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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국선변호사와 합의해도 처벌불원 효력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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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국선변호사와 합의해도 처벌불원 효력이 있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성범죄 사건에서 검사가 지정한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통해 합의 의사를 타진하거나, 반대로 피해자 국선변호사로부터 합의 조건을 전달받는 일이 흔해지고 있습니다.

상담을 받다 보면 “피해자 측 변호사님과 합의서를 썼으니 이제 끝난 것 아니냐”, “국선변호사가 처벌불원서를 받아 줬는데 왜 재판은 계속되느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반대로 피해자 입장에서도 “변호사가 대신 합의했다는데 내가 그런 뜻이었는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합의의 상대방이 누구인지, 그 합의가 어떤 법적 의미를 갖는지를 구분하지 않으면 양쪽 모두 예상과 다른 결과를 맞게 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피해자 변호사에게 형사절차에서 대리가 허용되는 모든 소송행위에 대한 포괄적인 대리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합의의 효력은 변호사의 지위가 아니라 피해자 본인의 진정한 의사와 죄명에 따라 결정됩니다.

아래에서는 피해자 국선변호사와의 합의가 어떤 경우에 처벌불원의 효력을 갖는지, 그리고 효력이 있더라도 사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피해자의 대리인이지 국가의 대리인이 아닙니다

국선이라는 이름이 붙어도 변호사가 대변하는 사람은 오직 피해자입니다.

성폭력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으면 검사는 국선변호사를 선정할 수 있고, 피해자가 19세 미만이면 국선변호사를 반드시 선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성폭력처벌법 제27조 제6항). 보수를 국가가 부담할 뿐, 선정된 변호사는 검사나 법원의 지휘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피해자의 권익을 위해 일하는 피해자의 대리인입니다.

그래서 가해자로 의심받는 쪽에서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해 합의를 구하는 것은 오히려 2차 가해 논란과 보복 우려를 낳아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실무에서는 피해자 변호사가 선임·선정되어 있으면 그 변호사를 통해서만 합의 의사를 묻는 것이 원칙처럼 자리 잡았고, 피해자 쪽도 변호사를 거쳐야 합의금과 조건을 안전하게 협의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피해자 변호사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에 따라 “누가 한 합의인가”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변호사가 합의서에 서명했더라도 그 내용이 피해자 본인의 의사와 다르다면 효력이 다퉈질 수 있습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와의 합의는 곧 피해자와의 합의이며, 그 효력은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에 달려 있습니다.


2. 변호사에게 포괄적 대리권이 있어도 처벌불원의 핵심은 피해자 본인의 의사입니다

대리권의 범위가 넓어도, 합의 여부를 정하는 사람은 피해자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7조 제5항은 피해자 변호사의 대리권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1항에 따른 변호사는 형사절차에서 피해자등의 대리가 허용될 수 있는 모든 소송행위에 대한 포괄적인 대리권을 가진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제5항).

형사소송법 제236조는 고소 또는 그 취소를 대리인으로 하여금 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변호사가 피해자를 대리해 고소취소나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전달하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막혀 있지 않습니다. 다만 대리권이 있다는 말은 변호사가 피해자의 위임 범위 안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지, 피해자의 의사 없이 합의를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처벌불원서가 제출되면 수사기관과 법원은 서면만 보지 않고, 그 의사가 피해자 본인의 자발적 판단인지를 따로 확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에게 전화로 의사를 확인하거나, 공판에서 증인으로 불러 합의 경위를 묻거나, 위임장과 합의서의 작성 경위를 살펴보는 방식입니다. 피해자가 “금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썼다”거나 “변호사님이 알아서 했다”고 진술하면 처벌불원서의 신빙성은 크게 떨어집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면 사정이 더 복잡합니다.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은 독립하여 고소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225조 제1항), 미성년 피해자의 합의는 본인과 법정대리인의 의사가 함께 확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법정대리인이 가해자 측과 가까운 사이라면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인지 더 엄격하게 따져집니다.

변호사의 포괄적 대리권은 합의를 가능하게 할 뿐, 합의의 효력을 보증하지는 않습니다.


3. 반의사불벌죄에서는 처벌불원이 사건을 끝내지만, 성폭력범죄에서는 끝내지 못합니다

처벌불원서의 효력은 합의 상대방이 아니라 죄명이 정합니다.

가장 중요한 구분은 반의사불벌죄인지 여부입니다. 폭행죄(형법 제260조 제3항), 협박죄(형법 제283조 제3항), 명예훼손죄(형법 제312조 제2항)처럼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죄는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있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기소된 뒤라도 제1심 판결 선고 전에 처벌불원 의사가 나오면 법원은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합니다(형사소송법 제327조 제7호).

반면 강간, 강제추행, 준강제추행 같은 성폭력범죄는 2013년 친고죄 규정이 폐지된 이후 고소가 없어도, 합의가 되어도 수사와 기소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받아 온 처벌불원서는 공소기각 사유가 되지 않고, 검사의 기소 여부 판단과 법원의 양형에서 참작되는 사정이 됩니다.

다만 이 참작의 무게는 작지 않습니다. 형법 제51조는 양형 조건으로 범행 후의 정황과 피해자에 대한 관계를 들고 있고, 피해 회복과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는 여기에 정면으로 해당합니다. 초범이고 피해 정도가 중하지 않은 사건에서는 처벌불원서와 합의서가 기소유예, 벌금형, 집행유예로 가는 결정적인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한 가지 더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한 번 하면, 제1심 판결 선고 전이라도 이를 철회한 뒤 다시 처벌을 원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32조는 이를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에서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한 경우에도 제1항과 제2항을 준용한다(형사소송법 제232조 제3항).

고소를 취소한 사람은 다시 고소할 수 없다는 제2항과 같은 취지입니다. 피해자 측에서도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이 점을 알고 신중히 결정해야 하고, 가해자 측에서도 이 의사표시가 확정적 의미를 갖는 죄명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처벌불원서라도 반의사불벌죄에서는 소송을 끝내고, 성폭력범죄에서는 양형을 바꿉니다.


4. 합의가 인정되려면 합의서의 형식과 내용이 갖춰져야 하고, 금액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합의서는 처벌불원서와 합의금 영수증이 함께 갖춰질 때 증거로서 힘을 갖습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통한 합의서에는 대체로 ① 피해자 인적사항과 피해자 변호사의 인적사항, ② 합의금 액수와 지급 방법, ③ 피해자가 피의자·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 ④ 향후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 ⑤ 피해자 본인의 서명 또는 날인과 인감증명서 또는 신분증 사본이 들어갑니다. 변호사의 서명만 있고 피해자 본인의 서명이 없는 합의서는 진정성을 의심받기 쉽습니다.

합의금은 법에 정해진 기준이 없고, 죄명·피해 정도·피해자의 정신적 충격·가해자의 자력 등에 따라 정해집니다. 중요한 것은 금액 자체보다 합의금을 실제로 지급했다는 증빙입니다. 계좌이체 내역과 영수증, 피해자 변호사 명의 계좌로 송금했다면 그 경위가 합의서에 적혀 있어야 합니다.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에는 형사공탁 제도를 통해 피해 회복 노력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다만 공탁은 합의가 아니므로 처벌불원의 효력은 없고, 양형에서 피해 회복 노력을 보여주는 사정으로만 평가됩니다.

실형이 문제되는 사건에서는 이 차이가 큽니다. 예컨대 강제추행(형법 제298조)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법정형이고, 강간(형법 제297조)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합의가 되었는지에 따라 같은 죄명에서도 벌금형과 징역형, 집행유예와 실형이 갈리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다만 합의가 이루어졌더라도 범행 수법이 악질적이거나 동종 전력이 있으면 형이 감경되는 폭은 제한됩니다.

합의서는 피해자 본인의 서명과 합의금 지급 증빙이 갖춰질 때 비로소 양형의 실질적 근거가 됩니다.


5. 합의가 필요할 때 수사 단계부터 재판까지 이렇게 진행합니다

합의는 서두를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올바른 순서로 해야 효력을 얻습니다.

피해자 변호사가 있는 성범죄 사건의 합의는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조사 단계에서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 변호사와 접촉 → ②검찰 송치 후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에게 합의 사실과 처벌불원서 제출 → ③기소되면 수원지방법원 재판부에 합의서 제출 → ④피해자 증인신문이 잡힌 경우 합의 경위에 대한 진술까지 이어지는 흐름으로 진행됩니다. 각 단계에서 피해자 변호사는 수사기관 조사와 공판에 참여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으므로(성폭력처벌법 제27조 제2항, 제3항), 합의 과정도 피해자 변호사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의를 준비하는 쪽은 감정이 앞서기보다 다음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피해자 변호사가 선정되어 있는지, 있다면 연락 창구가 변호사로 한정되어 있는지부터 수사기관을 통해 확인합니다.

  2. 적용 죄명이 반의사불벌죄인지 성폭력범죄인지에 따라 합의의 목표(공소기각인지 양형 자료인지)를 정합니다.

  3. 합의서에 피해자 본인의 서명·인감증명서와 합의금 지급 증빙이 함께 들어가도록 준비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 측이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합의를 종용하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오히려 합의 의사가 철회되고 양형에도 불리해질 수 있으므로, 합의 접촉은 변호인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합의 문제는 “빨리 끝내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순서가 뒤집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 변호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합의가 안전하게 마무리될 것이라고 믿었다가, 서명 주체나 죄명 문제로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합의를 받아야 하는 피의자·피고인 입장에서는 합의서 한 장이 사건을 끝낼 것이라는 기대를 내려놓고, 어떤 죄명이고 합의가 어느 단계에서 어떤 효력을 갖는지를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도 변호사가 포괄적 대리권을 가진다는 이유로 모든 결정을 맡기기보다, 합의의 의미와 철회 가능 여부, 합의금 수령 후의 법적 효과를 충분히 이해한 뒤 본인의 의사로 결정하셔야 합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가해자로 의심받는 쪽과 피해를 호소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합의의 형식과 시기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같은 사건의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합의를 앞두고 있거나 합의의 효력이 걱정된다면, 서명하기 전이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 국선변호사와 합의서를 썼는데 처벌불원 효력이 인정되나요?

A. 피해자 본인의 진정한 의사가 확인되면 처벌불원서로서 효력이 인정됩니다. 다만 변호사 서명만 있고 피해자 본인의 확인이 없다면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따로 의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합의했는데 강제추행 사건이 왜 계속 진행되나요?

A. 강제추행 같은 성폭력범죄는 친고죄가 폐지되어 합의가 공소기각 사유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합의는 기소 여부 판단과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Q. 폭행이나 명예훼손 사건에서도 국선변호사 합의가 같은 효력을 갖나요?

A. 폭행·협박·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여서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고, 기소된 경우에는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됩니다. 이 경우 합의의 효력이 훨씬 강력합니다.

Q. 처벌불원서를 낸 뒤 피해자가 마음을 바꿀 수 있나요?

A. 반의사불벌죄에서는 처벌불원 의사를 철회한 경우 다시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할 수 없습니다. 성폭력범죄에서는 양형 자료이므로 법원이 합의 경위와 진정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Q.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면 방법이 없나요?

A. 합의가 안 되더라도 형사공탁 등으로 피해 회복 노력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처벌불원의 효력은 없지만, 양형에서 반성과 피해 회복 노력의 자료로 평가됩니다.

Q.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해서 합의를 구해도 되나요?

A. 권하지 않습니다. 피해자 변호사가 있는 사건에서 직접 접촉하면 2차 가해나 합의 종용으로 비칠 수 있어 합의가 무산되고 양형에도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변호인을 통해 접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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