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모님이 자녀 명의 통장의 돈을 인출해 쓰거나, 자녀가 맡긴 목돈을 돌려주지 않아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가족 사이의 일이라 오랫동안 참고 지내다가, 돈의 액수가 커지거나 관계가 틀어진 뒤에야 법적 대응을 알아보게 됩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가족끼리는 고소 자체가 안 된다고 들었다”, “아버지를 고소하면 어차피 처벌도 못 한다더라”라는 이야기를 먼저 꺼내셨습니다. 실제로 예전에는 직계혈족 사이의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는 규정이 있었고, 그래서 신고를 해도 소용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2024년 6월 27일 형법 제328조 제1항의 형 면제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후 형법이 개정되어 가족 사이의 횡령도 피해자가 고소하면 수사와 기소가 가능한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아버지 등 직계존속을 상대로 한 고소 역시 법에 명시적으로 열려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아버지가 자녀의 돈을 횡령한 경우 고소가 가능한지, 어떤 요건이 필요한지, 그리고 고소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현행 규정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아버지를 상대로도 횡령 고소는 가능합니다
직계존속이라는 이유로 고소가 막히지 않고, 현행 형법은 이를 조문으로 명시합니다.
과거 형법 제328조 제1항은 직계혈족 사이의 횡령 등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한다고 정하고 있었습니다. 처벌 자체가 되지 않으니, 자녀가 아버지를 고소해도 검찰은 사실상 처벌 없이 사건을 끝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이 형 면제 대상을 지나치게 넓게 잡았고, 피해 회복이 어려운 큰 재산범죄까지 일률적으로 면제한다는 점에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개정된 현행 제328조는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를 친족의 범위와 관계없이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로 정리했습니다. 횡령죄는 형법 제361조가 제328조를 준용하므로 같은 구조가 적용됩니다.
특히 현행 제328조 제1항은 형사소송법 제224조의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은 고소하지 못한다”는 제한에도 불구하고,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할 수 있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즉 질문하신 “아버지를 고소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은 법문상 분명히 가능합니다.
아버지라는 신분은 더 이상 고소의 장애물이 아니며, 처벌 여부는 횡령죄의 요건을 충족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2.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보관 관계’와 ‘불법영득의사’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아버지가 내 돈을 맡아 두었다는 사실과, 그 돈을 자기 것처럼 썼다는 사실을 각각 증명해야 합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첫째 요건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입니다. 자녀가 아버지에게 목돈을 맡기며 관리를 부탁했거나, 자녀 명의 통장의 도장과 비밀번호를 아버지가 관리하며 돈을 넣어 두었다면 보관 관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아버지에게 증여한 돈, 빌려준 돈이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증여라면 아버지 돈이므로 횡령이 아니고, 대여금이라면 보관이 아니라 채무이므로 원칙적으로 민사의 문제가 됩니다. “맡겼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사건의 출발점입니다.
둘째 요건은 불법영득의사입니다.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쓴 것이다”, “나중에 돌려주려고 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법원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이 법리는 업무상횡령에 관한 판시이나, 보관자가 맡은 돈을 자기 소유처럼 처분하는 의사를 불법영득의사로 본다는 기본 구조는 단순횡령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나중에 갚을 생각이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미 성립한 횡령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맡긴 사실과 임의 처분 사실이 입증되면, 아버지의 ‘갚으려 했다’는 변명은 범죄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3. 자녀가 미성년일 때와 성년일 때, 아버지의 지위가 다릅니다
미성년 자녀의 재산은 친권자가 관리하더라도 아버지의 것이 아니고, 성년 자녀의 돈은 위탁이 있어야 관리 권한이 생깁니다.
자녀가 미성년이던 시기에 받은 세뱃돈, 상속 재산, 보험금, 합의금 등은 자녀의 특유재산이 됩니다. 민법 제916조는 자녀가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그 특유재산으로 하고, 법정대리인인 부 또는 모가 관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관리 권한은 있지만 이는 자녀를 위한 관리일 뿐 처분권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아버지가 미성년 자녀의 합의금이나 상속분을 사업 자금, 채무 변제, 도박에 쓴 경우 자녀를 위한 지출이라고 보기 어렵고, 횡령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양육비·교육비처럼 자녀를 위해 쓴 지출은 정당한 관리의 범위로 인정될 수 있어, 쟁점은 대부분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로 좁혀집니다.
성년이 된 자녀의 경우는 아버지에게 당연한 관리 권한이 없습니다. 통장과 도장을 맡겼다면 위임 또는 위탁 관계가 있는 것이고, 그 범위를 넘어 인출했다면 횡령입니다. 반면 통장을 건네며 “알아서 쓰라”고 한 정황이 있으면 증여나 포괄적 동의로 다투어질 수 있으므로, 맡길 당시의 대화·문자·이체 메모가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4. 처벌 수위는 금액과 업무 관련성에 따라 달라지고, 민사 회수는 별도로 가능합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부당이득반환·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며, 두 절차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횡령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아버지가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자녀의 돈을 보관·관리하던 경우, 예를 들어 가족 법인의 자금이나 자녀 명의 사업체의 돈을 맡아 관리하던 경우에는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횡령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에 따라 가중처벌되고, 이는 가족 관계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현실에서는 처벌보다 돈을 돌려받는 것이 더 큰 관심사인 경우가 많습니다. 형사 고소로 수사기관이 계좌 거래내역을 확보하면 민사 소송에서 인출 사실을 입증하기 쉬워지고, 민사로는 부당이득반환 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형사 절차가 곧 돈을 돌려받는 절차는 아니므로, 아버지 명의 재산에 대한 가압류 같은 보전 조치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실질적입니다.
합의는 형사 사건에서 양형에 반영될 수 있는 사정이지만, 현행 제328조는 친고죄이므로 고소를 취소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합의의 무게가 더 큽니다. 어떤 조건으로 합의할지는 회수액과 가족 관계를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합니다.
5. 고소 기간과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친고죄이므로 고소 기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고소 전 자료 정리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친고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고, 형사소송법 제230조는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개정 과정에서 이미 발생한 사건의 고소 기간에 관한 특례가 부칙으로 마련되어 있으므로, 오래전에 일어난 사건이라면 부칙의 적용 여부를 반드시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 아래 순서로 자료를 먼저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돈을 맡긴 경위를 보여주는 자료, 즉 이체 내역·통장 사본·맡길 당시의 문자나 메신저 대화를 확보합니다.
해당 계좌의 전체 거래내역을 발급받아 인출 시점·금액·사용처를 표로 정리합니다.
아버지가 반환을 거부하거나 용도를 해명한 대화 기록이 있다면 원본 그대로 보관하고, 최초 인출 시점을 알게 된 날을 기록해 둡니다.
이 자료를 갖추면 고소장 한 장으로 사건의 뼈대가 서고, 형사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의 시점과 순서를 전략적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부모를 고소한다는 것은 법적 문제 이전에 마음의 문제여서, 고소 기간이 흘러가는 줄도 모르고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을 빼앗긴 자녀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보다 맡긴 경위와 인출 내역을 객관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고소 기간이라는 시한이 있다는 점도 기억하셔야 합니다.
반대로 자녀의 돈을 관리하다 문제 제기를 받은 부모 입장에서도 가족이니 괜찮다는 생각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증여나 동의가 있었는지, 자녀를 위해 쓴 지출이 얼마인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가족 사이의 재산 분쟁에서 돈을 맡긴 쪽과 관리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자료 정리와 법리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고소 여부를 고민하는 지금이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시점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버지를 고소하면 예전처럼 형이 면제되나요?
A. 아닙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형법이 개정되어 직계혈족 간 재산범죄의 형 면제 규정이 사라지고, 고소가 있으면 기소할 수 있는 친고죄로 바뀌었습니다.
Q. 형사소송법에서 자기 직계존속은 고소하지 못한다고 들었는데요?
A. 형사소송법 제224조에 그런 규정이 있으나, 현행 형법 제328조 제1항이 이 규정에도 불구하고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Q. 아버지가 제 통장에서 돈을 뺐는데 어머니와 이혼한 상태라면 달라지나요?
A. 달라지지 않습니다. 혈연으로 이어진 부모와 자녀 관계는 부모가 이혼해도 유지되므로 직계존속에 해당하고, 쟁점은 여전히 보관 관계와 불법영득의사입니다.
Q. 제가 미성년일 때 일어난 일도 지금 고소할 수 있나요?
A. 가능성은 있으나 고소 기간이 쟁점입니다.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이라는 원칙에 개정 부칙의 특례가 더해져 있어, 구체적인 시점에 따라 적용이 달라지므로 서둘러 확인하셔야 합니다.
Q. 아버지가 증여한 돈이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증여라면 횡령이 성립하지 않으므로 핵심 쟁점입니다. 맡길 당시의 대화, 이체 메모, 이후 돈의 흐름 같은 객관적 자료로 맡긴 돈이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Q. 고소하면서 돈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형사 절차는 처벌을 위한 절차여서 반환이 자동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의로 반환받을 수도 있고, 민사 소송과 가압류를 병행해 회수를 도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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