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되어 1심이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그동안 쓴 변호사 비용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가 부쩍 늘었습니다.
상담에서 만나는 분들은 대개 “무죄가 나왔으니 쓴 돈은 당연히 국가가 전부 돌려주는 것 아니냐”, “고소한 사람이 물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막상 절차를 알아보면 무죄 판결문에는 변호사 비용에 관한 내용이 한 줄도 없고, 별도로 청구해야 하며, 청구해서 받는 금액도 실제로 지급한 수임료와 차이가 큽니다. 이 간극을 모르고 있다가 청구 기한을 놓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법원이 아닌 법령이 직접 정하고 있는 부분이 핵심입니다. 형사소송법은 무죄판결이 확정되면 국가가 재판에 소요된 비용을 보상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 범위는 변호인 보수 등으로 제한되고 보상액 산정에는 국선변호인 기준이 적용됩니다. 형사 사건의 상대방인 고소인에게 곧바로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아래에서는 강제추행 무죄 후 변호사 비용을 돌려받는 길이 어떻게 나뉘는지,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언제까지 어떻게 청구해야 하는지를 법 조문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무죄판결이 확정되면 국가에 변호사 비용 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비용보상은 무죄 ‘선고’가 아니라 무죄 ‘확정’ 이후에 가능한 별도 청구입니다.
형사소송법 제194조의2 제1항은 국가가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당해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자에게 그 재판에 소요된 비용을 보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로 기소되었다가 무죄를 받은 경우도 당연히 여기에 해당합니다.
국가는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당해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자에 대하여 그 재판에 소요된 비용을 보상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194조의2 제1항).
여기서 가장 먼저 짚을 점은 “확정”입니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어도 검사가 항소하면 사건은 계속 진행되고,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힐 수 있습니다. 검사가 항소나 상고를 하지 않은 채 기간이 지나거나 상급심에서 무죄가 유지되어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비용보상 청구권이 생깁니다. 강제추행처럼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에 가까운 사건은 검사가 상소하는 경우가 많아, 1심 무죄 직후에 곧바로 청구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또한 이 보상은 판결문에 자동으로 적혀 나오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었던 사람이 직접 청구해야 합니다. 법원이 알아서 계좌로 입금해 주지 않습니다.
무죄 확정 이후에, 본인이 직접 청구해야 국가로부터 변호사 비용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2. 보상 범위는 변호인 보수와 출석 비용이며, 금액은 국선변호인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실제로 낸 수임료 전액이 아니라, 국선변호인 보수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이 나옵니다.
많은 분들이 가장 크게 오해하는 대목입니다. 형사소송법 제194조의4 제1항은 보상 범위를 피고인이었던 자 또는 그 변호인이었던 자가 공판준비 및 공판기일에 출석하는 데 소요된 여비·일당·숙박료와 변호인이었던 자에 대한 보수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비용보상의 범위는 피고인이었던 자 또는 그 변호인이었던 자가 공판준비 및 공판기일에 출석하는데 소요된 여비ㆍ일당ㆍ숙박료와 변호인이었던 자에 대한 보수에 한한다. 이 경우 보상금액에 관하여는 「형사소송비용 등에 관한 법률」을 준용하되, 피고인이었던 자에 대하여는 증인에 관한 규정을, 변호인이었던 자에 대하여는 국선변호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형사소송법 제194조의4 제1항).
이 조문에서 두 가지를 읽어야 합니다. 첫째, 보상 항목이 열거되어 있습니다. 변호인 보수, 출석 여비·일당·숙박료만 대상이고, 수사 단계에서 지출한 비용이나 합의금, 증거 수집에 쓴 사설 비용 등은 이 제도의 보상 항목이 아닙니다. 둘째, 변호인 보수는 사선 수임료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국선변호인 보수 기준을 준용합니다. 국선변호인의 보수는 형사소송비용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라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법원이 정하기 때문에, 수임료를 수백만 원 이상 지급했더라도 보상 결정액은 그보다 상당히 낮게 나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변호인이 여러 명이었던 경우에는 법원이 사건의 성질과 심리 상황을 고려해 대표변호인 등 일부의 여비·일당·숙박료만 보상 대상으로 제한할 수 있습니다(제194조의4 제2항). 결국 “무죄가 났으니 낸 돈을 전부 돌려받는다”는 기대는 현실과 맞지 않고, 제도의 성격은 실비 전액 환급이 아니라 법이 정한 기준에 따른 보상입니다.
보상되는 것은 변호인 보수와 출석 비용에 한정되고, 금액은 국선변호인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3. 무죄여도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보상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194조의2 제2항의 네 가지 사유에 해당하면 법원이 보상을 깎거나 배제할 수 있습니다.
무죄가 확정되었다고 해서 보상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194조의2 제2항은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상하지 않을 수 있는 경우를 네 가지로 정하고 있습니다.
첫째, 피고인이었던 자가 수사 또는 재판을 그르칠 목적으로 거짓 자백을 하거나 다른 유죄의 증거를 만들어 기소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입니다. 둘째, 하나의 재판에서 경합범의 일부는 무죄, 다른 부분은 유죄로 확정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강제추행은 무죄가 되었지만 같이 기소된 폭행이나 모욕은 유죄로 확정되었다면 보상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셋째, 형법 제9조(14세 미만) 및 제10조 제1항(심신상실)의 사유에 따른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입니다. 넷째, 그 비용이 피고인이었던 자에게 책임지울 사유로 발생한 경우입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재판 기일에 불출석해 기일이 연기되었다면 그로 인한 비용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은 “보상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 법원의 재량 규정입니다. 즉 사유에 해당한다고 곧바로 전부 배제되는 것은 아니고, 사정에 따라 일부만 깎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강제추행 사건에서는 공소사실이 여러 개 묶여 기소되는 경우가 있어 둘째 사유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소사실 일부가 이유에서만 무죄이고 주문은 유죄인 경우와, 주문 자체에서 무죄가 선고된 경우는 구별해야 합니다.
무죄 확정이어도 사유에 따라 보상이 일부 제한될 수 있으므로, 판결 주문과 이유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4. 고소인에게 변호사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며 허위 고소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무죄가 곧 무고는 아니므로, 고소인에게 물어내라고 하려면 별도로 위법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허위로 고소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무죄 판결을 받은 뒤 고소인에게 변호사 비용을 청구하려 합니다. 그러나 형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는 사실만으로 고소가 허위였다고 평가되지는 않습니다. 강제추행의 무죄는 대부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일 뿐, 피해자 진술이 거짓이라는 판단이 아닙니다. 대법원이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등에서 성범죄 사건의 심리에 성인지 감수성을 요구하는 것도, 피해자 진술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민사로 청구하려면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요건을 입증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고소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다르고, 고소인이 그 사실이 허위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고소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형사상으로도 허위 사실 신고는 형법 제156조 무고죄가 문제되는데, 이 역시 고소인에게 허위라는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이 수준까지 입증이 가능한 사건은 CCTV, 메신저 대화, 위치기록처럼 고소 내용과 정면으로 어긋나는 객관 자료가 있는 경우에 한정됩니다.
실무적으로는 무고 고소 또는 손해배상 청구를 하려면 별도의 소송을 다시 시작하는 셈이어서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큽니다. 국가에 대한 비용보상 청구와는 별개이므로, 먼저 비용보상을 청구하고 허위 고소를 입증할 객관 자료가 충분한지 따져 본 뒤 추가 대응을 판단하는 순서가 합리적입니다.
고소인을 상대로 한 비용 청구는 무죄 사실만으로는 안 되고, 허위 고소에 대한 별도 입증이 필요합니다.
5. 청구 기한과 절차를 놓치면 권리 자체가 사라집니다
무죄 확정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확정된 때부터 5년 안에 해당 법원에 청구해야 합니다.
비용보상은 형사소송법 제194조의3에 따라 피고인이었던 자의 청구로 무죄판결을 선고한 법원의 합의부에서 결정으로 합니다. 청구 기한은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무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5년 이내입니다. 두 기간 중 먼저 끝나는 쪽에 막히므로, 확정 직후 바로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결정에 불복하면 즉시항고를 할 수 있습니다.
절차는 통상 ①무죄판결 확정 여부와 확정일 확인(확정증명원 발급) → ②비용보상 청구서 작성(변호인 선임 및 보수 지급 사실, 공판기일 출석 내역 정리) → ③무죄판결을 선고한 법원(예를 들어 수원지방법원 본원이나 지원 합의부)에 청구서 제출 → ④법원의 결정 순으로 진행됩니다. 비용보상의 절차는 형사보상법에 따른 보상의 예를 따릅니다(형사소송법 제194조의5).
청구를 준비할 때는 아래 순서로 자료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판결문과 확정증명원으로 무죄 확정일, 주문 구조(일부 유죄 여부)를 확인합니다.
변호인 선임서와 공판기일 출석 내역을 법원 기록으로 확인해 출석 횟수를 정리합니다.
수임료 지급 영수증을 갖추되, 실제 보상은 국선변호인 기준으로 산정된다는 점을 감안해 기대치를 조정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로 청구하면 보상 가능성과 금액을 현실적으로 예측할 수 있고, 별도로 고소인 상대 청구까지 이어갈지 판단하는 기준도 생깁니다.
마치며
힘든 재판을 무죄로 끝내고 나면 지쳐서 비용 문제는 뒤로 미루게 되고, 그러다 청구 기한을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무죄를 받은 분 입장에서는 기대 금액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되, 청구 자체는 확정 직후 서두르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고소를 제기했던 분 입장에서는 무죄 판결이 곧바로 손해배상 책임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소 내용이 허위였는지가 별도로 따져진다는 점을 알고 계셔야 합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고인과 피해를 주장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무죄 이후의 비용보상이나 후속 분쟁까지 함께 살펴야 사건이 정리된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무죄 이후의 비용 문제가 막막하다면, 청구 기한이 지나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1심에서 무죄가 나왔는데 바로 비용보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비용보상은 무죄판결이 확정된 뒤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검사가 항소하면 사건이 계속되므로 확정 여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Q. 사선 변호인에게 준 수임료를 전액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어렵습니다. 변호인 보수는 국선변호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해 산정되므로 실제 수임료보다 낮게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Q. 수사 단계에서 쓴 변호사 비용도 보상되나요?
A. 비용보상의 범위는 공판준비와 공판기일 관련 변호인 보수 및 출석 비용으로 한정되어 있어, 수사 단계 지출은 이 제도로 보상받기 어렵습니다.
Q. 청구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A.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확정된 때부터 5년 이내입니다. 확정 직후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무죄를 받았으면 고소한 사람에게 변호사 비용을 받을 수 있나요?
A. 무죄만으로는 안 됩니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보려면 고소가 허위이고 고소인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이 별도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Q. 일부 혐의만 무죄이고 나머지는 유죄이면 어떻게 되나요?
A. 경합범 일부만 무죄이고 다른 부분이 유죄로 확정된 경우에는 법원이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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