표현은 명예훼손이 아니라 모욕(형법 제311조) 여부가 문제될 수 있을 뿐입니다. 결국 경계는 ‘증거로 진위를 가릴 수 있는 구체적 사실이 글 속에 들어 있는가’입니다.
의혹 제기냐 단정이냐는 말투의 문제가 아니라, 글에서 읽히는 사실이 무엇이냐의 문제입니다.
2.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다면, 한 명에게 말해도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대화방이든 댓글이든 전파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히 한 것으로 봅니다.
형법 제307조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할 것을 요구합니다.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하며, 대법원은 현실로 다수가 들었는지가 아니라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이른바 전파가능성 이론입니다.
그래서 의혹 제기 글이 공개 게시판, 블로그, 지도 앱 리뷰에 올라갔다면 공연성은 거의 문제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소규모 단체 대화방이나 일대일 대화입니다. 한 사람에게만 말했더라도 상대방이 그 말을 옮길 가능성이 높은 관계였다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고, 반대로 비밀 유지가 보장되는 관계에서의 대화였다면 부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주의할 것은 “나는 들은 얘기를 전했을 뿐”이라는 전달 형식입니다. 판례는 소문을 전하는 형식을 빌렸더라도 그 소문의 내용을 사실로 인식시키는 효과가 있다면 사실 적시로 봅니다. 출처를 밝혔다고 해서 책임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제307조(명예훼손)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위 조문에서 보듯 적시한 내용이 진실이어도 제1항으로 처벌될 수 있고, 허위라면 제2항으로 형이 더 무거워집니다.
한 사람에게 한 말이든 수백 명이 보는 글이든, 퍼질 수 있는 구조라면 공연성이 인정됩니다.
3. “사실이라면 처벌되지 않는다”는 생각, 공익성과 비방 목적을 따집니다
진실이라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의혹을 제기한 사람이 가장 기대하는 항변은 “사실이니까 문제없다”입니다. 하지만 형법은 진실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책하지 않습니다. 제310조는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한해 처벌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위법성 조각 사유를 세 가지 축으로 봅니다. 첫째, 적시한 내용이 진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둘째, 그 내용이 사회 일반의 이익과 관련되는지. 셋째, 글의 동기와 목적이 공익에 있었는지입니다. 개인적 원한이나 보복,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려는 의도가 섞여 있었다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이라는 요건이 부정되기 쉽습니다.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의혹 제기는 이 요건을 갖추기가 더 까다롭습니다. 진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의심된다’고 쓴 글은 진실하다고 믿을 상당한 이유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의혹을 제기하려면 최소한 그런 의혹을 가질 만한 구체적 정황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확인을 위해 합리적 노력을 했다는 점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한편 허위의 사실이라면 제2항이 적용되며 제310조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허위라는 사실을 알고 썼는지(고의)는 별도로 다투어집니다. 내용 전체의 취지가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고 세부에서만 차이가 있다면 허위로 보지 않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대법원 1999. 10. 22. 선고 99도3213 판결).
진실이라는 사정은 방어의 시작일 뿐이고, 공익성과 동기까지 입증해야 면책됩니다.
4. 온라인에 올린 글이라면 정보통신망법으로 형이 더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비방 목적이 인정되면 형법보다 높은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커뮤니티, SNS, 블로그, 카페처럼 정보통신망을 통해 올린 글이라면 형법 제307조 외에 정보통신망법 제70조가 문제됩니다.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거짓 사실이라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형법 제307조와 가장 큰 차이는 ‘비방할 목적’이 구성요건에 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비방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마음과 서로 상반되는 관계로 보아, 공익 목적이 인정되면 비방 목적은 부정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즉 의혹 제기 글에서도 결국 동기와 표현 방식이 핵심 쟁점이 됩니다.
신문사 보도나 시민단체의 공익 제보와 달리, 개인 사이의 갈등에서 나온 글은 표현이 감정적이고 반복적일수록 비방 목적이 인정되기 쉽습니다. 여러 게시판에 같은 글을 반복해 올리거나, 상대방의 실명·소속·사진을 함께 적었다면 특정성과 비방 목적이 모두 강하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면 표현 방식이 절제되어 있고, 관련 기관에 정식으로 제보하거나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는 형태였다면 공익 목적과 상당성이 인정될 여지가 커집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디에 어떻게 말했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온라인 게시글은 형법보다 무거운 정보통신망법이 적용될 수 있고, 쟁점은 비방 목적으로 모아집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끝날 수 있어 합의의 시점이 중요합니다.
의혹 제기 글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온라인 글이라면 작성자 특정을 위해 게시 플랫폼에 대한 자료 요청이 병행되기도 합니다.
명예훼손죄는 형법 제312조 제2항에 따라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따라서 피해자와 합의하고 처벌불원서를 받으면 기소 전에는 불기소로, 재판 중이라면 공소기각으로 종결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합의 과정에서 추가로 위협적인 말을 하면 별도 범죄가 될 수 있으므로 직접 연락하기보다 대리인을 통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글을 올린 쪽이든 피해를 입은 쪽이든,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가 된 글의 원문, 게시 일시, 게시 장소(공개 범위)를 캡처와 URL로 보존하고 삭제되기 전에 확보합니다.
글에서 특정인을 알아볼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실이 담겼는지, 의견 표현에 그치는지를 문장 단위로 나누어 정리합니다.
적시된 내용이 사실인지 입증할 자료와, 글을 올린 동기·경위를 보여주는 대화 기록을 모읍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 적시 해당 여부, 공연성, 위법성 조각 가능성을 단계별로 점검하면 합의로 갈지 다툴지의 방향을 정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의혹 제기 글 사건은 “나는 단정한 것도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삭제하면 끝날 것 같지만, 이미 퍼진 글과 캡처는 증거로 남습니다.
글 때문에 피해를 입은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반박 글보다 원문 보존과 증거 확보가 먼저입니다. 글이 사라진 뒤에는 입증이 어려워지고, 맞대응 글을 올리면 오히려 쌍방 고소로 번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의혹을 제기한 입장에서도 “사실이니까 괜찮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진실하다고 믿을 상당한 이유, 공익 목적, 표현의 상당성을 구체적 자료로 보여주어야 결과가 달라집니다.
저는 명예훼손 사건에서 글을 올린 쪽과 고소한 쪽 양쪽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문장도 맥락과 증거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의혹 제기 형식으로 글을 쓰고 이름은 쓰지 않았는데도 명예훼손이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실명이 없어도 글의 내용, 소속, 상황 등으로 주변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다면 특정성이 인정됩니다.
Q. 글에 “~인 것 같다”, “~라는 소문이다”라고만 썼는데 괜찮나요?
A. 괜찮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추측이나 전문의 형식이어도 읽는 사람에게 구체적 사실이 있는 것처럼 전달된다면 사실 적시로 판단됩니다.
Q. 제가 쓴 내용이 진실이면 처벌받지 않나요?
A. 아닙니다. 진실이어도 형법 제307조 제1항으로 처벌될 수 있고, 제310조에 따라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에만 위법성이 조각됩니다.
Q. 단체 대화방에서 몇 명에게만 말했는데도 공연성이 인정되나요?
A. 인원이 적어도 상대방이 다른 사람에게 옮길 가능성이 있는 관계라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실제 청취 인원이 아니라 전파가능성을 기준으로 봅니다.
Q. 고소당한 뒤 글을 삭제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삭제만으로 범죄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삭제와 사과, 합의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이 되고, 반의사불벌죄라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종결될 수 있습니다.
Q. 글을 올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는데 고소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피고소인을 특정하지 못해도 고소할 수 있고, 수사기관이 플랫폼 자료를 통해 작성자를 특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그 전에 게시글을 캡처해 보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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