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군대에서 아들을 잃은 가족이 사망 구분 결과를 받아 들고, 순직이 아니라 ‘일반사망’이라는 통지에 다시 한번 무너지는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유족분들이 처음 하시는 말씀은 대개 같습니다. “나라에서 불러 간 아들인데 설마 순직이 안 될 수가 있나”, “부대에서 알아서 처리해 주겠지”라는 기대입니다. 그런데 막상 심사 결과가 나오면 “개인적인 사유로 인한 사망”, “직무와 관련이 없다”는 취지의 판단이 적혀 있고, 기한을 놓치면 다툴 기회마저 좁아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군인사법은 의무복무기간 중 사망한 군인을 원칙적으로 순직자로 분류하도록 정하고 있고, 일반사망으로 분류하려면 고의·중과실이나 위법행위 같은 대통령령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대법원은 군인의 자살 사건에서도 직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규범적으로 넓게 인정해 왔습니다.
아래에서는 순직 인정을 받지 못했을 때 어떤 법 규정이 유족 편에 서 있는지, 재심사와 소송을 어떤 순서로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의무복무 중 사망은 원칙적으로 순직이고, 일반사망 분류가 예외입니다
일반사망으로 분류하려면 군이 그 사유를 근거와 함께 내세워야 합니다.
군인사법 제54조의2 제1항은 군인이 사망하면 전사자·순직자·일반사망자로 구분하고, 순직자를 다시 세 가지로 나눕니다. 순직Ⅰ형은 타의 귀감이 되는 고도의 위험을 무릅쓴 직무 수행 중 사망한 경우, 순직Ⅱ형은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경우, 순직Ⅲ형은 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경우(질병 포함)입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군인이 의무복무기간 중 사망한 경우 순직자로 분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고의 또는 중과실로 사망하거나 위법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일반사망자로 분류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이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다툼의 출발점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유족이 “직무 때문에 죽었다”는 것을 처음부터 전부 증명해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 일반사망으로 돌리려는 쪽이 단서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설명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순직 통지를 받지 못했다면 결정서에 적힌 분류 사유가 이 단서의 어느 사유를 가리키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분류가 순직Ⅲ형으로 나왔다고 해서 끝난 것도 아닙니다. Ⅱ형과 Ⅲ형은 ‘국가의 수호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는지에 따라 갈리므로, 훈련 중 사고나 경계근무 중 사망처럼 직무 내용이 구체적인 사건은 Ⅲ형 분류 자체를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의무복무 중 사망은 순직이 원칙이고, 일반사망은 법이 정한 예외 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2. 분류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유족은 재심사 청구권이 있고, 위원회는 120일 안에 의결해야 합니다.
사망 구분은 먼저 각군 본부에 설치된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심사합니다. 군인사법 제54조의4 제1항은 이 심사에 관해 당사자 또는 당사자의 민법상 재산상속인이 재심사를 청구하면 재심사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청구인은 민법상 상속 순위를 기준으로 정해지므로, 배우자·자녀가 없는 미혼 병사라면 부모가 상속인으로서 청구하게 됩니다.
재심사를 맡는 곳은 국방부의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이고, 위원 총수의 3분의 2 이상을 외부전문가로 구성하도록 되어 있습니다(제54조의4 제2항·제3항). 위원회는 청구가 있는 날부터 120일 이내에 재심사·의결을 해야 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의결로 한 차례 30일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으며, 연장할 때는 기간 만료 7일 전까지 유족에게 통보해야 합니다(제54조의4 제6항·제7항).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심사 청구서에 담을 내용입니다. 단순히 억울하다는 호소가 아니라, 첫 결정서가 어떤 사실을 인정하고 어떤 사실을 빠뜨렸는지를 표로 대조해야 합니다. 부대 조사기록, 상담병 기록, 생활관 동료 진술, 진료기록, 사망 전후 통신·메신저 기록이 핵심 자료입니다. 이 자료는 유족이 정보공개청구와 개인정보 열람 방식으로 확보해야 하고, 시간이 지나면 보존기간이 지나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제54조의4 제1항 제2호도 눈여겨볼 규정입니다. 조사권한을 가진 다른 국가기관이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심사와 다른 권고나 결정을 한 경우에도 재심사를 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유족이 다른 조사기관에 진정을 해 두었다면 그 결과도 재심사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3. 자살 사건도 직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순직 취지의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살이라는 이유만으로 제외되지 않고, 직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규범적으로 판단합니다.
순직 불인정 사건 중 가장 많은 유형은 자살로 사망한 경우입니다. 군은 “본인의 고의에 의한 사망”이라는 점을 앞세우는데, 대법원은 이미 오래전에 이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군인이 군 복무 중 자살로 사망한 경우에도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사망’에 해당하는지는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데도 사망이 자살로 인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또는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한 자살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유공자에서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두27363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7두47885 판결은 같은 법리를 보훈보상대상자 사건에 적용하면서 판단 기준을 더 구체화했습니다. 직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우울증 등 질병이 생기거나 악화되고, 그 질병 때문에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 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으로 추단할 수 있으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때 담당 직무의 내용과 강도, 질병의 발병 경위,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주위 환경, 자살에 이른 경위를 종합해서 봅니다.
같은 판결은 직무와 자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주장하는 쪽이 증명해야 하지만,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증명될 필요는 없고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증명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유족이 준비할 일은 입대 후 변화의 시간표를 만드는 것입니다. 입대 초기 적응 상황, 상담 기록, 선임·간부와의 관계, 휴가·면회에서의 언행, 사망 직전 일정이 한 줄로 이어지도록 정리해야 합니다.
가혹행위나 폭언이 있었다면 가해자에 대한 형사 판단이 따로 있었는지도 확인합니다. 가해 사실이 인정된 기록은 인과관계 판단에서 매우 강한 자료가 됩니다.
자살이라는 결과만으로 순직을 부정할 수 없고, 직무로 인한 정신적 상태가 사망에 이르렀는지가 기준입니다.
4. 순직 인정 여부에 따라 유족이 받는 보상이 크게 달라집니다
병으로 복무한 경우 군인재해보상법상 사망보상금이, 보훈 등록까지 되면 별도의 예우가 따릅니다.
군인 재해보상법 제2조는 지원에 의하지 않고 임용된 부사관과 병에게는 제33조의 장애보상금과 제39조의 사망보상금만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병으로 복무하다 숨진 아들의 경우 직업군인에게 지급되는 순직유족연금(제35조)은 해당하지 않고, 사망보상금이 중심이 됩니다.
제39조에 따르면 군인이 공무상 사망한 경우 유족에게 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사망보상금을 지급하며, 금액은 사망 유형에 따라 공무원 전체의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의 60배(전사), 45배(특수직무순직), 24배(그 밖의 공무상 사망)입니다. 일반사망으로 분류되면 이 보상금의 문이 닫히므로 분류 다툼의 경제적 의미가 큽니다.
다만 제45조는 본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망보상금 사유가 발생한 사람에게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되, 그 사유가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면 제외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앞서 본 자살 사건 법리와 같은 방향의 규정입니다. 또한 급여를 받을 권리는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5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하므로(제49조 제1항), 청구 시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보훈 쪽은 별개의 절차입니다. 국가유공자법 제4조 제1항 제5호의 순직군경은 국가의 수호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군인이고, 보훈보상대상자법 제2조 제1항 제1호의 재해사망군경은 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군인입니다. 대법원 2017두47885 판결은 순직군경에는 단순한 상당인과관계를 넘어 직접 관련 있는 직무를 주된 원인으로 한 사망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순직군경이 어렵더라도 재해사망군경으로 등록받는 길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사망 구분은 군 내부 분류에 그치지 않고, 사망보상금과 보훈 등록의 출발점입니다.
5. 재심사, 심사 청구, 보훈 등록, 소송은 각각 기한과 창구가 다릅니다
한 가지 결과에 대해 여러 절차가 병행되므로 기한표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순직 불인정 사건은 통상 ①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의 사망 구분 결정 → ②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 재심사 → ③군인재해보상법상 사망보상금 청구 및 결정 → ④결정에 불복하는 경우 심사 청구 또는 행정소송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사망 경위 자체에 형사 문제가 있다면 사건을 수사한 경찰서와 검찰청(수원 관내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수사기록 열람·등사 신청이 별도로 필요합니다.
군인 재해보상법 제47조는 급여 결정에 이의가 있으면 군인재해보상연금재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며, 청구는 결정이 있은 날부터 180일, 그 사실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해야 합니다. 같은 조 제3항은 이 급여 결정에 대해 행정심판법에 따른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으니 절차를 혼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보훈 등록은 국가보훈부장관에게 신청하고,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결정됩니다(국가유공자법 제6조, 보훈보상대상자법 제4조). 한 번의 신청으로 두 법의 신청이 함께 접수된 것으로 보는 규정이 있으므로(국가유공자법 제6조 제2항), 두 유형 중 어느 쪽이 맞는지는 판단 자료를 갖추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비해당 결정이 나오면 행정소송이 최종 수단이 됩니다.
준비 순서는 아래와 같이 잡는 것이 안전합니다.
결정서·통지서의 수령일을 확인하고, 재심사 청구와 심사 청구, 소송별 기한을 달력에 먼저 적습니다.
부대 조사기록, 심사위원회 자료, 상담·진료 기록을 정보공개청구와 열람 신청으로 확보하고 사망 전 변화의 시간표를 만듭니다.
재심사 청구서에 첫 결정의 사실인정 오류와 단서 사유 부존재를 항목별로 적고, 보훈 등록 신청서도 같은 자료로 함께 준비합니다.
국가의 책임을 따로 묻는 국가배상 청구는 위 절차와 별개로 진행되며, 시효 문제가 있어 초기에 같이 검토해야 합니다.
마치며
군에서 자식을 잃은 가족은 “이미 결정이 났다는데 우리가 뭘 더 할 수 있겠나”라는 생각과, 아들의 마지막 시간을 다시 들여다보는 고통 때문에 재심사 준비를 미루게 됩니다.
유족 입장에서는 감정에 호소하는 문장보다, 첫 결정이 어떤 근거로 순직을 배제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결정서의 사실인정과 단서 사유 적용이 자료와 맞는지 따지는 데서 재심사의 방향이 정해집니다.
반대로 부대와 군 입장에서도 사망 경위를 객관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휘 책임 문제가 얽힌 사건일수록 기록의 정확성이 사건의 결론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군 관련 사건과 유족의 권리구제 사건을 다뤄오면서, 같은 사망 사건이라도 자료를 어떤 순서로 제출하느냐에 따라 심사 결과가 갈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기한이 흘러가기 전에 자료부터 점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들의 죽음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해 준비가 필요하시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들이 의무복무 중 사망했는데도 순직이 아닐 수 있나요?
A. 군인사법상 의무복무 중 사망은 원칙적으로 순직으로 분류하지만, 고의·중과실이나 위법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 등 대통령령 사유가 있으면 일반사망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결정서의 사유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Q. 재심사는 누가, 어디에 청구하나요?
A. 당사자 또는 민법상 재산상속인이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 청구합니다. 위원회는 청구일부터 12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하고, 한 차례 30일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습니다.
Q.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순직이 불가능한가요?
A. 아닙니다. 대법원은 자살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할 수 없고 직무와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직무상 스트레스로 판단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는지가 쟁점입니다.
Q. 병으로 복무했는데 순직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나요?
A. 군인 재해보상법 제2조에 따라 병에게는 장애보상금과 사망보상금만 적용됩니다. 순직유족연금은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청구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Q. 급여 결정에 불복하면 행정심판을 할 수 있나요?
A. 군인 재해보상법상 급여 결정은 행정심판법에 따른 행정심판을 할 수 없고, 군인재해보상연금재심위원회에 결정일부터 180일, 안 날부터 90일 이내 심사를 청구해야 합니다.
Q. 청구를 오래 미뤄 두었는데 아직 가능한가요?
A. 급여를 받을 권리는 사유 발생일부터 5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다만 순직 인정이 재심사로 새로 이루어진 경우의 기산점은 별도로 정해져 있으므로 사안별로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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