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집을 판다는 매도인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잔금일을 앞두고 불안해하시는 매수인분들의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매수인분들 중 상당수는 “계약서도 썼고 계약금도 줬으니 잔금만 내면 등기는 넘어온다”, “매도인이 서류를 다 준다고 했으니 문제없다”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매도인에 대해 회생절차개시결정이 나면, 매도인이 아무리 서류를 준비해 주겠다고 해도 그 부동산을 팔고 대금을 받을 권한은 더 이상 매도인에게 없습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잔금을 매도인 계좌로 보냈다가 돈도 등기도 모두 잃을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회생절차에서는 개시결정 이후 부동산을 팔고 대금을 받을 권한이 관리인에게 전속되고, 이미 맺어 둔 매매계약을 이행할지 해제할지도 관리인이 선택합니다. 어느 단계까지 계약이 이행되었는지에 따라 매수인의 지위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아래에서는 매도인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매수인이 잔금을 내고 등기를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법 조문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개시결정 이후에는 매도인이 아니라 관리인이 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습니다
잔금을 받고 등기서류를 내줄 권한은 매도인 본인에게 더 이상 없습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은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으면 채무자의 업무 수행과 재산의 관리·처분 권한이 관리인에게 전속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매도인이 개인사업자나 법인이라도 마찬가지로, 그 이후의 처분 권한은 법원이 정한 관리인이 갖습니다. 개인 채무자의 경우에는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관리인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부당하게 관여할 수도 없습니다.
이와 맞물려 같은 법 제64조 제1항은 채무자가 회생절차개시 이후 채무자의 재산에 관해 한 법률행위는 회생절차와의 관계에서 효력을 주장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제2항은 개시결정이 난 당일에 한 법률행위도 개시 이후에 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래서 개시결정 이후에 매도인과 새로 계약서를 쓰거나, 매도인이 직접 잔금을 받고 등기서류를 건네는 것은 매수인에게 아무런 보호가 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매수인이 개시결정 사실을 모른 채 잔금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생절차 개시 여부는 법원 사건검색의 회생사건 조회와 등기부등본의 회생절차개시 등기 여부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잔금일 전에 반드시 두 가지를 모두 확인하셔야 합니다. 법원이 보전처분을 내린 단계에서도 부동산 처분이 금지되는 경우가 있어 등기부에 보전처분이 기록되어 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매도 부동산의 처분 권한은 관리인에게 넘어가고, 매도인과 직접 한 잔금 거래는 효력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2. 잔금도 등기도 아직이라면 관리인이 계약을 이행할지 해제할지 선택합니다
양쪽 모두 이행이 끝나지 않은 매매계약은 관리인의 선택에 따라 운명이 갈립니다.
매수인이 잔금을 아직 내지 않았고 매도인도 등기를 넘겨주지 않았다면, 이는 쌍방이 모두 이행을 완료하지 않은 쌍무계약입니다. 같은 법 제119조 제1항은 이 경우 관리인이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거나, 채무자의 채무를 이행하고 상대방의 채무이행을 청구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줍니다. 회생 중인 회사에 유리하면 이행을, 불리하면 해제를 택하는 구조입니다.
대법원은 이 선택권이 행사되기 전의 매수인 지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판결의 사안은 법이 개정되기 전의 구 회사정리법에 관한 것이지만,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의 선택권이라는 구조는 현행 제119조와 같습니다.
채권 발생의 원인이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구 회사정리법 제103조 및 제104조가 적용되어 관리인이 이행 또는 해제를 선택하기 전에는 관리인에게 그 이행을 청구할 수 없다(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0다258657 판결).
쉽게 말해 관리인이 선택하기 전에는 매수인이 “잔금을 받고 등기를 해 달라”고 관리인에게 요구할 수 없습니다. 다만 매수인이 마냥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제119조 제2항은 매수인이 관리인에게 계약을 해제할지 이행할지 확답하라고 최고할 수 있고, 최고를 받은 후 30일 안에 확답이 없으면 관리인이 해제권을 포기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필요하면 이 기간을 늘이거나 줄일 수도 있습니다(같은 조 제3항). 최고서는 내용증명 등으로 보내 도달일이 남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잔금과 등기가 모두 남아 있다면 관리인의 선택이 우선이므로, 먼저 확답 최고로 상대방의 입장을 확정시키는 것이 순서입니다.
3. 관리인이 이행을 택하면 등기를 받을 수 있고, 해제를 택하면 돈을 돌려받는 길이 열립니다
이행이든 해제든 매수인의 권리는 공익채권이나 반환청구권 형태로 보호받는 경로가 있습니다.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하면 매수인은 잔금을 관리인에게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받게 됩니다. 이때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한 결과 매수인이 갖는 청구권은 같은 법 제179조 제1항 제7호에 따라 공익채권이 되어, 회생계획과 무관하게 수시로 변제받을 수 있습니다. 앞서 본 판결도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하면 공익채권으로 취급되어 정리채권 신고 대상이 아니며, 반대로 관리인이 해제를 선택하면 채권 자체가 소멸되어 역시 정리채권 신고 대상이 되지 못하고 단지 그 해제권 행사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정리채권으로 신고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0다258657 판결).
관리인이 해제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이미 낸 계약금과 중도금의 처리가 문제입니다. 제121조 제2항에 따라 매도인이 받은 계약금·중도금이 매도인의 재산 중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 매수인은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남아 있지 않으면 그 가액의 상환을 공익채권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해제로 인한 손해배상은 같은 조 제1항에 따라 회생채권으로만 행사할 수 있어 회생계획에 따라 일부만 변제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계약금 등을 입금한 계좌 내역과 영수증은 반드시 보관해 두셔야 합니다.
한 가지 더, 관리인의 해제권에는 시간적 한계가 있습니다. 제119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끝난 후이거나 서면결의에 부치는 결정이 있은 후에는 관리인이 계약을 해제할 수 없습니다. 법원의 절차 진행 단계를 확인하는 것이 매수인의 전략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행을 택하면 공익채권으로 등기를 받고, 해제를 택하면 반환청구와 회생채권으로 손해를 정리하는 구조입니다.
4. 이미 잔금을 다 냈는데 등기만 남았다면 상황이 훨씬 불리해집니다
매수인이 대금을 모두 지급했다면 쌍방미이행이 아니어서 관리인의 선택권 없이 회생채권 문제로 넘어갑니다.
매수인이 이미 대금을 전부 지급했고 매도인의 등기 이전 의무만 남았다면, 개시결정 당시 매수인 쪽 의무는 이미 끝난 것이므로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이 아닙니다. 이 경우 매수인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 청구권으로서 같은 법 제118조 제1호의 회생채권으로 다루어질 수 있고, 회생채권은 제131조에 따라 회생계획에 정해진 대로만 변제할 수 있어 개시결정 후에 임의로 등기를 받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개시결정이 나면 제58조 제1항에 따라 회생채권에 기한 강제집행을 할 수 없고,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이미 진행 중이던 강제집행도 중지되며, 제59조 제1항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도 중단됩니다. 따라서 등기청구 소송을 새로 내거나 계속하려 해도 곧바로 막힙니다. 매수인은 회생채권으로 신고하고 회생계획에서 정한 방식으로 권리를 인정받아야 합니다.
개시결정 전에 매수인이 이미 본등기나 가등기를 마쳤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본등기가 개시결정 전에 완료되었다면 원칙적으로 매수인의 소유권은 유지되지만, 제100조에 따라 관리인이 부인권을 행사해 그 거래를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대금이 시가에 못 미치거나 매수인이 매도인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있었다면 부인 대상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담보 목적의 가등기는 제141조 제1항의 회생담보권으로 취급될 수 있어 어떤 목적의 가등기인지도 따져야 합니다.
대금을 모두 낸 상태에서 등기만 남았다면 이행청구가 막히고 회생채권 절차를 따라야 하므로, 개시 전 등기 여부가 결정적입니다.
5. 지금 해야 할 대응은 이런 순서로 진행됩니다
잔금을 보내기 전에 개시 여부와 계약 진행 단계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매도인이 서울 소재 법인이나 개인이라면 서울회생법원, 그 밖의 지역이라면 해당 지방법원 본원의 회생사건으로 진행되고, 수원 지역 부동산이라면 수원지방법원 본원 또는 관할 회생법원에서 사건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흐름은 통상 ①회생절차 신청 및 보전처분 → ②개시결정과 관리인 선임 → ③채권자 신고·조사 → ④회생계획안 제출·인가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매수인으로서는 ②의 개시결정 시점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매수인이 지금 확인하셔야 할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법원 사건검색과 등기부등본으로 보전처분 또는 개시결정이 있었는지, 그 일자는 언제인지부터 확인합니다.
계약서와 입금내역으로 계약금·중도금·잔금 중 어디까지 이행했는지, 등기 이전 서류가 오갔는지를 정리합니다.
쌍방미이행 상태라면 관리인에게 내용증명으로 해제 또는 이행 여부의 확답을 최고하고, 최고서 도달일을 기준으로 30일을 관리합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매수인의 지위가 이행 선택 시 공익채권으로 보호되는지, 해제 시 반환청구가 가능한지, 아니면 회생채권 신고를 서둘러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회생채권 신고기간을 놓치면 권리 행사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으므로 법원 공고를 놓치지 마셔야 합니다.
마치며
매도인의 회생 소식을 들으면 “그래도 계약은 계약인데”라는 생각에 잔금일까지 지켜보다가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개시결정이라는 시점을 기준으로 권리의 성격이 갈리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중요합니다.
돈을 이미 낸 매수인 입장에서는 계약금·중도금이 매도인 재산에 남아 있는지, 관리인이 이행을 택할 가능성이 있는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입금내역, 계약서, 매도인과 주고받은 문자 등 자료가 쌓일수록 공익채권이나 반환청구 주장이 힘을 얻습니다.
반대로 회생 중인 매도인이나 관리인 입장에서도 매수인의 계약 이행 요구를 무시하거나 한쪽으로만 정리하면 분쟁이 커집니다. 이행과 해제 중 어느 쪽이 회생계획에 유리한지 계약 진행 상황을 토대로 균형 있게 판단해야 합니다.
저는 부동산 매매 분쟁에서 대금을 낸 매수인 쪽과 거래 상대방의 사정 변경으로 이행이 어려워진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시점 하나와 서류 한 장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잔금을 보내기 전, 혹은 이미 보낸 뒤 불안하시다면 지금이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지점입니다. 이 시점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매도인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됐는데 제가 잔금을 매도인에게 보내면 어떻게 되나요?
A. 개시 이후 매도인이 한 법률행위는 회생절차와의 관계에서 효력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잔금 지급은 관리인에게 해야 하므로 매도인 계좌로 보내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Q. 회생절차 신청만 했고 아직 개시결정은 안 났는데 잔금을 내도 되나요?
A. 신청 단계에서도 법원이 보전처분으로 부동산 처분을 금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등기부등본과 법원 결정 내용을 확인한 뒤 진행하셔야 하며, 개시 전 거래라도 부인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관리인이 계약을 해제하면 이미 낸 계약금은 어떻게 되나요?
A. 매도인 재산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남아 있지 않으면 그 가액을 공익채권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손해배상은 회생채권으로만 행사할 수 있습니다.
Q. 관리인이 아무 답이 없으면 계속 기다려야 하나요?
A. 아닙니다. 매수인은 해제 또는 이행의 확답을 최고할 수 있고, 최고를 받은 후 30일 이내에 확답이 없으면 관리인은 해제권을 포기한 것으로 봅니다.
Q. 잔금을 모두 냈는데 등기가 안 넘어온 상태에서 개시됐다면 어떻게 하나요?
A. 이 경우 쌍방미이행이 아니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회생채권으로 취급될 수 있고, 임의 변제나 등기이전이 제한됩니다. 회생채권 신고 등 절차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개시 전에 이미 등기를 받아 둔 경우에는 안전한가요?
A. 원칙적으로 유효하지만 관리인이 부인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대금이 적정했는지, 매수 당시 매도인의 상황을 알았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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