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직원이 회사 자금을 빼돌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회사가 손해를 메우기 위해 그 직원이 받을 퇴직금과 퇴직연금부터 붙잡을 수 없는지 문의하시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경영자분들은 흔히 “어차피 그 직원 돈이 우리 회사 쪽에 쌓여 있으니 거기서 빼면 된다”, “횡령한 금액만큼 퇴직금에서 공제하면 끝난다”고 생각하십니다. 반대로 횡령 의혹을 받는 직원분들은 “퇴직연금은 어차피 내 노후 자금인데 회사가 건드리지 못하겠지”라고 안심하십니다. 그런데 두 생각 모두 퇴직연금의 종류, 그리고 퇴직금이 지급되는 방식에 따라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퇴직연금 급여채권에 대해 일반 퇴직금보다 훨씬 넓은 범위로 압류를 금지하는 취지를 분명히 밝혔고, 근로기준법상 임금 전액 지급 원칙도 여전히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그렇다고 횡령한 직원이 민사책임을 피하는 것은 아니며, 형사책임과 별개로 손해배상 책임은 그대로 남습니다.
아래에서는 횡령한 직원의 퇴직연금을 회사가 압류할 수 있는지, 퇴직금과는 무엇이 다른지, 회사가 실제로 어떤 경로로 손해를 회수할 수 있는지 법 조문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퇴직연금과 퇴직금은 법적 성격이 달라 압류 범위도 다릅니다
먼저 확인할 것은 ‘퇴직연금’인지 ‘법정 퇴직금’인지, 즉 어떤 제도에 가입되어 있는가입니다.
퇴직급여제도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에 따라 사용자가 계속근로기간 1년에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 시 직접 지급하는 퇴직금제도이고, 다른 하나는 회사가 부담금을 금융기관(퇴직연금사업자)에 적립해 운용하는 퇴직연금제도입니다. 퇴직연금은 다시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뉩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압류 가능 범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퇴직금제도에서는 회사가 퇴직금을 직접 지급하는 시점까지 그 돈이 회사에 있지만, 퇴직연금제도에서는 적립금이 이미 회사 밖의 금융기관에 맡겨져 있습니다. 즉 회사가 마음대로 꺼내거나 정산할 수 있는 돈이 아닙니다.
따라서 직원의 횡령 사실을 알게 됐다면 가장 먼저 그 직원이 어떤 퇴직급여제도에 가입되어 있는지, 가입 시기와 적립 현황이 어떤지를 퇴직연금 규약과 사업자 통지 내역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퇴직금’이라는 말을 쓰더라도 퇴직연금인지 법정 퇴직금인지에 따라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2. 퇴직연금 급여를 받을 권리는 전액 압류가 금지됩니다
회사든 제3의 채권자든, 퇴직연금 수급권 자체를 압류하는 것은 법이 막고 있습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7조 제1항은 퇴직연금제도의 급여를 받을 권리를 양도 또는 압류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주택구입 등 대통령령이 정한 사유가 있을 때 가입자가 한도 내에서 담보로 제공하는 것만 예외로 허용할 뿐, 채권자가 압류하는 것을 허용하는 예외는 두고 있지 않습니다.
일반 급여채권은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4호·제5호에 따라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만 압류가 금지되는데, 퇴직연금 수급권은 그보다 훨씬 두텁게 보호됩니다. 이 점은 대법원도 분명히 설명한 바 있습니다.
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만 압류를 금지하는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4·5호에서 정한 퇴직금채권·퇴직연금채권과 비교하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7조는 “퇴직연금제도(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 포함)의 급여를 받을 권리는 양도 또는 압류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여 퇴직연금수급권 전액에 관하여 압류가 금지된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2다285097 판결).
대법원은 이러한 전액 압류금지가 근로자 본인은 물론 그 가족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정책적 고려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회사가 직원에게 횡령 손해배상채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채권을 근거로 직원의 퇴직연금 수급권에 대해 압류·추심 명령을 받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퇴직연금제도 급여를 받을 권리는 법률이 전액 압류를 금지하고 있어, 횡령 사실이 있더라도 회사가 압류로 회수할 수 없습니다.
3. 퇴직금을 직접 받는 경우에도 회사가 임의로 공제할 수는 없습니다
퇴직금은 압류가 2분의 1까지만 금지되지만, 그렇다고 회사가 일방적으로 상계·공제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가 직접 지급하는 법정 퇴직금은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그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만 압류가 금지됩니다. 이론상 나머지 2분의 1은 채권자가 압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압류는 법원의 압류명령을 받아 제3채무자에게 송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과정은 회사가 스스로 채권자이자 제3채무자가 되는 이 사안에서는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 더 흔한 방식은 회사가 지급할 퇴직금에서 횡령 피해액을 일방적으로 빼고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은 임금을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고, 퇴직금도 이 임금 전액 지급 원칙의 적용을 받습니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해 가지는 채권으로 임금이나 퇴직금과 일방적으로 상계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으며,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로 동의한 경우 등 극히 제한된 예외에서만 허용됩니다.
그렇다면 “퇴직금 일부를 공제하고 지급한다”는 동의서를 받으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옵니다. 이때에도 동의가 자유로운 의사에서 나온 것인지 다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서명 경위와 금액 산정 근거를 객관적으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퇴직금을 정해진 기한 내에 지급하지 않으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제1항 위반(14일 이내 지급 의무)이 될 수 있어, 오히려 회사가 형사 문제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퇴직금도 임금 전액 지급 원칙의 적용을 받으므로, 회사의 일방적인 공제는 위험하고 동의나 법원 절차를 거치는 것이 안전합니다.
4. 횡령액이 커질수록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은 모두 무거워집니다
퇴직연금을 압류하지 못한다고 해서 직원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회수 경로가 달라질 뿐입니다.
직원이 업무상 보관하던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썼다면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횡령죄가 문제됩니다. 단순 횡령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업무상횡령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횡령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 수위가 크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민사적으로는 회사가 직원을 상대로 불법행위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판결을 받기 전이라도 직원 명의의 부동산, 예금, 자동차 등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해 재산 은닉을 막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때 가압류 대상은 퇴직연금 수급권이 아니라 직원의 일반 책임재산이어야 합니다.
한편 직원 입장에서는 수사 단계에서 피해 변제와 합의가 이루어졌는지가 기소 여부와 양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횡령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더라도 합의서와 반환 내역은 처벌 수위를 가르는 핵심 자료입니다.
퇴직연금은 압류로 건드릴 수 없지만, 형사 고소와 민사 가압류·손해배상 청구라는 별도의 경로가 열려 있습니다.
5. 사건이 터진 뒤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퇴직연금에 손대기 전에 횡령 금액과 증거를 먼저 확정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회사가 횡령 사실을 확인한 경우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를 거쳐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이 이루어지며 →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됩니다. 민사 가압류는 이 형사 절차와 별도로 신청할 수 있어, 재산 보전을 위해 고소보다 먼저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사가 대응을 시작할 때에는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당 직원의 퇴직급여가 퇴직금제도인지 DB·DC·IRP 중 무엇인지 규약과 사업자 통지로 확인합니다.
회사 계좌 거래내역, 전표, 결재 기록으로 횡령 시기·금액·수법을 특정하고 증거를 보전합니다.
퇴직금을 일방 공제하지 말고, 지급 기한(퇴직일부터 14일)을 지키면서 가압류와 형사 고소 병행 여부를 판단합니다.
횡령 혐의를 받는 직원 역시 퇴직급여를 받았다고 해서 안심할 일이 아니며, 퇴직연금이 이미 계좌로 지급돼 일반 예금이 된 뒤에는 압류금지 여부가 별도로 다투어질 수 있어 개별 확인이 필요합니다.
마치며
직원의 횡령은 “오랫동안 같이 일한 사람인데”라는 감정 때문에, 또는 “퇴직금이라도 챙겨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대응 시기와 방법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입은 회사 입장에서는 퇴직연금을 압류하려는 시도보다, 횡령 금액을 정확히 특정하고 가압류와 형사 고소로 회수 경로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서둘러 퇴직금을 일방 공제하면 오히려 임금체불 문제로 역공을 당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횡령 의혹을 받는 직원 입장에서도 “퇴직연금은 건드릴 수 없다”는 점이 책임을 면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처벌과 민사 손해배상은 별개로 진행되며, 초기 진술과 합의 시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횡령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회사 쪽과 혐의를 받는 직원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퇴직급여 같은 부수적인 쟁점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는 장면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횡령한 직원의 퇴직연금을 회사가 압류할 수 있나요?
A. 퇴직연금제도의 급여를 받을 권리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7조에 따라 양도·압류·담보제공이 금지됩니다. 대법원도 퇴직연금수급권은 전액 압류가 금지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Q. 퇴직금은 몇 퍼센트까지 압류가 가능한가요?
A.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퇴직금은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 압류금지채권입니다. 다만 이는 제3자 채권자의 압류에 관한 규정이고, 회사가 일방적으로 공제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Q. 횡령 금액만큼 퇴직금에서 빼고 지급해도 되나요?
A. 근로기준법 제43조의 임금 전액 지급 원칙 때문에 근로자 동의 없는 일방 공제는 위험합니다. 퇴직금은 퇴직일부터 14일 이내 지급해야 하므로 임의 공제는 오히려 회사에 불리할 수 있습니다.
Q. 퇴직연금을 압류하지 못하면 손해는 어떻게 회수하나요?
A. 직원의 부동산·예금 등 일반 재산에 대한 가압류와 손해배상 청구, 형사 고소를 병행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합의서를 받고 분할 변제를 약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Q. 횡령 혐의가 있으면 퇴직연금을 받을 수 없게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퇴직연금은 가입자의 급여 수급권이므로 횡령 혐의만으로 회사가 지급을 막을 수 없습니다. 다만 별도의 형사·민사 책임은 그대로 남습니다.
Q. 직원이 이미 퇴직금을 받고 그만뒀다면 어떻게 하나요?
A. 이미 지급된 퇴직금도 횡령 손해배상 청구의 상계 대상이 아니라 직원의 일반 재산이 됩니다. 이 경우 가압류와 소송으로 회수를 시도하게 되며, 시기가 늦을수록 재산 은닉 가능성이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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