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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권대리로 판 땅을 상속받은 아들이 무효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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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권대리로 판 땅을 상속받은 아들이 무효라고 해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돌아가신 부모님이 남긴 토지를 두고, 오래전 누군가 대리인으로 나서 팔아 넘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분쟁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매수인 쪽에서는 “대금을 다 치르고 등기까지 받아 20년 넘게 내 땅으로 써왔다”고 하고, 상속받은 아들은 “아버지가 위임한 적 없는 일이니 처음부터 무효”라고 맞섭니다. 반대로 아들이 직접 아버지 이름으로 땅을 팔았다가 상속을 받은 뒤 “내가 판 건 무권대리라 무효”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두 사람을 법원은 전혀 다르게 취급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무권대리인이 본인을 상속한 사안에서 무권대리인이 본인의 지위에서 추인을 거절하고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이 결론은 상속인이 누구이고 그가 대리행위에 관여했는지에 따라 정반대로 갈립니다.

아래에서는 무권대리로 판 땅을 상속받은 아들이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그리고 양쪽 당사자가 각각 무엇을 확인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대리권 없는 사람이 판 땅은 본인이 추인하기 전까지 효력이 확정되지 않습니다

무권대리 계약은 처음부터 무효가 아니라, 본인의 추인 여부에 따라 효력이 갈리는 유동적 상태입니다.

대리권 없이 타인을 대리해 맺은 계약은 곧바로 무효로 확정되지 않습니다. 민법 제130조는 이런 계약이 본인이 추인하지 않으면 본인에 대해 효력이 없다고 정하고, 제133조는 본인이 추인하면 계약을 한 때로 소급해 유효가 된다고 정합니다. 즉 이 계약은 본인의 선택을 기다리는 불확정 상태에 있습니다.

그 선택권, 즉 추인할지 거절할지를 정할 지위는 본인이 사망하면 상속인에게 포괄승계됩니다. 아버지가 생전에 추인도 거절도 하지 않은 채 사망했다면, 아들은 아버지의 지위를 이어받아 이 계약의 운명을 정할 수 있는 자리에 서게 됩니다. 실무에서 “상속받았으니 이제 내가 결정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만 선택권이 있다는 말이 곧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추인은 명시적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계약 내용을 알면서 매매대금을 받아 쓰거나 매수인의 점유를 오래 이의 없이 두는 등 묵시적으로도 인정됩니다. 아버지가 생전에 대금을 받아 사용했다면 이미 추인이 이루어졌다고 보아 아들이 거절할 여지 자체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무권대리로 판 땅은 본인의 추인·거절이 있기 전까지는 유동적 상태이고, 그 선택권은 상속인에게 승계되지만 아버지의 묵시적 추인이 이미 있었는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2. 무권대리인이 아닌 아들은 추인을 거절하고 무효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대리행위에 관여하지 않은 상속인은 본인의 지위를 승계했을 뿐이므로 추인 거절권을 그대로 행사합니다.

아들이 대리행위와 무관한 사람이라면 사정은 단순합니다. 땅을 판 사람이 삼촌이나 아버지의 지인이었고, 아들은 그 일을 알지도 못했다면 아들은 본인의 지위를 포괄승계한 것일 뿐 대리행위의 책임을 질 이유가 없습니다. 이 경우 아들은 추인을 거절할 수 있고, 거절하면 계약은 본인에 대해 무효로 확정되어 매수인 명의 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가장 큰 쟁점은 입증책임입니다. 매수인 명의로 등기가 마쳐져 있으면 그 등기는 적법한 원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대리인이 등기를 신청했다면 대리권도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따라서 무효를 주장하는 아들이 대리권이 없었다는 사실을 증거로 뒤집어야 합니다. 위임장·인감증명서의 발급 경위, 당시 아버지의 건강 상태와 소재, 인감도장 보관자, 대금이 실제로 누구 계좌로 들어갔는지가 핵심 증거가 됩니다.

매수인으로서는 무권대리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알 수 없었다면, 본인이 대리권을 준 것으로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 표현대리(민법 제125조·제126조·제129조)를 방어 논리로 세울 수 있습니다.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위임장을 갖고 온 사람을 믿고 거래한 경우 제126조의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가 문제되고, 법원은 상대방에게 그렇게 믿을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를 엄격하게 봅니다.

대리행위에 관여하지 않은 아들은 추인을 거절할 수 있지만, 등기의 추정력과 표현대리 주장이 뒤따르므로 대리권이 없었다는 증거를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3. 아들이 직접 무권대리를 했다면 상속 후 무효 주장은 신의칙상 막힙니다

무권대리인이 본인을 상속하면 그는 이행책임을 지는 사람이므로 스스로 무효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사안이 달라지는 지점은 아들이 직접 아버지 명의로 땅을 판 경우입니다. 민법 제135조 제1항은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고 본인의 추인도 받지 못한 무권대리인이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계약을 이행하거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정합니다. 그 아들이 아버지를 상속해 땅의 소유자가 되었다면, 아들에게는 이미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줄 수 있는 지위와 의무가 함께 생긴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무권대리인이 본인으로부터 부동산을 상속받아 그 소유자가 되어 대리행위의 상대방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할 의무가 있는 경우, 무권대리인이 본인의 지위에서 대리행위의 추인을 거절하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4. 9. 27. 선고 94다20617 판결).

쉽게 말해 “내가 팔아놓고, 내가 상속받았으니 내가 판 것은 무효”라는 주장은 법원이 받아주지 않습니다. 이 아들은 매수인이 이전등기말소를 구해도 이를 거부할 수 없고, 오히려 매수인이 요구하면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어야 하는 위치에 놓입니다. 대금을 이미 받았다면 이를 돌려줄 의무도 별도로 남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공동상속입니다. 형제가 함께 상속했고 그 중 한 명만 무권대리인이었다면, 무권대리인이 아닌 다른 상속인까지 같은 책임을 지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신의칙에 따른 제한은 무권대리행위를 한 당사자에게 걸리는 것이어서, 관여하지 않은 공동상속인이 자기 몫에 대해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지는 지분 관계와 사정에 따라 따로 판단됩니다.

무권대리를 한 아들이 본인을 상속했다면, 추인 거절은 신의칙에 반해 허용되지 않고 매수인에게 등기를 이행할 책임을 집니다.


4. 책임의 범위는 계약 이행에서 손해배상, 형사 책임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무효가 확정되더라도 대리행위를 한 사람은 민사와 형사 양쪽에서 책임을 집니다.

본인이 추인을 거절해 계약이 무효로 확정되면, 매수인은 제135조에 따라 무권대리인에게 계약의 이행 또는 손해배상을 선택해 청구합니다. 다만 상대방이 대리권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또는 무권대리인이 제한능력자인 경우에는 이 책임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매수인은 대리권 확인을 소홀히 했다면 오히려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매수인의 선택지도 단계가 있습니다. 민법 제131조는 상대방이 상당한 기간을 정해 본인에게 추인 여부를 확답하라고 최고할 수 있고 그 기간 안에 답이 없으면 추인을 거절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며, 제134조는 본인이 추인하기 전이라면 선의의 상대방이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상속인이 된 아들에게 최고서를 보내 입장을 확정하게 하는 것이 분쟁을 빨리 정리하는 방법입니다.

형사 문제도 있습니다. 위임장이나 인감증명서를 위조해 땅을 팔았다면 사문서위조·행사죄(형법 제231조, 제234조)가 되고, 대금을 받아 챙겼다면 사기죄(형법 제347조 제1항,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 많지만, 소유권 분쟁에서 상대방이 이를 압박 수단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 대응 시기를 놓치면 협상에서 불리해집니다.

한편 매수인이 20년 이상 소유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해 왔다면 민법 제245조의 등기부취득시효를 주장해 무권대리 여부와 무관하게 소유권을 지킬 수 있는 길도 있습니다. 상속인으로서는 무효 주장이 통하더라도 점유 기간이 20년을 넘었다면 취득시효 완성 여부를 반드시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5. 소유권 분쟁은 증거 확보에서 소송까지 이렇게 진행됩니다

등기부와 거래 서류를 먼저 확보해야 무효 주장이든 방어든 방향을 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분쟁은 통상 ①등기사항증명서와 등기원인서류 확인 → ②상대방에게 내용증명 발송 또는 최고 → ③수원지방법원 등 관할 법원에 소유권이전등기말소 또는 이전등기청구 소송 제기 → ④사문서위조 등 형사 문제가 있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나 수원지방검찰청에 고소 또는 대응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소송 중에는 처분금지가처분으로 땅이 제3자에게 다시 넘어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상속인이 된 이후 다음 순서로 자료를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1. 토지 등기부의 등기원인과 접수일, 등기신청 당시 제출된 위임장·인감증명서의 발급 경위를 확인합니다.

  2. 아버지가 생전에 매매 사실을 알았는지, 대금을 받았는지, 매수인의 점유를 알고도 이의하지 않았는지를 통장 내역과 주변 진술로 확인합니다.

  3. 누가 대리행위를 했는지, 그 사람이 상속인 중 누구인지, 그리고 매수인의 점유 개시 시점이 언제인지를 정리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부동산 소유권 분쟁을 다뤄본 변호사와 상의하면, 추인 거절로 무효를 다툴지 아니면 이행과 합의로 정리할지 민사와 형사를 함께 놓고 방향을 정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가족이 관련된 부동산 분쟁은 “어차피 오래전 일인데”, “가족끼리 어떻게 따지나”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이 매수인의 점유 기간은 늘고 증거는 흩어집니다.

땅을 상속받은 입장에서는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이행 책임을 지는 사람인지부터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같은 상속인이어도 대리행위에 관여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정반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땅을 사서 등기를 받은 매수인 입장에서도 “대금을 다 줬으니 내 땅”이라는 믿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표현대리와 취득시효, 무권대리인에 대한 책임 추궁 중 어느 길이 열려 있는지에 따라 지킬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집니다.

저는 부동산 소유권 분쟁에서 땅을 되찾으려는 쪽과 지키려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증거를 확보했느냐가 결론을 가르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버지가 생전에 모르는 사이에 땅이 팔렸다면, 상속받은 제가 무조건 무효를 주장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상속인은 추인 거절권을 승계하지만, 아버지가 생전에 대금을 받았거나 알면서 이의하지 않았다면 묵시적 추인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또 등기에는 추정력이 있어 대리권이 없었다는 사실을 직접 입증해야 합니다.

Q. 제가 아버지 이름으로 직접 땅을 팔았는데, 상속 후에 무효라고 하면 안 되나요?

A.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무권대리인이 본인을 상속한 뒤 추인을 거절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해 허용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오히려 매수인에게 등기를 이행할 의무를 질 수 있습니다.

Q. 매수인이 인감증명서와 위임장을 믿고 샀다면 어떻게 되나요?

A. 표현대리가 인정되면 본인이 책임을 집니다. 다만 법원은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를 엄격하게 보므로, 거래 경위와 확인 절차가 쟁점이 됩니다.

Q. 매수인이 20년 넘게 점유했다면 무효 주장이 통해도 소용없나요?

A. 취득시효 요건을 갖췄다면 그렇습니다. 소유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20년 이상 점유했고 등기까지 마쳤다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어, 무효 주장과 별개로 취득시효 완성 여부를 따져야 합니다.

Q. 형제 중 한 명이 팔았다면 나머지 형제도 책임을 지나요?

A. 대리행위를 한 사람과 하지 않은 공동상속인은 구분해서 판단됩니다. 관여하지 않은 상속인이 자기 몫에 대해 어떤 주장을 할 수 있는지는 지분과 추인 여부에 따라 달라지므로 개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Q. 분쟁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나요?

A. 등기사항증명서를 확인하고, 처분금지가처분으로 땅이 다시 넘어가는 것을 막은 뒤 위임장·통장 내역 등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첫 대응이 이후 소송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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